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과 건물

< 본문 - 마가복음 13:1-2 >

  여러분, ‘헬조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되는 말인데, 쉽게 풀어 말하면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조국인 우리나라를 행해서 ‘지옥 같은 한국’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우리가 마냥 나무라거나 못마땅하게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것처럼 한 때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을 3포 세대니 5포 세대니 7포 세대니 하는 말로 정의 내렸습니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 거기에다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하고, 더 나아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해야 하는 세대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N포세대’라는 말로 정의합니다.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기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방황이나 시행착오, 그리고 실패는 특권 가운데 하나입니다. 젊은이이기 때문에 방황도 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방황은 언젠가 끝나게 될 것이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패는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사다리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은 지금의 절망과 고통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희망과 꿈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한두 번 실패했다 하더라도 패자부활전과 같은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젊은이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이런 절망의 자리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한국을 떠나는 것입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조국인 우리나라를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고, 떠나고 싶다고 해서 모두 떠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마음이 우리나라를 등지고 떠나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지난달에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인터넷 설문을 통해서 ‘한국이 싫어서 다른 나라로의 이민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20대와 30대의 젊은 사람들 88%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한국이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93%가 ‘그렇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여러분, 이런 수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젊은 사람들이 뭔 몰라서 그렇게 대답한 거야.’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요즘 젊고 어린 것들이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야.’ ‘고생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한 거야.’ 그렇게 말하고 싶으십니까? 우리는 오늘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이 조국인 우리나라를 향해서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고 부르고, 그런 지옥 같은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청년일자리를 만든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 등등 말은 많이 쏟아놓지만 실상 오늘 우리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이나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금수저를 물고 나아와 우리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금수저는 아닐지라도 은수저나 최소한 동수저를 물로 태어나야 한다는 자조 섞인 탄식들이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버텨내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희망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우리나라가 ‘헬조선’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고 젊은이들을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늘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교회가 젊은이들에게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회를 떠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다시금 교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그런 교회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아직도 교회에 남아 있는 젊은이들에게 교회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깊이 우리 자신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그리고 우리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우리 교회가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은 교회인가 하고 말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채 살아가야 하는 N포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헬조선’처럼 떠나가고 싶은 곳이 아니라, 그래도 교회에는 머물고 싶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우리에게 큰 도전을 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나가실 때에 제자 중에 하나가 예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선생님,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이 질문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똑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다른 복음서의 표현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마태복음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와 가실 때에 제자들이 성전 건물들을 가리켜 보이려고 나아오니.”(마태복음 24:1) 그리고 누가복음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성전을 가리켜 그 아름다운 돌과 헌물로 꾸민 것을 말하매.”(누가복음 21:5)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들을 종합하면 이런 내용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나오실 때에 제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와서는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선생님, 이 건물들을 보십시오. 금이 붙어있는 아름답운 돌들과 유대인들이 헌물로 드린 것들을 모아 지어지고 있는 이 성전건물이 얼마나 멋있습니까? 이런 성전을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실제로 예수님 당시에 지어지고 있는 성전은 정말 아름답게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당시 지어지고 있는 성전을 흔히 ‘헤롯의 성전’이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성전이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이 7년에 걸쳐 지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성전은 주전 586년 남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당하면서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성전을 흔히 ‘스룹바벨의 성전’이라고 부르는데, 그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후에 주전 520년부터 516년까지 5년여에 걸쳐 지은 것입니다. 그 성전은 첫 번째 성전에 비해서 초라하고 볼품없게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성전이 예수님 당시에 지어진 성전입니다. 이것은 새롭게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초라하게 지어진 두 번째 성전을 더 크고 화려하게 확장한 것입니다. 그것을 헤롯의 성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헤롯이 많은 돈을 들여서 확장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때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그 헤롯(그를 ‘대 헤롯’ 또는 ‘헤롯 대왕’이라고 부른다.)이 주전 20년경에 성전을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이 대 헤롯은 유대인이 아닙니다. 부모 모두가 아랍계인 이두메 사람인데, 그는 로마 황제의 총애를 받아 유대인의 왕이 됩니다. 유대인들은 그 헤롯이 자기 민족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반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자 헤롯은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두 가지 일을 하게 됩니다. 그 하나는 유대인 하스몬 왕가의 공주와 재혼해서 자기 가문도 유대인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라하게 지어진 제2의 성전인 스룹바벨의 성전을 재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성전 재건 사업은 엄청난 돈이 투자되면서 크고 화려하게 확장되어갔습니다. 그 헤롯대왕이 죽고 난 이후에도 성전을 재건하고 확장하는 일들은 계속되었는데, 예수님께서 공생애 활동을 하실 때까지 무려 46년이 지났는데도 그 공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성전이 바로 그 성전입니다. 46년 동안이나 계속 공사를 하고 있는 성전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본문 바로 앞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연관성 속에서 이해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2:38절 이하에서 예수님께서는 서기관들을 닮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서기관들의 특징은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높은 자리와 윗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자기들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대접받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외식으로 길게 기도한다는 것은 자기들이 경건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길게 기도하는 종교적인 위선자들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이 바로 ‘과부들의 가산을 삼킨다.’는 표현입니다. 과부들의 가산을 삼킨다는 말은 과부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다음 41절 이하에 나오는 말씀 속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헌금함을 바라보고 앉아계실 때 많은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데, 그 가운데 과부가 두 렙돈의 헌금을 하는 것을 보십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풍족한 가운데서 돈을 넣었지만, 이 과부는 가난한 중에 생활비 전부를 넣었도다.’ 이 말씀은 과부가 생활비 전부를 헌금한 그것을 칭찬하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과부는 생활비를 아껴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헌금함에 넣었는데, 종교지도자라는 서기관들이 그런 과부들이 헌금한 그 돈을 빼돌려 자기들의 주머니를 채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40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과부의 가산을 삼켰다’는 말씀의 의미입니다. 가난한 과부에게서 착취할 수 있는 돈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전에 헌금을 한 과부들은 정말 정성을 다해 자기들의 생활비를 아껴가며 헌금하는데, 서기관들이 그런 귀한 돈들을 빼돌려 자기들 호주머니에 채워 넣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성전을 좀 더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담아 자신들의 생활비 전부를 헌금했던 과부들의 그 정성이 성전을 아름답게 가꾸어지는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가복음에서 기록한대로, 사람들은 그 성전이 ‘헌물로 꾸며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헌금함에 넣은 그 모든 헌금들이 모두 성전을 아름답게 꾸며지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헌금한 그 돈이 누군가의 사리사욕과 탐욕의 도구가 되고 있었습니다. 성전의 건물은 커지고 화려해지지만 사실은 그 성전의 건물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인간의 탐욕이 더 높이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하시기 불과 며칠 전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오셔서 성전 뜰에서 매매하는 사람들을 내쫓으시고, 돈을 바꾸고 비둘기를 파는 사람들의 상을 둘러 엎으셨습니다. 성전이 ‘거룩한 제사’라는 것을 핑계로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잘 아시고 직접 눈으로 보시면서 분을 참지 못하셨던 예수님께서 오늘 본문에서는 ‘이 큰 건물이 돌 위에 돌 하나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의 탐욕이 쌓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인간의 탐욕이 성전의 크기보다 훨씬 더 커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건물’이라는 단어입니다. 예수님께 나와서 ‘이 돌들과 건물들이 어떻습니까?’라고 묻는 제자들이나, 그 제자들에게 대답하시는 예수님이나 모두 성전을 성전이라고 부르지 않고 ‘건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거짓이 만연하고 인간의 탐욕이 하늘을 찌르는 ‘탐욕의 자리’인 성전을 성전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시고 비둘기 파는 사람들의 상을 둘러엎으실 때에도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인데, 너희가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버렸다.’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이미 성전의 본래 모습보다는 강도의 소굴처럼 되어버린 그곳을 성전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성전의 크고 화려함을 자랑스러워하던 제자들조차도 성전을 성전이라고 부르지 않고 건물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은 조금 의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제자들은 그 크고 화려하게 지어져가고 있는 그 성전을 가리키면서 성전이라고 하지 않고 건물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당시 유대인들의 사고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성전을 크고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건물을 크고 화려게 짓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담아내고 있는 건물들 중에 하나로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이방 우상의 신전들이 크고 화려하게 지어진 것처럼, 자기들의 성전도 그것들 못지않게 크고 화려하게 지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성전을 크고 화려하게 지으면서 유대인들의 마음속에는 성전의 거룩함에 대한 열망보다도 크고 화려한 건물을 짓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은 성전이라는 말보다는 건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건 오늘 우리의 사고 속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작고 초라한 예배당보다는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동경합니다. 비좁고 불편한 예배당에서 예배드리는 것보다 크고 화려하고 세련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 우리의 마음이 더 편해집니다. 크고 화려한 예배당을 가진 교회는 좋은 교회이고, 낡고 초라한 예배당을 가진 교회는 곧 폐쇄될 것만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예배당이라는 건물이 우리의 신앙에서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그래도 건물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배당이 좀 더 화려해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예배당 안에 있는 것들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좋은 것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하나님께 미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런 생각이 예수님께서 ‘이 큰 건물들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고 말씀하신 그 성전에 대한 유대인들의 생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십니까? 건물이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거기에 진정한 예배가 없다면 그것은 예배당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놓는다 하더라도 거기에 인간의 욕망이 더 가득 채워져 있다면 그곳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시지 않는 예배당은 더 이상 예배당이 아닙니다. 그저 화려한 건물일 뿐입니다.

  예수님 시대까지 46년 동안이나 계속 지어진 예루살렘 성전은 그 이후에도 계속 지어져 주후 64년에 가서야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헤롯 대왕이 증축을 시작한 지 무려 80년이 넘는 동안 성전이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80년이 넘도록 크고 화려하게 지어진 그 성전은 완공된 지 불과 6년 후인 주후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 의해서 예루살렘에 점령당할 때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말씀을 하신지 40년쯤 지났을 때, 80년 넘게 걸려 지어진 그 크고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이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한국교회는 무엇입니까? 포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야 하는 N포세대인 오늘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 우리 교회는 무엇입니까? 우리들이 제자들처럼 예루살렘 성전의 크고 화려함에 취해 있을 때에, 교회를 바라보는 교회 밖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보았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오늘의 젊은이들이 교회를 그렇게 싫어하는지를 우리는 조심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의 편협된 사고와 왜곡된 시각이라고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신앙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인간의 탐욕의 자리로 전락해버린 것처럼 우리들의 신앙의 자리도, 그리고 오늘 우리 시대의 교회의 모습도 그렇게 변질되어 가고 있진 않는지 말입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비극이 오늘 우리들의 교회 안에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은 종교개혁기념주일입니다.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린 중세교회를 향해서 종교개혁자들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신앙하고 예배해야 할 하나님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가득 차 있던 교회를 향해서 하나님을 되찾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의 자리로 모시고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런 외침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들려져야 합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에서 하나님을 잃어버린 채 우리 인간의 욕망과 욕심이 하나님을 대신하고 있다면 하나님을 우리의 인생과 삶의 주인으로 다시 모셔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을 하나님 되시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 신앙을 회복하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지 40년이 지난 후에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 군대에 의해서 철저하게 파괴된 것처럼, 우리 한국교회가 40년 후에는 파괴되어버린 건물처럼 황량함만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어리석은 고집과 편견 때문에 젊은이들을 끌어안지 않으면 40년 후에는 화려하게 지어진 건물들이 폐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제발 바른 신앙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닮지 말고 하나님을 닮으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것이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종교개혁입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한다면 교회는 교회를 떠나가는 젊은이들을 다시금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습니다. 바른 신앙을 회복할 때 비로소 교회는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교회가 됩니다. 신앙의 본질만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도가 성도다울 수 있습니다.

< 2015년 10월 25일 주일 낮예배 - 종교개혁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