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장소

< 본문 - 시편 90:1-17 >

  요즘 인터넷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그림 몇 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연속된 그림을 잘 보시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1-11>

   여러분, 이 그림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을 가지셨습니까? ‘요즘 우리 시대 거의 모든 것들이 돈의 가치로 환산되어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해 봅니다. 아메리카노는 자신의 시급보다 싸기 때문에 높인 말을 써서는 안 되고, 프라푸치노는 자신의 시급보다 비싸기 때문에 높여서 불러줘야 한다는 한 아르바이트 학생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시대의 사고를 대변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치를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치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귀하다는 것을 많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생명은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을 정도’(마태복음 16:26)로 귀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그렇게 소중합니다. 우리의 생명이 그렇게 소중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소중한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셨고,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소중한 영혼들을 살리시기 위해서 온갖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 위에서 죽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생명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니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자신도 우리의 영혼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성경을 통해서, 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그렇게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는 우리 신앙인들조차도 우리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데, 그 소중함이 가슴에서 느껴지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의 가치 앞에서 우리 자신의 소중함이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내 자존심 앞에서 나의 소중함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맙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심이 자신의 가치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생각되면 견디질 못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이 우리의 존재가치를 대변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존심이 자신의 전부인양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자존심이 무너지면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맙니다. 심지어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존심이 우리의 인격이나 우리의 생명 전부를 담보할 만큼 우리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모세가 지은 시 가운데 유일하게 시편에 실린 시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모세는 우리 인간의 참된 가치가 어디에서 발견되는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모세는 참으로 극적인 인생을 산 사람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세가 태어날 때 모세의 부모는 애굽 땅에서 종살이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노예들에게 가해진 엄청난 박해로 인해서 모세는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었습니다. 점점 숫자가 많아지는 히브리 노예들을 바라보는 바로 왕의 마음에 두려움이 생겼는지, 바로 왕은 산파에게 히브리 여인이 아이를 낳으면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산파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몰래 살려주고는 ‘히브리 여인들은 모두 건강해서 산파가 도착하기 전에 아이를 낳기 때문에 아이를 받으면서 사내아이를 죽일 기회가 없다.’고 변명을 합니다. 그러자 바로 왕은 ‘그러면 태어난 사내아이는 전부 나일강에 던져 악어의 밥이 되게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그렇게 모세가 태어날 때 사내아이는 죄다 죽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모세는 태어난 지 석 달 후에 바로 왕의 공주의 집으로 가게 되어 거기에서 왕자의 대우를 받으며 자라게 됩니다. 40년 동안 애굽의 왕궁에서 모세는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왕자인 모세를 대적할 사람이 애굽이라는 나라 안에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모세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40년은 전혀 달랐습니다. 히브리 노예들을 감독하던 애굽의 감독관을 죽인 후에 모세는 미디안 광야로 도망을 가서 거기에서 40년을 살게 됩니다. 물론 미디안 제사장의 사위가 되긴 했지만, 미디안 광야에서 모세는 한낱 양치기 목동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40년 동안 양을 치면서 모세는 사람들 앞에 내세울 자존심도 모두 버렸습니다. 애굽의 왕궁에서 배웠던 최고의 학문들도 다 잊어버렸습니다. 애굽에서 호화호식하며 최고의 대우를 받던 그 모든 삶의 습관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나라는 존재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구나!’하는 철저한 자기인식뿐이었습니다. 애굽의 왕궁에서 살던 40년의 시간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삶에서 모세는 철저하게 자신의 깊은 내면을 성찰하게 됩니다.

  그 고백이 오늘 본문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세는 본문 3절에서 ‘인생은 티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5-6절에서는 우리 인생이 아무리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잠깐 자는 것 같이,’ 또 ‘피어나는 것 같지만 금새 시들어버리는 아침에 돋는 풀과 같이’ 아주 짧다고 말씀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하나님께서 죄악을 감찰하실 때 소멸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엄청나게 위대한 존재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자신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생각하며 삽니다. 자신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지 않을 것처럼 삽니다.

   우리도 그렇거니와 우리 주변에 보면, 자신의 죄가 드러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없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얄팍한 머리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속여 사기를 치고,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권력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짓밟기도 합니다. 마치 하나님과 하나님의 심판을 조롱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이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그들을 비웃으시리로다.”(시편 2:4)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인생을 감찰하십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나님께서도 우리를 보지 않으시는 것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인간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실제로도 없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며 자기 마음대로 삽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지 못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을 살펴보십니다. 우리의 마음까지도 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반드시 심판하십니다.

   오늘 본문 11-12절에서 모세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누가 주의 노여움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의 진노의 두려움을 알리이까?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는 때를 잊지 않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노여움과 진노를 나타내시는 날이 바로 심판의 때입니다. 그 심판의 때가 있음을 알고 사는 것이 인생의 지혜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네 인생은 언젠가 반드시 심판대 앞에 서야 하는데, 내가 심판대 앞에 서야 할 때가 조금씩 가까워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 심판하실 하나님 앞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바로 볼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진실되게 살게 됩니다. 위대하신 하나님 앞에 우리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우리가 아무리 거대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 앞에 선 우리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아는 사람이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인생을 심판하시는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워 놓고 하나님의 두려움을 진실되게 깨닫는 사람이 바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 서 본 사람만이 우리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으로 인해 마땅히 죽어야 할 존재인데 그런 우리를 참아주시고, 그런 우리를 사랑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압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가 본 사람이라야 높은 자리에 오를 때에 그 자리가 얼마나 귀한가를 압니다. 마찬가지로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달은 사람만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티끌 같은 존재라는 것을 몸으로 깨달은 사람만이 그런 나를 살리시기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우리 주님의 사랑의 깊이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본문의 시를 지은 모세가 애굽의 왕궁에서 하나님을 뵌 것이 아닙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것은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나이 80세 때 미디안 광야에서입니다. 그 때 모세는 자기 자신이 철저하게 티끌과 같은 존재임을 깨닫고 있을 때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실 때 모세는 하나님 앞에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어떻게 바로를 만나러 갈 수 있습니까?’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나를 보내려 하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겸손해졌습니다. 정말 그 때 모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애굽의 왕궁에서 누렸던 부귀영화도 없습니다.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왕궁의 부귀영화를 잊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몸의 털끝 하나에도 그런 부귀영화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애굽에서 배웠던 학문이나 무예도 다 사라졌습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훈련을 받으면 몸이 그것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훈련받은 행동이나 몸짓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동안 양치기생활을 해온 모세에게는 애굽 왕궁에서 왕자로서 배웠던 무예나 학문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잊혀지고 사라졌습니다. 자신이 철저하게 티끌과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날 세상적인 가치로 이야기한다면, 철저하게 실패한 그 자리가 모세로 하여금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자리가 된 것입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지난날의 그 모든 것을 잊고, 그의 생각이나 마음이나 습관이나 행동에 옛날 애굽에서 누렸던 그 부귀영화가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셨는지도 모릅니다. 다 잊혀지고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모세를 부르신 것입니다. 그 때 하나님을 만나야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바르게 깨달을 수 있게 되고, 그 하나님의 위대하심 앞에 설 때에야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바르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리 자신의 참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모세가 본문 13절에서 고백한 것처럼 ‘하나님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간구를 드릴 수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덧입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멸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그 자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기쁨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리의 참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사람은 매일의 삶이 기쁨으로 가득하게 됩니다. 본문 14절에서 모세는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이 우리를 만족하게 하사 우리를 일생동안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그 시간부터 우리는 주님의 인자하심을 덧입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덧입혀 주시는 그 인자하심을 경험하며 살 때 우리는 매일 즐겁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덧입혀 주시는 인자하심이 바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입니다. 그 하나님의 인자하심, 그 하나님의 사랑만이 우리의 삶에 참된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는 자리도 바로 가장 낮은 자리입니다. 자신이 티끌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고백할 때, 그런 자신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의 성찬을 받습니다. 죄인인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생명을 십자가 위에서 희생하신 우리 주님의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가 티끌만도 못한 존재였다는 것을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땅히 죄로 인해 죽어야 하는 우리인데, 그런 우리를 위해서 우리 주님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서 죽어주셨습니다. 그 사랑 앞에 우리가 얼마나 작고 초라한 존재인지를 먼저 깨달아야, 그 귀한 사랑을 받을 만큼 하나님께서 우리를 존귀한 자로 세워주셨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 매일 기쁘고 즐겁게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고귀한 존재로 보아주시는지를 깨달으면 우리의 삶에는 매일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우리 자신이 티끌과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될 때, 바로 그 자리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가장 귀한 존재로 높여주시는 자리이고, 우리로 매일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게 만들어주는 자리입니다.

< 2015년 8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