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사람들

< 본문 – 사도행전 17:1-15 >

여러분, 처용가(處容歌)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요? 통일신라 시대 처용이라는 사람이 역신(疫神)에게 아내를 빼앗긴 후에 지었다고 전해지는 향가입니다. 설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용의 아들인 처용은 헌강왕을 따라 수도 서라벌에 와서 벼슬을 하는데, 어느 날 밤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와 보니 역신이 자기 아내와 잠자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용은 그 상황을 보고도 태연하게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었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역신이 처용의 관대함에 감복하여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그리곤 앞으로 대문에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붙여놓으면 그 집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후에 백성들은 처용의 형상을 그려 문간에 붙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신마저도 처용의 관대한 마음에 감복했듯이, 처용처럼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역병도 피해간다는 설화입니다.

  여러분, 너그러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마음이 넓고 아량이 있는 모습, 생각의 폭이 넓고 마음 씀이 아름다운 것 등을 말할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인간의 인간다움은 시류를 쫓아 정신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참된 인간됨의 도리인지 찾아가야 합니다. 인간의 인간됨을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너그러움일 것입니다. 그래서 17세기 스페인의 사제이자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1601-1658)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어질고 너그러움에 눈뜰 때 그의 눈앞에는 새롭고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그때 사람은 자기 속에 자신보다 더욱 높고 무한한 존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지금의 모습이 아무리 보잘것없어도 자신이 선을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깨닫는다.”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고귀한 가치를 가진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너그러움이란 어쩌면 가장 신앙적인 덕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베뢰아 사람들을 표현하면서 ‘그들은 너그러운 사람들이었다’고 말씀합니다. 바나바와 헤어져 제2차 선교여행을 떠나온 바울과 실라는 루스드라에서 디모데를 제자로 삼아 동행하게 되고,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의사 누가를 일행으로 맞아들여 제2차 선교여정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려던 계획을 하나님께서 막으시더니 그들을 지금의 유럽인마게도냐로 인도하셨습니다. 마게도냐에 가서 복음을 전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도 바울 일행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가장 먼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자신들이 로마인임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전통적인 로마 식민지’인 빌립보에는 유대인의 회당이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들은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안식일이 되어 기도할 곳을 찾아갔다가 조용하고 한적한 ‘문 밖 강가’에서 기도하던 중 여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는 두아디라 출신의 자주 옷감 장사인 루디아라는 여인의 마음을 열어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셨습니다. 그 루디아의 집이 빌립보 교회의 탄생지가 되었습니다. 루디아가 복음을 받아들인 이후에도 빌립보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 알지 못해 계속 기도하던 중에 점치는 귀신들린 여종을 고쳐주게 됩니다. 그 일로 인해 바울과 실라는 엄청난 고난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찢기는 수치를 당하고, 많은 매질을 당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에 차꼬가 채워진 채 깊은 감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분명 하나님께서 아시아에서 복음 전하는 것을 막으시고 보내셔서 이 곳에 왔는데, 그리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기도하던 중에 점치는 귀신들린 여인을 고쳐주었는데, 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과 시련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바울과 실라는 감옥에서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매를 맞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감옥에 갇혀 기도하고 찬송할 때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감옥 문들이 다 열리고, 죄수들을 매어놓은 것들이 다 풀렸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감옥의 간수와 그의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빌립보에서 어려움 중에서도 기도하던 중에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울과 실라가 로마 사람임을 알게 된 관리들은 바울 일행에게 ‘조용히 빌립보를 떠나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당시에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렇게 함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마 시민이라는 것은 굉장한 자부심이었고,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최고의 권리였습니다. 로마 시민이 아닌 사람이 로마 시민이라고 거짓말을 할 경우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로마 시민권은 엄청난 효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을, 그것도 두 사람을 정식 재판도 하지 않고 매질을 하고 감옥에 가두었는 사실이 상부에 보고된다면 빌립보의 집정관들은 분명 문책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빌립보의 관리들은 바울 일행이 빌립보에 머물러 있는 것이 불안했을 것입니다. 바울 일행이 그곳에 남아 있는다면 ‘로마 시민권자를 정식 재판도 없이 매질을 하고 감옥에 가두었다.’는 소문이 금새 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빌립보의 집정관들은 엄청난 책임을 떠안아야 합니다. 그러니 사도 바울 일행이 조용히 빌립보에서 사라져 주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해서 빌립보를 떠난 사도 바울 일행은 암비볼리와 아볼로니아를 거쳐 당시 마게도냐의 주도인 데살로니가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데살로니가에서 베뢰아까지 갑니다. 오늘 본문까지 오는 과정을 지도로 잠깐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도 참조> 바나바와 헤어져 바울은 실라를 데리고 수리아 안디옥에서 아나톨리아 반도 내륙으로 선교를 떠났습니다. 루스드라에서 젊은 제자 디모데를 만났고, 그를 선교 동역자로 데리고 갑니다.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려다가 성령께서 막으시고는 드로아에서 환상을 보게 됩니다.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손짓하는 환상입니다. 그게 하나님의 부르심인줄 알고 마게도냐 지방으로 건너가 네압볼리를 거쳐 ‘마게도냐의 첫 성’이라고 불리는 빌립보에 이르게 됩니다. 이 빌립보에서 루디아에게 복음을 전했고, 감옥에 갇혀 기도하고 찬송하다가 간수와 그의 가족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빌립보에서 조용히 떠나길’ 간청하자 암비볼리와 아볼로니아를 거쳐 데살로니가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데살로니가 이후에는 베뢰아에서도 복음을 전합니다. 오늘 본문은 이 두 도시 데살로니가와 베뢰아에서 복음을 전한 이야기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데살로니가에서 복음을 전하는데, 감사하게도 마게도냐의 주도인만큼 데살로니가에는 유대인의 회당이 있었습니다. 데살로니가에 있는 회당에서 세 안식일에 걸쳐 성경을 강론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결과를 본문 4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중의 어떤 사람 곧 경건한 헬라인의 큰 무리와 적지 않은 귀부인도 권함을 받고 바울과 실라를 따르나.” ‘경건한 헬라인’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의 혈통이지만,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귀부인’은 데살로니가 지역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지도자들의 부인입니다. 복음전도에 상당한 열매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헬라인의 큰 무리와 적지 않은 귀부인들’이 바울과 실라를 따르자 유대인들의 마음에 시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유대인의 시기심은 데살로니가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제1차 선교여행 중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복음을 전할 때, 두 번째 안식일에 사도 바울의 말씀을 듣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회당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유대인들의 마음에 시기심이 가득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복음의 말씀을 듣는다면 더 없이 기쁜 일인데, 유대의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성경을 강론할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들자 오히려 시기심이 발동한 것입니다. 이후로도 사도 바울이 복음을 전할 때마다 박해를 받고 모욕을 당하고 고초를 겪게 된 가장 큰 이유,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아마도 유대인들의 시기심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 시기심이 그렇게 무섭습니다. 시기심의 결과가 무엇입니까? 시기심은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루스드라에서 유대인들의 충동으로 사도 바울을 돌로 쳐 죽이려 했습니다. 아마 오늘 본문도 사도 바울을 찾으려 한 것은 그를 죽이려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을 찾지 못하자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합니다. 시기심이란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해서 생겨나는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우리 안에 시기심이 생긴다는 것은 자신에게 결점이 있고, 자신이 그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장점마저 짓뭉개고 비난하면서 그를 짓밟으려 합니다. 결국에는 자신이 짓밟혀진 줄도 모른 채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시기심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에게 다른 재능을 주셨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는 그 사람만의 재능과 강점이 있고, 나에게도 그가 가지지 못한 나만의 장점과 재능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내게 주신 재능으로 최선을 다해 살면 결코 시기심에 포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재능으로 최선을 다해 살면 나는 하나님께 칭찬을 받고 나의 모습을 통해서 충분히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대인들은 그 시기심 때문에 성을 요란하게 만들었고, 어쩔 수 없이 사도 바울은 밤중에 몰래 데살로니가를 떠나야 했습니다. 10절에 등장하는 “밤에”라는 말은 그 상황이 아주 심각했음을 암시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밤중에 몰래 도망치듯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데살로니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온 곳이 베뢰아입니다. 그 베뢰아 사람들의 특징을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베뢰아에 있는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워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그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본문 11절)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단어는 ‘너그럽다’는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너그럽다’는 말은 ‘마음 씀이나 생각의 폭이 넓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이 말씀하고 있는 ‘너그럽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오늘 본문의 ‘너그럽다’는 말은 ‘고상하다, 관대하다, 편견이 없다, 신분이 높다, 귀하게 태어났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그들이 실제로 상당히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 본래적 의미는 마음이 넓다는 뜻입니다.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고, 욱- 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편견을 가지지 않는 마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단서가 붙습니다.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데살로니가 사람들보다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들, 마음이 고상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데살로니가 사람들이 어땠기에 그들과 비교한 것일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데살로니가에 사는 유대인들은 바울과 실라를 통해서 경건한 헬라인과 적지 않은 귀부인들이 예수를 믿게 되자 마음에 시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시장통의 불량배들을 동원하여 떼를 지어 성을 소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야손의 집에 침입하기도 했고, 읍장들 앞에서까지도 소리를 지르며 소동을 피웠습니다. 완전히 막무가내였습니다. 이런 데살로니가의 유대인들을 보노라면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베뢰아에서도 복음을 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베뢰아까지 달려와서 데살로니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을 선동하여 성을 요동치게 만듭니다. 그 데살로니가 사람들의 악행이 얼마나 극심했던지 그렇게 너그러운 베뢰아 사람들조차도 그들을 감당하지 못해 바울을 배에 태워 멀리 피신을 시켜야 했습니다. 베뢰아에서 아테네까지는 현재 육로로 이동한다면 거의 500km나 되는 먼 거리입니다. 그렇게 먼 곳으로 바울을 피신시킨 이유는 데살로니가 사람들이 더 이상 사도 바울을 따라와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반면 베뢰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맞는지 날마다 성경을 상고했습니다. 베뢰아 사람들도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의 말씀을 듣고 쉽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율법을 근거로 예수님이 메시아라고 전하는데, 말씀을 들을 때에는 정말 그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복음의 말씀을 듣었다고 곧바로 깨달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복음을 배척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되지 않지만, 그리고 아직 온전히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의 말씀이 맞는지 그들은 성경을 통해서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를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중에 믿는 사람이 많고 또 헬라의 귀부인과 남자가 적지 아니하나”(본문 12절) ‘그 중에 믿는 사람이 많았다’는 말씀은 율법을 깊이 묵상하면서 사도 바울이 전한 복음의 말씀이 합당함을 깨닫고 예수를 믿게 된 유대인들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유대인만 복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헬라의 귀부인과 헬라의 남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실라와 데모데가 베뢰아에 남겨졌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왜 바울은 동역자 실라, 그리고 아직 젊은 제자인 디모데를 베뢰아에 남겨놓았을까요? 베뢰아는 큰 도시가 아닙니다. 작은 소읍입니다. 그런데도 실라와 디모데를 그곳에 남겨두었습니다. 그것은 이곳이야말로 복음전도에 아주 적합한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처럼 마음이 너그러워 복음을 받아들이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베뢰아 사람들은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비록 데살로니가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잠시 소동하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고집불통처럼 막무가내식으로 복음을 거부하고 소동을 일으키는 데살로니가 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인품이 달랐고, 생각의 폭이 달랐습니다. 더 고상하고 너그러웠습니다. 그래서 복음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자기들 스스로 성경을 상고하면서 복음의 말씀이 진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데살로니가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베뢰아 성읍에 소동이 일어나자 재빨리 바울을 피신시켜 소동을 잠재웠습니다. 데살로니가가 마게도냐의 주도로서 큰 도시인 반면, 베뢰하는 작은 소도시였습니다. 데살로니가에서 도시의 강퍅함이나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한다면, 베뢰아 사람들은 시골의 정취나 인정이 묻어나는 목가적인 성품을 보여줍니다.

  여러분, 갈수록 도시화되어 가는 시대에 도시 문화에 젖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도시가 만들어낸 문화는 향락적이고 퇘폐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기적이고 극단적이며, 편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도행전의 선교여정이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복음은 늘 도시의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베뢰아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작은 소읍인 베뢰아 사람들은 마음이 너그러워 복음을 받았을 때 그것을 날마다 상고하며 스스로 옳음을 찾아가려 했습니다.

여러분, 베뢰아 사람들처럼 우리도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야 합니다. 도시의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가 너그러움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더욱 너그러운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17세기 청교도 신학자인 리처드 백스터(Richard Baxter, 1615~1691)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급한 사람이여, 조용히 앉아서 욥과 교제하십시오. 완고한 사람이여, 베드로와 모세의 기사를 자세히 읽으십시오. 유약한 사람이여, 엘리야를 만나십시오. 마음의 노래가 없는 사람이여, 다윗에게 들어보십시오. 정치가가 된 사람이여, 다니엘서를 읽으십시오. 실망과 암흑에 빠진 사람이여, 이사야를 읽으십시오. 마음이 차가워진 사람이여, 사랑의 사도 요한을 가까이하십시오. 신앙이 엷어진 사람이여, 바울을 주의해서 보십시오. 안일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여, 야고보서를 잊지 마십시오. 장래의 소망을 잃은 사람이여, 계시록에서 약속의 땅을 받으십시오.”

  여러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넓혀야 합니다. 영성(靈性)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성(人性)입니다. 아무리 영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사람됨을 갖추지 못하면 그의 영성은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좋은 인성 위에 신앙이 뿌리를 박으면 그의 신앙은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낼 것입니다.

  베뢰아 사람들처럼 마음이 너그러울 뿐만 아니라, 신앙에도 너그러움이 묻어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너그러움은 하나님의 성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실수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품어주시고 용납하시고 기다려주시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은 너그러움 그 자체입니다. 아버지의 성품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도 늘 너그러우셨습니다. 배신하는 제자들을 기다려주셨고,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도 품어주시며 다시 제자의 길을 가게 하셨습니다. 박해자였던 청년 사울에게 나타나셔서 “사울아 사울아!”라고 부르시더니, 그를 변화시켜 당신의 일꾼으로 사용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도 너그러움이 우리의 성품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나고, 그런 우리를 통해서 복음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 2024년 8월 2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