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이 필요한 시대

< 본문 - 빌립보서 4:5 >

  지금으로부터 약 850년 전인 1162년 몽골 왕족의 후예로 태어난 ‘테무진’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왕족으로 태어났으나 그가 9살이 되던 때에 아버지가 다른 부족에게 독살을 당했고, 그 후에 그와 남아 있는 가족들은 재산을 다 몰수당하고 부족에서 추방을 당해 초원에 버려지고 맙니다. 그의 가족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물고기와 들쥐를 잡아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했고, 여러 번 다른 부족에게 붙잡혀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적들을 무너뜨리고 부족들을 통합하여 몽골제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한 칭기즈칸(Genghis Khan, 1162-1227)입니다. 그는 ‘더 이상 정복할 땅이 없다’고 한탄했다는 유럽의 명장인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한 영토의 두 배가 넘는 땅을 정복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9살 때 아버지가 독살 당하기 직전에 약혼을 맺어준 ‘베르테’라는 어여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 여인과 결혼을 했고, 신혼을 즐기고 있던 때에 메르키트 부족에게 아내 베르테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는 납치당한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매일 밤 괴로워하다가 다른 부족의 도움을 받아 메르키트 부족을 공격하여 9개월 만에 아내를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의 아내는 적장의 아이를 가진 만삭의 몸이 되어 있었습니다. 얼마 후 아내는 적장의 아이를 낳았고, 그는 아내와 아이를 모두 죽이려는 생각도 했지만,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이렇게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아내와 적군도 포용할 줄 모르면서 어찌 세상을 얻겠느냐? 세상을 얻으려면 세상을 덮을 포용력을 갖추어라.”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는 포로가 되어 정조를 잃고 적장의 아내가 되어 적장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에게나 태어난 그 아이게는 결코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태어난 그 적장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고는 ‘손님’이라는 뜻을 가진 ‘조치’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 후 그는 변함없이 아내를 사랑했고, 그 아들 조치와 함께 세계정복의 꿈을 이루어갔습니다. 그 아들 조치가 유럽 정복에 나섰다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하루 종일 자신의 게르 안에 틀어박혀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비록 칭기즈칸은 자기 이름을 쓸 줄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지혜와 넓은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세계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5일 주한 미국 대사인 마크 리퍼트(Mark Lippert) 대사가 피습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했고, 미국에서는 폭력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테러와 폭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테러는 ‘정치적인 동기에서 사전에 미리 계획되어 국가 정규군이 아닌 조직이나 단체에 의해 비무장 목표물을 상대로 수행되는 폭력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리퍼트 대사의 피습 사건을 테러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건을 리퍼트 대사를 피습한 김기종이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일탈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김기종이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라 종북세력이 배후에 있는 정치 집단적 폭력이기에 테러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어쩌면 피해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그 사건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성급하게 종북세력의 집단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해 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서 분명하게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보는 시각이나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서 테러라고 부를 수도 있고, 폭력이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그 사건을 김기종이라는 한 사람의 단독범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집단적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테러’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없진 않습니다만,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 문제를 한쪽으로 몰아간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테러라고 몰라가면서 이번 기회에 진보세력에 대해서 ‘종북집단’이라는 딱지를 붙여 사건을 키우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세력을 규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뉴욕타임즈에서는 ‘한국 정부와 여권에서 종북몰이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한 나라의 대사로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사람을 피습했다는 것은 분명 잘못한 일입니다. 마땅히 그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계기로 해서 자기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나 기회로 삼는다면 그것 또한 잘못된 일입니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와 조금만 다르면 틀렸다고 규정하고 정죄합니다.

   한 사건을 놓고도 너무 다른 해석을 하고, 서로 다른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정죄하고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지난 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처음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모든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이분되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더이상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심지어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들에 대해서 인격적인 모독을 서슴지 않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잘못된 선긋기는 분명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기들의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내 주변에서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지지 세력을 확고히 하려한 것입니다. 정치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을 만들고, 사람들을 부추겨 그것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사상이나 성향의 문제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지역감정이 심화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작은 사건 하나가 기사로 뜨면 그것이 어떤 특정 지역의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댓글들이 수없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러면서 네 편과 내 편을 갈라놓습니다. 요즘은 카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서 그런 자기들의 편협된 생각을 마구잡이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오늘 우리사회가 더 심각한 사회갈등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2013년도의 발표에 따르면 OECD에 속한 27개 나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심각한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가 1위이고, 우리나라가 그 다음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종교분쟁이나 인종분쟁이 없음에도 그렇게 높게 나타났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갈등으로 인한 손실액이 연간 246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해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342조원이었습니다. 사회갈등으로 인해 소비되는 돈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3 이상이라는 말입니다.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어쩌면 지난해 겪었던 세월호 사건 이후에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훨씬 더 높아졌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갈등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지출되고 있다면, 경제살리기를 외치기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경제살리기를 외치면서도 사회적 갈등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이 잘 살기를 바라기보다는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국민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것은 비단 나라나 사회라고 하는 커다란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우리의 사고를 편협하게 세뇌시키려 할지라도 우리 스스로 그런 편협한 생각과 사고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하나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이 관용의 마음으로 살기를 원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관용 대신에 편협한 마음을 갖고 살지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만이라도 관용의 마음을 갖고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관용’이라는 말은 법정용어인 ‘공정함’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법에서는 분명한 잣대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립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 공정함입니다. 그런데 관용이라는 말은 그런 공정함과는 다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못했을지라도 그에게 ‘너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는 것처럼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입니다. 관용이라는 말의 성경적 의미는 친절하고 공손하게 대해주는 것입니다. 존중해 주어야 할 사람처럼 대해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과 다르게 사는 모습 가운데 하나로 이 관용을 꼽고 있습니다. 빌립보서 4:4절에서는 항상 기뻐하며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때로는 곤고한 일을 당했을지라도, 때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려지지 않을지라도, 때로는 환란이나 핍박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할지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주 안에서 기뻐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말씀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고민하고 탄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문제를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어 맡기는 삶이 신앙인다운 삶임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내 아버지가 되심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신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에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내 마음을 짓누를 때, 내 힘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커다란 장애물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을 때, 내 지혜로 풀어갈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내 앞에 있을 때, 그 어느 때에도 우리는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신앙인답게 산다는 것이 ‘항상 기뻐하는 것’이고 ‘어떤 어려운 문제라 하더라도 감사함으로 다 하나님께 아뢰며 맡기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의 관용을 사람들에게 알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관용을 가지고 사는 것이야말로 신앙인답게 사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이 관용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이 기록된 빌립보서를 받는 빌립보 교회는 사도 바울이 무척이나 아끼는 교회였습니다. 빌립보서 1:3절 이하에 보면, 그런 사도 바울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늘 빌립보 교회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도할 때마다 빌립보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는데, 그 기도는 기쁨으로 간구하는 기도였습니다. 사도 바울의 복음전도 사역에 항상 같이 한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립보서 1:8절에서는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라고 말씀합니다.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빌립보 교회 교인들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이라는 말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처럼 사랑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그렇게도 사랑하는 빌립보 교회인데, 그 빌립보 교회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유오디아와 순두게 사이의 갈등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빌립보서 4:2절에 이렇게 말씀합니다. “내가 유오디아를 권하고 순두게를 권하노니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빌립보 교회를 섬기던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직분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아마도 권사님이나 장로님 쯤 되지 않아나 싶습니다. 그들은 교회에서 참으로 열심히 봉사했습니다. 4:3절의 말씀에 의하면 사도 바울이 그들을 가리켜 ‘복음에 나와 함께 한 여인들’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복음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바울을 도왔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바울을 도와 복음전도에 큰 힘이 되어주었던 두 여인이 서로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교회를 위한다는 마음에서 서로가 마음이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자기들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다투고 갈등한 것이 아니라, 교회를 섬기는 일에서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고, 열심히 전도하는 것도 좋은데, 더 중요한 것은 서로 관용하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교회 안에도 유오디아와 순두게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참으로 열심히 봉사합니다. 남들이 부러워하고 칭찬할만큼 열심히 일을 합니다. 전도도 잘하고 기도도 참 잘합니다. 그래서 교회에 지도자와 같은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관용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다면 그는 결국 교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오늘날 어떤 문제로 인해서 갈등을 겪고 다툼 속에 있는 교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 관용의 마음이 없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킵니다. 자기의 생각과 자기의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집을 피우니까 교회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십니까? 아무리 많은 일을 하는 교회라 하더라도 갈등을 겪고 싸움하는 교회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보면 큰 교회이고, 그래서 많은 일들을 하는 교회인데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고 싸우는 교회는 결코 세상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지 못합니다. 하나님께도 칭찬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전도의 문을 막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교회에서 많은 일을 하려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입니다. 때로는 내 생각을 조금 더 양보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함께 협력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투면서 큰일을 하는 것보다 큰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화평하게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디모데전서 3:3절에서는 교회의 지도자가 될 사람은 ‘관용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관용적인 사람이 교회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든 교인이든 우리는 좀 더 관용의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다른 사람을 좀 더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정죄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고 그의 생각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줄 때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신앙인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선악과를 따먹은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배려하거나 존중해 주려는 마음보다는 나와 다르면 정죄하고 비판하려는 마음이 앞서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예수님의 마음을 배워가야 합니다.

   마가복음 9장에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한이 예수님을 찾아와서는 ‘선생님! 우리를 따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내가 보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막았습니다. 주님의 제자도 아니면서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막지 말아라. 내 이름으로 그런 일을 행하고 난 후에 나를 비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위하는 사람과 같다.’

   여러분, 이 말씀에서 요한의 생각과 예수님의 생각, 요한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까? 요한은 ‘우리 편’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은 다 ‘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편이 아닌 남이 우리의 흉내를 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를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그는 이미 ‘우리 편’이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들과 예수님의 차이, 제자들과 예수님의 차이입니다. 사람들은 확실하게 내 편이어야만 신뢰할 수 있고, 내 편이어야만 내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세리는 자기들의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죄인들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 역시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여인들도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당신을 비방하고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지 친구처럼 여겼습니다. 그들이 세리이든, 죄인들이든, 여인들이든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 수 있으셨고, 그들과 친구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실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비방하거나 거부하지만 않으면 예수님은 누구에게나 기꺼이 다가가셔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을 품는 관용의 마음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모든 사람을 품는 사랑입니다. 유대인만이 아니라 이방인도 품고, 지혜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어리석은 자도 품고, 선하고 의로운 사람만이 아니라 죄인까지도 품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그런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고, 그 십자가의 주님을 닮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그런 넓은 마음, 관용하는 마음을 닮아가야 합니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은 관용의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노예해방을 이루었습니다. 노예해방을 주장하는 링컨에 대해서 남부 지도자들은 노예해방을 거부하고 전쟁도 불사했습니다. 그런데 링컨 대통령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자신과 대립하여 싸우던 남부군의 지도자들을 모두 용서했습니다. 남부군의 장군들을 법정에 세우지 않았습니다. 링컨은 ‘원수는 마음에서 없애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가지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랬기에 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기적 같은 일들이 그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그에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혁혁한 공을 세운 ‘맥클란’이란 장군이 있었습니다. 전쟁이 한창일 때 링컨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맥클란 장군을 격려하기 위해서 예고도 없이 야전사령부를 찾아갔습니다. 그때 맥클란 장군은 전장에 있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몇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나타난 맥클란 장군은 링컨 대통령에게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버렸습니다. 한참 후 맥클란 장군의 부관이 내려와서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장군이 지금 너무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각하께 죄송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국방장관은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이런 무례한 장군은 당장 직위 해제시켜야 합니다.” 그렇지요. 대통령이 장군을 만나기 위해서 야전 사령부를 직접 찾아왔고, 그를 만나기 위해서 몇 시간 동안이나 기다렸는데, 늦게 나타난 장군이 ‘피곤하니 잠을 자아겠다’고 대통령을 만나주지도 않고 들어가 잠을 자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링컨 대통령은 국방장관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장관을 이렇게 타일렀다고 합니다. “지금 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아무도 그가 쉴 권리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저런 소신 있는 장군이 진정 이 나라를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는 링컨 대통령은 조용히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정말 존경받을만한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 일들이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내 생각만을 앞세워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쯤 더 생각해주는 모습, 그 사람을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모습이 오늘 우리 시대에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닮아가야 할 마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그 사람이 명백하게 잘못했다 하더라도 곧 임하실 주님의 심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우리는 그를 향하여 사랑을 베풀어 주어야 합니다. 그를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 관용이 우리 시대에 평화를 만들어갈 것이고, 그런 관용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갈 것입니다.

< 2015년 3월 15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