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갑시다!

< 본문 – 사도행전 15:36-16:10 >

폴란드에서 태어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단돈 6달러를 가지고 29세 때에 미국으로 건너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 주로 제과 도매업을 하면서 미국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하게 되었고, 77세에 은퇴한 후에는 우리나라의 노인복지관과 같은 시니어클럽에 다니며 노인들과 체스를 하며 노후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체스를 두던 친구가 몸이 불편해 클럽에 나오지 못하자, 그 날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본 자원봉사자가 그에게 다가와 “할아버지, 그냥 그렇게 앉아 계시는 것보다 그림을 배워보시면 어떠세요?”라고 그림 그리기를 권유했습니다. “내가 그림을? 에이, 나는 붓을 잡을 줄도 몰라.”라고 대답하자, 자원봉사자는 “그야 배우시면 되찮아요?”라고 재차 권면합니다. ‘내 나이 70대인데 다시 그림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었어’라고 말한 그에게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보기엔 할아버지의 연세가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문제 같은데요?” 젊은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곧 미술실을 찾아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더욱이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인해 할아버지의 그림은 깊은 성숙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81세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게 되었고, 어렸을 적 폴란드 고향의 기억을 살려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전시회까지 열었습니다. 미국의 평론가들은 그를 ‘원시의 눈을 가진 미국의 샤갈’이라고 극찬했고, 그의 그림은 많은 사람에게 인기리에 팔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81년, 그의 나이 101세 때에 로스앤젤레스 예술전시관에서 22번째로 마지막 전시회를 열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할아버지가 ‘미국의 샤갈’이라 불린 해리 리버맨(Harry Lieberman, 1880-1983)입니다.<사진1>

  그의 그림 몇 점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그림1-3>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의 눈에는 초등학교 학생의 그림 같아 보이지만, 그의 그림은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 등의 유명 미술관에 영구소장되어 있습니다. 또 많은 개인 수집가들에게도 인기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지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일흔일곱이 넘은 나이에,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쉽진 않습니다. 더구나 그냥 취미 정도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가가 되어 전시회를 연다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리버맨은 새로운 일에 도전했습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작은 결심이 그런 큰 일을 하게 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시’라는 말은 용기를 뜻합니다. ‘다시’라는 말은 희망이기도 합니다. ‘다시’라는 말은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입니다. ‘다시’라는 말은 새로움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다시’라는 말은 설렘이며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은 세 가지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사건들은 모두 다시 시작하는 새로움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회의를 마치고 바울과 바나바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안디옥으로 돌아왔습니다. 예루살렘 회의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교회 공동체에 받아들일 때 ‘할례나 율법의 어떤 무거운 짐도 그들에게 지우지 말자’고 결의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안디옥교회는 너무 기뻤습니다.(15:31) 그리고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5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에서 유하며 수다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의 말씀을 가르치며 전파하니라.” 이방인들에게 복음전하는데 큰 걸림돌이 사라지자 안디옥 교회는 바울과 바나바뿐만 아니라 ‘수다한 다른 사람들’이 주의 말씀을 가르치며 전파했습니다.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능히 구원을 받지 못하리라.’(15:1)고 가르친 사람들로 인해 적지 않은 다툼과 변론이 일어났을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라졌습니다. 온 교우들이 말씀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일에 열심하게 된 것입니다.

  그 때 바울이 바나바에게 제안합니다. “우리가 주의 말씀을 전한 각 성으로 다시 가서 형제들이 어떠한가 방문하자.”(본문 36절) 제1차 선교여행 때 복음을 전했던 곳을 다시 찾아가서 복음이 잘 뿌리내리고 있는지,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해서 다시 떠나자는 것입니다. 그런 바울의 제안에 바나바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2차 선교여행을 시작하면서 바나바는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가자고 하고, 바울은 제1차 선교여행 중에 갑자기 포기하고 되돌아 가버린 그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의견대립이 단순한 의견충돌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39절에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니”라고 말씀한 것처럼, 아주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선교를 위해서 다시 마음을 모았습니다. ‘다시 떠나자’고 마음이 일치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요? 제1차 선교여행 중에 마가 요한이 무슨 이유로 되돌아갔는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간다 하더라도, 또 데리고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바나바가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가자고 한 것을 보면 마가 요한도 제1차 선교여행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데려가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데려가자고 했을 것입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아직은 마가 요한을 선교에 합류시키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사도 바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 조금만 이해하고 양보하면 결코 다투고 갈라설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바울과 바나바는 심하게 다투었고 결국 갈라서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나 정서상 ‘심히 다투고 갈라섰다.’는 표현을 읽을 때 ‘두 사람은 앞으로 얼굴 볼일 없겠구나’라는 느낌을 갖습니다. 우리가 종종 경험한 것처럼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었다면, 그리고 각자 다른 길로 갔다면 어쩌면 평생 원수처럼 지냈을 것이라 상상합니다. 그게 대부분의 인간 감정에 따라 사는 사람들의 실상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의 뉘앙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본문의 ‘심히 다투다’는 말이 신약성경에 단 두 번만 나옵니다. 오늘 본문과 히브리서 10:24절입니다. 히브리서 10:24절에서는 ‘심히 다투다’는 이 단어를 ‘격려하다’는 말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여.” 그러니까 오늘 본문에서 ‘서로 다투어 갈라셨다’는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마가 요한을 데려가는 문제로 의견이 다르긴 했지만, 그래서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갈라설 때에는 서로 격려하며 각자의 길로 떠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심하게 다투고 감정이 상해 헤어졌다면 그 이후 바울이 다시는 바나바나 마가 요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의 편지 여러 곳에서 바나바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부정적 감정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또 마가 요한에 대해서는 디모데후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올 때에 마가를 데리고 오라. 그가 나의 일에 유익하니라.”(디모데후서 4:11) 바나바에 대해서도 그렇거니와 그가 그렇게도 데려가길 거부했던 마가 요한에 대해서도 훗날 ‘그가 나의 일(복음사역)에 유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투고 헤어질 때, 감정이 상해서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의견충돌은 있었지만, 헤어질 때에는 서로 격려하며 헤어졌을 것입니다. “우리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지만 서로 잘 해 봅시다!”라고 말입니다. 왜요? 복음을 전하는 일이니까요. 헤어져 각자 다른 길을 가더라도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여러분, 그렇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러 갈 때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다툴 수도 있습니다. 갈라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의견충돌이 다시 보지 않을 사람처럼 감정이 상하거나 서로 악담하고 저주할 일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를 섬기면서 열심히 하려다 보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그의 의견도 교회를 위한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인도하시고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하실지 모르지만, 우리가 너무 고집을 피울 이유도 없고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한다고 기분 나쁠 필요도 없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그를 비난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어차피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말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나바와 바울이 서로 의견 조율을 잘 해서 함께 갔다면 좋겠지만, 결국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헤어져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구브로로 갔고, 바울은 실라를 데리고 수리아와 길리기아로’ 갔습니다. 물론 이후에 사도행전에서 바나바의 이름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지만, 사도 바울의 여정만 보더라도 하나님께서 더 좋은 복음의 열매를 맺게 하셨습니다. 비록 다투고 갈라서 다른 길로 갔지만, 하나님께서는 더 놀라운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다시 뭔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한 일을 위해서 다시 시작할 때에는 과정에서는 힘든 문제가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와 함께 하셔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십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나바와 헤어져 아나톨리아 반도 내륙으로 들어간 바울 일행이 더베를 거쳐 루스드라에 이르렀습니다. 루스드라에서 가장 큰 복음의 성과는 디모데를 제자요 사역자로 세운 것입니다. 아마도 제1차 선교여행 중에 디모데를 만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2차 선교여행 중에 만난 디모데는 선교사역에 귀한 일꾼이 될만한 재목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복음사역의 동역자로 데리고 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분명 사도행전 15장에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함에 있어 할례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사항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사도 바울이 디모데를 데리고 가면서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바울이 그(디모데)를 데리고 떠나고자 할새 그 지역에 있는 유대인으로 말미암아 그를 데려다가 할례를 행하니 이는 그 사람들이 그의 아버지는 헬라인인 줄 다 앎이러라.”(본문 3절) 유대인들은 일반적으로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습니다. 디모데후서 1장에서 말씀한 것처럼 디모데의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는 아주 신실한 유대인이었습니다. 디모데는 유대인인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신실한 믿음을 잘 전승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디모데가 할례를 받지 않은 이유는 헬라인인 아버지가 자기 아들에게 할례 행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왜 사도 바울은 굳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한 것일까요? 그건 바울의 복음전략 때문입니다. 할례를 행하는 것이 구원을 받는 선결 조건은 아니지만, 이후 복음을 전할 때 디모데가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할 때 가장 먼저 유대인의 회당을 찾아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율법을 잘 알고 있는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회당이 최고로 좋은 복음의 접촉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유대인의 회당은 할례를 받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습니다. 만일 디모데가 할례받지 않은 사람임이 알려지면 디모데는 유대인의 회당에 들어갈 수 없고, 복음을 전하는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굳이 디모데의 할례 문제로 유대인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켜 복음을 전하는데 방해가 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이에 여러 교회가 믿음이 더 굳건해지고 수가 날마다 늘어가니라.”(본문 5절)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한 것이 복음 전도에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분명 당시 상황에서는 굳이 할례를 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어쩌면 예루살렘 회의에서 결정한 것처럼 할례를 초월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도 바울은 굳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 할례를 받도록 한 것은 디모데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할례 문제에 대해서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할례를 행한 것을 누군가가 문제 삼으려 한다면 문제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회의에서 결정한 것과 다르게 행동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복음전도라는 큰 그림에서 바라볼 때 할례가 때론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사도 바울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할례를 행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선교전략 가운데 하나가 그것입니다. 고린도전서 9장에서 사도 바울이 천명한 것처럼,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다가가고, 자신은 율법에 얽매인 자가 아니지만 율법 아래 있는 자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율법에 매인 자처럼 다가가고, 약한 자들에게는 약한 자의 모습으로 다가갔습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더 많은 사람을 얻기 위해서’(고린도전서 9:19)입니다.

  여러분, 이런 사도 바울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줏대도 없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도 바울은 자신이 어떤 비난을 받아도, 어떤 약한 자리에 내려간다 하더라도, 고난과 시련을 겪어내야 한다 하더라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은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것’이 자신의 동족 유대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만큼 복음전도에 진심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드로아에서 보았던 환상입니다.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길 원하던 사도 바울인데, 성령께서 아시아에서 말씀을 전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께서 왜 복음을 전하지 못하게 하신 것일까요? 성령께서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지 못하게 하시자 부르기아와 갈라디아 땅을 거쳐 무시아까지 이르렀고, 비두니아로 가서 복음을 전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 예수의 영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사도 바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복음전도를 위해서 바나바와 헤어져 여기까지 왔습니다. 성경은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시련도 있었을 것입니다. 힘든 일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모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오직 복음을 전한다는 열정으로 이겨왔는데, 성령께서 그리고 예수의 영이 복음을 전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아마 사도 바울은 마음에 굉장히 갈등했을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까?’하고 말입니다. ‘그냥 안디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고민하고 갈등하며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찾던 중 드로아에서 환상을 보게 됩니다. 마게도냐 사람이 나타나서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은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마게도냐로 가려 합니다. 마게도냐로 가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전도 계획을 새롭게 다시 짜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주저하지 않고 ‘다시 새롭게’ 가라 하신 길을 갑니다.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환상을 통해서 마게도냐로 가라 하셨다면 마게도냐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바울이 그 환상을 보았을 때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본문 10절)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썼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그리로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른 길을 다 막으시고 마게도냐고 건너가라 하셨다면 그 길이 순탄하게 열려야 하는데, 그리로 가길 힘쓰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사도 바울은 그리로 건너갑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뜻을 따라가는 길이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가라’하시는 길에도 어려움이 있고, 막힘이 있습니다. 힘쓰지 않으면 가기 쉽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면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이끌어 주십니다. 사도 바울이 ‘다시’ 가고자 했던 길이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처음 다시 가고자 했던 길은 바나바와 함께 1차 선교여행 때 복음을 전했던 곳을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계획이 틀어져 낯선 사람과 낯선 곳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가고자 하는 마음에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로 인도하셨지만, 거기에서 놀라운 역사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디모데를 만나게 하셨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여러분, 혹 복음을 위해서, 신앙을 위해서, 하나님의 뜻을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다시 가고 싶다,’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거든 주저하지 마십시다. 그 길이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일지라도 담대하게 가십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을 만들어가실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주님을 위한 거룩한 열정만 있다면 말입니다.

< 2024년 8월 11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