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가고 계십니까?

< 본문 – 사도행전 9:1-19a >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평화와 진리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랑과 평화와 진리를 근간으로 하는 종교로 인해서 세상에 전쟁이 일어나고 테러가 자행되고 불평등의 역사가 만들어져왔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왜 사랑을 외치는 종교에서 사랑이 사라지고 전쟁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평화를 외치는 종교로 인해서 분쟁이 만들어지고 서로가 벽을 세우는 것일까요? 진리를 전한다는 종교가 왜 독단에 빠지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대답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종교가 사랑이 되지 못하고 이데올로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진리를 따르지 않고 정치이념화되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이념화되면 신앙의 이름으로 십자군 전쟁이 일어납니다. 종교가 이데올로기가 되면 알라의 이름으로 테러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그런 표본을 보여주는 사람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울이라는 청년입니다. 사울이 성경에 등장한 것은 스데반의 순교 때부터입니다. 산헤드린 공회에 고발된 스데반이 공회원들과 고발하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복음을 설파합니다. 특별히 스데반은 유대인들의 잘못된 신앙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책망하듯 고발합니다. 첫 번째는 유대인들은 성전을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는데, 하나님은 성전에만 계신 분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분명 하나님께서 율법을 주신 것은 너무나도 큰 축복인데, 그 율법에 얽매여 율법주의가 된 것은 잘못이라고 고발합니다. ‘율법주의’라는 말은 율법이 그들에게 이데올로기 – 이념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유대인들의 잘못된 신앙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고발한 스데반의 말을 듣고 그들은 마음이 찔렸습니다. 스데반이 한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자 그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스데반을 죽이고 맙니다. 스데반을 돌로 쳐 죽일 때 증인들이 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청년의 발 앞에 두었습니다. 사울이 스데반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스데반의 죽음을 마땅히 여겼습니다. 쉽게 말하면 ‘죽을 놈을 죽였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울은 스데반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한 것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교회를 잔멸하려 했습니다. 마치 멧돼지가 곡식이 심겨진 밭에 들어가 주둥이로 밭을 다 파헤쳐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교회를 파괴하기 위해서 집집에 들어가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끌어내 옥에 가두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박해 속에서 예수 믿는 사람들이 박해를 피해서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멀리 다메섹에 있는 유대인들로부터 ‘여기 다메섹에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유대교의 교리를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메섹에 있는 예수 믿는 사람들을 결박하여 끌어오기 위해서 대제사장의 공문을 가지고 다메섹으로 가게 됩니다.

  여러분, 여기서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이 사울이라는 청년으로 하여금 그렇게 열심을 내게 했을까요? 사울은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예루살렘에서 200km 이상 멀리 떨어진 다메섹에 있는 사람들까지 결박하여 끌어오려 했습니다. 왜 사울은 그렇게 무모한 열심을 내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를 오늘 본문 1절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사울이 주의 제자들에 대하여 여전히 위협과 살기가 등등하여” 이 말씀은 사울이 예수 믿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위협과’ ‘살기가’ ‘등등하여’ 라는 표현 하나하나가 그의 적대감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다메섹까지 피신을 간 예수 믿는 사람들도 스데반처럼 죽어 마땅한 놈들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종교의 기반은 사랑과 평화입니다. 그런데 지금 가장 종교적이라고 하는 사울의 모습에는 사랑도, 평화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종교적인 모습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무엇이 사울로 하여금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사울은 지금 율법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율법 이데올로기’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주신 율법’(신명기 10:13)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고 율법의 노예가 되어 율법에 종노릇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기쁨이 되지 않고 의무가 되면 그것은 신앙가 아니라 종교 이데올로기입니다. 사울은 나중에야 자신이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었다’(빌립소서 3:5)고 고백합니다. 바리새인이란 말에서 느낌이 확 와닿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그렇게도 책망하셨던 바리새인, 율법을 열심히 지킨다고 하지만 율법의 정신은 잃어버린 채 율법의 규정에만 얽매여 껍데기뿐인 종교인입니다. 지금 사도 바울은 그런 율법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자신이 신념하는 것만을 바라보며 달려갑니다. 그게 잘못된 길인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오늘 본문 2절에 보면 사울이 다메섹에 가서 결박하여 잡아오려 한 사람들을 가리켜 “그 도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道, ὁδός)란 곧 길입니다. 어떤 길입니까? 예수를 따르는 길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그분의 제자가 되어 살아가는 삶의 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 믿음의 길, 제자도의 길을 따르기 위해서 박해를 받아야 했고 고향을 떠나 멀리 다메섹까지 피신을 가야 했습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길이 진리의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남을 협박하거나, 그길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남을 미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데올로기가 아닌 신앙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울이라는 청년이 가는 길을 달랐습니다. 본문 3절에 “사울이 길을 가다가”라고 말씀합니다. 사울이 가는 그 길이 어떤 길입니까?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가는 길입니다. 누군가를 결박하기 위해서 가는 길입니다. 사울은 자신이 가는 그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 사람들은 결박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가고 있는 길입니다. 마치 중세의 십자군 전쟁 때 갔던 길처럼 말입니다.

그런 사울에게 ‘지금 그가 가는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 깨우쳐준 사건이 오늘 본문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대제사장의 공문을 가슴에 품고 다메섹으로 가고 있는 사울을 상상해 보십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을 결박하여 잡아오기 위해서 체포조를 대동하고 당당하게 다메섹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코에서는 분노의 바람이 쉴 새 없이 뿜어나오고 있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한 시라도 빨리 다메섹으로 가기 위해서 조급합니다. 여전히 위협과 살기로 가득 찬 그의 가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습니다. 마음에 평화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열정은 있으나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인자하신 하나님의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거룩한 신앙인이 아니라 분노로 가득 찬 종교인일 뿐입니다.

  그런 사울의 발걸음에 태클이 걸렸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내리꽂힌 것입니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가려고 했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당당하게 걸어왔던 길이 결코 바른 길이 아니었음을 말입니다.

  그걸 깨닫게 해 주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전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위엄차지만 따스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이십니까?” 그러자 황당한 대답이 들려옵니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예수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예수를 박해했다니! 그는 그 말씀의 의미를 곧 깨달았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예수의 길을 따르던 사람들을 박해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길을 따르는 사람을 동일시하십니다. ‘내 길을 따르는 사람을 박해하는 것은 곧 나를 박해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말끔은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처럼 순교의 길을 갔던 스데반을 죽인 것이 곧 예수님을 죽인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수의 길을 따르던 사람들인 교회를 잔멸하려 했던 것은 곧 예수님을 잔멸하려 했던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일어나 시내로 들어가라. 네가 행할 것을 네게 이를 자가 있느니라.”(본문 6절) 그 위엄차고 따뜻한 말씀에 그의 몸이 반응합니다. 다메섹 시내로 들어가게 위해서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신념하는 것을 위해 당당하게 걸어왔는데, 이제는 스스로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걸어보려 해도 걸어지지가 않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이런 때가 있지 않습니까?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전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무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그럴 때가 있다면, 그 때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조심스럽게 되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바르게 내 길을 걸어왔는지 말입니다. 나는 내가 바른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하나님의 뜻이나 의중과는 상관없이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사울은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이 하나님을 위한 열심으로 걸어온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마음에 분노가 일어난 것도 예수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과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죽이고 감옥에 가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걸어온 그 길이 하나님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그게 아닐 때가 있습니다. 내 착각일 뿐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내 이념이나 나의 종교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믿음의 길인 양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게 한 순간에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그 때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때입니다.

  때로 우리 앞에 전혀 길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 욥과 같이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기 23:10) 어디로 가야할지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주님의 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당당하게 걸어왔던 사울이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한 걸음도 옮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 힘으로 걸어왔는데, 이제 걸을 힘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의 부축을 받아야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사람의 손에 끌려 다메섹으로 들어가서.”(본문 8절) 얼마나 처량한지 느껴지십니까? 지금까지는 자신이 계획대로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스데반을 죽일 때에도, 또 교회를 잔멸할 때에도 자기 앞에 거치는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다메섹으로 갈 때에는 대제사장이 발행한 공문를 손에 쥐고 의기양양하게 갔습니다.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 봐라!’라는 태도로 당당하게 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손에 끌려갑니다. 마치 전쟁의 포로가 목과 손과 발에 쇠사슬이 채워져 끌려가는 것처럼,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곤 사흘 동안 앞도 보지 못한 채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게 너무나도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는 한 사람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혼돈 속에 있는 사울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가 바로 아나니아입니다. 주님께서는 사울을 소개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기도하는 중이니라.”(본문 11절) ‘기도하고 있다.’는 말씀의 의미는 ‘그가 지금 혼돈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기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울에게 지금 그에게 일어난 일이 무슨 의미인지를 가르쳐줄 사람이 아나니아였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주님께서는 당신이 왜 사울을 만나주셨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가 가야할 길이 어떤 길인지’를 직접 알려주시면 안 되는 것일까요? 왜 굳이 사울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아나니아를 보내셔서 사울에게 그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게 하신 것일까요? 사울이 가야할 길은 15절에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의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주님께서 직접 사울에게 해 주시면 안 되는 것일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주님께서 교회를 어떻게 사용하시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은 사울을 직접 만나주셨습니다. 그러나 나머지는 이제 교회가 해야 합니다. 아나니아가 말한 것처럼, 모두가 사울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사울을 새롭게 쓰시길 원하십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 예수의 제자의 길을 가야 합니다. 분명 그 길은 ‘주님의 이름을 위하여 고난을 받아야 할’(16절) 길입니다. 지금까지 교회가 그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제 사울도 주님의 제자들처럼, 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그 고난의 길을 가야 합니다.

사울은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 다른 길을 가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주님께서 다메섹 도상에서 사울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그의 길을 고쳐주기 위해서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당신이 직접 다 하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스데반의 순교를 통해서 사울을 예비하셨습니다. 그 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스데반의 순교가 한 알의 밀이 되어 사울이라는 열매가 맺혀질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스데반의 순교를 통해 이미 사울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의미 없는 일은 없습니다. 스데반의 순교는 씨앗을 심는 일이었습니다. 당시는 몰랐지만 말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 하는 일이 지금 당장 열매가 없어 낙심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위한 일에는 헛수고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9)

  뿐만 아니라, 새롭게 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알지 못해 혼돈에 빠진 사울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위해 아나니아를 준비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나니아로 하여금 사울에게 그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라 하셨습니다. 사울 만나는 것이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사울을 만나게 하신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그에게 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누군가에게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 우리가 두려울지라도 가야 할 이유가 그것입니다. 누군가가 혼돈 속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나를 통해 그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시려 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답답할 때 나를 그에게 가라 하신 이유는 나를 통해 그의 답답함을 풀어주시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외로움에 지쳐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나를 그에게 가라 하신 이유는 나의 작은 손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 주라 하심입니다. 누군가가 낙심되어 삶의 의욕을 잃었을 때, 부족한 나를 그에게 가라 하신 이유는 나의 작은 위로를 통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기 위함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그 길을 가라 하실 때 ‘나는 못한다.’고, ‘나같은 사람이 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가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습니까? 하나님의 사람으로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는 신앙인입니까? 혹 내 욕망이 지시하는 길을 가면서 신앙의 길을 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종교인은 아닙니까 신앙의 이름으로 간다고 하면서 나의 거짓된 이념에 끌려 살고 있는 종교인 말입니다.

  지금까지 율법 이데올로기에 따르는 길을 걷던 사울이 비로소 바른 길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길이 고난의 길이요 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그 길을 달려갔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디모데후서 4:7) 사도 바울이 인생 마지막에 고백한 말씀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믿음의 길만을 달려 가십시다. 내 욕망이 이끄는 길이 아니라 주님이 가라 하시는 길만을 고집스럽게 가십시다. 그 길이 손해가 되는 길이고, 그 길에 고난이 있더라도 그 길만 가십시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에게도 승리의 관을 씌워 주실 것입니다.

이은상(1903-1982) 시인이 쓴 ‘고지가 바로 저긴데.’라는 시를 읽어드립니다.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승리의 관이 우리의 머리에 씌워지는 그 날까지 우리는 그 길을 달려가야 합니다. 그 길을 감에 있어 예서 말 수는 없습니다. 넘어지고 깨어지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복음의 길, 믿음의 길을 말입니다.

< 2024년 5월 1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