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 본문 – 사도행전 20:1-16 >

우리가 살면서 가는 길에는 그 성격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가야만 하는 길도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도 있습니다. 또한 가야 하는 길에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 있고,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길이 있습니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길은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내가 선택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면 내게 선택권이 없습니다. 꼭 가야만 하는 길에도 어떤 길은 즐겁게 갈 수 있는 길도 있고,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만 하기에 억지로 가는 길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힘들지만 가고 싶은 길도 있고, 힘들기에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하기에 가는 길도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인생길은 어떤 길입니까? 죽지 못해 산다고 생각한다면 가기 싫지만 가야만 하기에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힘들더라도 어차피 가는 길이기에 즐겁게 생각하며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 즐겁고 설레고 기대가 되어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매일 즐겁고 설레고 기대가 되는 날들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버티며 살아갑니다. 그 삶을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산다면 힘들더라도 그 삶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기에 그저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생각한다면 그 삶은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을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누가복음 9:51) 예수님께서 마지막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은 ‘굳게 결심하시고’ 올라가셔야 했습니다. 왜 성경은 예수님게서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으로 가셨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말씀 바로 전에 변화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변화산에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거기에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누가복음 9:31)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 이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거기에서 죽음을 맞이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죽는 것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최소한 3번은 반복해 말씀하신 것처럼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시는 것’(마태복음 16:21)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붙들려 불법 재판을 받으시고 채찍에 맞으셨을 뿐만 아니라, 당시 가장 치욕스럽고 가장 고통스러운 십자가에 죽으시는 것입니다. 고난과 십자가에 죽음, 바로 그것이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은 죽음을 향해 가시는 길입니다. 당신 자신이 고난을 받고 죽는다는 것을 아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고 싶으셨을까요? 예수님도 인간의 심성을 갖고 계신 분이기에 당연히 그 길을 가고 싶지 않으셨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것처럼 가능하면 십자가라는 죽음의 잔을 피하고 싶으셨습니다. 그러나 가기 싫다고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피한다고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길을 가기로 하셨습니다. 굳게 결심하시고 말입니다. 굳게 결심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기에, 굳게 결심하시고 가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은 비록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과 같진 않지만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제3차 선교여정을 기록한 사도행전의 기록의 핵심은 에베소에서의 사역이었습니다. 19장에 에베소에서 3년 동안 머물며 사역했던 이야기를 길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에베소를 떠난 이후의 기록인데, 그 기록의 핵심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목에서 있었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록들은 아주 간단하게 요약할 뿐입니다.

  에베소를 떠난 바울 일행은 마게도냐로 건너가 제자들을 권면했습니다. 아마도 2차 선교여행 때 복음을 전했던 빌립보, 데살로니가 베뢰아 등에 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문 2절의 말씀처럼 헬라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헬라까지 갔다는 것은 고린도에 갔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성경학자들은 이 때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 가서 3달 동안 머물면서 로마에 있는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 ‘로마서’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마게도냐나 헬라라고 표현된 아가야 지방까지 가서 형제들을 권면하고 로마서를 쓰는 등 사도 바울의 사역에 굉장히 중요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다 생략했습니다.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6절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아시아에서 지체하지 않기 위하여 에베소를 지나 배 타고 가기로 작정하였으니 이는 될 수 있는 대로 오순절 안에 예루살렘에 이르려고 급히 감이라.” 지금 예루살렘으로 가는 사도 바울의 마음이 조급하다는 것입니다. 빨리 예루살렘에 가고 싶었습니다. 가능하면 오순절 안에 예루살렘에 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의 마음이 왜 그렇게 급했을까요? 오늘 본문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사도 바울의 행적에 중요한 세 가지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바울과 함께 한 동역자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헬라에서 배를 타고 수리아로 가려고 했는데, 유대인들이 사도 바울을 죽이려 한다는 정보를 얻고는 배를 타고 가지 않고 육로를 통해 마게도냐로 돌아갔습니다. <지도1>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고린도에서 수리아까지 배를 타고 간다면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지도의 빨간 선이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방법입니다. 물론 아주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 <지도2> 그런데 사도 바울은 육로를 통해서 가야했기에 북쪽으로 올라가 더 멀리 돌아가야 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굉장히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가 언제나 그런 것처럼, 빨리 배를 타고 수리아 안디옥으로 가려던 계획이 틀어져 육로로 멀리 돌아서 가야 했지만 거기에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총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동역자들이 동행했다는 것입니다. 4절의 말씀처럼, 아시아까지 가는 동역자 7명이 있었습니다. 베뢰아 사람 소바더, 데살로니가 사람 아리스다고와 세군도, 더베 사람 가이오, 그리고 사도 바울의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 아시아 사람 두기고와 두로비모입니다. 이들이 함께 갔다는 것은 각 지역의 대표자와 같은 임무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에 빨리 가려고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 지역의 교회에서 헌금한 것을 예루살렘 교회에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당시 예루살렘은 오랜 가뭄과 흉년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마게도냐와 아가야 등 여러 교회에서 예루살렘 교회를 위해 구제헌금을 모아 주었고, 그것을 빨리 전달함으로 성령강림절인 오순절을 풍요롭게 지내게 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성령의 열매로 이방 지역에서 이런 귀한 동역자들이 생겼음을 예루살렘 교회에 알려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고난과 박해 가운데서 복음을 들었고, 복음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사도 바울처럼 복음을 위해서는 복숨을 내어놓을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생길에 큰 힘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은혜 안에서 내가 성숙하여 하나님께 영광이 될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라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한다 하면서 나 자신의 신앙에 안주하거나 만족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우리를 통해서 연약한 자가 힘을 얻고, 나의 작은 수고와 희생을 통해서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 위로를 얻어야 합니다. 본문 4절에 나오는 7명은 사도 바울에게 뿐만 아니라, 가뭄과 흉년으로 인해 고통 가운데 있던 예루살렘 교회 공동체에도 큰 힘이 되었던 사람들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빨리 가고 싶어 하던 사도 바울이지만 드로아에서 7일을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드로아에서 있었던 한 가지 중요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 7-12절입니다. 드로아를 떠나기 전날, 밤늦게까지 말씀을 듣던 유두고라는 청년이 졸다가 3층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청년을 품에 안은 사도 바울은 그 청년에게 생명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성경의 표현대로 정말 죽었는데 다시 살아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결말인 12절의 말씀처럼, 그 살아난 청년으로 인해 사람들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쩌면 가장 큰 위로를 받은 사람은 사도 바울이었을 것입니다. 여러분,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때, 가서 예루살렘 성도들로부터 선교하느라 수고 많았다고 칭찬받고 대접받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22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이제 나는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는지 알지 못하노라.” 그것은 24절의 말씀처럼 ‘생명을 내어놓는 일’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1:11절에 보면, 가이사랴에 도착했을 때 아가보 선지자가 바울을 향해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에 결박당하고 이방인의 손에 넘겨질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러자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했다’(21:13)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에 올라가는 길이 고난의 길이요, 심지어 죽음의 길이 될 수 있음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길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그 죽음의 길, 십자가의 길과도 같은 그 길을 가는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유두고 사건이 말해줍니다. 죽은 자 같으나 살아나는 것, 그것이 믿음의 길이요 사명의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말씀을 듣던 중 졸다가 떨어져 죽은 유두고를 살려주신 하나님께서 복음의 사명을 위해 가는 자신의 길을 지켜주신다는 확신을 얻었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죽음을 무덤에 방치하지 않으시고 부활로 다시 살아나게 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살리신 것처럼 유두고도 살리셨고, 이제 죽음을 각오하고 가는 자신도 보호해 주실 것입니다.

  유두고의 죽음과 다시 살아남은 사도 바울 자신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유두고의 사건을 통해서 용기를 얻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박과 환란과 죽음이 기다린다 하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가던 것입니다.

이어 나오는 13절 이하의 말씀은 드로아에서 밀레도까지 가는 여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 중에서 조금 낯선 이야기가 나옵니다. 분명 16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어떻게든 오순절 전에 예루살렘에 가기 위해서 서두르고 있는 사도 바울인데, 13절에 보면 사도 바울은 드로아에서 앗소까지 걸어갑니다. 드로아에서 앗소까지의 거리는 약 60여km나 됩니다. 빠르게 걸으면 이틀, 천천히 걸으면 3일은 걸어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했던 사도 바울이 왜 배를 타고 가면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2-3일에 걸쳐 걸어서 갔는가 하는 것입니다. 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13절에 말씀한 것처럼, 다른 사람은 배를 타고 가고 사도 바울 홀로 걸어서 간 것은 사도 바울이 정해준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사도 바울은 배를 타고 빨리 가지 않고 걸어서 천천히 갔을까요? 여러분, 당시 드로아에서 앗소까지 걸었던 사도 바울을 생각해 보십시다. 당시 사도 바울은 인생의 노년에 접어든 나이였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건강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가 그 먼 길을 홀로 걸어간다는 것은 분명 힘든 길이었을 것입니다. 오순절이 가까워졌다면 봄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입니다. 낮에는 지중해 해안에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이고 있었을 것입니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가다가 배가 고프면 마른 빵을 꺼내 뜯어먹어야 했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되면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길가 어디에선가 노숙을 해야 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의도적으로 그런 길을 홀로 걸으려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여러 동역자들 틈바구니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를 경험하기도 했겠지만, 조용히 홀로 하나님과 독대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합심하여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론 조용히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하나님의 품 안에 안기는 것같은 고요함도 경험해야 합니다. 믿음의 동역자들과 으싸으싸하며 서로 격려하며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론 조용히 홀로 하나님의 깊은 사랑 속에 들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5천 명 군중들의 틈바구니에서 말씀을 전하셨지만,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신 후에는 ‘혼자’ 산으로 가셨습니다.(요한복음 6:15)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도 40일간 광야에 홀로 들어가 하나님과 독대하며 사역을 준비하셨고, 12명의 사도를 선택하여 전도자로 파송하시기 전에도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홀로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 세미한 음성 가운데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 홀로 하나님 앞에 서는 시간 말입니다. 특별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면 더더욱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사도행전 20:24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전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사도 바울이 이렇게 죽음을 각오하고 복음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드로아에서 앗소까지 걸으며 가졌던 하나님과의 독대의 시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드로아에서 앗소까지 걸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분명히 확인하고, 또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게 된 사도 바울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표현들을 잘 보십시오. 앗소에를 배를 타고 미둘레네로, 거기서 떠나 이튿날 기오 앞에, 이튿날 사모에 들르고, 그 다음날에 밀레도에 도착했습니다. 하루도 멈추지 않고 거침없이 예루살렘을 향해 가고 있는 긴박함을 보여주는 표현들입니다. 2-3일 동안 홀로 걸으며 하나님과 독대했던 사도 바울에게 이제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 일정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성경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빨리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때론 천천히 가야할 때도 있습니다. 여럿이 힘을 내 함께 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론 홀로 조용히 하나님을 묵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홀로 있는 것이 외로움이 아닙니다. 때론 천천히 가는 것이 늦는 것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사도 바울의 걸음에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 걸림돌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지금 가고 계신 길이 힘들다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해 답답하진 않으십니까? 홀로 있어 너무 외롭다고 생각하진 않으십니까? 내 곁에 있는 동역자를 바라보며 힘을 내십시다. 내 사역의 열매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힘들었던 순간 속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는 길에 희망도 없고 힘들어 죽을 것만 같더라도, 부활로 승리하신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죽음의 길과 같은 길에 생명의 은혜를 불어넣어 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다. 드로아를 떠나기 전날 유두고를 살려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때론 홀로 남겨진 것 같다면 그 순간이 하나님과 독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잊지 마십시다. 홀로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면 나가야 할 길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결박과 환란과 죽음의 장벽 앞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담대하게 갈 용기가 생깁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을 죽이려는 유대인들 때문에 멀리 돌아서 가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귀한 동역자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죽음조차 이기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고, 홀로 걸으며 하나님과 깊은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가는 길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어떤 어려움도 넉넉히 이겨낼 힘을 얻었습니다. 때로 우리가 가는 길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아닐지라도, 거기에서 더욱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이든, 주님과 한 걸음 한 걸음 동행하며 나가십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달려갈 힘을 주실 것입니다.

< 2024년 10월 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