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안아 봅시다.

< 본문 – 마가복음 9:33-37 >

초등학교 시험지에 쓴 아이들의 재미있고 재치있는 대답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문제를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1. 화장실을 이용할 때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상답 : 노크를 한다.> <어린이답 : 자꾸를 내린다.>

2. 친구가 교내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때에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하는지 쓰시오. <예상답 : 축하해> <어린이답 : 꼴에>

3. 일상생활에서 설탕과 물이 골고루 섞여서 설탕물이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을 이용하는 예를 한 가지 쓰시오. <예상답 : 소금과 물을 섞어 소금물> <어린이답 : 소주와 맥주가 만나서 소맥>

4. ‘불행한 일이 거듭 겹침’을 뜻하는 사자성어는? 설□가□ <정답 : 설상가상> <어린이답 : 설사가또>

5. 산에서 밥을 지어 먹으면 안 되는 까닭을 쓰시오 <예상답 : 산불이 날 수 있으니까> <어린이답 : 거지로 오해 받을까 봐>

6. 옆집 아주머니께서 떡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알맞은 인사말은 무엇인가요? <예상답 : 고맙습니다.> <어린이답 : 안 사요>

7. 이혼의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상답 : 성격차이> <어린이답 : 결혼>

8. 술에 취해 거리에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사자성어로 무엇이라고 하는가? □□□가 <정답 : 고성방가> <어린이답 : 아빠인가>

9. 여러분은 어떤 것을 보고 웅장하다고 생각하였는지 한 가지만 써 보세요. <예상답 : 거대한 파도> <어린이답 : 엄마 뱃살>

참 재치 있는 대답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 오늘날의 아이들이 영악하다는 것은 익히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영악하게 만든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당연히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을 보면서 배웁니다.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며 자랍니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을 보며 자라지만 사실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양육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배워야 합니다. 배우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다음 세대인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양육하고 있는지’ 하고 말입니다. 바르게 양육받지 못한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주축이 되는 시대가 되면 우리 사회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은 자명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 시대 어른들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것과 전혀 다른 가르침을 주십니다.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18세기는 민중을 발견한 시대이고, 19세기가 여성을 발견한 시대라면, 20세기는 어린이를 발견한 시대이다.’ 맞는 말입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아이들의 존재가치가 사람들의 인식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2천 년 전에 예수님께서는 혁명적인 생각을 갖고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어린아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혁명적인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말씀입니다. 특별히 어린이주일이 되면 자주 읽는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변화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읽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 올라가셔서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황홀한 모습으로 변화되셨습니다.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거기에 나타나서 예수님과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나눈 대화의 주제는 ‘예수님의 죽으심’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데,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죽게 되신다는 것입니다.(누가복음 9:31) 그리고 변화산에서 내려오신 이후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예루살렘 올라가시면 권력자들의 손에 넘겨져 죽음 당하시고, 삼일만에 살아나실 것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한 번만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오늘 본문의 사건이 있기 바로 전에 또 한 번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권력자들의 손에 넘겨져 죽으신다는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그 말뜻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2절의 말씀에 기록한 것처럼 그들은 그 말씀을 깨닫지 못했으면서도 ‘그게 무슨 뜻이냐?’고, ‘왜 예수님께서 죽으셔야 한다고 하시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아니 묻기를 두려워했습니다.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말씀을 하실 것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예수님과 함께 변화산에 올라간 사람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단 세 명의 제자뿐이었지만, 나머지 제자들은 변화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었을 것입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과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변화산에 내려와서 가버나움에 도착할 때까지 예수님께서 두 번씩이나 당신이 죽으신다는 사실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말씀을 정확하게 깨닫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분위기상 예수님께서 죽으실 것이란 느낌은 받았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3년 동안이나 믿고 따랐던 예수님께서 죽으신다는 것은 그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시면 자신들의 희생과 꿈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큰 권력의 자리에 오르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계속 죽음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도 그들은 그 말씀들을 애써 외면하면서 ‘예수님께서 권력의 자리에 오르시면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라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오늘 본문 34절에 그들이 ‘길에서 서로 누가 크냐 하고 쟁론하였다.’고 말씀합니다. 여기 ‘쟁론했다’는 말은 말다툼을 했다는 뜻입니다. ‘말다툼을 했다’는 말은 서로 자신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다투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다. 지금 누가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냐로 다툴 상황입니까? 예수님께서는 계속해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당신이 죽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으신다는 말씀을 하실 때 두려웠습니다. 정말로 예수님께서 죽으시면 어떻게 하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예수님께서 권력의 자리에 오르실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권력의 자리에 오르시면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인가를 놓고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죽으심을 말씀하시고,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말씀을 하실 때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예수님께서 권력의 자리에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가능하겠습니까? 죽으심과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결코 같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자들은 그런 두 가지 양립할 수 없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한다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만 습득하기 때문에 확증편향은 사실과 전혀 다르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지금 제자들의 모습이 꼭 그와 같습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는 죽음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그들은 그걸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주님의 죽으심에 대해서는 외면합니다. 마치 죽으심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듣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해버립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이유가 권력의 자리에 오르려 하신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누가 크냐 하는 문제가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으심에 대해서 말씀하셨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그들은 결코 ‘누가 크냐?’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다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잘못된 생각, 확증편향으로 인해 예수님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36절) 이 말씀은 예수님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셨고, 또 그렇게 사셨습니다. 오늘 본문 이후에도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서 서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다음 장인 마가복음 10장에서도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서 이렇게 요청합니다. “주의 영광 중에서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마가복음 10:37) 그때 예수님께서 오늘 본문과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10:44)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생각보다 먼저 섬기는 자가 되라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셨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예수님은 그렇게 사셨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것입니다. 마땅히 제자들이 주님이요 선생님이신 예수님의 발을 씻겨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섬김받으셔야 할 주님께서 제자들을 섬겨주신 것입니다. 그게 주님의 마음이고, 주님의 정신입니다. 그게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살아야 할 삶의 방식입니다.

그것을 가르쳐주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를 등장시키셨습니다. 오늘 본문 36절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어린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니라.”(37절)

  여러분, ‘어린아이를 영접한다’는 말이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영접한다’는 말은 ‘손님을 받아들인다, 선물이나 편지를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어린아이를 받아들인다’는 말은 ‘다른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마치 어떤 아이를 자신의 양자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나를 영접함이요’라는 말은 예수님을 우리의 구주로 내 마음에 모셔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마음에 영접하는 것처럼, 어린아이를 영접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주님을 영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이 말씀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에 어린아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느냐 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 집안이고 자기 자식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왕궁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난 사람이 귀한 것처럼, 노예의 집안에서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난 아이도 그 노예의 집에서는 둘도 없이 귀한 존재입니다. 모든 집에서 어린아이는 그렇게 소중합니다. 문제는 사회가 그 어린아이를 어떻게 보아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집안에서는 모든 아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적인 통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고대사회에서 어린아이를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린아이들의 권리나 어린아이들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그 이전까지 어린아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성경의 기록에서도 보는 것처럼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사람의 숫자를 세는데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회문화적인 환경과 인식 속에서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를 영접하는 것은 곧 예수님 당신을 영접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말씀입니다. 마치 노예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혁명적인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어린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셨습니다. 어린아이의 가치가 생명의 주이신 주님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36절에 보면 예수님의 독특한 행동이 하나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린아이를 ‘안으셨다’는 말씀입니다. 이 표현은 같은 말씀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공관복음서에는 나오지 않고, 오직 오늘 본문인 마가복음에만 나타나는 표현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를 품에 안으셨다는 말씀은 어린아이를 영접한다는 말씀과 맥을 같이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접한다’는 말에는 다른 집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받아들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 말씀처럼, 예수님은 누군가의 아이를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품에 안으셨습니다. 이것은 고대사회에서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친숙한 이웃집 아이라면 예쁘다고 안아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품에 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이 세상의 가치나 이 세상의 질서에 따른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하실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예수님은 세상의 가치나 세상의 질서에 따라 사신 분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따라 사신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당시 세상은 어린아이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에서는 어린아이 하나가 아주 소중한 생명입니다. 아니 하나님 나라는 어린아이 같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8:3) 이 말씀은 제자들이 ‘천국에서는 누가 큽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주신 말씀입니다. 세상의 가치관을 가진 제자들은 항상 누가 큰 자인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심지어는 하나님 나라에서조차도 누가 큰 자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의 가치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로 사신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누가 크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단지 ‘누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를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는 ‘이런 어린아이같이 되어야만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를 품에 안으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지고 어린아이를 바라보신 예수님의 눈에 어린아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생명이었던 것입니다. 그 어린아이야말로 예수님 당신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잔꾀를 부리고,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인맥을 다 끌어들이고, 자신을 높일 수 있는만큼 스스로 높여야 살아남을 것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로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살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질서를 깨고 하나님의 나라의 질서를 따라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상이 바로 어린아이입니다.

  오늘 5월 첫 주일은 어린이주일입니다. 예수님의 정신에 따라서 어린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잊지 않기 위해서 만든 절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어린이주일은 어린이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날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어린이만큼 소중하게 여김받는 존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회에서도 어린이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보호한다고 학교 주변엔 스쿨존을 만들어놓고 자동차도 천천히 가야 하고, 스쿨존에서는 주정차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어린아이를 폭행하거나 성추행하면 엄중하게 다스립니다. 어린아이들은 미성년자라고 해서 죄를 지어도 법의 처벌을 면제받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니까 아이를 낳으면 여러 가지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21세기는 어린이를 최고의 존재로 대우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시대에 우리에게 어린이주일이 의미를 주는 이유는 그 어린이에게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배우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주인공이 어린이이고, 그 어린이를 영접하는 것이 곧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의 가치와 질서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질서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 성인들이 어린아이로 되돌아갈 순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린아이같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린아이같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곤 그 어린아이를 품에 안으셨습니다. 어린아이를 품에 안으신 것은 곧 하나님 나라를 당신의 품에 품으신 것입니다.

여러분, ‘어른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사전에도 등재된 단어인데, 사전적으론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이다.” 쉽게 말하면 어른이지만 어린아이처럼 노는 사람을 말합니다. 좋게 본다면 이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어린이의 감성을 가진 순수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심리학에서는 ‘성인아이’(Adult Children)라고 해서 어른이 되었음에도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정서장애를 가진 어른들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어린아이처럼 되라’는 말씀은 ‘어른이’나 ‘성인아이’가 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세상의 가치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품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 사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를 품에 안으신 것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 사는 아이를 품은 것이기에 하나님 나라를 당신의 품에 품으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어린아이처럼 하나님 나라를 품고 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늘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세상은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처럼, 누가 더 큰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늘 다투고 싸웁니다. 자신이 더 큰 사람, 자신이 더 많이 가진 사람, 자신이 더 높은 사람, 자신이 더 주목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처절한 싸움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하나님 나라를 품에 안고 살려는 영적 전쟁을 해야 합니다. 더 낮아지기 위해서, 더 겸손하기 위해서, 더 섬기기 위해서, 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여러분, 어린아이들을 우리의 품에 안을 때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어보십시다. 어린아이에게서 하나님 나라를 발견하고, 어린아이를 품에 안으시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신 주님을 닮아 가십시다. 주님의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곧 하나님의 나라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와 닮은 어린아이를 우리의 가슴에 품고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것이 곧 주님을 영접한 자의 삶이고, 하나님을 영접한 자답게 사는 삶입니다.

< 2022년 5월 1일 주일낮예배-어린이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