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말고 말하라!

< 본문 – 사도행전 18:1-28 >

“두려워하지 말라!” 이 말은 성경 전체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하늘의 음성입니다. 성경에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이 처음 선포된 곳이 창세기 21장입니다. 이삭이 태어난 후, 이복 형인 이스마엘이 이삭을 희롱하자 사라가 이스마엘과 그의 어머니 하갈을 쫓아냅니다. 쫓겨난 하갈은 브엘세바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물이 떨어지자, ‘이제 죽게 생겼다’고 대성통곡을 합니다. 그 때 하나님의 사자가 하갈에게 나타나서 “두려워하지 말라!”(창세기 21:17)고 말씀하십니다. ‘네가 쫓겨났지만 하나님께서 너와 네 아들을 지켜주시리라.’고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여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에 거의 도착할 즈음에 바산 왕 옥이 이스라엘에게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그를 두려워하지 말라!”(민수기 21:34)고 말씀하십니다. 바산 왕과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40여년 가까이 광야생활을 해 온 이스라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지만,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에 하나님께서 친히 바산의 군대와 싸우시겠다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모세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는 또다시 “두려워하지 말라”(여호수아 1:9)고 말씀하십니다. 모세의 수종자로 모세 곁을 지켰던 여호수아이지만, 이 많은 백성을 이끌고 견고한 성에 아낙 자손이 거주하고 있는 가나안 땅을 점령한다는 것은 분명 두려웠을 것입니다.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위대한 지도자 모세처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함께 할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신약성경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은 계속해서 선포되고 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후 예수님의 제자들이 먼저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어 큰 바람이 불어와 거센 파도를 일으키자 제자들이 온 힘을 다해 바다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바다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캄캄한 밤에 물 위를 걸어 자기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을 제자들은 유령인줄 알고 혼비백산했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마가복음 6:50)

  로마 황제에게 항소하여 죄수의 몸으로 로마를 향해 가고 있던 사도 바울에게도 하나님께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지중해를 가로질러 로마로 향해 가고 있을 때 유라굴로라는 광풍이 일어납니다. 무려 14일 동안이나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해도 보지 못한 절망의 상황에서 하나님께서는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사도행전 27:24)고 말씀하시며, ‘어느 누구도 생명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갈에게도, 모세에게도, 여호수아에게도 ‘두려워하지 말라!’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풍랑 가운데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제자들과 사도 바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세상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에게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 말씀은 불안하고 두려운 우리의 상황에 평강을 주시는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듣는 사람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초월하여 하늘의 권능과 평안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세기 최고의 영성가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은 그의 책 『생명의 징표들』에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은 ‘전적으로 새로운 존재 방식, 사랑의 집, 주님의 집의 존재 방식을 선언하고 있는 소리’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은 우리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두렵고 불의한 세상에 사는 우리로 하나님의 보호하시는 품에 안기게 하는 위로입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품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의 안식처를 만들어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오늘도 우리를 향해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두려워하지 마십시다. 아무리 세상이 불안하고 죄악이 가득하다 하더라도 세상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가난이 우리의 삶을 억누르고 우리의 목을 옥죄어 온다 하더라도 가난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길이 보이지 않고 열린 문이 하나도 없는 것같은 위기의 순간이라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맙시다. 모든 것에 해답이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내가 너를 지켜주마!’라고 약속하십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내 편이 되어주는 이 하나도 없어 홀로 외롭게 눈물을 흘릴지라도 두려워하지 맙시다. 임마누엘의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때론 실패할지라도, 때론 넘어질지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우리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는 하나님께서 기가 막힐 웅덩이와 깊은 수렁에서 우리를 끌어올려 주십니다. 특별히 믿음의 삶을 살려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답답한 일을 당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다가오시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하나님께서 사도 바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 여정 중 고린도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던 때입니다. 하나님의 지시로 마게도냐로 건너온 바울 일행은 빌립보를 거쳐 데살로니가와 베뢰아에서 복음을 전합니다. 베뢰아 사람들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사도 바울을 통해 선포된 말씀을 간절한 마음으로 받고, ‘그 말씀이 맞는지’ 날마다 성경을 상고했습니다. 그런 베뢰아는 복음이 선포되고 복음의 씨앗이 뿌리내리기에 너무나도 좋은 여건이었습니다. 어쩌면 사도 바울은 그곳에 더 오래 머물며 복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기심이 가득한 데살로니가 사람들이 베뢰아까지 몰려와서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하는 수 없이 사도 바울은 베뢰아를 떠나야 했고, 실라와 디모데를 베뢰아에 남겨놓은 채 멀리 아테네까지 피신해야 했습니다. 실라와 디모데가 오기를 기다리며 아테네 시내를 돌아다니던 중 아테네에 우상이 가득한 것을 보고 유대인의 회당과 장터에서 사람들과 변론합니다. 아마도 유대인들에게는 ‘거짓 우상이 만연된 이 도시에서 왜 침묵만 하고 있느냐?’고 따졌을 것이고, 헬라인들에게는 ‘왜 거짓된 우상에 노예가 되어 살고 있느냐?’고 따졌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알지 못하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제단을 보고, 그것을 매개로 해서 헬라인들이 알지 못하는 신, 우리의 참된 아버지가 되시는 하나님과 그분이 보내신 메시아 예수님에 대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인 고린도에 가게 됩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입니다. 그들은 로마에 살다가 주후 49년 경 글라우디오 황제에 의해서 유대인들이 로마에서 추방당할 때 고린도로 왔습니다. 천막을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던 아굴라 부부와 바울은 천막 만드는 일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그 때 아굴라 부부가 믿는 사람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예수 믿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예수믿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을텐데, 그런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이미 예수 믿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아굴라 부부가 사도 바울과 함께 일하면서 더 좋은 제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본문 18절에 의하면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서 1년 6개월 동안 복음을 전하다 고린도를 떠날 때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도 함께 했습니다. 그들 부부가 사도 바울과 함께 했다는 말은 천막 만드는 일을 같이 하기 위함이 아니라 복음 사역을 함께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 잠시 머물고 안디옥으로 돌아갈 때 아굴라 부부는 에베소에 머물며 사도 바울 대신 복음을 전했고, 아볼로에게 더 깊은 복음의 진리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사도 바울은 그 아굴라 부부를 가리켜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숨까지도 내놓았다.’(로마서 16:4)고 말합니다. 그 정도로 사도 바울의 좋은 동역자가 되었습니다.

고린도에 가서 사도 바울은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라는 좋은 동역자를 만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베뢰아에 남겨두고 왔던 실라와 디모데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 5절은 사도 바울이 실라와 디모데를 다시 만났을 때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혀 유대인들에게 예수는 그리스도라 밝히 증언했다.’고 말씀합니다. 그 이야기를 거꾸로 하면 실라와 디모데가 오기 전까지는 담대히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주저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라와 디모데가 오자 사도 바울은 용기를 내어 담대하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실라와 디모데가 오자 왜 그렇게 담대해졌을까요? 아마도 실라와 디모데가 가지고 온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가야 지방으로 내려오기 전에 들렸던 빌립보나 데살로니가, 그리고 베뢰아에서는 결코 오랜 시간 머물지 못했습니다. 잠시 동안 머물며 복음을 전하다가 쫓겨나듯 그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런데 짧은 시간 복음을 전한 그곳에서 놀라운 복음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짧은 시간 복음을 전했기 때문에 그곳에 믿음의 사람들이 박해를 잘 견디고 있을지, 또 교회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을지 걱정했는데, 실라와 디모데가 들려준 말에 의하면 그곳에 믿음의 역사가 놀랍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음 전도에 큰 열매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곳에서 하나님의 역사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듣자, 사도 바울이 용기를 얻은 것입니다. 실라와 디모데가 오기 전에도 사도 바울은 안식일마다 유대인의 회당에서 강론하며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린도에서 계속 복음을 전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간의 생각과 달리 하나님께서 놀라운 복음의 역사를 이루신다는 것을 듣자 용기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 지금 당장은 예수 믿는 사람이 생기지 않지만 계속 복음을 전하자. 그러면 하나님께서 열매를 맺게 하실 거야!’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바울을 향한 비방과 박해는 계속되었습니다. 본문 6절입니다. “그들이 대적하여 비방하거늘.” 그들의 비방과 적대행위가 얼마나 심했던지 사도 바울은 옷을 털면서 “너희 피가 너희 머리로 돌아갈 것이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거의 저주에 가까운 심판을 선언하는 말입니다. 그리곤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회당장 그리스보를 비롯한 여러 고린도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게 됩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주께서 환상 중에 바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본문 9절) 여러분, 왜 주님께서 사도 바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지금 사도 바울이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고 하셨을까요? 사도 바울이 계속해서 복음을 전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사도 바울은 마음이 단단히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계속 복음을 전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고린도 안에는 사도 바울을 대적하고 심지어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10절에서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어떤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은 대적하는 사람이 많지만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지켜줄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히 복음을 전하라’는 것입니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많은 대적들이 비방하고 위해를 가하려 한다 하더라도 결코 주눅들지 않던 사도 바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복음을 전하면서 보여준 바울의 태도가 늘 그랬습니다. 제1차 선교 여정 때 루스드라에서는 돌에 맞아 죽은 줄 알고 성밖에 버려졌지만, 그는 훌훌 털고 오히려 자기들을 돌로 친 루스드라 성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던 사도 바울입니다. 제2차 선교 여정 때에도 빌립보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기는 수치를 당하고, 죽도록 매를 맞고 차꼬에 채워져 깊은 감옥에 갇혔어도 오히려 기도하고 찬송했던 사도 바울입니다. 데살로니가를 거쳐 베뢰아에서도 유대인들의 떼를 지어 박해하고 위협을 가해도 결코 낙심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런 사도 바울인데, 왜 고린도에서는 그렇게 마음이 낙심된 것일까요? 복음의 열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좋은 동역자도 있었습니다.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만났고, 베뢰아에 머물던 실라와 디모데도 고린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 동역자들로 인해 사도 바울은 담대히 복음을 전했습니다. 유대인들의 대적과 비방이 있긴 했지만 유대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회당장 가운데 한 사람인 그리스보와 그의 가족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수많은 고린도 사람들도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건 복음에 큰 열매입니다.

  그런데도 사도 바울은 두려웠고, 고린도에서 복음을 계속 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갈등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사도 바울을 두렵게 만든 것일까요? 그를 대적하는 유대인일까요? 아니면 복음의 열매가 없다는 절망감 때문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엘리야의 모습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450명과 세기의 대결을 벌입니다. 바알이 진짜 신인지, 여호와 하나님이 진짜 신인지, 알아보기 위해 제단을 쌓아놓고 그 제단에 불로 응답하신 이가 진짜 신이라고 말입니다. 그 결과 여호와 하나님께서 불을 내려 제단을 태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진짜 신임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곤 거짓 우상을 섬기는 바알의 선지자 450명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왕비 이세벨이 엘리야 선지자를 죽이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엘리야가 도망을 칩니다. 광야로 도망친 후에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하나님께 ‘이제 자신을 죽여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세벨의 손에 죽느니 하나님께서 생명을 거둬가시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러분, 왜 엘리야는 그렇게 초라해진 것일까요? 불과 하루 전에 450명의 바알 선지자와 대결할 때에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살아 계신 참 신임을 알기에 바알 선지자들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불을 내려 응답하셨습니다. 그런데 단 하룻만에 엘리야는 왕비의 위협 앞에 마음을 졸이는 쫄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그래서 하나님께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정하는 그런 쫄보 말입니다.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던 선지자가 죽음을 간청하는 쫄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단 하룻만에 말입니다.

여러분, 이게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아무리 믿음이 견고하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엔가 스스로 무너져내리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 모세도 한 때 그랬고, 하나님께서 그렇게도 기뻐하시고 사랑하셨던 다윗 왕도 한 순간에 무너졌던 적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한 불의 선지자 엘리야도 쫄보가 되었고,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도 여종 앞에서 세 번씩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연약합니다. 아마 오늘 본문의 사도 바울 역시 그랬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힘든 일 참 많이 겪었습니다. 아시아에서 복음을 전하지 못하도록 막으시는 성령으로 인해 마음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빌립보에서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비록 감옥에서 기도하고 찬송함으로 그 어려움을 이겨냈지만, 데살로니가와 베뢰아를 거치면서 힘든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린도에서도 유대인의 대적과 비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순식간에 사도 바울도 무너져내린 것입니다. 마음이 약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바울에게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침묵하지 말고 담대히 복음을 말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아직 네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위로와 격려 덕분에 사도 바울은 1년 6개월 동안이나 고린도에 머물며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도 신앙생활 잘 하다가 어느 순간 내 자아가 무너지는 것 같은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문제 때문에, 때로는 예상치 못한 질병 때문에, 때로는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남겨진 것같은 느낌 때문에,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괜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신앙의 길에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순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다. 하갈에게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모세에게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여호수아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를 찾아오셔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나야, 걱정하지 마, 두려워할 것 없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도 바울에게 ‘두려워 말고 말하라’고 말씀하시며 사역을 계속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나타나셔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담대히 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힘 주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오거든 주님을 바라보십시다. 우리에게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십시다. 그러면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시 뛰어갈 용기가 생겨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주님을 위해 힘써 살아가려 하는 우리가 낙심될 때 책망하지 않으시고,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함께 하마.’라고 말씀하시며 용기를 주십니다. 그 주님의 손을 꼭 붙드십시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주님께서 주신 사명의 길을 담대히 가십시다. 두려워하지 말고 말입니다.

< 2024년 9월 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