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이어 받는 삶

< 본문 - 베드로전서 3:8-9 >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 이후 그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향해 갑니다. 모세의 인도로 가나안 땅을 향해 가던 도중에 가데스 바네아에서 12명의 정탐꾼이 가나안 땅에 가게 됩니다. 가나안 땅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그 땅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강한지, 그리고 그 땅이 살기가 괜찮은 곳인지 등을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각 지파에서 1명씩 모두 12명의 정탐꾼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서 40일 동안 그 땅을 살펴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그들이 보았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줍니다. 12명의 정탐꾼들은 동일하게 그 땅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땅은 말 그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우리가 그 땅에서 난 과일을 몇 가지 가지고 왔는데 보십시오.’ 그러면서 가나안 땅에서 가져온 포도송이가 달린 가지와 석류와 무화과 열매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까지는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기 좋은 땅인데,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강하고 성읍은 크고 견고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 땅에는 아낙 자손 거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실제로 가나안 땅에는 아낙 자손 거인들이 살고 있었고, 크고 견고한 성읍들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나안 땅이 살기가 좋지만, 크고 견고한 성읍과 아낙 자손의 거인들이 살고 있다는 데에는 정탐을 갔던 12명이 동일하게 보고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은 ‘가나안 땅의 상황이 그럴지라도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 땅을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머지 10명의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의 거민들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 우리가 그 땅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다 죽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2명의 정탐꾼들은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땅을 보고 왔습니다. 가나안 땅이 얼마나 살기 좋은 땅인지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도 보았고, 그들이 사는 성읍이 얼마나 크고 견고한지도 보았습니다. 그것이 가나안 땅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땅에 들어갈 수 있느냐? 들어가서 전쟁을 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는 것에서는 의견이 달랐습니다.

  여러분, 상황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습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는 말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달랐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 땅 백성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들의 성읍이 아무리 견고한다 하더라도 가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장이라도 가나안 땅에 가자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땅이 좋긴 한데 거대한 아낙 자손이 살고 있고, 크고 견고한 성읍들이 있어 들어가 싸우다가는 우리 모두 죽는다고 생각한 사람은 결코 가나안 땅에 들어가려 하지 않습니다.

   비단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상황을 우리가 바꿀 순 없지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입니다. 우리의 시각을 바꾸면 상황이나 환경은 바뀌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성경은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믿음의 선배들은 바꿀 수 없는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 상황과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믿음으로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그 믿음을 따라 살려했던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환경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환경 속에서 살지라도 세상 사람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과 상황을 해석하는 방법이 세상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의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상황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환경은 세상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상황이나 환경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입니다. 상황이나 환경을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고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살아가는 삶의 방향도 달라지고 살아가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세상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야 할 우리 신앙인들의 삶을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오늘 본문의 말씀을 쓸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로마로부터 큰 박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베드로전서가 쓰여진 때가 주후 60년 전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 로마의 황제는 네로(Nero, 주후 54-68년 재위)였는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네로는 기독교를 박해하기로 유명한 황제입니다. 특별히 주후 64년에 일어난 로마 대화재 사건 이후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한층 더 그 강도가 강해졌습니다. 당시 로마는 로마제국의 수도였습니다. 인구가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도시입니다.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의 인구가 2만 5천 명에서 약 7만 명 정도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로마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로마에 화재가 발생해서 9일 동안이나 불길이 계속되었고, 로마 시내 14개 구역 가운데 10개 구역이 모두 불에 탈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런 대화재 사건이 발생하자 휴가 중이었던 네로 황제는 휴가를 중단하고 급히 로마에 와서 이재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등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노렸습니다. 그럼에도 로마 시민들의 성난 민심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네로 황제가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게 됩니다. 그러자 위기를 느낀 네로 황제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게 됩니다. 기독교인들이 방화를 저질렀다는 거짓된 소문을 낸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였습니다.

   물론 그 로마대화재 사건 이전에도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는 있어왔습니다. 특별히 기독교인들은 로마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만이 참 신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황제들은 자신들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마음에 들이 않았고, 그래서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죽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화재 사건으로 인해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이 방화를 저질렀다고 그 책임을 기독교인들에게 돌리면서 박해가 가속화된 것입니다. 그런 박해는 로마라는 도시 안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로마가 지배하고 있던 모든 지역에서 박해가 일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베드로전서가 기록되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박해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신앙으로 살려 하는 사람들은 고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난과 박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믿음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말씀이 베드로전서입니다.

   오늘 본문은 ‘마지막으로’라는 단어로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라는 말은 앞선 말씀의 요약과 결론을 의미합니다. 오늘 본문의 ‘마지막으로’라는 말은 베드로전서 2:18-3:7절에 있는 말씀의 결론입니다. 베드로전서 2:18절 이하의 말씀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당하는 고난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2:19절에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라는 말이 나옵니다. 부당하게 고난을 당한다는 말은 고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이 당하는 고난을 말합니다. 신앙인들이 잘못을 해서 고난을 당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단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난을 받는 것입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붙잡혀가야 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내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예수님께서 당하신 고난을 생각하며 참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3:1-7절까지에서는 부부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교도인 남편과 결혼한 여자가 어떻게 가정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당시 문화에서 여자는 인격적으로 존중을 받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믿지 않는 남편, 이교도인 남편들은 기독교에 대해서 ‘치명적인 미신’이라고 멸시를 했고, 그런 기독교에 빠진 아내를 내쫓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믿지 않는 남편이 아내를 예수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무시하고 박해한다 할지라도 신앙을 가진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예수 믿는 아내는 남편을 감동시킬 만큼 거룩한 행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수 믿지 않는 남편을 구원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씀들을 하면서 오늘 본문에서는 그 말씀들에 대한 결론을 가르쳐줍니다. 예수 믿는다고 박해하는 로마 황제나 로마 사람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때로는 가정이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된 아내들에게 어떤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십니다.

   먼저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사랑으로 하나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줍니다. 오늘 본문 8절에서는 5개의 형용사를 사용하여 우리 신앙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믿음을 지켜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마음을 같이하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같이하라는 말은 ‘한 가지 일에 뜻을 같이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문제나 일을 처리할 때 똑같은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서로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적과 방향은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난을 참아내는 방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고난을 이겨낼 방법에 대해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왜 우리가 고난을 이겨내야 하느냐 하는 것에는 같은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리고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해서 우리는 고난을 참아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동정해야’ 합니다. 동정한다는 것은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나는 고난을 당하지 않지만 고난을 당한 사람을 바라보면서 함께 아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고난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고난당하는 사람을 향하여 ‘네가 뭔가 잘못하니까 그런 어려움을 겪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함께 마음 아파해야 합니다. 마치 내가 고난을 받는 것처럼 아파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형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형제 사랑에 대해서는 로마서 12:10절에서 아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하며.” 형제를 사랑한다는 것은 먼저 서로 우애하는 것입니다. ‘우애’라는 말은 가족 간의 극진한 애정을 말합니다. 가족은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했을지라도 사랑하고 감싸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공동체를 이룬 교회의 형제들이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 식구(가족)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감싸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존경해주어야 합니다.

   네 번째는 ‘불쌍히 여겨 주어야’ 합니다. 불쌍히 여긴다는 말은 신약성경에서 가장 깊은 감정이나 동정심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예수님께서 병든 사람을 보실 때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단순히 동정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대해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불쌍히 여기는 것입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박해를 받고 고난을 받는 사람들을 볼 때 그런 마음이어야 합니다.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마치 ‘내가 대신 아파해 줄 순 없을까?’ 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서로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겸손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항상 낮은 자리에 내려가는 마음입니다. 내가 낮아질 때 다른 사람을 높여줄 수 있고, 내가 낮아질 때 다른 사람을 존중해 줄 수 있습니다. 겸손한 자리에 내려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멸시해도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간 사람에게는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멸시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난을 받아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9절에서는 이웃에 대해서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십니다.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베드로가 예수님께 직접 들은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누가복음 6:28-29) 그리고 이어서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그게 어찌 상 받을 만한 일이냐? 너희가 죄인이라고 정죄하는 세리들이나 너희가 구원이 없다고 무시하는 이방인들도 그렇게는 하지 않느냐? 너희는 세리나 이방인들보다 뭔가 너 나아야 하지 않느냐?’ (마태복음 5:46-47)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 사람들과 뭔가 달라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만큼만 한다면 그게 어찌 신앙인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신앙인입니다. 그것이 바로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를 저주하는 자를 향하여 축복해 줄 수 있어야 하고, 우리를 모욕하는 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편지로 받는 사람들은 박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잘못을 해서 고난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고난을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가족이 끌려가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매질을 당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도 있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 때문에 남편에게 미움을 받고, 때로는 가정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자신을 박해하고 무시하고 고통을 가하는 사람들이 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내 마음 속에 분노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께서 참으신 것처럼 참아야 하고, 우리 주님께서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들을 위해서 용서의 기도를 해 주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주님을 닮아서 말입니다.

  여러분, 힘없는 그리스도인들은 박해받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박해하는 로마 황제를 암살할 수도 없고, 박해하는 로마 군인들과 맞서 싸울 수도 없습니다. 상황이나 환경을 바꿀 수는 없어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박해자를 향하여 화를 내고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복을 빌어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더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9절은 이렇게 말씀을 이어갑니다.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들로 살게 하시려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환경이나 상황 앞에서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박해자들을 위해서 기도해주고, 우리를 저주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도리어 축복해 주는 신앙으로 살게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패역한 자들에게 넘겨져 고난을 당하시고, 죄인들에 의해서 죄인으로 정죄를 받아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그들을 저주하지 않으셨고 그들에게 대항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주님에게는 대항할 수 있는 힘과 권세가 있으셨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고난을 받으셨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고, 부활을 통해 승리하셨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 환경을 불평하지 마십시다. 불평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라면 불평하지 마십시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바르게 판단하십시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네 가지 안목이 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가 ‘insight’입니다. 현재라는 틀 속에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hindsight’입니다.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보며 얻는 통찰력을 말합니다. 한자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비슷한 말입니다. 세 번째는 ‘foresight’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를 보는 예지력입니다.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안목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거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은 ‘divine sight’입니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아니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이라 하더라도 거기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그 상황에서 내가 선택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환경에 굴복한 채 상황의 노예로 사는 삶이 아니라, 내 상황과 환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을 선택해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삶이 복을 이어받는 삶입니다.

< 2015년 7월 12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