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들

< 본문 - 신명기 10:17-22 >

  얼마 전에 온 세계인의 마음에 큰 충격과 슬픔은 안긴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사진1>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3살짜리 ‘아일란 쿠르디(Aylan Kurdi)’라는 이름을 가진 시리아 난민 꼬마아이의 시신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아이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와 쿠르드 족 사이에 벌어진 잔혹한 전쟁을 피해 올해 초 가족과 함께 고향인 시리아를 떠나 난민이 되었습니다. 터키에 도착한 쿠르디의 가족은 터키에서 소형보트를 타고 그리스의 코스섬을 향해 가다가 배가 뒤집히면서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일부에서는 이 사진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아이의 형인 5살 된 갈립이라는 아이도 또 다른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어머니 역시 함께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진이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인들의 공분을 샀고, 유럽의 주요 언론에서는 ‘난민들의 비극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사진 하나로 인해서 전 세계가 그 동안 난민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던 시선들이 많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쿠르디의 가족도 한 때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이었을 것입니다.<사진2-쿠르디와 형 갈립> 저렇게 행복하게 웃던 그 아이가 한 순간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파도에 떠밀려 온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파도에 휩쓸려온 쿠르디의 사진이 전 세계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자 시리아의 알 사이드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바다에서 익사한 그 한 아이의 생명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시리아 안에서 숨져가는 수많은 생명들도 그 아이의 생명만큼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왜 지금까지 시리아에서 테러에 희생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관심 했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시리아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시리아를 떠나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 난민의 숫자가 4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난민들이 약 6천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런 난민들의 문제가 이제는 국제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난민들에 대해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독일에만 약 80만 명이 있고, 올해 난민들을 위한 예산만 30억 유로(약 4조 원)를 세웠고, 30억 유로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갈수록 난민들의 문제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해지고 있습니다. 잘못된 종교적 신념과 잘못된 정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난민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난민들의 문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난민들의 이야기가 우리나라와는 별로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들의 관심 속에서 난민들은 늘 제외되었고, 우리들의 기도 속에서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나라에도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2009년 32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896명이나 되었고, 올해 말에는 5천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법무부의 자료에 의하면 1994년부터 지난 2015년 7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등록을 신청한 사람이 모두 만 2천 여명이인데, 그 중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522명으로, 전체 난민신청자에 4.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루에도 수만 명씩 국경을 넘는 유럽의 나라들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제 난민의 문제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더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80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80만 명이라는 숫자는 합법적인 자격을 가지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숫자이고, 우리가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20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200만 명이라고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전주와 같은 도시를 3개를 만들고도 남는 숫자입니다. 참으로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이고, 약자입니다. 우리들의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19절에서 하나님께서는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그네는 이방인으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거하여 사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동족애가 강합니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는 것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이스라엘 백성 중에 거하는 약자인 이방인 나그네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18절에 나오는 ‘고아와 과부’를 긍휼히 여기고 선대해야 하는 것처럼, 나그네 역시 사랑하고 그들을 긍휼히 여겨주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방인 나그네를 긍휼히 여기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가르쳐주십니다. 그 첫 번째는 하나님께서 그 이방인 나그네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나그네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 역시 하나님의 마음으로 나그네를 사랑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만 사랑하시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마태복음 5:43-45) 우리가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를 사랑해야 하고 그를 위해서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에 아무리 미운 감정이 생기게 하는 사람이라도 사랑하고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서 기도할 때 우리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바꿔 이해하면,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다고 한다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미움이 생기더라도 미워하는 마음을 극복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저주하고 싶은 감정이 생기게 만드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기 때문에 그 감정을 억누르고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해야 될 모습입니다.

   나그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때로는 나그네가 우리들의 공동체에 들어옴으로 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평화로웠던 사회가 나그네들로 인해서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마치 지금 유럽 전역이 난민으로 인해서 사회적인 불안이 야기되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가 난민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국경을 통과하는 것까지도 못하게 막는 것처럼 그렇게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그네가 미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어떤 조건을 따지지 말고 단지 그들이 나그네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말씀해 주십니다. 18절의 말씀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들에게 떡과 옷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나그네를 사랑하여 떡과 옷을 주신다는 말씀은 우리가 나그네를 사랑할 때 우리도 그런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말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나그네에게 주는 물 한 잔, 나그네에게 주는 헌 옷 한 벌이 그 나그네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지역은 아주 더운 지역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물 한 그릇은 목이 말라 죽을 것만 같은 나그네에게 정말 생명수일 수도 있습니다. 낮에는 그렇게 뜨겁지만 밤이 되면 굉장히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나그네가 때론 그 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주는 헌옷가지 하나가 그 추위로부터 나그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비록 많은 것은 아닐지라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한 작은 것 하나가 그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고 선을 행하는 것에 주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베푼 작은 것이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도왔다는 말을 들으려면 많은 것을 주어야 하는데, 내게 있는 것이 너무 적어 많이 줄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베푸는 것 자체를 포기해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경 어디를 보아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너무 작은 것을 베풀려거든 아예 하지 말아라. 베풀려면 그래도 좀 여유 있게 베풀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그렇게 말씀한 곳은 없습니다. 작지만 사랑의 마음을 담아 베풀고 나눌 때 거기에 하나님의 능력의 손길이 함께 하심으로 때론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작은 사랑을 베푸는 데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Nikolay Ivanovich Turgenev, 1789-1871)가 이른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늙은 거지가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어 그에게 동전 몇 푼만이라도 적선을 해 달라고 동냥을 하는 것입니다. 누더기 옷을 입고, 더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손, 그리고 온 몸에 상처투성이인 그를 바라볼 때 투르게네프는 그에게 적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보아도 동전 한 푼 없었습니다. 산책을 하러 나오면서 윗저고리를 바꿔 입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적선을 하고 싶었지만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안 투르게네프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늙은 거지의 손을 꼭 붙잡고는 “형제여, 미안합니다. 제가 윗저고리를 바꿔 입고 오는 바람에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구려.”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늙은 거지가 투르게네프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저는 오늘 그 어떤 사람이 준 적선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저를 형제라고 불러준 선생님의 사랑입니다.” 그러면서 투르게네프를 향하여 몇 번에나 허리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마음만 전달되어도 그것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져다주는 것보다 큰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없는 가운데서도 뭔가를 베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것을 안겨준다 하더라도 아무 것도 주지 못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그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을 나눠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요한일서 4:11절에서 하나님께서 요한 사도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마땅하다’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마치 빚을 진 사람이 빚을 갚아야 하는 것처럼,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는 것입니다. 사랑을 받은 자는 사랑에 빚진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는 사랑에 빚진 자들입니다. 우리는 그 빚을 갚아야 합니다. 조금이나마 갚아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대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그네입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를 떠나온 나그네들, 소득이 없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살아야 하는 나그네들, 누군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울타리를 잃어버린 채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나그네들, 누군가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그저 짓밟히고 학대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나그네들, 그들이 바로 우리가 사랑의 빚을 갚아 주어야 할 내 이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방인 나그네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두 번째 이유는 그들 역시 예전에 이방 땅에서 나그네였기 때문입니다. 본문 19절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은 400년 동안 애굽에서 종살이를 했습니다. 처음 애굽 땅에 내려갈 때에는 애굽의 국무총리로 있던 요셉 때문에 국빈 대접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신분은 국빈 대접을 받은 존재가 아니라 압제를 받는 노예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들은 애굽 땅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지내야 했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그들은 하나님께 탄식하며 부르짖었습니다. 너무너무 힘들다고 말입니다. 너무너무 고통스럽다고 말입니다. 그런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애굽 땅에서 건져내셨습니다. 애굽 땅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그 때의 모습을 오늘 본문 19절에서는 ‘나그네였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애굽에서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이 나그네였다면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그들이 편안한 삶을 살 때 그들 주변에 있는 나그네의 처지가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노예로 살면서 죽도록 고생하고 탄식하며 울부짖을 정도로 고통 가운데 살았다면, 그리고 그것이 나그네의 모습이었다면, 이스라엘 백성들 주변에 있는 나그네들도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애굽 땅에서 노예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어. 노예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런데 나그네인 너희들은 그래도 그렇게 힘들진 안잖아. 너희가 그렇게 억압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우리가 예전에 애굽에서 노예로 살던 것에 비하면 너희들은 결코 힘든 것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 땅에서 노예로 살던 것이나 나그네가 떠돌이 생활을 하야 하는 것이나 결코 다름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도 종종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당신은 내가 예전에 힘들게 살던 것에 비하면 결코 고생도 아니야.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십니까? 고통은 객관화할 수 없습니다. 고통을 어떤 수치로 환산해서 내 고통은 더 크고, 당신의 고통은 작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통을 겪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난과 어려움은 다른 어느 누가 겪는 것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금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그 힘듦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노예생활 하면서 겪은 고통과 나그네가 겪은 고통은 분명 다릅니다. 그러나 내가 힘든 시절을 보냈다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할 때 그 힘든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위로 받기를 원했던 것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힘든 시기에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내게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을 준다면 그 역시 그것에서 큰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과거에 매여 살아서는 안 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주 ‘너는 애굽 땅 종 되었던 때를 잊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 자신을 소개하실 때에도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신명기 5:6)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계명이 있다면 그것은 십계명일 것입니다. 그 십계명을 말씀하시면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출애굽기 20:2)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애굽에서 종살이 할 때를 잊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노예로 살던 때를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노예로 살던 그 때를 잊지 말라고 말씀하십니까? 그 때를 잊어버리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교만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풍요는 애굽에서 노예로 살던 그들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교만에 빠지고 맙니다.

   우리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때 죄의 노예로 살던 우리의 옛 삶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 구원받은 백성이 된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이고 감격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 때를 그리워하기 위해서 잊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구원받은 삶이 그 때에 비해 얼마나 큰 은총인지 알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힘들 때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때 그 힘든 삶의 자리에 찾아오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그 고통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힘들었던 때를 기억하고 있다면, 우리 주변에 누군가 그런 고통 가운데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마치 지난 날 힘든 시기에 고통 가운데 몸부림치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볼 때 손을 내밀어줄 수 있고, 무언가 도움이 필요로 할 때 내게 있는 작은 것으로 그를 도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나그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십시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손을 내밀어 그들의 손을 붙잡아 주십시다. 내 주머니에서 작은 것이나마 꺼내 기꺼이 그들을 위해 내어놓으십시다. 그렇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 2015년 9월 20일 주일 낮예배 - 외국인근로자선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