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 은혜를 기억하라

< 본문 - 신명기 8:11-18 >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광장에는 낡은 영화관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의 일을 도왔습니다. 토토는 성당에 가서 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일하는 것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 있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모두 신부님의 검열을 거치게 되어 있었는데, 신부님이 검열한 필름을 극장에 가져다 주는 일을 어린 토토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사실에 토토가 찾아와 영사실 기사인 알프레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저씨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나 알프레도 아저씨는 이 길이 배고프고 힘든 길이라면서 그 아이를 꾸짖으며 돌려보냅니다. 계속해서 영화관을 찾아오는 토토가 정말 영화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알프레도는 토토가 영사실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합니다. 영사실 기사인 알프레도는 어린 토토를 무척 귀여워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은 깊어져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토토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예 그곳에 취직해서 알프레도 아저씨를 돕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영화관에 불이 나서 그만 알프레도가 실명을 하는 비극을 겪게 되고, 어린 토토는 그곳의 책임자가 됩니다. 실명하여 앞을 보지 못하는 알프레도는 영사실에 나와 토토를 도와주며 자상하게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서 따뜻한 친구가 되어 주고, 인생 상담자가 되어 줍니다. 청년이 된 토토는 그 도시의 은행장의 딸인 엘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엘레나의 부모는 보잘 것 없는 직업을 가진 토토라는 청년과의 교제를 반대합니다. 그런 사이에 토토는 징집되어 군에 입대하게 되고, 군대를 제대하고 나왔을 때 그 아가씨는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토토는 방황하게 되고, 알프레도는 방황하는 토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 마을을 떠나라고 충고를 해 줍니다. ‘성공하는 그때까지 결코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당부하면서 말입니다. 이곳에 있으면 그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며,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매정해 보였지만 그것이 어른의 지혜였습니다. 잊어버리며 살라는 것입니다. 잊어버리는 방법은 떠나는 것이었으며 완전히 잊어버리기 위해서는 고향을 찾지 말라고 말한 것입니다. 정말 토토는 고향을 떠난 후 30년이 넘도록 한 번도 고향에 찾아가지 않았고, 로마로 건너간 그는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성공을 하게 됩니다. 알프레도의 말대로 가슴 아픈 과거에 붙들려 살았다면 그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30년 만에 다시 고향에 돌아오게 됩니다. 자기 인생의 스승이었던 알프레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6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영화작품상을 수상했고, 제47회 골든글러브 영화제에서도 최우수 외국영화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받았던 <시네마 천국>이라는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어쩌면 과거의 아픈 상처를 잊어버릴 수 있었기에 그는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은 잊었을지 모르지만, 30년이 지난 후에 그를 사랑해 준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것을 보면 그는 지난 과거를 모두 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 이를 악물고 달려간 것이지, 고향과 마음에 담았던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 언제나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닙니다. 때로는 정말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기억들, 가슴 아픈 기억들, 고통스런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은 빨리 잊을수록 좋습니다. 그런 아픈 과거에 매여 있다보면 결코 앞을 향해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아픈 과거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을 잊고 살아갈 때 그 잊어버림으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손해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우리의 삶에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오늘 본문이 포함된 신명기의 말씀은 가나안의 문턱에 서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잊어버린 채 살아왔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쩌면 너무 잘 잊어버리는 백성들이었습니다.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가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주신 말씀이 신명기입니다.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온 모세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이 있는 모압 평지는 가나안 땅과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요단강만 건너면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고, 느보산에 올라가면 가나안 땅이 훤히 잘 보입니다. 모세도 그 느보산에 올라가서 가나안 땅을 바라본 후에 그 땅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모세에게 ‘너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는데도, 가나안 땅을 본 모세는 그 땅에 너무너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신명기 3장에 보면 모세가 하나님께 ‘하나님, 저도 요단강을 건너가 아름다운 땅을 보고 싶습니다. 나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아주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신명기 3:26)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싶다는 모세의 기도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신 것입니다.

   그런 모세의 입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라볼 때 부러운 마음도 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은 그렇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싶어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 백성들은 들어가게 된다니 어찌 부럽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모세는 누구보다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잘 압니다. 하나님의 그 놀라우신 은혜를 체험했으면서도 늘상 그 은혜를 잊은 채 살아온 백성들입니다. 하나님의 기적을 수도 없이 보아왔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 연약한 백성들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마지막 설교를 통해서 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신명기입니다. 그래서 신명기는 죽음을 앞둔 모세가 마지막 행한 유언과도 같은 설교입니다.

  오늘 본문의 핵심은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지난날 400년 동안 애굽 땅에서 겪었던 고통과 지난 40년 동안 광야생활하면서 겪었던 은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은 극심한 흉년 때문에 가나안 땅에 살 수 없어 가족들을 이끌고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아들 요셉 덕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나일강 삼각주에 위치한 비옥한 땅 고센에 머물며 살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왕이 등장하게 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졸지에 자유인의 신분을 잃고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거대한 국고성을 짓는 공사에 투입되어 힘겨운 노역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자녀를 낳아 기르는 기본 권리마저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나일강에 던져 아이들을 악어의 밥이 되게 해야만만 하는 끔찍한 현실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의 삶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자리는 버림받은 고통의 자리였습니다. 자식을 낳아도 그 사랑하는 자식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하는 슬픔의 자리였습니다. 그런 비극과 절망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그들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기적 같은 역사로 강대국 애굽에서 탈출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 아픔과 고통의 기억을 떨쳐 내버릴 만도 한데 하나님께서는 다시 그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애굽에서 종 되었던 너희의 삶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들을 괴롭혔던 애굽이라는 나라와 원수처럼 지내며 살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지나날 자신들이 어떤 처지에 있었는지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애굽의 때가 있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아시아 정복이라는 야망을 품고 칼을 갈고 있었을 때 우리 조상들은 당쟁을 일삼고 있었고, 우상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일본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무력으로 우리의 국권과 강토를 빼앗았고, 우리의 고유문화를 짓밟으면서 민족의 혼 자체를 말살하려고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조선의 젊은이들은 그들이 일으킨 전쟁의 총알받이와 위안부로 끌려가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수없이 죽어갔습니다. 교회에 가해진 박해 또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전쟁물자로 사용하겠다고 종탑의 종들을 철거해갔고, 모세오경과 요한계시록은 삭제를 당했습니다. 나중에는 구약성경을 본문으로 설교하지 못하게 했고, 사복음서만 읽게 했습니다.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에는 예배 전에 일본 국기에 배례를 하게 했고, 1943년 9월부터는 주일 밤 집회와 수요기도회를 아예 모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신사참배를 강요했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민족지도자들과 교회지도자들을 모조리 잡아가두었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18일에는 그들을 모두 학살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말과 성씨와 자유와 젊은이들과 민족의 혼을 빼앗겨 버렸던 어두웠던 시대가 우리 민족에게 있었습니다.

   모세는 신명기 32:7절에서 애굽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합니다.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왜 그 옛날을 기억해야 합니까? 왜 그 고통스러운 때를 잊지 말아야 합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잊어버렸을 때에 그들은 감사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감격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난 40년 동안 힘든 광야생활을 해 왔습니다. 말이 40년이지, 그 40년 광야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그 힘든 광야의 사막길을 걸어갈 때에 애굽을 기억하면 새 힘이 났습니다. 애굽에서 자유를 잃고 희망까지 잃어버린 채 살던 그 때보다 광야 사막길을 걸을 때가 훨씬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분명한 소망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게 될 것이라는 희망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영적 애굽의 때가 있었습니다. 베드로전서 2:10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 우리가 전에는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었고, 하나님의 긍휼을 얻지 못하던 자들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영적으로 죽은 자들이요, 사망의 덫에 걸려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진노의 자식들이요, 멸망의 자식들이었습니다(에베소서 2:1-3).

   우리가 어떤 자리에 서 있었던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만이 하나님을 바르게 섬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도무지 받을 수없는 그런 자리에 떨고 서있는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는 한없으신 긍휼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용납해주셨습니다. 이것이 은혜입니다. 참으로 지옥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만이 하나님이 주신 천국을 감사할 수 있고, 감격하며 그곳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들을 그 애굽에서 건져주신 하나님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해방된 것은 온전히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었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들이 애굽에서 종살이하고 있을 때에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바로의 압제에서 풀려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준비시키셨고, 그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해방시켜주셨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래서 그런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나님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본문 18절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시고, 19절에서는 ‘그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거나 다른 신들에게 절하면 멸망당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늘날까지도 유월절(해방절)을 지키면서 4천 년 전에 그들을 구원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때로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신 하나님, 우리를 사랑하셔서 기적을 베푸시고 은혜를 베풀어주신 하나님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언제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됩니까? 오늘 본문 12-14절에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주하게 되며, 또 네 소와 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족하게 될 때에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풍요를 누리며 살 때 하나님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이 힘들 때는 하나님을 잘 잊지 않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하나님께 불평은 할지언정, 하나님을 잊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삶에 걱정거리가 없어질 때 하나님을 잊기 쉽습니다. 하나님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 삶에 걱정거리가 없고 모든 것이 형통하게 잘 풀리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합니다. 그런데 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지 않으십니다. 때로 우리의 삶에 형통이 아니라 고통이 가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때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더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고 계시는 때인지도 모릅니다. 사도 바울이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린도후서 12:10) 나는 약한데 그 약한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능력이 역사하시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존재로 쓰임 받았다는 고백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약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 우리가 부족하게 살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고통 가운데 있을 때에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되고, 하나님의 역사하시는 손길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택하신 백성인 우리가 늘 그렇게 약하고 고통 가운데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가 가진 것 없이 빈궁하게 사는 것을 원하시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풍요의 때를 허락하십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풍요를 누리게 될 때 우리를 풍요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가 풍요를 누릴 때 우리에게 찾아오는 비극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17절에서 지적해 주신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내가 이 재물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정말 우리에게 능력이 있고 돈 버는 재주가 있으면 우리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학개 선지자를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다. 학개 선지자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늘 불평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학개 선지자를 통해서 그들이 왜 가난하게 되었는지를 말씀해 주십니다. “너희가 많이 뿌릴지라도 수확이 적으며 먹을지라도 배부르지 못하며 마실지라도 흡족하지 못하며 입어도 따뜻하지 못하며 일꾼이 삯을 받아도 그것을 구멍 뚫린 전대에 넣음이 되었느니라.”(학개 1:6) 왜 그렇게 된지 아십니까? 하나님께서 불어버리셨기 때문입니다.(학개 1:9)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불어버렸느니라.” 하나님이 불어버리시면 아무리 많은 씨를 뿌릴지라도 수확하는 양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전대에 넣는다 하더라도 그 전대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다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오늘 본문 18절처럼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가 부유하게 되고, 우리가 삶에 여유가 생길 정도로 재물을 누리며 사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부유하게 되었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재물을 얻을 능력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부유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런 능력을 주신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자기가 잘 해서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사업을 잘해서 사업이 번창한 것이고, 자신이 돈을 잘 아껴 써서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이것이 우리의 삶에 비극을 가져오는 죄악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러시아의 소설가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2008)이 1983년 템플턴상(Templeton Price)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오래 전에, 그러니까 내가 아직 어렸을 때 나는 몇 분의 어른들께서 러시아에 닥친 큰 재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잊은 게야. 그래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잖아?’ 그 후로부터 나는 거의 50년간을 러시아 혁명사를 연구하는데 소비했습니다. 그런 도중에 나는 수백 권의 책을 읽었고, 수백 명의 개인적 증언을 수집했으며, 이미 이 대격동의 파편들을 정리하려는 노력으로 여덟 권의 책을 써냈습니다. 하지만 만일 오늘날 내게 6천만의 백성들을 집어삼킨 이 파괴적인 혁명의 주요원인을 정확히 표현하라고 요구한다면, 나는 이 말을 반복하는 것 외에는 더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잊은 게야. 그래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잖아?’” 러시아는 한때 정치, 경제, 종교, 문학, 예술에 있어서 단연 앞서가던 민족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잊어버렸을 때 망하고 말았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고난 속에서 살아온 민족 가운데 하나가 유대인들입니다.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 나찌에 의해서 600만명이 학살된 것을 기념하여 예루살렘에 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야드바심’이라고 붙였습니다. ‘야드바심’이란 말은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그 기념관 입구에는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백악관 건너편에도 유대인 학살기념관을 세웠습니다. 그곳에 갈 때마다 후손들이 그 아픔과 고통의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 어려움을 잊고 살면 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고 살고 있진 않습니까? 일본 사람들이 우리 한국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사건이 터지면 쉽게 흥분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는 근성을 가진 민족이라는 것입니다.

  잊어버리면 아픔의 역사는 반복됩니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를 받은 그 고통에서 해방된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강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돌아오는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70년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던들 우리는 해방의 기쁨을 맛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이 풍요를 누리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풍요로울 때 하나님을 잊지 마십시다. 우리에게 해방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우리 민족에게 풍요를 주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이런 풍요를 누리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우리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결코 잊지 마십시다.

< 2015년 8월 9일 주일낮예배 -해방70주년기념 총회지정설교문을 각색한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