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를 주목하느냐?

< 본문 – 사도행전 3:11-26 >

“누군가 달을 가리킬 때 어리석은 자는 손가락을 바라본다.” 티베트 사람들의 격언이라고 합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 이유는 달을 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바라보지 않고 손가락만을 쳐다보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 이야기를 성경과 우리의 신앙 이야기와 연결지어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수없이 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조금 색다른 말로 표현합니다. ‘표적’(σημειον)이라고 말입니다. 표적이라는 말은 ‘신호를 보내다, 지시하다, 알리다, 가리키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적을 왜 ‘신호를 보낸다. 지시한다. 가리킨다’는 뜻을 가진 ‘표적’이라고 말했을까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건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적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리키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보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티베트의 격언에 비추어 말한다면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은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자세히 보라는 ‘손가락’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이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지 않고 여전히 손가락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에도 사람들은 예수님의 참 모습을 보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후 사람들이 예수님을 억지로 자기들의 임금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요한복음 6:15) 그리고 그 이튿날에도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이 계신 곳을 찾아왔는데, 그 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은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요한복음 6:26) 기적을 체험했으면 예수님이 누구이신 줄 알려 하고, 그 주님을 주님으로 따르려는 선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은 없고 오직 또 떡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찾아왔다고 질책하신 말씀입니다.

여러분, 이건 믿음 없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볼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손가락만 쳐다봅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봅니다. 그 달이 예수님일 수도 있고, 천국일 수도 있고, 믿음의 삶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제자들이 그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9시 기도하는 시간에 성전에 기도하러 가던 도중 베드로와 요한은 40여 평생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하고 성전 미문에 앉아서 구걸하는 걸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스쳐지나가며 바라보던 그런 눈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멈추고 서서 자세히 보았고, 오랫동안 주목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에게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주머니에 적선할 동전은 없었지만, 그들의 마음 가득이 담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선포하며 앉은뱅이 걸인의 손을 잡아 일으켰습니다. 그랬더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40여 년 동안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뛰면서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날은 그가 처음으로 성전에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평생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성전 문 앞에 앉아서 구걸하며 사는 것이 팔자러니 생각하며 살아온 그가 성전을 자신의 발로 걸어서 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니 그 마음이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그는 성전에 들어와서는 놀랍다는 듯이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그런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그 앉은뱅이 걸인은 사실 예루살렘에서 유명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친 유명인이 아니라,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유명인이었습니다. 비록 아무도 그의 이름은 알지 못했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40여 년을 한결같이 성전 미문에 앉아서 구걸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전에 기도하러 가든, 아니면 제사를 드리러 가든 성전을 출입할 때마다 미문에 앉아서 구걸하는 그를 지나쳐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선을 하든 그냥 지나치든 그를 의식하진 않았지만, 성전 미문에 앉은뱅이 걸인이 있다는 것을 예루살렘 사람들 가운데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는 유명인이었으나 언제나 예루살렘 사람들에게는 (연극으로 말한다면) 하나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배경, 그러나 그것이 없으면 뭔거 이상하고 허전한 배경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이젠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온통 그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이전까진 무명인이었으나 이제는 유명인사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성전 안에 있는 사람들이 온통 앉은뱅이가 걷게 되었다고 놀라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성경은 그에 대해서 외면한 듯합니다. 오늘 본문 11절입니다. “나은 사람이 베드로와 요한을 붙잡으니.” 분명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고침받은 사람에게 쏠려 있는데, 성경은 아주 단순하게 ‘나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그 사람에게 너무 집중하지 마!’라는 암시인 듯 보입니다.

  그 다음 말씀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나은 사람이 베드로와 요한을 붙잡았습니다. 여기서 붙잡았다는 말은 어깨동무를 했다는 뜻입니다. 앉은뱅이 걸인이 고침을 받고 난 후 자신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그는 ‘나를 바라보지 말라’는 듯 베드로와 요한에게 다가가 그들의 어깨를 양손으로 꽉 붙들었습니다. 그 순간 거기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베드로와 요한에게 쏠렸습니다. 앉은뱅이 걸인이 베드로와 요한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어떤 말을 했는지 성경은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베드로와 요한에게 시선이 쏠린 것을 보면 분명 ‘내가 고침받은 것은 이분들 때문입니다. 이분들이 나를 이렇게 고쳐주셨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은 당인히 베드로와 요한에게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관심의 대상은 베드로와 요한이 되었습니다. 40여 평생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하고 성전 미문에 앉아서 구걸하던 사람을 일으켜 세웠으니, 그 놀라운 일을 행한 베드로와 요한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베드로와 요한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을 ‘솔로몬의 행각’이라 불리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솔로몬의 행각’은 예루살렘 성전 동편 벽을 따라 지붕이 씌워져 있는 곳으로, 유대의 랍비들이 제자들을 가르칠 때 자주 이용하던 곳입니다. 요한복음 10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이곳에서 복음을 전하기도 하셨고, 나중에는 제자들도 그곳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사도행전 5:12) 사람들이 베드로와 요한을 그곳으로 데리고 간 것은 앉은뱅이 걸인을 치유한 과정에 대해서 베드로와 요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베드로와 요한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베드로와 요한은 적지 않게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자기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쌓고선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자기를 둘러싸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아, 이 일을 왜 놀랍게 여기느냐?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 우리를 주목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왜요? 자기들이 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권능(능력)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갈릴리 사람에 불과합니다. 배운 것도 없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자기들에게는 앉은뱅이를 고칠 아무런 능력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신앙적인 경건이 그런 기적을 만들어낸 것도 아닙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금식을 많이 하고 구제를 많이 하는 것이 의를 이루는 경건의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참 많이 구제했고,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그런 경건을 아무리 많이 훈련한다 하더도 이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그럼 무엇이 앉은뱅이 걸인을 일으켜 세운 것일까요?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입니다. 본문 16절입니다. “그 이름을 믿으므로 그 이름이 너희가 보고 아는 이 사람을 성하게 하였나니 예수로 말미암아 난 믿음이 너희 모든 사람 앞에서 이같이 완전히 낫게 하였으니라.”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하신 것이란 말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그분의 이름으로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목을 받아야 할 분은 자신들이 아니라 예수님입니다. 그렇게 베드로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예수님께로 돌렸습니다. 자신의 권능이나 경건으로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니라 예수로 말미암아 난 믿음이 그 일을 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베드로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성전 미문에 앉아 있던 앉은뱅이 걸인, 그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시선을 베드로에게 돌리고 있다면, 베드로는 그 시선을 다시 예수님에게로 돌리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예수님, 이 일을 이루신 분은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쉽게 예수님에게로 그들의 시선을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주목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기 때문입니다. 비록 종교 권력자들이 사주했고 로마 총독 빌라도가 최종 판결을 내렸지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친 사람들은 자신들입니다. 그들 자신이 지은 죄가 예수님을 바라보지 못하게, 아니 바라볼 수 없게 그들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그들에게 회개하라고 촉구합니다. 19절입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이같이 하면 새롭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 회개는 그들의 감겨진 눈을 뜨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자신들의 죄를 보지 못한 눈을 떠서 자신들의 죄를 보게 하고, 자신들이 무얼 잘못 했는지 알지 못하던 눈을 떠서 자신들의 잘못을 보게 만듭니다. 눈을 뜨고 보면 자신의 죄와 허물, 자신들의 잘못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회개의 영으로 보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이 메시아요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보게 될 것입니다.

  베드로는 지금 자신에게로 쏠려 있는 시선을 예수님에게로 돌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큰 권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많은 경건의 훈련을 한다 하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이 그 중에 하나입니다. 그 일을 행하신 분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십니다. 지금은 하늘의 보좌 하나님 우편에 계시지만 언젠가 반드시 다시 오실 에수님, 그분이 우리에게 일어난 이 놀라운 일을 행하신 분이십니다. 그분만을 바라보야 합니다.

여러분, 이게 믿음입니다. 믿음의 사람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하나님께로 돌리는 사람입니다. 내가 드러나고 내가 칭찬받을 일일지라도 그 영광을 내가 받으려 하지 않고, 우리에게로 향한 시선을 예수님로 향하도록 우리의 손가락으로 주님을 가리켜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선한 일을 한 후에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칭찬과 박수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로 향한 시선을 주님께로 돌리는 것입니다. 그게 믿음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면서 내 마음이 뿌듯해지고, 그런 시선을 내가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우리가 행한 일이 믿음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뭔가를 통해서 내가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믿음의 사람다움이 아닙니다. 우리가 뭔가 놀라운 일을 행했다면 그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걸 행할 수 있는 힘을 주셨고, 시간을 주셨고, 재능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우리의 모든 삶이 하나님 손에 달려 있다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한다면 결코 우리 자신이 칭찬을 받으려 하거나 자신이 영광의 주인공처럼 행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린도전서 10:31) 그렇습니다. 먹고 마시는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신앙의 사람은 먹고 마시는 평범한 일상조차도 하나님의 크신 은혜임을 고백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아야 합니다. 아니 우리의 손가락으로 늘 주님을 가리켜야 하비다. 초대교회 사도들은 자신들을 향한 시선을 자신들이 받아야 할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주님께로 향하도록 설교했습니다.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고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멋진 신앙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다만 우리에게 향한 칭찬이 있다면 그것을 주님께로 돌려드려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드러나고 보여지도록 말입니다.

  여러분, 멋진 신앙인으로 사십시다. 세상에 그리스도가 보여지는 삶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받아야할 칭찬과 영광이 있거들랑, 우리가 취하려 하지 말고 그 모든 것이 주님께 향하도록 우리는 그저 주님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십시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서 주님을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주님을 보지만,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통해서 주님을 보기 때문입니다.

< 2024년 2월 1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