너무 기뻐서 믿지 못하겠습니다.

< 본문 – 누가복음 24:36-43 >

이런 이야기 들어보셨지요? 어느 가난한 농부가 10억짜리 복권에 당첨되었습니다. 농부는 그 기쁜 소식을 아내에게 알려주어야겠는데, 아내는 심장이 약해서 이 소식을 들으면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네 성당의 신부님께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신부님, 제가 10억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는데, 신부님이 아시는 대로 제 아내가 심장이 약하지 않습니다. 제가 10억짜리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제 아내가 알면 아마 너무 좋아하다가 심장마비가 올까 걱정됩니다. 그러니 신부님께서 지혜롭게 제 아내에게 이것을 암시해 주셔서 충격을 완화시켜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그렇게 하마 약속하고, 길을 가다 들른 것처럼 해서 그 농부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곤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렇게 농부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부인, 만일 부인에게 갑자기 10억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러자 농부의 부인은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야 뭐, 바로 그 돈을 절반 뚝 잘라 신부님께 드리지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신부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말았다고 합니다.

물론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처럼 너무 기쁜 소식을 듣거나 너무 좋은 일이 갑자기 닥쳤을 때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곤 합니다. 복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너무나도 가고 싶은 대학에 시험을 치루고 나서 떨어질 것만 같아 포기했는데,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우리는 ‘정말? 내가 합격했다고?’ 라고 반문합니다. 자신의 합격 소식을 반신반의합니다. 몇 백대 일의 주택청약을 했는데, 내가 바라는 동과 호수에 당첨되었을 때도 그렇고, 너무나도 짝사랑하던 여인에게 여러 번 퇴짜를 맞다가 어느 순간 그 여인이 결혼을 승낙할 때에도 너무 기뻐서 그게 사실일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믿을 수 없을만큼 기쁜 소식을 들었을 때, 그 후에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복권에 당첨되었는데, ‘에이, 나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오겠어?’라고 생각하며 그 복권을 강물에 던져버린다면 자신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 실력으로 합격했다는 것은 말도 안 돼. 거짓말이야.’라고 생각하고 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합격은 취소되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결혼을 승낙한다는 소식과 함께 ‘몇 월 며칠 어디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는데, ‘아마 나를 놀리는 걸거야.’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에 그곳에 가지 않는다면 그 여인의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습니다. 내가 바라던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는데, 그걸 의심하고 중도금을 내지 않는다면 당첨은 취소되고 말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가운데 ‘에이 정말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정말 너무 기쁜 일을 만나게 되면 그걸 믿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본문 41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너무 기쁘므로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게 여길 때에.” 지금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너무 기뻐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씀합니다. 여러분, 왜 제자들은 지금 예수님께서 그들 앞에 나타나셨는데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한 것입니까? 오늘 본문은 단순히 ‘너무 기뻐서’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만, 거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분명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죽으시고 무덤에 장사되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시간을 되돌려 보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이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결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셨을 때, 함께 올라갔던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았습니다. 변화산에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던 도중에 예수님께서는 세 번이나 거듭하여 동일하게 말씀하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지매 그들이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주어 그를 조롱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나 제삼일에 살아나리라.”(마태복음 20:18-19)라는 말씀입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붙잡히시고 고난 당하시고 죽음당하실 것이며, 반드시 삼일만에 살아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말씀에서 잊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삼일만에 살아나리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여러 번에 걸쳐 당신이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 번에 걸쳐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너무 놀랐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실 때 그들은 그 말씀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실 것이란 사실을,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주님께서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셔서 그들 앞에 나타나신 일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또 하나,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신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시간을 조금만 앞당겨 그날 아침으로 되돌아가 보십시다. 안식일을 지내고 이른 새벽에 여인들이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향품을 예수님의 시신을 발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무덤을 찾아갔을 때 무덤을 가리고 있던 돌이 굴려 옮겨져 있었고, 무덤 안에 시신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인들이 너무 놀랐고, 혹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간 것은 아닌가 하고 근심하고 있을 때 찬란한 옷을 입은 천사가 나타나났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살아나셨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여인인들은 제자들에게 가서 예수님의 부활하신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누가복음 24:11절에 말씀하신 것처럼 제자들은 여인들의 그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여인들의 말을 듣고 베드로와 요한은 직접 무덤에까지 찾아갔습니다. 당연히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습니다. 요한복음 20:9절에 무덤을 찾아간 두 제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후에 이렇게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경에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신 말씀을 아직 알지 못하더라.” 무덤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서도 여전히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리라.’고 말씀하신 그 말씀은 깨닫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빈 무덤만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24:33-34절, 그리고 고린도전서 15:5절에 의하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미 나타나셨습니다. 그렇게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에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서는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들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증거들은 넘처났습니다. 이른 아침 여인들이 무덤을 찾아가 빈 무덤뿐임을 보았고, 또 천사들로부터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직접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도 여인들의 말을 듣고 무덤에 달려가서 무덤이 비어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도 직접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도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뵈었고, 그 감격 때문에 그 늦은 밤 예루살렘으로 달아와 제자들에게 ‘자기들도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노라’도 증언했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여전히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자신들 앞에 부활하신 주님이 직접 나타나셨습니다. 처음에 제자들은 그들 앞에 나타나신 부활의 주님을 영으로 생각했습니다. 본문 37절입니다.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다면, 제자들은 그들 앞에 나타나신 부활의 주님을 유령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계속해서 주님이 부활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지는데도 그들은 여전히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있던 것입니다. 심지어 부활하신 주님이 직접 그들 앞에 나타나셨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부활의 증거들이 많은데도 그들은 너무 기뻐서 믿지 못했다고 말씀합니다. 그만큼 우리 주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분명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너무 기뻐서 믿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우리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이 그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감정은 놀랍고 그 분명한 사실을 믿지 못하게 만듭니다. 분명 제자들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실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여인들을 통해서, 또 시몬 베드로와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바라던 소원이요 기대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처럼, 그리고 그들에게 들려진 말대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그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도 너무 기뻐서 믿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믿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까? 그것은 감정입니다.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믿지 못하게 만드는 인간의 감정의 속임수입니다. 어쩌면 감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너희들, 너희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시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 그리고 그 기대가 지금 이루어졌지? 그런데 이게 단지 환상이라면 어떻게 할래? 이게 잠시 보이다가 사라지는 환영처럼 거짓이라면 어떻게 할래?’ 그러면서 ‘그러느니 차라리 아니라고 해! 차라리 네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버려!’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실망할지 모르니 차라리 믿지 않는 게 안전해!’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경험적으로 볼 때 그런 감정의 속삭임은 더욱 분명한 증거를 통해서 거짓임이 드러나면 금방 사라져버리곤 합니다. 제자들도 그랬습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여기 무슨 먹을 것이 있느냐?” 라고 물으시고는 구운 생선을 한토막 드리니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 생선을 잡수셨습니다. 여러분, 주님께서 배가 고프셔서 생선을 달라고 하셔서 잡수신 것일까요? 부활하신 주님은 굳이 음식을 잡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먹을 것을 달라 하시더니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을 잡수십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제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겠지요. 그리고 예수님께서 구운 생선을 드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정신을 가다듬게 됩니다. 감정적으로 너무 놀라서 믿지 못하던 제자들이 하나둘 그간의 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오시면서 ‘고난받고 죽음당한 후에 삼일만에 살아나리라.’고 하시던 말씀도 생각났을 것입니다. 유월절 만찬을 나누던 모습도 생각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님이 붙잡히실 때 주님을 버리고 도망치던 것도 생각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들도 붙잡혀 고통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떨던 부끄러운 모습도 생각났을 것이고, 십자가에 처형되어 죽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했던 순간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안식일이 지난 후 여인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여인들만이 아니라 베드로도 그랬고,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로부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주님께서 자기들 눈 앞에 나타나셨고, 지금 자기들이 보는 앞에서 생선을 잡수고 계십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죽으시기 전 자기들이 스승으로 모시고 함께 할 때 음식을 잡수시던 모습 그대로 생선을 잡수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아, 주님이 정말 살아나셨구나! 정말 부활하셨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주님의 부활에 대해서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습니다. 예수님은 너무 기뻐서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꾸짖지 않으시고 대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음식을 잡수심으로 부활하신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감정이 우리를 속입니다. 고통스럽고 슬픈 일도 속이지만, 때때로는 너무 기쁜 일까지도 우리로 신뢰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신앙의 뿌리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잠깐이지만 부활하신 주님을 눈 앞에서조차도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때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우리의 기대에 기초합니다. 우리의 소망이나 바람에 기초합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이루어졌음에도 그것을 믿지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감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복권을 샀으면 복권에 당첨되리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잠깐의 순간이지만 그것을 의심합니다. 그래야 실망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짝사랑하던 여인으로부터 결혼 승낙을 받았는데, 너무나도 간절하게 바라는 일이 이루어졌는데, 그것마저도 ‘아닐 거야!’라고 부정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야 실망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정은 그렇게 최후의 방어선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안전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우리를 속입니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이 그렇게 만듭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이 잠깐의 속임수라면 괜찮은데 그런 감정의 속임수가 오래 간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에 엄청난 손해를 가져다줍니다. 복권에 당첨되었는데, ‘에이,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감정의 속임에 계속 속아 아예 복권을 버린다거나 기한이 지나도록 당첨금을 찾으러 가지 않는다면 1등에 당첨된 복권은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던 여인으로부터 결혼허락을 받아놓고선 ‘내게 이런 기쁜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어!’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그 여인을 만나지 않는다면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고 맙니다. 그렇게도 바라던 대학에 합격하고서도 그것을 믿지 못하고 등록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 대학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아마 ‘에이,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이 있을라고?’ 그렇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요 정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나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크고 놀라운 일을 만나면 내 이성이 통제되지 않고, 심지어 믿음이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조차조 통제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강하던 내가 어느 날 건강검진을 하다가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암 초기라 수술하면 금방 나을 정도라면 괜찮은데, 그 암이 말기가 되어 불과 며칠 밖에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아니야, 분명 오진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합니다. 두세군데 병원을 다녀 확인한 다음에야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합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니 내 감정이,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내 마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래서 믿음은 절대로 감정 위에 세운 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믿음이 말씀 위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흔들림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도 주님을 신뢰하지 못한 이유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에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씀에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떡을 잡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고, 주님의 부활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이 없었기에 말씀대로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신뢰하지 못했고, 말씀을 온전히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씀대로 이루어졌을 때 너무 놀라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말씀을 기억하고 말씀을 깨달을 때 제자들은 말씀대로 부활하신 주님으로 인해 기쁨이 회복되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서 회복될 때 우리는 기쁨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은혜를 받는 것이 결코 감정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은혜받았다고 눈물을 흘리고 기뻐 손뼉을 친다 하더라도, 그것이 감정적인 것에 머문다면 그 사람은 결코 변화되고 성숙해지는 기쁨을 누릴 수 없습니다.

현대인들의 특징은 너무 감성적이라는 것입니다. 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논리를 따라 판단하는 세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입니다. 감성에 호소하지 않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아 광고도 감성적으로 합니다. 예전의 광고가 제품의 성능을 소개하는 지적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요즘의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는 감성을 호소하는 광고여야 광고로서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현대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신앙도 감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혜도 감성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감성이나 감정에 기초한 신앙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고, 우리를 속일 수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특별히 우리 신앙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예수님의 부활도 감성적으로 느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은 언제든 우리를 속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의 제자들을 속인 것처럼 말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지금 눈앞에 나타났는데도, 너무 기뻐서 믿지 못하겠다는 제자들 말입니다.

  물론 기쁨은 감정입니다. 감정이 움직일 때 기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기쁨의 근원이 감정이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주님께서 무덤 문을 열고 부활하셨다는 것이 우리에게 큰 기쁨으로 깨달아집니까? 그러나 단순히 기쁨으로 느끼지 말고, 우리의 신앙으로 받아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께서 다시 사신 부활의 기쁨이 우리에게 영원한 소망을 주는 하늘의 기쁨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신앙의 기쁨이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할 때, 우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기쁨을 간직하며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신앙을 감정 위에 세우지 마십시다. 내 마음이 느끼는대로, 내 감정이 이끄는대로 휩쓸려 살지 마십시다. 감정에 이끌린 기쁨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말씀에 기초한 기쁨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기쁨이 됩니다. 주님의 부활을 감정이 아닌 우리의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고백하며 부활의 기쁨 속에 사십시다. 우리도 주님처럼 다시 산다는 믿음의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사십시다. 그 믿음이 우리로 세상에서 어떤 어려움을 당한다 하더라도 이겨내게 만드는 힘이 될 것입니다.

< 2022년 4월 17일 주일낮예배 - 부활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