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선택

< 본문 - 마태복음 7:13-14 >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5년 11월 14일, 전재용 선장이 이끄는 400톤급 참치잡이 어선 ‘광명 87호’는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말라카 해협을 지나던 도중에 전재용 선장은 쌍안경으로 작은 배 한 척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트피플이었습니다. ‘보트피플’이란 월남이 패망한 이후 공산화가 된 베트남을 탈출하기 위해서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난민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당시 베트남 주변 나라들은 이 보트피플을 결코 환영하지 않았고, 자국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자국에 들어온 보트피플을 베트남으로 강제 소환하면서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전재용 선장이 발견한 보트피플은 모두 96명이었습니다. 그는 본국 회사로 난민들을 구조해도 되는지 물었지만, 회사의 답변은 ‘노(No)’였습니다. 그는 회사의 지시에 따라 보트피플을 지나쳤습니다. 혹시나 구해줄까 기대했던 96명의 난민들은 콩나물시루와도 같은 작은 배 안에서 자신들을 지나쳐 가는 배를 바라보며 자포자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약 30분이 지났을 때 지나쳤던 배가 보트피플에게로 다가왔고, 그 작은 배에 타고 있던 96명을 모두 구해주었습니다.

   그 30분 사이에 광명 87호의 전재용 선장은 많은 갈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지시를 따라 지나쳐오긴 했지만,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른 절박한 상황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전재용 선장은 선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어 ‘내 양심상 저들을 놔두고는 도저히 못 가겠다. 난민들을 구조하겠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말하고는 회사에도 그렇게 전달했습니다.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부정적인 답신이 이어졌지만, 전재용 선장은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보트피플을 구조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전재용 선장과 선원들은 구조한 보트피플 가운데 여성과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침실을 내주고, 노인과 환자들은 선장실로 모셔와 치료하고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보트피플 96명을 태우고 부산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10여일을 항해해 가야 하는데, 당시 배에는 선원 25명이 먹을 양식과 물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재용 선장과 선원들은 그것으로 96명의 보트피플과 나눠먹었고, 식량이 다 떨어진 후에도 선원들과 96명의 보트피플들을 위로하며 무사히 부산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구조된 사람 가운데 피터누엔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피터누엔은 1년 반 정도 난민소에서 지내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온 가족들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무렵 자신들을 구해준 전재용 선장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쉽게 전재용 선장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전재용 선장과 서신을 교환할 수 있게 된 것은 무려 17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전재용 선장의 편지를 받고서야 왜 선장님과 연락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96명의 생명을 구한 전재용 선장은 곧바로 회사에서 해고당해야 했고, 난민을 구조했다는 이유로 당국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선박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그 어디도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가 멍게양식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재용 선장은 피터누엔에게 보낸 편지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썼습니다. ‘보트피플을 구조할 때 저의 미래와 경력까지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저는 96명의 생명을 살린 저의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 전재용 선장은 큰 결단을 해야만 했습니다. 회사의 지시대로 작은 보트 안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96명의 생명을 모른 척하고 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힘든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96명의 생명을 구조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그가 예상한대로 그 대가는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직장을 잃어야 했고, 힘든 인생을 새롭게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선택한 그 일에 대해서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당시 보트피플 곁으로 25척의 배가 지나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곁을 지나간 그 25척의 배는 모두 보트피플을 외면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재용 선장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큰 비극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96명의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에는 거기에 대한 책임이 따릅니다. 때로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한 것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했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재용 선장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옳은 선택을 했느냐 하는 것은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것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때로는 옳은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내가 선택한 그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것을 묻기 보다는 그 결과가 어떤 것이냐를 보고 선택하려 합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자신에게 유익이 된다면 때론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되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도 이기주의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 믿음의 사람들은 달라야 합니다. 선택하는 기준이 세상 사람들과 달라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마태복음 5-7장을 흔히 산상수훈이라고 말합니다. 마태복음 5:1-2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셔서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위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해서 ‘산상수훈’이라고 합니다. 이 산상수훈은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오늘로 말하면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들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예수님을 따르는 예수님의 제자들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이나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상수훈의 말씀들은 모두 세상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그 산상수훈의 결론 부분에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산상수훈의 말씀을 요약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이것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말씀하십니다. 믿음의 사람들이 아닌 세상의 사람들은 넓은 길로 가려 합니다. ‘크고 넓은 길’이란 편한 길을 말합니다. 본문에 ‘그 길이 넓다’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에서 ‘넓다’는 말은 ‘육체적으로 편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이 그런 길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육체적으로 편한 길을 가려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은 잘 하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에 주어진 보상이 다른 것보다 월등하다면 육체적인 불편이나 힘듦도 감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코 어려운 일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산상수훈 가운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리를 동행하라.’(마태복음 5:41) 여러분,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 말은 당시 로마 군인들이 민간인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근거로 하신 말씀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에서는 로마 군인들이 군수물자를 운반한다던지 아니면 길을 잘 모를 때에는 민간인들을 강제로 징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군수물자를 옮겨야 하는데, 일손이 모자랄 때에는 민간인들을 강제 동원시킵니다. 그래서 민간인들에게 억지로 그 무거운 물건들을 짊어지고 옮기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힘들다 보니 너무 멀리까지 가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힘들게 강제노동을 시키면 백성들의 원망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무 먼 길이 아닌 약 5리 정도까지만 강제로 짐을 지워 옮기도록 명령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결코 탐탁치 않는 일이었습니다.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로마와 로마 사람들이 얼마나 미웁겠습니까? 그런데 그들이 힘든 일을 자기들에게 시킵니다. 더구나 돈 한 푼 주지 않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 군인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런 강제노역을 시키면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긴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일을 하더라도 대충 하고 말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할지라도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로마 군인들이 억지로 5리까지 가자고 할지라도 10리까지 가 주라는 것입니다. 힘든 일입니다. 하고 싶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일을 시킨 사람들이 민족의 원수인 로마 군인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해 주라는 것입니다. 해 주되 그들이 요구하한 것보다 더 많이 해 주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세상에 이런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바보 같을지라도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원수인 로마 군인들이 강제노역을 시킨다 하더라도 그들이 시키는 것보다 더 많이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편하기 위해서 넓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힘들더라도, 고통스럽더라도 세상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렇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5리를 가는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것은 로마 군인들이 강제로 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5리를 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킨대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5리를 더 가 주느냐 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마음먹고 ‘5리를 더 가주겠다’고 하면 갈 수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해 주면 로마 군인들 입장에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모자란데 자발적으로 5리를 더 가 주겠다고 하면 고마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코 쉽지 않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해 가야 합니다. 5리를 더 가 준다고 해서 내게 유익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힘만 들 뿐입니다. 어쩌면 동족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원수인 로마 군인들을 도와주었다’고 원망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기꺼이 힘든 길을 가 주어야 합니다. 내게 유익이 없어도 말입니다. 힘이 들지라도 말입니다. 그게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그래서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그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우리가 선택하여 가야 할 길은 좁고 협착한 길입니다. ‘협착하다’는 말은 ‘환난을 당하다’ ‘곤란한 처지에 이르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이 가야 할 길은 때로 고난의 길입니다. 핍박을 받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리는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마가복음 10:29-30)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주님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박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 믿으면 평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으면 모든 일이 형통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예수를 믿는 우리의 삶에 때로 고통이 따릅니다. 때론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믿는다는 것 때문에 더 힘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신앙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은 예수 믿는 자답게 살려 할 때 우리에게 찾아오는 그런 모든 힘든 것들을 감내하겠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르게 살라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살겠다는 각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가는 그 편한 길을 기꺼이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즐기며 가는 그 길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야하는 좁은 길, 협착한 길, 고통과 박해가 있는 길을 선택하며 가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힘든 길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는 넓고 편한 길의 종착지는 멸망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위해서, 신앙을 위해서 좁은 길을 선택하여 가는 사람에게는 생명이 주어집니다. 생명의 길을 가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처럼 넓고 편한 길을 가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삶아가면서 늘 무언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인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는 인생을 ‘B에서 D 사이의 C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B는 Birth(탄생)을 말는 것이고, D는 Death(죽음)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 탄생과 죽음 사이에 있는 C는 Choice(선택)입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하며 사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 선택에서 세상 사람들과 달라야 합니다. 다른 선택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우리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들의 유익을 위한 쪽으로 선택할지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나의 유익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하나님을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늘 말씀처럼 세상 사람들이 넓고 편한 길을 선택하며 갈지라도 우리 신앙인들은 좁고 고통스러운 길, 생명의 길을 선택하며 살아야 합니다. 생명의 길을 선택하며 살다 보니 우리의 길은 늘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은 결코 쉬운 길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길은 결코 편한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제시대 때에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던 선교사님 가운데 부르스 헌트(Bruce F. Hunter, 1903~1992)라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 한국식 이름은 한부선입니다. 그의 아버지 윌리엄 헌트(William B. Hunt, 1869-1953) 역시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분이었습니다. 부르스 헌트 선교사는 아버지 윌리엄 헌트가 우리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인 1903년에 평양에서 태어났습니다.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낸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정통장로교회의 파송을 받아 다시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들어오게 됩니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선교사로 활동한 것입니다. 그가 한국인 선교를 위하여 만주에서 일하던 때에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는 신사참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1941년 10월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만주의 날씨는 너무 추웠습니다. 외투 한 벌 뿐이었던 그는 ‘너무 추우니 담요를 넣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일본 경찰은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일본과 미국이 전쟁을 한다는 소문이 감옥 안에까지 알려지게 되었고, 감옥 안에 그 소문으로 인해 술렁거릴 때 감옥의 소장이 그를 소장실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미국에 돌아가기를 원합니까? 물론 우리가 당신을 보낼 것이라는 약속은 못하지만, 그러나 만약 갈 수 있다면 미국으로 돌아가겠습니까?” 헌트 선교사는 이전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감옥에서 온갖 모욕과 고난을 받은 뒤 우리나라를 떠난다는 조건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추운 냉방의 감옥으로 돌아가 계속 감방생활을 할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에 결정을 하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 자신의 안전만 생각한다면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선교사로서 나는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보내신 것을 확신하며, 따라서 내가 있어야 할 그곳에 있기를 원합니다.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습니다.” 결국 그는 다시 감방으로 가야 했고, 결국 9개월 동안 감옥생활을 하다가 1942년 일본에 의해서 강제로 미국으로 송환되고 말았습니다. 그 9개월 동안 그는 감옥 안에서 간수가 가져다 준 말똥을 먹으며 지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어느 누구도 감방에서 추위에 떨며 고통스럽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에까지 와서 말입니다. 그런데 헌트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이곳에 보내셨기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여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치고 고난의 자리에 남기를 원했습니다. 그것이 믿음의 선택이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선택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려 할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편하고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좁고 협착한 길을 선택하여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길이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어느 길을 선택하며 사시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가는 넓고 편한 길입니까? 아니면 좁은 길이요 고난이 있는 길이지만 생명이 주어지는 길입니까? 사람들이 누구나 가는 그 편한 길이 아닌, 생명의 길을 선택하여 가십시다. 그 길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시고, 그 길 끝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늘의 상급으로 갚아 주실 것입니다.

< 2015년 6월 28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