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밝히시오.

< 본문 - 창세기 32:24-30 >

   우리 전주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매년 연말이 되면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도 12월 29일에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전화와 함께 약 5천여만 원을 놓고 갔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1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런 일이 계속되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이름을 알리지 않고 기부한 돈이 무려 4억여 원 가까이 됩니다. 매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렇게 선행을 베푼 그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는 주민센터 옆에 있는 도로의 이름을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라고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고, 매년 그렇게 돈을 놓고 간 자리 근처에 ‘얼굴 없는 천사 비(碑)’를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그렇게 이름을 밝히지 않고 참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에 이름 없이 선행을 하는 것이 분명 아닙니다. 좋은 일일수록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 더욱 값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이달의 스승’으로 서울대 총장을 지낸 최규동(1882~1950)이라는 사람을 3월에 본받을만한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사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 매달 존경받을만한 사람 하나를 선정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3월에 본받을만한 스승으로 선정된 최규동씨가 과거 친일행적은 한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경성중동학교 교장으로 있던 1942년 6월 일제의 관변지인 ‘문교의 조선’에 ‘죽음으로써 임금(일본 천왕)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최동규씨가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것이 잘못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이달의 스승’은 ‘이달의 스승 선정위원회’에서 심사해서 선정합니다. ‘이달의 스승 선정위원회’는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초등학교 교사와 중등학교 교사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 학자 등 대학교수 4명과 한국교총 관계자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달의 스승 선정위원회’의 위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인즉 선정위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달의 스승 선정위원회에 소속된 교사나 교수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그렇게도 꺼려할까 하는 것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치관이 형성되어가는 청소년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이런 훌륭한 스승을 본받아야 한다.’라고 이달의 스승을 선정했다면, 자신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이름이 밝혀지기를 꺼려한다는 것은 자기들 스스로 본받을 만한 스승을 잘못 선정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요즘은 과일이나 채소를 시장에 내다 팔 때에도 이름을 밝히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떳떳하게 밝힌다는 것은 그 상품에 대해서 자신이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입니다. 몇 만원하는 과일 한 박스를 팔려 할 때에도 떳떳하게 자기 이름을 밝히는데, 온 나라 학생들에게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스승을 선정하면서 무엇이 두려워서 자기들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우리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생각할 때 이름 하나로 그 사람의 삶을 기억해 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기억하진 못할지라도 단 한 줄로 그 사람을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아, 한글을 만드신 분’이라고 생각해 냅니다. 물론 그분이 행하신 일이 참 많고 그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을지라도, 우리는 먼저 그렇게 단 한 줄로 그 사람을 기억해냅니다. ‘아브라함’이라는 성경의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제가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셨습니까?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가 창세기 11장에서부터 25장까지에 걸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 곳곳에서 아브라함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기록들 가운데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아마도 많은 분들의 머리속에는 ‘아, 믿음의 조상!’ 그렇게 떠올릴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아버지 데라를 따라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에 와서 살았던 이야기를 떠올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란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가나안 땅에 왔지만 그 땅에 흉년이 들자 애굽으로 내려갔고, 거기에서 자기 아내를 애굽 왕 바로에게 넘겨주고서도 아무 말도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 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 앞에서 행한 잘못과 실수들이 수없이 많은데도 우리는 ‘아브라함!’ 그러면 ‘믿음의 조상’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게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떠올리거나 평가할 수 있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물론 그 평가나 수식어가 사람들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그 사람에게 붙여지는 수식어는 분명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을 다 산 사람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까지도 그 사람의 이름에는 그 사람에 대한 수식어가 붙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여러분의 이름에는 어떤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까? 누군가가 여러분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수식어로 여러분의 이름을 기억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우리의 이름에 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는다면 우리는 그래도 잘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로 우리의 이름이 기억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모습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 본문에는 ‘야곱’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여러분은 ‘야곱’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수식어로 야곱을 기억하십니까? 야곱에 대한 성경의 기록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야곱이 태어난 이야기가 창세기 25장에 기록되어 있고, 그가 죽어 장사되었다는 이야기가 창세기 50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무려 스물여섯 장에 걸쳐 야곱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수많은 기록들 가운데서 여러분은 야곱이라는 사람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십니까?

   오늘 본문은 야곱에게 또 하나의 이름이 붙여진 사실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에서와 함께 이삭의 쌍둥이 아들로 태어난 야곱은 동생으로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둘째로 태어난 야곱이 얼마나 치열한 인생을 살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그의 탄생 이야기에서부터 등장합니다.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한 아머니 리브가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후에 쌍둥이를 잉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쌍둥이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서로 싸웠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에는 야곱이 먼저 태어난 쌍둥이 형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태어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야곱이 살아갈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동생으로 태어난 야곱은 살아가면서 형 에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빼앗기 위해서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형 에서를 피해 하란으로 가서 외삼촌 집에 20년 동안 머물며 살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곱은 형에가 가지고 있던 장자권을 갖기 위해서 형 에서가 사냥하고 배고픈 상태에서 돌아온 그 때를 이용합니다. 사냥하기 위해서 온 산과 들을 헤매다가 돌아온 에서는 무척이나 시장했습니다. 그래서 야곱이 떡과 팥죽으로 장자권을 팔라고 말할 때 너무 쉽게 장자권을 야곱에게 넘기고 맙니다. 에서는 나중에 그것을 ‘야곱이 자신에게서 장자권을 빼앗아간 것’(창세기 27:36)이라고 말합니다. 에서가 장자권을 야곱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은 야곱이 그만큼 교묘한 방법으로 장자권을 가로챘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마땅히 형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챕니다. 아버지 이삭이 에서에게 ‘내가 늙어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내가 죽기 전에 네게 마음껏 축복해 주겠노라.’고 말을 하고선, 사냥하여 별미를 만들어오도록 합니다. 자신이 평소 즐겨 먹던 그 별미를 먹고 축복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와 짜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아버지를 속이고서 형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고 맙니다. 그렇게 야곱은 둘째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다 가로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야곱의 그런 욕심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야곱이 가로챘다는 것을 안 에서는 야곱을 죽이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그것을 안 어머니 리브가가 야곱을 외삼촌이 살고 있는 하란으로 보내버립니다. 홀로 외롭게 외갓집으로 간 야곱은 거기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습니다. 물론 외삼촌 라반에 의해서 몇 차례 속임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야곱은 자신이 가지겠다고 생각한 것은 뭐든지 다 얻어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라헬을 아내로 맞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6년 동안에 엄청난 부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야곱이 그렇게 부자가 되자 외갓집에 있던 사촌들이 야곱에 대해서 눈치가 이상해졌습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야곱이 우리의 재산을 다 빼앗아가겠다’는 두려움이 생긴 것입니다. 눈치 빠른 야곱은 그런 분위기를 알고는 외삼촌과 그의 가족들이 양털을 깎기 위해서 집을 비운 사이에 자기 가족들과 재산을 다 이끌고 하란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옵니다. 하란에 간지 20년 만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야곱 가족의 행렬을 거창했습니다. 하란으로 갈 때에는 야곱 혼자였습니다. 홀로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채 하란에 갔는데, 20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네 명이었고, 자식은 딸을 포함해서 12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명의 노비들이 이끄는 양떼와 소떼와 나귀들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야곱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형 에서입니다. 20년 전에 야곱은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이며 형이 가져야 할 것들을 가로챘습니다. 그것 때문에 형 에서는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이제 20년이 지났으니 형 에서의 분노가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형 에서가 살고 있던 에돔 지역에 가까이 왔을 때 사람을 보내서 형 에서에게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형 에서에게 갔다온 사람의 이야기에 의하면 형 에서가 야곱을 맞으러 오는데, 400명을 데리고 온다는 것입니다. 에서가 동생 야곱의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야곱과 싸우겠다는 뜻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야곱은 답답하여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책을 세웁니다. 형 에서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형에게 줄 선물도 많이 준비했습니다. 형 에서에게 줄 선물이 얼마나 많은지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암염소가 이백이요 숫염소가 이십이요 암양이 이백이요 숫양이 이십이요 젖 나는 낙타 삼십과 그 새끼요, 암소가 사십이요 황소가 열이요 암나귀가 이십이요 그 새끼 나귀가 열이라.”(팡세기 32:14-15)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그 선물도 한꺼번에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선물을 세 떼로 나누었습니다. 세 번에 걸쳐 형에게 준 것입니다. 형이 그것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재산을 전부 둘로 나누었습니다. 그 선물을 받고도 형의 마음이 풀리지 않아 싸움을 걸어온다면 한 떼만이라도 도망을 쳐 남겨놓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아내들과 자식들도 다 압복강을 건너게 했습니다. 이제 야곱 홀로 얍복강가에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야곱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 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지 얻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아무리 자신이 지혜를 짜내보아도 더 이상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형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세운 방책들도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하란에서 20년 동안 얻은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생명까지도 보장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캄캄한 얍복강가에 야곱 홀로 남겨진 그 모습이 마치 지금 자신이 당한 상황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때 한 사람이 나타나더니 야곱과 씨름을 합니다. 야곱과 그 사람은 밤이 새도록 씨름을 합니다. 야곱은 자신의 허벅지 관절이 어긋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 사람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밤새도록 씨름을 하다가 날이 새려 하는 그 때 야곱과 씨름하던 그 사람이 ‘이제 그만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야곱은 그만 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람과 담판을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않겠나이다.” ‘당신이 이 문제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꼬일 대로 꼬인 이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분은 당신 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어떤 사람’ ‘그 사람’은 하나님의 사자입니다. 야곱은 밤새도록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을 했던 것이고, 이제 하나님께서 이 문제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야곱이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묻습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야곱은 자신의 이름이 ‘야곱’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여러분! 그 야곱이라는 이름 속에 담겨진 의미는 무엇입니까? 분명한 것은 그 사람이 야곱의 이름을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네 이름을 밝히라’는 것입니다. 왜 야곱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했겠습니까? 그것은 야곱이라는 이름을 갖고 살아온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라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야곱은 ‘야곱’이라는 이름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그 이름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는 온갖 술수와 방법을 다 동원하여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졌습니다. 야곱이라는 이름으로 형의 장자권도 빼앗았습니다. 형이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도 가로챘습니다.

   형 에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야곱이 형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자 아버지 이삭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의 이름이 야곱이라 함이 합당하지 아니하니이까?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 번째니이다.”(창세기 27:36) 무슨 말입니까? 야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야곱은 남을 속이고 남의 것을 빼앗는 삶이었다는 것입니다. 야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아, 야곱! 그놈은 욕심쟁이야, 사기꾼 같은 놈이야, 남을 잘 속이고 남의 것을 잘 빼앗는 사람이야’ 그런 수식어가 붙는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야곱은 지금까지 ‘야곱’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살아온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네 입으로 네 이름을 밝혀보라.’고 요구하신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고, 자신이 갖고자 하는 것이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반드시 소유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자기 자신을 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야곱’이라는 이름에 붙여진 수식어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속여서라도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야곱’입니다.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서는 형도 속였습니다. 아버지도 속였습니다. 외삼촌과 외사촌 형들도 속였습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그 이름으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라고 자신의 부끄러운 이름을 밝힌 야곱에게 ‘이제부터 네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하나님과 겨루어서 이겼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겨루었습니다. 사람과 싸워왔습니다.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서,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서 사람과 싸웠습니다. 사람을 속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할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얻어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이름이 바뀌고 나자 모든 것이 새로워졌습니다. 야곱은 그 사람과 씨름하던 그 얍복강가의 이름을 ‘브니엘’이라고 불렀습니다. 브니엘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얼굴’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뵈었다는 뜻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나님과 상관없이 살았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얍복강가에서 야곱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얼굴을 본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본 사람으로 새롭게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물으셨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무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혹시 야곱이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라고 대답을 하긴 하는데 그 이름이 붙여진 수식어가 부끄러운 것이었던 것처럼, 내 이름을 하나님께 밝혀드리긴 하는데 그 이름에 붙여진 수식어가 부끄러운 것들로 가득한 이름은 아닌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자신의 이름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부끄럽게 오르내리는 이름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야곱이 하나님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남을 속이고 빼앗고 하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야곱도 20년 전에 외갓집으로 가던 길에 벧엘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서원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야곱은 여전히 부끄러운 이름으로 살아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예수 믿는 신앙인으로 산다 하면서도 여전히 내 욕망을 좇아 살아왔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것을 얻으며 살진 않으셨습니까? 하나님을 만나고 은혜를 받을 때에는 하나님을 위해 살겠노라고 다짐하다가도, 내 삶의 자리에 돌아와서는 하나님 없이 내 세속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몸부림치며 살아오지 않으셨습니까?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 물음이 또 한 번 성경에 등장합니다. 마가복음 5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거라사인의 지방에 가셨을 때 거기에서 더러운 귀신들린 한 사람이 예수님 앞에 나타납니다. 그에게 예수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때 그 사람 속에 들어와서 그 사람을 괴롭히던 귀신이 ‘내 이름은 군대입니다. 우리의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귀신을 쫓아내시고 그 사람을 깨끗하게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귀신들린 그 사람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던 것은 귀신들린 그 사람을 향한 질문이 아니라, 그 사람 안에 들어가서 그를 괴롭히던 군대 귀신에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똑같이 물으십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것은 어쩌면 내 안에 있는 욕망이라는 놈을 향한 물음일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욕망이 나를 신앙인답게 살지 못하게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욕심이 내 안에서 나를 짓눌러 세상 것을 얻기에만 혈안된 삶을 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안에도 군대귀신 들린 사람처럼 세상적인 욕망과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 욕심에 끌려 살아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는 예수님 앞에 우리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세상의 것을 더 많이 움켜쥐기 위해서 욕망 덩어리로 살아온 우리 자신의 모습을 하나님 앞에 드러내놓아야 합니다. 나를 하나님 앞에 보여드려야 합니다.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을 속이고 남의 것을 빼앗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야곱이 아니라 늘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며 사는 이스라엘로 그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새로운 이름을 주셨습니다. 세상적인 욕망에 포로가 된 옛사람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이름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갈 이름 말입니다. 그 이름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입니다. 이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드러나는 삶 말입니다. 우리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보여지는 삶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세상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이름을 당당하게 밝히며 살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세상 사람들 앞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입니다!’라고 떳떳하게 우리의 이름을 밝힐 수 있습니까? 그렇게 떳떳하게 이름을 밝히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이 그 이름이 걸맞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이름 앞에 붙여지는 수식어가 향기로운 단어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의 이름은 그리스도인입니다. 그 이름을 떳떳이 밝힐 수 있는 삶을 사십시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우리의 이름에 아름다운 수식어가 붙도록 말입니다.

< 2015년 3월 2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