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 잡힌 인생

< 본문 - 사도행전 20:17-24 >

  여러분, ‘타이니 하우스’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타이니(tiny)란 말은 ‘아주 작은’이라는 뜻입니다. ‘타이니 하우스’라는 말은 아주 작은 초미니 주택을 말합니다.<사진> 작게는 2-3평 정도에서 크게는 10평 정도 되는 집입니다. 이런 작은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타이니 하우스는 미국의 건축가 제이 세퍼라는 사람이 1997년 내놓기 시작했는데, 지난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은 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은행대출을 통해서 집을 삽니다. 그들은 월급의 1/3 이상 되는 돈을 집값으로 내야 합니다. 집을 사지 않는다 하더라도 월세로 수입의 많은 부분을 지출해야 합니다.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집값으로 많은 돈을 지출하다보니 자신의 삶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집 사는데 드는 돈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할 젊음의 시절이 모두 집세를 내는데 돈을 쓰다 보니 자신의 삶을 즐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세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사느니 차라리 집의 크기를 줄이고 조금은 불편하게 살더라도 인생을 즐기며 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타이니 하우스 운동’(작은 집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크고 안락한 집에서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그런 운동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입니다만, 현대인들이 이제 자신의 삶을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에 저당 잡힌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공에 저당 잡힌 삶을 삽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죽도록 일을 하고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 끊고 성공을 위해 달려갑니다. 어떤 사람은 돈에 저당 잡혀 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합니다. 밤낮 쉴 틈이 없이 일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갖지 못하고, 가족의 행복쯤은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행복을 담보로 돈을 벌뿐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돈을 벌었다고 생각될 때에는 가족의 행복도 사라지고 자신의 건강도 잃어버린 후입니다. 어떤 사람은 명예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이룬 그 명예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안간힘을 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무엇에 저당 잡혀 살고 계십니까? 지금 내 삶은 무엇에게 강하게 이끌려 살고 있습니까? 돈이나 성공이나 명예와 같은 것이 저당 잡힌 삶을 살면 그 결과는 언제나 비극일 뿐입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또 다른 무언가에 저당 잡혀 살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가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제3차 선교여행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제3차 전도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려 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던 길에 밀레도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에베소에 있는 장로들을 밀레도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을 한 것입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려하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 22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보라, 이제 나는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는지 알지 못하노라.” 사도 바울은 스스로 ‘이제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의미는 예루살렘에 가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23절에서는 자신이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과 환난을 당하게 되어 있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여러 곳을 다닐 때에 사도 바울의 마음속에 사람들을 통해서 성령께서 깨우쳐 주신 내용입니다.

   사도행전 21:7절 이하에도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가까운 가이사랴에 이르렀습니다. 가이사랴에 있는 전도자 빌립의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아가보라는 선지자가 그곳에 와서는 바울이 차고 다니던 띠 가져다가 자신의 손과 발을 묶었습니다. 그리고는 ‘이 띠의 임자가 예루살렘에 가면 이처럼 그는 결박당하여 이방인의 손에 넘겨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예언을 합니다. 바울이 예루살렘에 가면 체포되어 결박을 당하고 재판에 넘겨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것입니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다 바울에게 ‘제발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라’고 간청을 합니다. 그럼에도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당하는 것 쯤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나는 이미 죽을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가서 거기서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예루살렘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에 가자마자 며칠 지나지 않아서 체포되고 맙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예루살렘에 가려 하지만, 그곳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 바울은 굳이 예루살렘으로 가겠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6절에 보면, 어떻게든 예루살렘에 빨리 가고 싶어 했습니다.

   여러분, 사람이 자기 앞에 어려운 일이 닥칠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 길을 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가는 길이 고통의 길임을 안다면 굳이 그 길을 가려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통의 삶을 자초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면 자신에게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을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아가보라는 예언자는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을 당할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제발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라’고 충고를 해 줍니다. 모두가 사도 바울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사도 바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충고를 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도 바울을 굳지 예루살렘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웁니다.

  우리는 이런 사도 바울의 모습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던 예수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변화산에 올라가셔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죽으실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신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굳게 결심하시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셨습니다. 예루살렘에 가시는 그 길의 의미를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 길은 영광을 얻으시기 위하여 가시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권력을 얻거나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서 가시는 길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가시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내가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에게 붙잡혀 고난을 당하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게 될 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가시는 그 길이 십자가의 길임을 아셨습니다. 죽음의 길임을 아셨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그리고 굳게 결심하시고 그 길을 가셨습니다.

   지금 사도 바울도 같은 마음입니다. 사도 바울 역시 예루살렘에 가면 그에게 어떤 큰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어쩌면 예루살렘에서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한 그 권력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전하는 사도 바울을 같은 이유로 죽일 수도 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울에게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지 말라고 간곡하게 간청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도 바울은 굳이 예루살렘으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 왜 사도 바울은 굳이 예루살렘으로 가려 했을까요? 예루살렘에 가면 결박을 당하고 환난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권력자들에게 붙잡혀 곤욕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생명에 위협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도 바울은 굳이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빨리 가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 왜 사도 바울은 그렇게 마음 먹었을까요?

  질문을 좀 바꿔서 해 보겠습니다. 사도 바울은 지금 예루살렘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예루살렘에 가고 싶었습니다. 예루살렘에 가면 힘들게 선교여행을 잘 마치고 왔다고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떤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부귀영화가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려 했습니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예루살렘으로 가게 만들었습니까?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으로는 결코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오늘 본문 24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여러분, 이 구절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단어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이 말씀 속에 사도 바울로 하여금 예루살렘으로 가게 만드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이 바로 ‘사명’이라는 단어입니다. 사명이라는 것은 자신의 삶의 목적과 방향성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부르심을 받았기에 그것을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으로부터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 사명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놓았습니다. 그 사명을 위해서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선언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하다가 수많은 고난을 당했습니다. 그가 고린도후서 11:23절 이하에서 고백한 것처럼, 그는 복음을 전하다가 여러 번 감옥에 갇혔습니다. 수없이 많이 위협을 당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주리고 목마르고 굶고 헐벗은 상황에 처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위해서 부르심을 받았고, 그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여러분의 사명은 무엇입니까?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할 사명을 받았고, 그 사명을 따라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생명을 걸고 사역했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결박을 당하고 환난을 당할 것이 뻔한데도 예루살렘에 올라가려 한 이유도 그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도 바울과 똑같은 사명을 주시진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사명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 사명이었다면, 오늘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맞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여러분, 그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이 무엇입니까?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명에 이끌려 살아야 합니다. 사명에 이끌려 사는 사람은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낙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가야할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명을 따라 사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를 지켜주십니다. 그 사명을 이룰 때까지 하나님께서 그를 당신의 능력의 손에 붙잡아 주십니다. 그래서 그 사명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명장 버나드 로 몽고메리(Bernard Law Montgomery, 1887-1976) 장군이 젊었을 때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공부를 마치고 로드 라드스톡 목사님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는 목사님께 이렇게 물었습니다. “목사님, 오늘 성경공부 시간에 똑바로 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사는 것이 똑바로 사는 것입니까?” 그러자 목사님은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그에게 보이면서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이 볼펜은 스스로 설 수 없지만 사람의 손으로 세우면 똑바로 설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평생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사명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손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삽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임을 알기 때문에, 그 사명을 주신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그 사명의 길을 끝까지 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바 되어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며 삽니다.

  그리고 사명을 깨닫고 사명의 길을 가는 사람은 그 사명의 목적이 자신의 영광이나 자신의 성공에 있지 않음을 잘 압니다. 우리가 돈에 저당 잡혀 돈에 이끌려 사는 이유는 사명을 모른 채 살기 때문입니다. 명예에 저당 잡혀 명예에 끌려 사는 사람 역시 사명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사명을 분명히 깨닫고 사명에 저당 잡혀 살았습니다. 사명에 이끌려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립보서 1:20-21) 사도 바울은 자신이 열심히 복음을 전함으로 주님이 존귀하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그 사명을 감당하는 모습에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 일을 함에 있어서 부끄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담대하게’ 그 사명을 위해 달려갔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그 길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도 자신이 가야 할 그 길을 돌아서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서는 주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모든 삶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사도 바울이라고 왜 세상적인 욕망이 없었겠습니까? 왜 그라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그도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우리 누구나 그런 것처럼, 그도 남들처럼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남들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자신의 욕망도, 자신의 욕심도 다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복음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돌아올 칭찬이 하나도 없어도, 오직 그리스도만이 존귀함을 받으시고 그리스도만이 영광을 받으신다면 그는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사명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사명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 살게 만듭니다. 나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없을지라도 그 길을 기쁘게 가게 만듭니다. 때론 고난이 있고 때론 힘든 문제 때문에 돌아가서 싶을지라도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는 이유는 사명 때문입니다.

  마가복음 9장에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변화산에서 내려오셨을 때에 변화산 아래에서는 제자들이 한 귀신들린 아이를 고치기 위해서 굉장히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성경은 그 아이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귀신이 어디서든지 그 아이를 잡으면 거꾸러져 거품을 흘리며 이를 갈며 쓰러집니다. 그리고 몸은 점점 파리해져갔습니다. 귀신이 그를 죽이려고 불과 물에 던져 넣으면 그 아이는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불이나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여러분,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비참하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귀신에게 사로잡히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귀신에 사로잡힌 아이는 자기의 몸을 제어할 수가 없습니다. 옆에서 엄마나 아빠가 그 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곧 죽어갈 것만 같은 아이를 그냥 지켜보는 것 밖에 달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갑자기 길가에 쓰러져 발작을 해도, 불이나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도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귀신이 그를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신에게 붙잡혀 사는 사람은 그렇게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여러분, 우리가 누구의 손에 붙들려 사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느냐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돈에게 저당 잡혀 사는 사람은 마치 귀신에 붙잡혀 사는 아이처럼 인생이 비극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어찌 사람으로서 저럴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합니다. 그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귀신들린 아이처럼 그를 붙잡고 있는 돈이 그를 그렇게 만듭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기회로 자기의 욕심을 차리는데 혈안되어 있고,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사람까지 사고팔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생각되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고 장기를 떼어내 팔아먹기도 합니다.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도 서슴지 않고 합니다. 돈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문제들은 돈 때문에 생겨난 것들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돈에 저당 잡힌 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영혼을 돈에 팔아버립니다. 돈을 얻는 일이라면 영혼을 팔아먹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신앙인이라고 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 신앙인들 역시 돈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는 돈에 우리의 영혼이나 생명, 우리의 사명을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신앙이어야 하고, 신앙의 지조와 절개를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채찍질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사람의 관심은 늘 주식입니다. 예배시간에도 휴대폰 켜놓고 주식이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를 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주식이 올라가면 세상을 다 얻는 것처럼 기뻐하고, 주식이 내려가면 세상이 사라질 것처럼 한숨을 쉽니다. 기도하려고 눈감으면 주가 등락표가 떠올라 ‘주여!’ 그런다는 것이 ‘주식!’ 하고 소리를 칩니다. 어느 날 찬송을 부르는데 가사가 “주님 찾아 오셨네. 모시어 들이세.”하고 찬송을 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식 찾아 오셨네. 모시어 들이세.”라고 부릅니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삶을 이끄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마음을 들뜨게 만듭니까? 우리의 삶을 이끌고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 세상적인 것이라면 우리 스스로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 받은 사명에 온전히 저당 잡힌 삶을 살았습니다. 그 사명을 결코 잊어본 적도 없고, 그 사명의 길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려 했습니다. 그랬기에 그는 그의 인생 마지막에서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디모데후서 4:7-8) 그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사명을 결코 잊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것(돈이나 명예나 성공)에 저당 잡힌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저당 잡힌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도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먼 훗날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실 때 ‘사명의 끈을 붙잡고 사명에 저당 잡혀 믿음을 지키며 내 삶을 달려 왔노라’고 고백할 수 있는 멋진 삶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15년 2월 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