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를 지나서

< 본문 - 요한복음 20:24-29 >

  지난 해 부활주일을 며칠 앞둔 수요일, 우리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활주일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304명의 승객이 구조 받지 못한 채 세월호 안에 갇혀 있지만, 그래도 그들이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배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구조되지 못했고, 그 후 295명은 시신이 발견되었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아직도 9명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어언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서 오히려 더 분열되고 큰 아픔을 끌어안은 채 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희화화하고 세월호의 유가족들에 대해서 매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온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배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분노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국민들 사이에 마땅히 위로받아야 하고, 위로해 주어야 할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해서 비난하는 소리가 생겨나게 되었습니까? 왜 우리 국민들 사이에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서 마음들이 분열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습니까? 그 이유는 유언비어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동안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습니다. 안타까워했고,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국민들 사이에 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언비어가 떠돌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SNS를 통해서 빠르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라고 하면서 떠도는 이야기들이 전파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들 가운데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모두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전원 대학에 특례입학시켜 달라고 했다.’는 것 등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야당 정치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런 내용들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을 일부 보수언론들이 마치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게 요구한 것처럼 보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세월호 유가족의 사생활까지 거론하면서 유가족에 대해서 인격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 유언비어들이 확대재생산 되는 과정에서 더 끔찍한 말들도 오갔습니다. ‘누가 배 타고 놀러 가라고 그랬냐? 유족들이 국민들에게 죄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말도 있었고, ‘유가족이 무슨 벼슬을 딴 것처럼 왜 생 난리를 치느냐? 이래서 미개인이라고 욕을 먹는 것이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세월호 사건은 좌파 종북주의자들만 좋아한다.’는 식으로 정치적 이념논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날 때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딴 짓을 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나돌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유언비어들이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든 이유는 정부나 여당에서 세월호 사건을 발빠르게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나 여당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서 명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피곤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유언비어의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국민들은 진보와 보수가 너무 극명하게 구분되어 서로를 비난하고 모욕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언비어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한 단면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도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지난주에 말씀을 나눈 것처럼,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안식 후 첫날 이른 아침에 무덤을 찾아갔던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진 것 때문에 무덤 밖에서 울고 있을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깊은 절망 가운데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타나셨고, 시몬 베드로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제자들이 다락방에 모여 문들을 굳게 닫아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부활하신 주님께서 거기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24절의 기록에 의하면, 그 날(안식 후 첫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도마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마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지 못한 도마는 제자들이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고 이야기하는데도 그 사실을 믿지 않았습니다. 25절의 말씀처럼 도마는 ‘자신이 예수님의 손의 못 자국을 보고 그 못 자국에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보지 않는 한, 그리고 예수님의 옆구리에 자신의 손을 넣어보지 않는 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왜 도마는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아야만 주님의 부활을 믿겠다고 했습니까? 도마 역시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그도 3년 동안이나 예수님과 함께 생활했고, 예수님의 가르치심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들을 직접 본 사람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서 ‘내가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대제사장과 종교지도자들에게 붙잡혀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게 된다.’는 말씀을 하실 때 그것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자신이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었다.’고, ‘주님께서 분명히 부활하셨다.’고 말할 때 그 말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것을 보았다면 주님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이야기하는 다른 제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래 우리 주님은 충분히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실 수 있는 분이지! 주님은 부활하셨음이 분명해.’라고 생각해야 맞습니다. 그렇게 분명한 확신을 가지진 못한다 하더라도 ‘어쩌면 다른 제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말 주님이 부활하셨는지도 몰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도마는 아주 분명하게 말합니다.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에 자기의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절대로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왜 도마는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도마가 의심 많은 제자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아서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지 않는 성격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 26절은 여드레가 지나서 예수님께서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여드레가 지났다’는 말은 안식 후 첫날 저녁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후 8일이 지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그 8일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마태복음 28장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그 여드레 동안 예루살렘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던 날, 무덤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은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대제사장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이 무덤에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보고를 받은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경비병들에게 ‘밤에 우리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제자들이 와서 예수님의 시체를 훔쳐갔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돈을 쥐어줍니다. 유언비어를 퍼뜨리도록 말입니다. 여기에 커다란 모순이 있습니다. 경비병들은 무덤을 지킬 책임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던 날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넣어놓고도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평소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고 하신 말씀을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셨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했지만, 제자들이 밤중에 몰래 와서 예수님의 시신을 도둑질하고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덤 문을 큰 돌로 막았습니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그 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큰 돌로 말입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아무도 그 돌을 옮기지 못하도록 인봉을 해놓았고,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자 총독의 허락을 받아 경비병들을 세워 무덤 문을 지키게 했습니다. 그래서 경비병들이 무덤을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경비병들이 와서 하는 말이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경비병들이 잠든 틈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간 것이라면 경비병들은 자기들의 임무를 소홀히 한 죄로 큰 벌을 받아야 합니다. 무덤을 지키는 경비병들이 잠을 잤고, 그래서 예수님의 시신을 지키지 못했다면 당장에 파면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감옥에 가야합니다. 그런데 경비병들은 대제사장에게 큰 돈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제사장이 그렇게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한 것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그런 유언비어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예루살렘에 퍼져갔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26절에서 ‘여드레를 지나서’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그 여드레 동안 예루살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 지를 우리는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여드레 동안 예루살렘에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비병들이 퍼뜨린 유언비어를 믿었고, 그 유언비어가 사실인양 떠벌리고 다녔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그런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드러내놓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자기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루살렘의 분위기는 무섭습니다. 더군다나 그 유언비어의 근원지가 대제사장이라면 ‘그것은 유언비어이고 사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이 맞다’고 말하고 다니면 자신들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 닥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오늘 본문 26절에 의하면 여드레가 지났는데도 제자들은 여전히 문들을 닫아놓고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만나 뵈었는데도, 제자들의 마음에는 아직도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드레 전에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내도 너희를 보내노라.’고 말씀하신 부활의 주님의 명령을 들었음에도 그들은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거짓된 소문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신들은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간 못된 놈들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갔다는 유언비어가 예루살렘에 쫙 퍼져 있어서 자기를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도마도 그런 유언비어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제자들이 한 말도 들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말하는데,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간 것이지 부활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드레를 지나는 동안 도마는 여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어느 것이 진실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제자들의 말처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자기 몰래 예수님의 시신을 빼돌리고선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마는 갈등합니다. ‘무엇이 진실일까? 누구의 말이 옳은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도마는 더욱 깊은 갈등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서 도마가 내린 결론은 이런 것입니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여러분, 때로는 유언비어가 진실보다 더 큰 힘을 갖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 유언비어가 사실인 것처럼 보여지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떠벌리면 그 유언비어의 힘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됩니다. 가끔 언론을 통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업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언론에 그 기업이 가짜 제품을 만들었다든가 부정을 저질렀다고 보도가 되면 나중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회사는 이미 엄청난 피해를 본 후입니다. 대기업 같은 경우야 그런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살아남겠지만,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일이 한번만이라도 있으면 그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래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 조심해야 합니다.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카톡과 같은 SNS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될 만한 것들은 금새 여러 사람에게 퍼져나갑니다. 손가락을 딱 세 번만 움직이면 그런 소문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자신에게 온 문자나 메지지를 ‘복사’라고, 내가 보낼 다른 사람의 이름을 ‘클릭’하고, 거기에 복사한 것을 ‘붙여넣기’만 하면 내게 온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바로 전달됩니다. 아주 쉽게 그리고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사회는 소문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SNS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언비어를 통해서 소문으로 떠도는 이야기로 인해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말하는 제자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도마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도마에게 ‘네 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내 옆구리에 네 손을 넣어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을 덧붙이십니다.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그제서야 도마는 주님의 부활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진정으로 ‘나의 주님이시며 나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하게 됩니다. 비록 주님의 손에 손가락을 넣어보지 않았어도, 주님의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지 않았어도 자신 앞에 나타나신 주님을 보는 순간 도마는 이전의 모든 의심을 떨쳐버리고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느냐 마느냐 하는 것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으로 세월을 다 허비했습니다. 며칠 전에야 대통령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세월호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라’고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그 동안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 부정적이던 정부가 갑자기 인양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해양수산부장관은 여론을 수렴해 인양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니 엊그제는 인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여론수렴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확정한 것 아니냐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기술적인 검토를 한다 하더라도 내년 가을쯤에나 인양이 완료될 것이라고 합니다. 늦었지만 잘 된 일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왜 진작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통령이 그 말 한 마디만이라도 조금 더 일찍 했다면 우리 국민이 이렇게까지 분열되고 갈등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려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의심하던 제자 도마에게 주님이 나타나심으로 도마의 모든 의심이 사라진 것처럼, 세월호에 대한 모든 의심과 유언비어들이 한 순간에 다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주기가 다가오기에 우리는 다시금 세월호를 기억합니다만, 이것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질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유가족을 우리가 일일이 찾아가 위로하고 그들을 도와줄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는 이 사건과 이 희생을 잊지 않음으로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보듬을 수 있고, 그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잊지만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여러분, 믿음은 어디에서 생깁니까?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로마서 12:17) 그렇습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납니다. 우리가 무엇을 듣느냐에 따라서 우리에게 믿음이 생기느냐 아니면 거짓된 진리에 현혹되느냐 하는 것이 결정됩니다. 세상의 유언비어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다. 세상의 소리에 우리의 귀를 너무 많이 열어놓지 마십시다. 우리의 귀를 말씀 앞에 열어놓고,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주 부활주일을 보냈습니다. 부활주일 후 일주일을 살아오면 여러분의 귀는 무엇을 향해 열려 있었습니까? 세상의 소리를 너무 많이 들으며 살아오진 않으셨습니까? 세상의 소리를 듣다가 믿음을 잃어버린 도마처럼, 우리도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의 마음이 점점 믿음에서 멀어지고 말 것입니다. 세상을 떠도는 유언비어에 스스로 속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거짓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경비병들이 떠벌리고 다녔던 그런 유언비어는 아닐지라도, 우리의 신앙을 해치는 소리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믿음이 아닌 세상의 방법을 따르라는 소리, 믿음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에 많다고 유혹하는 소리, 돈을 가지면 못할 것이 없다는 맘몬주의의 소리, 십자가의 길보다는 형통하고 편안한 길을 따라 가길 원하는 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욕망의 소리 등등.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세상의 소리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 소리에 귀를 막을 수 있는 믿음을 갖고 사십시다. 세상의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그 말씀에 순종하는 믿음으로 사십시다.

   우리는 또 한 주간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시선은 하나님께 맞추고, 우리의 귀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열어놓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 사십시다. 우리의 손을 하나님께 맡기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손을 내밀어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십니다. 그 손을 꼭 붙잡고 믿음으로 사십시다. 여드레를 지난 후 우리의 믿음이 더욱 강해지도록 말입니다.

< 2015년 4월 1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