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자입니까?

< 본문 – 사도행전 6:1-15 >

미국의 카일 아이들먼(Kyle Idleman) 목사님이 쓴 『팬인가, 제자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 붙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은 예수님의 제자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제자가 아니라 단순히 예수님의 팬(fan)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자로 살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기 위해 쓴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팬과 제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를 통해서 간략하게 생각해 보십시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자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을 따랐다고 해서 모두가 제자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때, 갈릴리 호수를 건너편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엄청나게 많은 무리가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예수님을 그들을 반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은 ‘어제처럼 또 떡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으로 예수님께 온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예수님께서 어려운 말씀을 하시자 예수님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때의 상황을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요한복음 6:66)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말씀이 맘에 들지 않자 예수님을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과연 제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왜 그들을 제자인데 제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 예수님의 팬과 예수님의 제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예수님의 제자나 예수님의 팬 모두 예수님을 따릅니다. 그러나 제자는 주님을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지만, 팬은 희생의 자리에는 가지 않습니다. 즐기기만 바랄 뿐입니다. 제자는 십자가의 길을 가야할 때 힘들고 고통스러운 그 길일지라도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 기꺼이 고난의 길을 갑니다. 그러나 팬은 상처를 받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그것을 회피합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고 좋은 조건이 아니면 언제든지 그 자리를 떠나고 맙니다. 제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라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려 하지만, 팬은 책임의 자리가 아니라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요구조건을 내세우기만 할 뿐입니다. 제자는 손해 본다 하더라도 주님이 원하신다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지만, 팬은 자기의 이익이 주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뒤돌아설 수 있습니다. 가롯 유다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팬은 책임의 자리, 고난의 자리, 희생의 자리에 서려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 중심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다. 지금 우리는 제자입니까? 팬입니까? 카일 아이들먼 목사님은 이것이 ‘인생에서 가자 중요한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신앙의 길을 걷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다시 한 번 해 보십시다. 나는 지금 예수님의 팬입니까, 제자입니까?

예수님께서 주님을 따르는 우리들에게 바라시는 것은 팬이 아니라 제자입니다. 언제든지 주님을 떠날 수 있는 팬이 아니라, 주님의 뒤를 따라 기꺼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제자이기를 원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태복음 16:24) 이것이 주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기대하시는 제자의 길입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곧 제자를 삼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태복음 28:19-20)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말씀은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 믿음의 사람은 모두 제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팬이 아니라 제자 말입니다.

  그러면 팬이 아닌 제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사는 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제자다운 삶을 사는 것일까요?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팬이 아닌 제자로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 때에 제자가 더 많아졌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자는 예수 믿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산헤드린 공회를 중심으로 한 종교 권력자들에 의해서 두 번이나 위협을 당하고, 살기를 느낄 정도로 협박이 가해졌습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의 사도들과 성도들은 그런 위협과 박해를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또 한마음으로 서로 교제하면서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박해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능욕 받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엄청난 신앙인의 특권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능욕 받는 것이 ‘제자’임을 임증하는 증표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교 권력자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위협한다 하더라도 복음을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산헤드린 권력자들이 교회와 사도들을 위협하고 박해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예수 믿겠다고 교회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도들에게 가해진 박해가 어느 순간 평신도들에게도 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그렇게 박해와 위협 속에서도 교회는 복음을 전했고, 예수 믿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씀합니다. 외적으로 어떤 위협이나 박해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교회를 결코 넘어뜨릴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언하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건 바로 교회 내부의 갈등입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교인들을 크게 구분한다면 본문 1절에 나와 있는 것처럼 히브리파 유대인과 헬라파 유대인입니다. 히브리파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면서 유대인들의 풍습을 따르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헬라문화로 인해 잃어버린 유대인의 신앙전통에 대한 향수와, 그나마 자신들이 유대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반면 헬라파 유대인들은 조상들의 시대에 고국인 이스라엘을 떠나 헬라 문화가 지배하던 타국의 도시에 살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당시 세계 공통어와 같았던 헬라어를 사용하였고, 헬라풍습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히브리파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유대인들의 전통 신앙에서 이탈한 사람들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어떤 연유에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왔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이방의 도시를 떠나 조국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살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에 돌아와 살지만, 한편으로는 히브리파 유대인들로부터 은근히 멸시를 받았습니다. 자기들의 전통을 지키지 못하고 헬라화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어느 공동체나 그런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뒤얽혀 살아가는 곳에는 원치 않아도 갈등이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헬라파 유대인들은 헬라어를 주로 사용하고, 히브리파 유대인들은 아람어를 사용했습니다. 자란 문화가 다르고 자주 쓰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그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매일의 구제에서 헬라파의 과부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불만이 표출되었다고 말씀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예루살렘 사회에서도 그렇거니와 예루살렘 교회 안에서도 이 둘 사이에 갈등은 존재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이 오늘 본문에 나온 것처럼 ‘매일의 구제’에서 헬라파의 과부들이 빠진다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상황은 단순한 원망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헬라파와 히브리파 사이에는 이미 오랜 갈등이 존재해 있었기 때문에 잘못하면 교회가 헬라파 유대인의 교회와 히브리파 유대인의 교회로 분리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헬라파 유대인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외국에서 살다가 힘들게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히브리파 사람들이 자신들을 냉대하고 차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의 분위기는 그럴 수 있을지라도, 최소한 교회만은 그렇지 않아야 하는데 교회 안에서도 그런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헬라파 유대인들은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아니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믿음의 공동체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기분 나빠할 수 있습니다. 반면 히브리파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매일의 구제’에서 헬라파의 과부들이 빠진 것은 자기들이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갑자가 제자의 수가 많아졌고, 그들을 감당해낸 어떤 행정적 조직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모든 사람을 골고루 돌본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 원망하고 불평을 해!’라고 대꾸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헬라파나 히브리파 교인들이 서로 감정적인 불편함을 앞세워 대응하려 했다면 예루살렘 교회는 헬라파교회와 히브리파교회로 나뉘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사도들이 발 빠르게 교회 내의 갈등을 봉합니다.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이 참으로 멋집니다. 사도들은 가장 먼저 ‘모든 제자’를 불러 모읍니다. 이건 참으로 중요합니다. 교회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갈등이 생겨나고 분열의 조짐이 보일 때 일부 힘있는 사람들이 밀실에서 회의를 해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모두 이대로 따라야 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으로 말한다면 교회에 어려움이 있을 때 당회가 ‘당신들 조용히 하고 있어! 우리가 해결책을 마련할테니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교회가 직면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지배구조(Governance)의 문제에서 사도들은 아주 탁월하게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이 결정하고 나머지는 따라와야 한다는 생각은 결코 좋은 지배구조가 아닙니다. ‘우리는 결정하고 너희는 따라와!’라는 생각은 그 이면에 ‘우리는 지혜롭고 너희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라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사도들은 문제를 그렇게 하려지 않았습니다. 모든 제자를 불러놓고 문제 해결책을 강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대 예루살렘 교회의 지배구조는 공정하고 투명하며 참여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접대하는 일을 맡을 사람을 세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초대 예루살렘 교회에서 첫 번째로 직분자가 세워집니다.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듣는 사람 일곱 - 스데반, 빌립, 브로고로, 니가노르, 디몬, 바메나, 니골라 –를 안수하여 일꾼으로 세웁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기에 선출된 일곱 명의 일꾼들은 모두 헬라파 유대인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교회에는 히브리파 유대인들이 다수였습니다. 히브리파 유대인들이 훨씬 많았는데, 히브리파 사람을 뽑지 않고 헬라파에서 일꾼을 선출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 초대 예루살렘 교회의 성도들을 제자라 부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자는 자신이 불이익을 당한다 하더라도 주님을 위해서라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팬은 자신에게 불이익이 주어지면 떠나갑니다. 그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자는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면서 불이익이나 불편함을 감내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 제자들은 ‘내 편이 일꾼이 되어야 돼!’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적임자일까? 누가 이 일을 가장 공정하게 잘 처리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망의 마음을 갖고 있던 무리들 가운데서 적임자를 일꾼으로 세운 것입니다. 자기들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개인적인 유불리를 따졌다면 헬라파 사람들이 일꾼으로 선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루살렘 교회의 제자들은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위해서, 그리고 주님의 교회를 위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게 바로 제자됨의 아름다운 모습니다.

여러분, 우리도 그런 제자입니까? 불평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향해 ‘당신들 예수님의 제자 맞아?’ 라고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사사로운 이익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교회를 섬길 때 그런 마음으로 섬기고 있습니까? 누군가가 불평하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왜 불평해?’라고 나무라지 않고,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품어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가장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교회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물으면서 말입니다. ‘내가 하는 것이 최선이니까 내 말대로 해!’라는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최선일까?’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회는 행정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물론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은 아닙니다.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무엇입니까?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를 예수님의 제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복음의 증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우리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께 예배하고, 예배하며 얻은 은혜를 통해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교회에 남녀전도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름 그대로 전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교회의, 그리고 성도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명은 복음을 증언하는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초대 예루살렘 교회에 ‘매일의 구제’ 문제로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도들과 모든 제자들이 모여 일곱 명의 일꾼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후에 이 일곱 명의 일꾼들이 구제하고 접대하는 일을 어떻게 감당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분명 구제하는 문제로 교회에 갈등이 생겼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곱 명의 일꾼을 뽑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곱 명이 활동하면서 어떻게 갈등을 해결했다든가, 아니면 그들이 구제하고 접대하는 일을 어떻게 충성스럽게 감당했는지 기록되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성경 어디에도 그들이 그런 일을 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대신 다른 기록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 일곱 명이 복음을 전하는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9절에 스데반이 회당에서 헬라파 유대인들과 논쟁을 벌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에 대해서 논쟁을 했을까요? 당연 예수님의 그리스도 되심에 대한 논쟁입니다. 그리고 모함에 의해 산헤드린 공회에 고발되어 산헤드린 권력자들 앞에 섰을 때 스데반은 담대하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게 우리가 다음 주에 말씀을 나눌 사도행전 7장의 내용입니다. 복음을 전하다가 스데반이 순교를 당했습니다. 산헤드린 공회가 사도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는데, 스데반은 그 산헤드린 공회의 권력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예수의 이름을 전했습니다. 그러다가 권력자들이 협박한 대로 죽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스데반은 복음을 전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스데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도행전 8장에 보면 빌립은 사마리아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1:8)고 말씀하셨는데, 사마리아에 가장 먼저 가서 복음을 전한 사람은 사도들이 아니라 제자였던 빌립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에서 온 내시에게 복음을 전한 사람도 바로 이 빌립이었습니다.

여러분, 분명 구제하고 접대하는 일을 맡기기 위해서 일곱 일꾼을 세웠는데, 왜 그 일곱 일꾼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구제하고 접대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이야기만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게 제자의 첫 번째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제자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명이 바로 복음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구제하고 접대하기 위해서 뽑힌 일꾼이라 하더라도 제자라면 다른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해야 할 사명이 복음 전파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제자로 삼으신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 자신에게 질문해 보십시다. 나는 제자입니까? 나는 지금 제자로 살고 있습니까? 예수님은 우리가 제자이기를 원하십니다. 제자로 살아가길 원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라, 단순히 예수님을 좋아하는 예수님의 팬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팬이면서도 내 스스로 제자라고 자위하며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

  초대 예루살렘 교회 안에도 불평하고 원망하는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평하고 원망하던 헬라파 교인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순교자가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사마리아에 가서 복음을 전한 사람도 헬라파 제자였고, 아프리카 흑인에게 가장 먼저 복음을 전한 사람도 헬라파 제자 빌립이었습니다.원망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때론 마음에 불평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복음을 전하는 사명으로 이겨냈던 것입니다. 원망이 마음 가득 밀려올 때, 복음을 전함으로 원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에수님의 제자입니다. 그리고 제자이어야 합니다. 주님의 제자는 복음을 전하는 것을 첫 번째 사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가 그런 제자이기를 원하십니다. 그런 제자인 우리를 통해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뤄가길 원하십니다.

< 2024년 4월 7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