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사람들의 시선

< 본문 – 사도행전 3:1-10 >

우리가 잘 아는 나태주(1945-)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는 짧지만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줍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짧은 시는 나태주 시인이 계룡산 기슭의 작은 산골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 아이들에게 자주 해 주던 말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이 말이 읊어지던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시골 조그마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깔깔대며 웃고 뛰놀고 있습니다. 거기에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 같은 교장 선생님이 지긋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 하나하나의 얼굴에 그의 시선이 따라갑니다. 그리고 때때론 학교 운동장 한 켠에 있는 등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름을 불러가며, 요즘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으면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춥니다.

  그런 교장 선생님이 개설한 글짓기 반에 현명이라는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현명이가 교장 선생님의 글짓기 반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도 뜻밖이었습니다. 현명이는 공부가 조금 모자라고 다소 엉뚱한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버스에서 항상 같은 자리에만 앉고, 다른 사람이 먼저 와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비키라는 듯이 고집스럽게 곁에 서 있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온통 여자아이들뿐인 교장 선생님의 글짓기 반에 들어온다는 것은 너무나도 의외였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그런 현명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현명이의 눈높이에서 대해 줍니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그런 현명를 뭐라하지 않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서 공부를 하다가 아이들이 풀꽃을 그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교장 선생님은 ‘풀꽃을 그리려면 우선 마음에 드는 풀꽃 하나를 골라, 그 앞에 앉아서 자세히 꽃을 들여다보아야 한단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풀꽃이 사랑스워진단다.’라고 말해 줍니다. 그리곤 교장실로 들어와서 이렇게 썼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리고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그날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장 선생님에게는 예쁘고도 사랑스러운 풀꽃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현명이가 풀꽃이었고, 하림이가 풀꽃이었고, 다른 아이들도 풀꽃이었습니다. 제각기 모양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풀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짧지만 아름다운 시 ‘풀꽃’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아무리 이상하게 보여도 자세히 보면 예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오래 보면 사랑스럽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보아야 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보면 그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고, 그를 내 마음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사람들의 눈길에 스쳐지나가듯 보여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40여 년 동안 그런 존재로 살아왔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문이 있었습니다. 미문(美門)! 이 문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Josephus, 37-100년 경)는 이 문을 ‘은으로 도금되고 금으로 장식한 성문들보다 훨씬 더 진귀한 성문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문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높이가 23m에 이르는 거대하고 웅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본래의 이름 대신에 ‘아름다운 문’(미문)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문 앞에 결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40여 세의 젊은 청년이 구걸하며 앉아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름답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그 사람이 그 문 앞에서 구걸하고 있다는 그 현상 자체가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나면서부터 걸어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가 그를 그곳에 데려다주어야만 그곳에 올 수 있었고, 그는 날마다 그 문에 와서 구걸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면서부터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사람, 평생 그 장애를 안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 자기의 몸조차 건사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만 그 자리에 올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매일 거기에서 구걸하고 있지만,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문을 통해 성전에 들락거림에도 아무도 그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그 앞을 지나가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그저 지나가는 행인으로 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날은 달랐습니다.

오늘 본문에 ‘본다’는 단어가 네 번에 걸쳐 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3절에는 “그가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에 들어가려 함을 보고 구걸하거늘”이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다’(εἴδω)라는 말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기에 쳐다본 것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베드로와 요한일줄 알고 쳐다본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떤 사람이 지나가니까 그냥 눈길이 간 것뿐입니다. 그리곤 영혼 없는 말투로 구걸합니다. “한푼만 주십시오!” 성전을 들락거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늘 하던 그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그를 다르게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입니다. 4절에서 말씀합니다. “베드로가 요한과 더불어 주목하여(보고) 이르되 우리를 보라 하니.” 베드로와 요한이 구걸하는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습니다. 여기서 베드로가 요한과 더불어 ‘주목했다’(ἀτενίζω)는 말은 뚫어지게 집중해서 보았다는 뜻입니다. 그에게 빠져들 정도로 응시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베드로와 요한도 성전을 출입할 때마다 그 걸인이 구걸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그 걸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물론 �돗沮側� 쳐다보는 그 시선은 그를 경멸하기 위한 시선이 아닙니다. 그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쳐다보는 시선입니다.

  우리서 우리가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언가에 집중하여 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멈추어 서는 것입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야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라보아야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그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쳐다보아야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도 같은 의미입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서서 자세히 볼 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걸인을 그런 눈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게 자세하게 집중하여 누군가를 바라볼 때 거기에 기적이 일어납니다. 평소에는 성전을 출입할 때 보이지 않던 걸인을 집중하여 바라보니까 그에게 뭔가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니 뭔가를 해 주어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베드로와 요한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성령께서 주시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를 보라!” 여기 ‘보라’(βλεπω)라는 말은 관심을 갖고 쳐다본다는 뜻입니다. 이전엔 걸인이 지나가던 베드로와 요한을 그저 지나가는 행인의 하나로 쳐다보았다면, 이제는 주목하여 보라는 것입니다. 그저 멍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를 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집중하여 보았듯이 당신도 우리를 집중해서 보라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걸인이 베드로와 요한을 쳐다보았습니다. 5절입니다. “그가 그들에게 무엇을 얻을까 하여 바라보거늘.” 여기서 ‘바라본다’(ἐπεχω)는 말은 뭔가를 기대하면서 주목하여 본다는 뜻입니다. ‘우리를 보라’는 베드로와 요한의 말에 걸인은 ‘이들이 나에게 뭔가 적선을 하려는가 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뭘 줄까 기대하며 베드로와 요한을 쳐다본 것입니다.

  그렇게 베드로의 눈과 걸인의 눈이 서로 마주보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주목하여 보게 된 것입니다. 서로 의미하는 바는 달랐지만 그들의 눈이 서로 마주쳤습니다. 성경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 서로 바라보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을 것입니다.

걸인을 바라보는 베드로의 시선과 베드로를 바라보는 걸인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그리고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의 긴장 속에서 베드로가 이렇게 말합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6절) 그리곤 걸인의 오른손을 붙잡아 그를 일으켰습니다. 그랬더니 4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던 앉은뱅이가 일어나 걷게 됩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걸인을 주목하여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 무엇이 들어왔을까’ 하는 것입니다. 분명 그들의 눈에 단순히 뭔가 적선을 바라는 불쌍한 걸인의 모습만 보였다면, 그들은 걸인을 그렇게 주목하여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늘상 보아왔던 걸인이기에 주머니에서 이 걸인에게 줄 수 있는 뭔가가 손에 잡히는지 뒤져보았다면, 굳이 그렇게 주목하여 볼 이유가 없습니다. 걸인을 보면서 뭔가 마음에 끌리는 것이 있기에 주목하여 보았고, 주목하여 보면 볼수록 그 걸인이 한없이 불쌍히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게 바로 성령께서 주시는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분명 베드로와 요한은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은과 금 뿐만 아니라 걸인에게 적선할 동전조차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것처럼, 그냥 지나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베드로와 요한의 마음을 강하게 끄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성령의 감동입니다. 그들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걸인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집중하여 주목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그 걸인에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했습니다. ‘주머니에 적선할 뭔가가 전혀 없는 지금, 왜 성령께서 걸인에게 집중하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니 분명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뜻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선포했습니다. 그들에게 나사렛 예수의 이름, 그에 대한 믿음만은 충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베드로와 요한은 성령의 사람이었습니다. 성령의 사람은 성령의 세미한 이끄심에 순종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실 때 가장 먼저는 그곳에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십니다. 뭔가 새롭게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것, 이전까지는 내게 관심조차 없었던 것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곳에서 뭔가를 이루실 하나님의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다가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에 주신 감동일 수 있습니다. 뭔가를 생각하다가 번뜩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서선을 두라는 하나님의 사인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우리의 눈에 크게 보인다면 더욱 집중하여 보라는 하나님의 계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마음이라면 우리는 그곳을 더욱 집중하여 보아야 합니다. 평소에 보았던 눈이 아니라, 평소에 대충 보고 넘겼던 그런 마음이 아니라, 집중하여 바라보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멈추고 서서 그곳에 집중해서 보아야 합니다. 집중해서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보일 것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40여 평생 단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걸인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집중하여 바라보니까 그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에게 해 주시고 싶어하시는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한 일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걸인을 일으켜 걷게 한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걸인이 일어나 걷기를 원하시지만 베드로 자신에게는 그를 일으켜 세울 능력이 없습니다. 능력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있습니다. 그래서 담대하게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뭔가를 하려 하실 때 언제나 당신의 이름으로 하길 원하십니다. 때로는 이미 내게 주신 것 가운데 하나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을 하게 하시고, 때로는 내게 주어지지 않았을지라도 오직 주님의 이름으로 그 일을 하길 원하십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행하려 할 때 내 손에 무엇이 주어져 있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걸 사용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릴 때, 그에게 필요한 것은 사울 왕이 입었던 갑옷이나 그가 차고 있었던 칼이 아니었습니다. 다윗이 평소 양을 칠 때 사용하던 물매였습니다. 아주 보잘것없고 평범한 바로 그 물매를 사용하여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리게 하셨습니다. 다윗에게 있는 물매마저 없어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주님의 능력으로, 나의 지혜가 아니라 십자가 주님의 사랑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담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선포해야 합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선포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선포될 때 하나님께서 능력으로 역사하셨습니다. 그래서 앉은뱅이 걸인이 일어나 걸을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한 또 하나의 일은 걸인을 향하여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붙잡아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만 선포한 것이 아니라, 베드로는 행동했습니다.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걸인의 오른손을 붙잡고 힘껏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랬더니 앉은뱅이 걸인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선포된 순간 그 손은 베드로의 손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의 손길이었습니다. 평범한 베드로의 손을 통해 십자가의 능력이 걸인에게로 흘러들어가, 앉은뱅이 걸인이 일어나 뛸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분명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손을 내밀 때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이 흘러갑니다. 우리가 주님의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고침받은 걸인은 너무 기뻐 성전으로 뛰어 들어가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그것은 그의 일생에 첫 번째로 맛본 참된 기쁨이었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성전에 들어가 본 적이 없습니다. 늘 성전 미문 앞에까지만 왔을 뿐입니다. 그는 그날처럼 기쁘게 하나님을 찬송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처럼 감격스러웠던 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마도 성전 미문에 앉아서 구걸하면서 걸어서 성전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늘 부러웠을 것입니다. ‘나도 저들처럼 성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날은 결코 없을 거야.’라고 자포자기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는 다른 이들처럼 성전에 들어갔고, 성전에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감격에 겨워 하나님을 찬송했습니다.

여러분, 이 모든 것은 멈추고 서서 앉은뱅이 걸인을 지긋한 눈길로 바라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은 앉은뱅이 걸인에게 베드로와 요한의 눈길이 닿았고, 멈추고 서서 그를 바라볼 때 성령께서 그들을 통해 역사하셨습니다.

  예수의 사람들, 성령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게 하신 것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눈길을 주시는 곳에 우리의 눈길이 닿아야 하고, 하나님께서 멈추어 서신 곳에 우리도 멈추어 서서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멈추고 서서 자세히 보면 아름답지 못했던 곳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멈추고 서서 오래 보고 있으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사랑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멈추고 서서 주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주님께서 그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나를 통해서 그에게 주님의 은혜와 능력이 흘러가길 원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의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붙잡아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 때때로 가던 길을 멈추고 서 보십시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삶에 잠시 쉼을 주면서 말입니다. 너무 바삐 살던 탓에 미처 자세히 보지 못했던 가족이나 이웃을 멈추고 서서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십시다. 함께 예배드리면서도 예배가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빠 서로 바라보지 못했던 교우들을 조금 더 오랫동안 바라보십시다. 그러면 그들에게서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예쁘고 사랑스런 매력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십시다. 그러면 주님께서 바라보시는 이를 우리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를 조금 더 오랫동안,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십시다. 그러면 주님이 사랑하시는 그의 모습을 우리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에게 주님께서 무엇 하기를 원하시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이, 성령의 감동이 우리로 그것을 알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선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을 때 우리의 손을 통해 주님의 사랑과 능력이 그에게 흘러 들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도구가 되어서 말입니다.

  성령의 사람은 주님의 시선을 갖고 사는 사람입니다. 주님이 바라보시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주님께서 손 내미시는 곳에 내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내 시선과 내 손을 통해 오늘도 주님께서 역사하십시다.

< 2024년 2월 11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