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 본문 – 사도행전 9:19b-31 >

20세기를 ‘속도의 시대.’라고 말한다면 21세기는 ‘가속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가 이루어진 이후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어왔고, 21세기에 이르러서는 그 속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1953-)은 제4차 산업혁명기를 ‘가속의 시대’라고 정의했습니다. ‘빠르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빨리지는 속도에 가속이 붙어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빠른 것이 대세이고 성공의 기준일뿐만 아니라, 빠른 것이 진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세상이 아무리 빨라졌다 하더라도 결코 빨라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송아지는 태어나면 불과 몇 분 만에 자기 발로 일어섭니다. 그러나 사람은 아무리 빨라도 돌이 가까워져야 일어서서 걷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빠름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아이가 걸을 때까지는 인내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과학문명은 엄청난 속도로 진보하고 발전하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니까 우리의 내면은 불안해지고,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려다 보니 너무 힘들고 피로를 느끼는 ‘피로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시대에 하나님을 신앙하면서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조급해지곤 합니다. 빨리 달려가고 싶은데 하나님의 걸음이 너무나도 느린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발맞춤을 하기 위해서 천천히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마음이 조급해지니까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여유로운 마음을 주옵소서.”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빨리 주옵소서.”

빠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 본문은 하나님과 보조를 맞춰 살아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유대교에 열심했던 사울이라는 청년은 스데반의 순교와 함께 교회 역사에 그 이름이 등장합니다. 사울은 스데반의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스데반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의 옷을 맡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끌어다가 감옥에 가두었고,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멀리 다메섹까지 가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서 대제사장의 공문을 가슴에 품고 체포조를 대동하고 다메섹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그러나 살기 등등하여 다메섹으로 가던 도중 그의 발걸음에 태클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고 집집마다 들어가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둔 이유가, 그리고 다메섹까지 가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끌어오려 했던 이유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는 죄인일 뿐, 그들이 믿는 것처럼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배척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이유는 예수님쩨서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는 이는 신성모독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죽여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십자가 죽었습니다. 아니 유대인들이 죽였습니다. 그런데 다메섹에 가던 도중 강렬한 빛 가운데서 십자가에 죽으신 그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렇게 사울은 예수 믿는 사람과 교회를 핍박하던 사람에서 예수의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변화된 사울은 이제 박해자가 아니라 예수의 이름을 증거하는 복음전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메섹 회당에서 당당하게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본문 20절)이라고 증거하게 됩니다.

사울이라는 청년이 다메섹 회당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증거하자 다메섹에 있는 유대인들이 깜짝 놀랐습니다.(본문 21절) 그도 그럴 것이 사울이 다메섹에 온 이유는 ‘예수 믿는 사람들’ ‘예수의 도를 따르는 사람’을 만나면 체포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메섹에 온 사울이 오히려 예수를 증언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다메섹에 온 사울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증언하는 것을 온 유대인들이 다 놀라자, 사울은 더 힘을 얻어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증언했습니다. 본문 22절입니다. “사울이 힘을 더 얻어 예수를 그리스도라 증언하여 다메섹에 사는 유대인들을 당혹하게 하니라.” 사울은 더 힘을 얻었습니다. 아마도 사울은 예수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던 자신이 이렇게 변화되어 복음을 증언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 힘을 얻어 담대하게 증언합니다. 이번에는 증언의 내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증언했습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메시아)라는 것입니다. 그분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분, 하나님께서 보내신 우리의 구원자라고 선포한 것입니다. 그러자 유대인들이 당혹해 했습니다. 당혹하다는 말은 ‘정신적으로 혼돈 상태에 빠졌다.’는 뜻입니다. ‘사울 저 놈이 지금 제정신으로 저런 거야!’라고 놀라며,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멘붕 상태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이어 본문 23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여러 날이 지나매 유대인들이 사울 죽이기를 공모하더니.” ‘여러 날이 지났다.’는 표현이 참 애매합니다. 단순히 다메섹에 며칠 더 머물며 복음을 증언했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많은 성경주석가들은 그 여러 날을 ‘3년’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렇게 해석한 이유는 갈라디아서 1:17절 말씀 때문입니다. “또 나보다 먼저 사도 된 자들을 만나려고 예루살렘으로 가지 아니하고 아라비아로 갔다가 다시 다메섹으로 돌아갔노라.”고 말씀하고, 이어서 18절에서는 3년 만에 예루살렘에 올라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울이 대제사장의 공문을 가지고 예수 믿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다메섹에 갔다가 예루살렘에 돌아온 것이 3년 만이었다는 뜻입니다. 그 3년 동안 사울은 아라비아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해석한 것입니다.

  그런 해석이 맞다면 사울은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후 아라비아로 갔다가 3년 만에 다메섹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울이 3년 만에 다시 다메섹에 나타나자 다메섹에 있는 유대인들 사이에 난리가 났습니다. 사울이 변화된 사건 이후 놀라고 당혹스러웠던 유대인들은 혼란의 주인공인 사울이 다시 나타나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메시아라고 증언하자 더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당혹감을 넘어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그래서 사울을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사울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냥 몇몇 유대인이 몰래 사울을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 때 일을 회상하며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메섹에서 아레다 왕의 고관이 나를 잡으려고 다메섹 성을 지켰으나 나는 광주리를 타고 들창문으로 성벽을 내려가 그 손에서 벗어났노라.”(고린도후서 11:32-33) 사울을 죽이기 위해서 다메섹의 고위 관리자까지 동원되었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가 정확하게 설명되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유대인들이 사울을 위험 인물로 고발하였거나, 아니면 사울이 다메섹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유대인들에게 엄청난 갈등의 요인이 되어 다메섹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통치 차원에서 고위 관리가 갈등의 원인인 사울을 제거하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 다메섹에는 유대인들이 약 4만여 명이나 있었다고 하니, 사울로 인해서 다메섹의 유대인들이 갈등을 일으키면 다메섹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은 자명합니다. 그래서 통치 차원에서 사울을 제거하는 것이 그 사회의 안녕을 유지하는데 더 낫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결국 사울은 다메섹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밤중에 몰래 들창문을 통해 탈출해야 했습니다.

여러분, 왜 사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물론 당시 예수 믿는다는 것은 고난의 길에 들어선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서 예수 믿는 사람들이 박해로 인해서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 붙잡혀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스데반처럼 순교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울은 주님께서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사도행전 9:15)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박해자인 사울을 거꾸러뜨려 복음의 사람이 되게 하셨는데, 왜 사울은 복음을 전할 때 살해의 위협까지 당해야 했을까요? 왜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쫓겨나야 했을까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다메섹을 빠져나온 사울이 예루살렘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아무도 사울을 만나주지 않습니다. 26절입니다. “사울이 예루살렘에 가서 제자들을 사귀고자 하나 다 두려워하여 그가 제자 됨을 믿지 아니하니.” 사울은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들을 만나 그들과 사귀고자 했습니다. 아마도 3년 전 자신이 교회를 핍박하고 예수 믿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감옥에 가둔 것에 대해서 용서를 빌고, 이제 자신도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예루살렘 교회에 알리고 싶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복음의 출발지인 예루살렘 교회의 인정을 받고 본격적으로 복음전도자로서의 사명의 길을 가려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사귀고자 하나’라는 말은 예루살렘 교회의 제자들과 만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는 뜻입니다. 몇 번이고 제자들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그 때마다 제자들이 사울을 두려워하여 피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울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사울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분명 3년 전에 다메섹으로 가던 중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아니 주님께서 친히 그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주님이 자신을 만나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자신을 택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이 의도해서가 아니라, 주님의 주권적인 역사로 복음의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예루살렘의 제자들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지 답답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나 변화되었고, 그렇게도 핍박했던 예수님의 이름을 증거하기도 했습니다. 다메섹에서 복음을 증거하다가 살해 위협을 당했고, 겨우 광주리에 담겨져 성벽을 타고서야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다 복음을 전하다가 겪은 일입니다. 그런데도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들은 자신의 변화를 믿어주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사울을 여전히 두려워합니다.

  바나바의 중재로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들의 오해가 풀려지긴 했습니다. 성령의 사람 바나바는 사울의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변화된 이후 그가 어떻게 복음을 전했는지에 대해서 소상하게 설명해줍니다. 바나바의 그런 노력 덕분에 사울에 대한 오해가 풀렸고, 사울은 예루살렘에 있는 제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울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울의 열정이 또 한 번 꺾이고 말았습니다. 예루살렘의 제자들과의 오해는 풀렸는데, 이번에는 헬라파 유대인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 29절입니다. “또 주 예수의 이름으로 담대히 말하고 헬라파 유대인들과 함께 말하며 변론하니 그 사람들이 죽이려고 힘쓰거늘” 사울이 헬라파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자, 그들이 사울을 죽이려고 힘썼다는 것입니다. 그냥 위협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사울을 죽이려는 헬라파 유대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예수 믿는 형제들이 사울을 가이사랴를 통해서 사울의 고향인 다소로 보내야 했습니다.

  갈라디아서에서 사도 바울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그 때 사울이 예루살렘에 머물며 제자들과 교제하고 헬라파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기간은 불과 15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갈라디아서 1:18-19) 3년을 기다렸다가 예루살렘에 갔는데 제자들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더니 바나바의 중재로 제자들과 교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 때문에 불과 15일 만에 예루살렘에서 떠나야 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한 번 생각해 보십시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3년 만에 먼저 다메섹을 찾아가서 복음을 전했는데, 고위 관리까지 동원되어 자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밤중에 몰래 광주리를 타고 피신해서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어 곧바로 예루살렘에 갔는데, 처음에는 제자들이 사울 만나기를 두려워하더니 나중에는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예루살렘에 머물 수 없어 고향 다소로 피신을 가야 했습니다. 예루살렘을 방문한 지 불과 15일 만에 말입니다.

여러분, 왜 이렇게 사울의 길은 힘들었을까요? 왜 하나님께서는 복음을 전하겠다는 사울의 길을 자꾸만 막으신 것일까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전도자로 부르심을 받고 난 후 아라비아에 가서 3년을 지낼 때, 그 때 사울이 무얼 했을까요? 그냥 휴식을 취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교회를 박해하고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온갖 몹쓸 짓을 한 자신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셔서 왜 자신을 부르셨는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3년 동안 사울은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쓰시길 원하실까?’를 고민하며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확신이 서자 다시 다메섹을 찾아갔고, 예루살렘에도 찾아갔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복음전도자로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그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살해 위협 때문에 쫓겨나듯 피신해야 했습니다. 심지어 예루살렘에서는 주의 제자들까지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왜 사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런 고난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사울은 점점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박해를 겸하여 받아야 한다.’(마가복음 10:30)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십자가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지금 사울은 복음을 전하면서 계속된 박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울은 예수의 제자로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태어나는 것입니다. 나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자녀로 인정해 주심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때 어머니의 고통을 통해서 태어나 부모님의 자녀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제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 훈련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 핍박입니다. 핍박을 통해서 제자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태어난 아이가 사람다움을 갖추기 위해서 배우고 연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그렇습니다. 그냥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거기에 만족해버린다면 우리를 택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뤄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어 영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성숙한 제자가 되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주님의 제자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때로는 나의 욕망을 죽이고, 때로는 내가 손해 보고, 때로는 나를 희생해서 주님의 거룩하심을 세상에 이루며 살아야 합니다. 그게 제자의 길입니다. 우리가 그런 제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십니다.

두 번째, 사울에게 연속적으로 시련이 찾아온 것은 어쩌면 사울에게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만난 감격이 있습니다. 주님께로부터 받은 사명도 있습니다. 3년 동안 아라비아에서 훈련도 받았습니다. 깊이 고민하고 간절하게 기도하며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울에게 아직도 준비할 것이 남아 있다고 사인을 보내신 것입니다. 그래서 다메섹을 거쳐 예루살렘에까지 온 사울을 다시금 고향 다소로 보내십니다. 그는 그곳에서 몇 년을 보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최소한 7-8년은 무명처럼 살았습니다. 갈라디아서 1장의 기록에 의하면 수리아와 길리기아 지방에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시간이 사울에게는 더 깊은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사도행전 11장에서 바나바가 사울을 안디옥 교회의 동역자로 부를 때까지, 사울은 철저하게 무명의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무명의 시간이 사울을 세계선교 복음전도자로 준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큰 건물을 지으려 할 때 기초를 잘 다듬습니다. 기초를 견고하게 하지 않으면 큰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초를 깊이 파고 기초를 다지는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하나님의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귀하게 쓰시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그 훈련의 기간을 잘 견디어내야 하나님의 큰 일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부르심을 받기 전에 애굽의 왕궁에서 40년, 그리고 미디안 광야에서 무명으로 40년 동안 훈련받았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인 다윗은 왕이 되기 전까지 사울 왕에게 쫓기며 도망자 생활을 하면서 온갖 고난 속에서 훈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 훈련의 기간이 있었기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불의 선지자 엘리야도 하나님의 사람으로 사역하기 전에 그릿 시내가에서 까마귀가 물어다주는 음식을 먹으며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훈련의 기간이 있었기에 위대한 선지자로 쓰임받게 되었습니다.

  사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음 전도자 사도 바울이 되기 위해서는 그도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어쩌면 아라비아에서의 3년으로는 부족했기에 하나님께서는 다메섹에서의 사역도 멈추게 하셨고, 예루살렘에도 겨우 15일만 머물게 하시고는 고향 다소로 보내시어 더 훈련받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조급하게 쓰시지 않았습니다. 세계 열방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부르신 사울을 하나님께서 좀 더 빨리 쓰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하나님께서는 사울을 좀 더 훈련시키셨습니다. 아직 훈련의 과정을 다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사울이 복음을 전하는 길을 막으시고는 더 오랜 훈련의 시간을 겪어내게 하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때론 하나님보다 조급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때에 맞춰 우리를 쓰시기 위해서 우리를 조금 더 기다리게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하고 답답해 합니다. 특별히 고난의 시간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힘든 시기를 맞으면 더욱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빨리 이 때가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시편의 시인들도 그랬습니다. 흔히 ‘탄식시’라고 불리는 시편의 시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 중에 하나가 “어느 때까지니이까?”(시편 13:1 등)라는 말입니다. 고난의 때, 시련의 때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등을 돌리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 마음은 근심과 두려움으로 가득한데, 원수들은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니 답답한 마음에 하소연을 합니다. “하나님, 어느 때까지입니까?” 그게 우리들의 현존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조금 답답하더라도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십시다. 하나님께서 ‘지금은 아니야. 조금 더 기다려야 해.’라고 말씀하시면 우리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리십시다. 하나님의 때가 늦어지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보다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더 훈련하게 하신 후, 사울은 사도 바울로 크게 쓰임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기다리라고 하실 때, 기다리라는 사인을 보내실 때 조급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넉넉한 여유로움을 가지십시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으로 준비하고 계십니다.

< 2024년 5월 19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