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브라함의 딸!

< 본문 - 누가복음 13:10-17 >

  엊그제 실린 이런 기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경남 거창의 한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모교인 초등학교에 백만 원이 조금 넘는 장학금을 기탁했다고 합니다. 모교에 장학금을 기탁한 사례들이 많이 있고, 또 동창회에서 낸 장학금이 백만 원이라는 것이 별로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 동창생들은 1942년에 이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73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당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모두 31명이었는데, 이제 연세가 들어가면서 한 두 사람씩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더니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불과 세 사람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마지막으로 동창회를 열고, 남은 세 사람 모두 고령인데다가 몸이 불편하여 더 이상 모임을 갖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 마지막 동창회로 모였을 때, ‘더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는데 그 동안 쓰고 남은 동창회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의논하다가 모교에 모두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로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현재 3명이 남은 동창회의 회장은 91세로 직접 모교를 찾아갈 수가 없어서 딸을 보내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남은 돈을 뜻 있게 사용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장학금으로 내놓게 되었다’고 그 의미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창회장의 이름도 밝히지 말기를 당부했다고 합니다. 정말 오늘 우리 시대에 따뜻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처럼 참으로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사회이고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죄악이 난무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그 가운데는 죄악에 물들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눈에 잘 띄진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곳에서 묵묵하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정말 마음 따뜻한 분을 만난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주고 있습니다. 그 여인은 18년 동안이나 척추장애를 안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18년 동안이나 척추장애를 안고 살아왔다는 것은 그가 안고 있는 그 병이 얼마나 심한지를 가늠케 해 줍니다. 오늘 본문 11절에서는 그녀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열여덟 해 동안이나 귀신 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우리는 누가가 그 여인에 대해서 기록한 이 표현을 통해서 그 18년 동안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 가운데 살아 왔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허리가 꼬부라져 조금도 허리를 펴지 못했습니다. 우리 교우 가운데도 그렇고, 우리 주변에도 허리가 몹시도 구부려져 힘들게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돌아가신 저의 할머니도 지붕에서 떨어지신 후에 허리가 구부러져 몇 십 년 동안을 거의 90도 정도 휘어진 채로 사셨습니다. 길을 가실 때에 지팡이를 짚고 허리를 구부린 채 걸어가시다가 힘이 드시면 가끔씩 허리를 펴시며 ‘아이고고고’ 하고 아픔을 표현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허리에 장애를 입어 허리를 전혀 펴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힘들면 가끔씩이라도 허리를 펴며 몸을 추스르시던 저의 할머니보다도 이 여인이 상태가 더 안 좋았습니다. 이 여인은 18년 동안 허리를 한 번도 펴 본적이 없었습니다. 힘들어도 허리를 펼 수가 없습니다. 사람의 힘은 허리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살았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힘든 일은 할 수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스스로 머리조차 감을 수 없을 정도였는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조차 하기 어려운 모습니다. 허리가 구부러져 펴지 못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녀는 그 18년 동안 하늘을 한 번도 올려다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밤하늘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지도 못했습니다.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도 감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땅만 쳐다보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녀는 고통을 안고 무려 18년을 살았습니다. 11절에서 표현하고 있는 ‘앓았다’는 단어는 단순히 그녀가 허리가 구부러져 펴지 못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구부러져 있는 그것으로 인해서 고통이 아주 심했다는 뜻입니다. 몇 십년 동안 허리를 구부리신 채 사셨던 저의 할머니는 그래로 그렇게 허리를 구부리실 때 아픔이 덜하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허리를 구부려야 덜 아프시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린 채 걸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은 허리를 구부리면 고통이 덜하기 때문에 허리를 구부린 채 살았던 것이 아닙니다. 고통 때문에 허리를 펼 수가 없어서 구부린 채 살아온 것입니다. 구부린 채 사는 것 그 자체가 고통스럽습니다.

   더구나 이 여인은 귀신에 들려 있었습니다. 귀신에 들려 있다는 말은 그녀에게는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와 기쁨과 평강이 전혀 없었다는 뜻입니다. 무엇엔가 붙들려 산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비단 귀신에게 붙들려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돈에 붙들려 살면 돈의 노예가 됩니다. 돈의 노예가 된 사람에게는 사람답게 사는 자유와 행복이 없습니다. 늘 돈을 따라갈 뿐입니다. 권력이나 명예에 붙들려 사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의 노예가 되어 그것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래서 피곤하게 삽니다. 삶의 행복도 자유도 없습니다.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은 자신의 손에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이 쥐어지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곧 불평과 불만족으로 바뀌고 맙니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돈의 노예가 되면 돈을 많이 가질 수는 있을지라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삶의 행복과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권력이나 명예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얻은 그 권력과 명예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것을 원합니다. 그래서 늘 마음에 부족함을 느끼며 삽니다. 그런 마음에는 행복이 깃들 수 없고, 마음에 여유나 기쁨도 없습니다.

   귀신 들린 여인도 그렇습니다. 귀신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뭔가를 할 수 없습니다. 늘 무언가에 쫓겨 살고, 늘 불안한 삶을 삽니다. 몸이 아프고 불편하면 마음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귀신에게 붙들려 사니 그 여인에게는 행복이 없습니다. 기쁨이 없습니다. 18년 동안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본문 16절에서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고쳐주시면서 ‘이 매임에서 푸는 것이 합당하지 아니하냐?’고 반문하신 것처럼, 그 여인은 지금까지 매인 채 살아왔습니다. 귀신에게 매여 있었고, 고통에 매여 있었습니다. 절망에 매인 채 살아왔습니다. 그녀에게는 자유가 없었습니다. 매인 채로 살아갈 뿐입니다. 매인 채로 살아가는 그녀의 얼굴에 기쁨이 없습니다. 웃음기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갈 뿐입니다. 심지어 모든 사람들도 자신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한 가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입니다. 그렇게 인생이 고통스럽고 힘들 때 그래도 그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있었습니다. 바로 하나님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안식일이 되자 회당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회당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가 안식일이 되어 회당을 찾아왔는데 때마침 예수님께서 거기에 계셨는지, 아니면 예수님께서 그 회당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병고침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회당을 찾아갔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회당에 찾아갔을 때 거기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고, 예수님께서 그녀의 병을 고쳐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말씀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18년 동안이나 척추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는 그 여인을 보셨고, 그 여인을 보시자 그 여인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누가복음에도 예수님께로부터 고침 받은 사람들이 참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자 본인이든 아니면 주변 사람이든 누군가가 병을 고쳐주시기를 요청할 때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베드로의 장모가 병들어 있을 때에는 사람들이 병을 고쳐 달라고 요청해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장모를 고쳐주셨습니다.<누가복음 4:38> 중풍병자를 고치실 때에는 사람들이 지붕을 뚫고서 예수님 앞에 중풍병자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예수님께 고쳐달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믿음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중풍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누가복음 5:17-20> 백부장의 사랑하는 종이 병들어 죽게 되었을 때에는 백부장이 예수님께 사람들을 보내 자신의 사랑하는 종을 고쳐주시기를 간구했습니다. 그래서 고침을 받았습니다.<누가복음 7:1절 이하> 그렇게 많은 경우에 예수님께서는 병을 고쳐달라고 하는 요청을 받고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조금 다릅니다. 척추 장애로 18년 동안이나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여인은 예수님께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회당에서 말씀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예수님께서 그녀를 부르시더니, ‘여자여, 네가 병에서 놓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 여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시더니 그녀의 머리에 안수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18년 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병이 떠나가고 고침을 받게 됩니다. 18년 동안 한 번도 펴지지 않았던 허리가 쭉- 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 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고쳐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은 그 여인의 병을 고쳐주셨습니까? 더군다나 그 날은 안식일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하면 안식일에는 병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안식일을 거룩히 지켜야 한다는 십계명의 말씀처럼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병을 고쳐주는 것 역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그 여인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누가복음 6장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주시나 보려고 일부러 오른손 마른 사람을 회당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연히 그 사람의 고장 난 오른손을 고쳐주셨습니다만, 그것은 함정이었습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고소할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만든 계략이었는데, 거기에 예수님께서 걸려든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이냐?’고 되 물으셨고,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주고, 선을 행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분명하게 선언하셨습니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대답할 말을 잃고 말았지만,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마음에 분노가 가득하여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죽일까 서로 의논하게 됩니다.<마태복음 12:14>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누군가의 병을 고쳐주신다는 것은 종교지도자들에게 더욱 미움을 받는 일이고, 심지어는 예수님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더욱 견고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죽일까 서로 의논할 정도로 예수님에게 모든 상황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예수님께서 모르실 리가 없습니다. 안식일에 오른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었다는 것 때문에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18년 동안 허리를 펴지 못한 채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여인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수님은 종교지도자들에게 더욱 미움을 받게 될 것이고, 예수님을 죽이려는 그들의 계략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그 일이 그렇게 예수님께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면, 오늘 본문 14절에서 회당장이 한 말처럼 일할 수 있는 평일에 고쳐주셔도 됩니다. 굳이 종교지도자들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고,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자꾸만 만들어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것을 아시면서도 그 여인을 고쳐주신 것입니까? 더군다나 그 여인이 고쳐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면 안식일을 지나고 내일 고쳐주셔도 되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16절에 기록되어 있는 ‘아브라함의 딸’이라는 말입니다.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이 자기들의 조상이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에 많은 사람들 가운데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그 아브라함에게 지금 자기들이 살고 있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고, 그 약속대로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에게 할례를 명하셨고, 할례를 통해서 자기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은 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말은 하나님 나라를 상속할 자들이고, 영원히 버림을 받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가 한 가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삼고 있는 그들이 18년 동안이나 척추 장애로 인해서 고통 가운데 살고 있던 그 여인을 바라볼 때에 ‘당신도 아브라함의 자손입니다.’ 그렇게 생각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 여인 역시 유대인입니다. 유대인이라면 당연히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과연 18년 동안 고통 가운데 살고 있는 그 여인에게도 그런 명예스러운 칭호를 붙여주었겠습니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기들 스스로 기준을 정해 놓고 이러이러한 사람은 죄인이고, 아무리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아브라함의 자손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리와 죄인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누가복음 19장에 나오는 삭개오 이야기에서 예수님께서는 삭개오의 집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이 듣도록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세리였던 삭개오가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수님께서는 삭개오를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삭개오가 죄인과 동급인 세리이기 때문에 유대인이긴 하지만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치료받지 못하는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을 죄인으로 취급했습니다. 뭔가 큰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에게 중병이라는 징벌을 내리셨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로부터 그런 징벌을 받은 사람은 하나님께서 버린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18년 동안이나 척추 장애를 안고 살고 있던 오늘 본문의 여인 역시 유대인들의 사고 속에는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닙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당히 ‘이 여인도 아브라함의 딸이다!’라고 선언하십니다. 아브라함의 딸이기에 이렇게 고통 받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인을 고쳐주신 것입니다. 그 여인이 고쳐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어도, 또 안식일에 그 여인을 고쳐주심으로 인해서 예수님께서 더 심한 핍박을 받으신다 하더라도 그 여인을 고쳐주지 않을 수가 없으셨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가치를 정할 때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가 물질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비싼 것은 좋은 것이고, 비싼 것을 가져야만 내 가치도 인정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명품을 가지려 합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돈 많은 사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높게 평가해 줍니다. 두 번째는 신체적인 조건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키가 크고 얼굴이 예쁘고 잘 생겼으면 높게 평가해 줍니다. 그래서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잘 생기고 예쁘면 용서가 되는 세상입니다.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 이른 바 ‘몸짱’이 다른 사람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도 신체적인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정신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얼마만큼 예술성을 갖추었느냐에 따라서 좋은 평가를 해 줍니다.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감동을 주느냐 하는 것이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인격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어떤 꿈과 비전을 가졌느냐,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런 가치 평가의 기준으로 오늘 본문의 여인을 생각해 보십시다. 오늘날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 여인은 결코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물질적인 평가에는 낙제점입니다. 18년 동안 병으로 고생하면서 가진 재산 다 날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고 그녀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허리를 펼 수도 없을 정도로 심한 병에 걸린 그녀는 단 하루도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분명 가난에 찌든 여인일 것입니다. 신체적인 조건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허리가 90도로 꺾인 채 살아가는 여인, 그리고 온 몸에 고통을 느끼며 사는 여인에게 어떤 신체적인 매력이 있겠습니까?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사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동냥하면서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는 여인입니다. 정신적인 가치로도 결코 높게 평가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녀의 삶 역시 인생에 어떤 희망이나 꿈도 없습니다. 값지고 복되게 살겠다는 열망도 없습니다. 그저 고통 가운데 죽지 못해 하루하루 살아갈 뿐입니다.

   어떤 조건으로 평가하더라도 그녀의 가치평가는 낙제점입니다. 아니 최악의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는 여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녀를 아브라함의 자손 - 아브라함의 딸이라고 불러주셨습니다. 결코 이런 고통 가운데 살아서는 안 되는 아주 소중한 존재라고 여기시며 그녀의 병을 고쳐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보다 여건이 훨씬 더 낫습니다. 오늘 본문의 여인만큼 비참하게 살고 있는 분은 없습니다. 오늘 본문의 여인만큼 고통 가운데 사는 분도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이 여인보다 훨씬 더 형편이나 여건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를 향하여 ‘너 아브라함의 딸아!’ ‘너 아브라함의 자손아!’라고 불러 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그 여인보다 신체적으로,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인격적으로 더 낫기 때문입니까? 우리가 그 여인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어쩌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인의 모습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신체적으로 전혀 매력이 없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인격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하여 ‘너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라고 선언해 주십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은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지 않으십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를 은혜의 눈으로 바라보십니다. 우리는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은혜의 눈으로 그런 우리를 바라보시며 ‘너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 정말 부족한 우리를 우리 주님께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불러 주셨다면, 우리가 아브라함의 자손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신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주님의 눈으로 나와 이웃을 바라보며 말입니다.

< 2015년 7월 19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