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 본문 – 사도행전 8:26-40 >

우리가 즐겨 불렀던 ‘주님 말씀하시면’이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주님 뜻이 아니면 내가 멈춰서리다. 나의 가고 서는 것 주님 뜻에 있으니 오 주님 나를 이끄소서. 뜻하신 그 곳에 나 있기 원합니다.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리니 연약한 내 영혼 통하여 일하소서.”

  이 찬양은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줍니다. 이 찬양의 가사처럼 우리가 정말 주님이 ‘가라!’ 말씀하실 때 ‘예 제가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주님께서 ‘거기에 멈춰 서!’ 말씀하실 때 내 생각과 내 계획을 다 내려놓고 ‘예, 주님, 여기에 멈춰 서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때로 신앙은 도전입니다. 가보지 않는 길일지라도 주님이 가라 하시면 무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가는 도전입니다. 여기에서 멈추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주님께서 ‘멈춰!’라고 말씀하시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멈춰 서는 도전입니다. 믿음이란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라 말씀하실 때 기꺼이 질 수 있는 용기이고, 포기하고 내려놓으라 말씀하실 때 기꺼이 나를 비울 수 있는 겸허함입니다.

그런 믿음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람이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란에 머물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창세기 12:1)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아브라함은 자신이 가야할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말씀에 순종하여 떠났습니다. 그런 아브라함의 모습을 히브리서에서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다.”(히브리서 11:8)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간다는 게, 오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에야 어디로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전주에서 태어나 공부하다가 서울로 가는 것이 전혀 낯설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고대사회에서 자기의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태어난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이 평생을 그곳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곳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죽는 그런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본 적이 없고, 전혀 예상할 수도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낯선 곳을 향해 가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낯선 곳에 정착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낯선 사람들과 친구나 이웃이 되어 산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떠난다는 것은 힘들고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잠깐 다른 곳을 여행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살던 곳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나고, 또 하란을 떠나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간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 아니면 순종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곳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가라 하시니 떠난 것입니다.

여기 그렇게 순종했던 또 한 사람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빌립입니다. 빌립은 예루살렘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데반의 순교로 발화된 박해로 인해 사도들 외에 모두 예루살렘을 떠났을 때, 그도 예루살렘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빌립이 박해를 피해 갔던 곳은 사마리아였습니다. 그가 사마리아를 선택해 갔는지, 아니면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에 떠밀려 갔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사마리아에서 그는 그리스도를 전했습니다. 그 결과 사마리아에 큰 기쁨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성에서 자칭 ‘큰 자’라고 불리며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모두에게 우러름을 받던 마술쟁이 시몬까지도 빌립을 통해서 예수를 믿게 됩니다. 아마 시몬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 시몬이 빌립을 전심으로 따랐다는 것은 당시 사마리아에서 큰 이슈가 되었을 것입니다. ‘마술쟁이 시몬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라고 말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사마리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나타내던 시몬이 자신의 마술을 버리고 빌립을 따른다는 것은 빌립이 얼마나 크고 위대하게 보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빌립을 사마리아에서 빼내셨습니다. 오늘 본문 26절입니다. “주의 사자가 빌립에게 말하여 이르되 일어나서 남쪽으로 향하여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까지 가라 하니 그 길은 광야라.” 이 말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쉽지 않은 명령입니다.

  첫째는 지금 사마리아에서 복음전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고, 마술쟁이 시몬도 변화되어 빌립을 따릅니다. 더군다나 사마리아에 빌립이 전한 복음으로 인해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한다면 사마리아에 엄청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빌립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빌립에게 그곳을 떠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부흥되고 있는 사마리아를 버려두고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둘째, 주의 사자가 가라 하신 길은 너무나도 힘들고 위험한 길입니다. 더구나 그곳은 광야입니다. 광야는 말 그대로 버려진 땅, 사람이 살지 않는 땅입니다. 그 광야를 뜨거운 대낮이 가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남쪽으로 향하여’라는 말은 ‘한낮에’라고 번역할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광야나 사막의 한낮은 강렬한 햇볕 때문에 걷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지난 2016년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사해 근처에 있는 쿰란 제1동굴을 탐방하고 오는데, 그 때 기온이 섭씨 43도였습니다. 그 뜨거운 한낮에 광야로 가라니, 위험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명령입니다. 더군다나 사람이 살지도 않는 광야로 말입니다.

  셋째, 그곳에 누군가가 가야 한다면 굳이 사마리아에 있는 빌립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내셔도 됩니다. <지도1>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사마리아는 예루살렘보다 한참 위쪽입니다. 가사로 내려가는 광야로 누군가가 가야 한다면 예루살렘에 있는 누군가를 보내시면 훨씬 더 빨리 그곳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멀리 사마리아에 있는 빌립더러 가라 하십니다.

그렇게 빌립은 ‘가라’하시는 명령을 받았을 때, ‘왜 굳이 제를 보내시려 합니까?’라고 항변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빌립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말씀에 순종하여 광야로 내려갑니다. 어쩌면 빌립도 ‘왜 굳이 그곳까지 가라 하실까?’라는 의문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복음을 전해야 한다면 사람들이 많은 사마리아나 다른 도시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마땅할텐데, 사람도 살지 않는 황량한 광야로 가라 하시다니.

  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빌립에게 ‘가사로 내려가는 광야로 가라’는 명령처럼 말입니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라는 찬송처럼, “주님이 가라 하시니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실 수 있습니까? '연약한 내 영혼 통하여 일하소서.'라고 말입니다. 

  분명 빌립에게도 그 명령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빌립은 순종하여 광야로 내려갑니다. 내려갔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황량한 광야길에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던 에디오피아 내시를 만나게 됩니다. 에디오피아 내시를 보는 순간 빌립은 깨달았습니다. ‘아, 이 사람을 만나게 하시려고 나를 이리로 보내셨구나!’하고 말입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말씀이 27절입니다. “일어나 가서 보니.” 이 말씀은 오늘 본문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좀 더 본문에 맞게 번역한다면 “일어나 갔다. 그런데 보라! (사람이 있잖아!)”입니다. 말씀을 따라 갔는데, ‘어째 이런 일이!’라고 놀랄만한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빌립이 만난 에디오피아 내시가 누구입니까? 오늘 본문은 그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에디오피아 사람 곧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27절) 한마디로 말하면 에디오피아에서 상당한 권력자였다는 뜻입니다. 한 나라의 나랏살림을 책임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가 본국인 에디오피아로 내려갈 그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는 27절에 기록한 것처럼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면 그가 예루살렘 가서 성전에 들어가 예배드릴 수 있었을까요? 그는 두 가지 조건 때문에 성전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하나는 이방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시라는 것입니다. 율법에 따르면 ‘고환이 상한 자나 음경이 잘린 자는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신명기 23:1)합니다. 어쩌면 그는 고국에 있을 때 이런 말씀을 읽었을 것입니다. “여호와께 연합한 이방인은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그의 백성 중에서 반드시 갈라내시리라 하지 말며 고자도 말하기를 나는 마른 나무라 하지 말라... 나의 언약을 굳게 잡은 고자에게는 내가 내 집에서, 내 성 안에서 아들이나 딸보다 나은 기념물과 이름을 그들에게 주며 영원한 이름을 주어 끊어지지 아니하게 할 것이며...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임이라.”(이사야 56:3-7) 이 말씀처럼 이방인도, 그리고 고자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언약을 굳게 잡으면 성전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예루살렘에 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초대교회 당시 예루살렘 성전에는 이방인의 뜰이라고 해서 성전 울타리 밖에 이방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지만, 성전 울타리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성전에서 예배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수만 리 먼 곳에서 찾아왔지만 희망이 깨어진 채 쓸쓸한 마음으로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사야의 말씀을 읽습니다. 분명 하나님을 사랑하고 언약을 굳게 붙잡는 자는 이방인이나 고자나 누구나 하나님의 백성이라 했는데, 왜 현실은 그렇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그 말씀을 읽었을 것입니다.

‘일어나 가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광야길에 도착한 빌립이 이 에디오피아 내시를 보게 됩니다. 그 때 성령께서 빌립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이 수레로 가까이 나아가라.”(29절) 이 말씀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방인입니다. 그리고 이방인이긴 하지만 상당한 권력자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시 한 사람만 가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38절에 ‘수레를 멈추라고 명령’한 것을 보면 그 수레를 끄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이고, 상당한 권력자이기에 그를 호위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광야 한 가운데서 그런 낯선 이방인 권력자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자칫 강도로 오해를 사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방인이기에 가까이 가기 꺼려질 뿐만 아니라, 강도로 오해를 받아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 성령께서 말씀하시니 빌립은 곧바로 달려갑니다. ‘달려갔다’는 말은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가 이방인이든, 또는 호위하는 사람들에게 강도로 오해를 사서 위협을 당하거나 죽을 수 있음에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내시에게 다가간 그는 ‘지금 읽고 있는 말씀을 깨닫느냐?’고 묻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는 말씀이었습니다. 분명 이사야의 글에 이방인도, 고자도 다 하나님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쓰여 있는데, 왜 자신은 성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내시는 유대인인 빌립이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수레에 올라타라고 하고선 그 말씀에 대해서 묻습니다. ‘그 글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냐?’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빌립은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고, 에디오피아 내시는 예수님이 메시아임을 믿고 세례를 받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 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이방인에게 세례를 베푼 사건입니다.

여러분, 빌립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순종했던 사람입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한다면 그는 사마리아에서 성공적으로 복음전도를 감당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살지 않는 거친 광야로 가라 하실 때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고 광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에디오피아 내시입니다. 그는 복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을 준비해 놓으시고 빌립에게 그를 만나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단순히 ‘한 사람’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가 한 나라의 권력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시 사람들은 에디오피아를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하길 원했던 ‘서바나’(스페인)가 세상의 끝이라 생각했고, 남쪽으로는 에디오피아가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이 세상의 끝인 스페인에 복음을 전할 마음을 갖기 이전에 이미 빌립을 통해서 또 다른 세상의 끝인 에디오피아에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빌립은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사마리아에 복음을 전한 사람이었고, 최초로 이방인에게 세례를 베푼 사람이었고, 당시 땅끝이라고 여겨졌던 에디오피아 사람에게 최초로 복음을 전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사도들 가운데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을 빌립이 감당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40절에 말씀한 것처럼 빌립은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복음을 전한 이후 아소도와 그 주변의 여러 성읍에, 그리고 마침내는 가이사랴에 이르러 복음을 전했습니다. 아소도는 구약성경에서 아스돗으로 불리던 블레셋 지방의 다섯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가이사랴는 당시 유대 지방을 통치하던 로마의 총독이 주재하던 도시입니다. 이방인들이 주를 이루는 도시였고, 나중에 베드로가 그 가이사랴에 있는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빌립은 세계 선교를 위해 특별히 부르심을 받은 사도 바울보다 앞서 땅끝이라 알려진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복음을 전했고, 베드로 사도가 가이사랴의 고넬료에게 복음을 전하기 전에 이미 그곳에 정착하여 복음을 전한 선구자였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빌립이 그렇게 귀하게 쓰임받게 되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그 때는 낯선 땅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도 빌립은 유대인들이 출입조차 꺼려하던 사마리아에 가서 복음을 전했고, 에디오피아 내시에게도 복음을 전해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블레셋 땅인 아소도에서도 복음을 전하고, 로마 총독의 주둔지인 가이사랴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빌립은 단순히 여행을 갔던 것이 아닙니다. 여행은 일정 기간 타지방에 갔다가 다시금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빌립은 여행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떠난 것입니다.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가서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아무런 계획도 없이 ‘가라!’ 하시니 무작정 떠났습니다.

  여러분, 빌립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 빌립의 이야기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습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빌립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말씀에 순종했다는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복음을 전하던 사마리아를 떠나라고 말씀하실 때 빌립은 미련없이 떠났습니다. ‘왜 여길 떠나야 하느냐?’고,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가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야에서 에디오피아 내시를 만났을 때에도 ‘수레로 가까이 가라’는 말씀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수레로 다가갔습니다. ‘이방인이지 않느냐?’고, ‘권력자를 호위하던 사람들에게 강도로 오해를 받아 위해를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가라.’고 말씀하실 때 즉시 달려갔습니다.

그런 모습이 또 한 번 나타납니다. 39절에 의하면, 에디오피아 내시에게 세례를 베풀고 난 후 “주의 영이 빌립을 이끌어간지라.”라고 말씀합니다. ‘이끌어갔다’.는 말은 ‘낚아채 갔다.’는 뜻입니다. 마치 독수리가 하늘을 비상하다가 먹잇감을 포착하고는 급하강하여 순간적으로 먹이를 낚아채서 하늘로 올라간 것처럼, 성령께서 빌립을 낚아채서 아소도와 가이사랴로 보내신 것입니다. 그 때에도 빌립은 아무런 주저함 없이 주님의 이끄심에 순종했습니다. 그렇게 순종했더니 그를 통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우리를 통해서 일어납니다. 주님의 이끄심에 순종하여 황량한 광야로 갔더니 에디오피아 내시를 만났습니다. 실망하고 낙심된 마음으로 고국을 향해 가던 그에게 복음을 전했고, 내시는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기쁨을 얻었습니다. 본문 39절입니다. “내시는 기쁘게 길을 가므로 그를 다시 보지 못하니라.” 말씀에 순종했더니 예루살렘 성전에서 기쁨을 얻지 못한 내시가 복음으로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 내시가 고국인 에디오피아에 가서 어떻게 했을까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복음의 사람이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가족과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예루살렘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그 분이 성경에 예언된 메시아라고 증거하며 살지 않았겠습니까? 비록 빌립은 땅끝이라고 여기던 에디오피아까지 직접 가진 못했지만 그 한 사람을 만남으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라!’ 하실 때 순종했던 빌립을 통해서 말입니다.

  아브라함도 갈 바를 알지 못했지만 ‘가라!’ 하실 때 순종하여 갔더니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빌립도 ‘가라!’ 하실 때 무슨 일이 예비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갔더니,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때로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으시고 가라고 하십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황량한 광야로 가라 하십니다.

  ‘가라!’ 하실 때 두려워하지 마십시다. 우리의 머리로 미리 계산하지 마십시다. 그냥 주님께서 말씀하시니 나아 가십시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니 멈춰서십시다. 그러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우리는 말씀하실 때 순종할 것뿐입니다.

< 2024년 4월 2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