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드리는 기도

< 본문 - 에베소서 1:15-19 >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93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미 프로야구 신시내티 레즈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여하고 있던 팀 버크(Tim Burke)라는 야구선수<사진1>가 감독과 팀 단장을 찾아가 은퇴를 통보했습니다. 팀 버크의 은퇴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4살이었고, 그가 받고 있던 연봉은 무려 200만 달러나 되었습니다. 아직도 충분히 야구를 할 수 있는 나이이고, 그는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즈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명성을 떨치던 선수였습니다. 그런 그가 그 화려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직업과 돈을 버리고 야구계를 은퇴한다는 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는 은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도 없이 조용히 조기 은퇴를 하고,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은퇴를 하게 된 이유가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다섯 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데, 그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가 입양한 아이는 모두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큰 딸 스테파니는 한국에서 조산아로 태어나 심장에 구멍이 뚫려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그 아이를 수술시키고 자기 딸로 입양을 했습니다. 둘째 라이안은 과테말라 남자 아이로, 갑상선에 문제가 있고 정신질환이 있는 아이입니다. 셋째 니콜은 첫째 스테파니처럼 한국 여자아이로,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고 심장에 문제가 있으며, 간질이 있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발작을 하기 때문에 부모가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데려와 입양한 아이입니다. 넷째 웨인은 다리에 장애가 있는 베트남 남자아이로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다섯째는 둘째 라이안처럼 과테말라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진 채로 태어나는 구순구개열이란 소아 선천성 질병이 있어서 버림받았는데 딸로 입양한 후 치료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당시 버크 부부는 다섯 명을 더 데려오기 위해 방이 9개 딸린 집을 구해 놓고 있었습니다.

   은퇴하기 2년 전인 1991년 7월에 몬트리얼 한 병원에서 셋째인 니콜이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그 때 그는 몬트리얼 엑스포트 팀에서 뉴욕 메츠로 이적이 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뉴욕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셋째 아이가 수술을 받은 지 1시간도 못되어 사경을 헤매는 딸의 생명을 지켜보느라고 안절부절못하는 아내를 남겨 두고 뉴욕으로 가면서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내가 있을 곳은 야구장이 아니고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가정이구나!’라고 느꼈던 것입니다.

   팀 버크는 그렇게 야구장을 떠나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낳은 부모도 돌보기를 꺼린 버림받은 생명들을 스스로 맡아서 돌보기 위해서 그는 관중들의 환호와 인기와 돈과 직업을 버린 것입니다. 그는 그를 찾아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없어도 야구는 잘 되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유일한 아빠이고, 제 아내에게는 유일한 남편입니다. 야구보다는 그 사람들이 저를 더 절실히 필요로 하고요.” 그리고 곁에 있던 버크의 아내도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이 원치 않는 아이들일 거예요. 그렇지만 그 생명을 누군가 돌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가슴으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불쌍한 이 아이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아이들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부부가 깨달은 것은 오히려 이 아이들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 감사를 알게 하고, 행복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극복할 힘을 주고 참 사람이 되게 해 주었습니다.”

  여러분, 정말 위대한 사람입니다. 야구장에서 사람들에게 큰 박수를 받으며 인기를 누리던 유명한 메이저리그 선수로서가 아니라, 생명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위해서 기꺼이 명예와 부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그는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위대한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한 아이도 아니고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그것도 건강한 아이들이 아니라 고아이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입양해서 돌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의 사랑과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한창 잘 나가는 때에 은퇴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그들 부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운 믿음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그들에게 믿음이 없었다면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우리의 마음을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유혹은 돈과 명예의 유혹입니다. 그런데 팀 버크와 그의 아내는 그런 유혹을 이겨내고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며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팀 버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20세기 위대한 영성신학자인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헨리 나우웬 역시 그런 부귀영화를 내려놓은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미국의 명문인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고, 『상처 입은 치유자』 등 수많은 책을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대학 교수의 자리를 내려놓고 캐나다에 있는 장애인 공동체 라르쉬의 데이브레이크(Day Break)로 갑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헨리 나우웬은 나중에 ‘대학교 교수로 명예와 부를 누릴 때보다도 장애아들을 돌보는 그 작은 삶에서 참된 인생의 행복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은 뭔가 세상적으로 큰 것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살아가곤 합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출세를 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큰 출세를 해야 하고, 명예를 얻더라도 큰 명예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은 작은 것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큰 뭔가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을 고치고 기적을 일으키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신앙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것들 속에 참된 신앙의 기쁨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교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생각할 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에베소교회는 사도 바울이 제2차 선교여행 중에 복음을 전하면서 세워진 교회입니다. 그리고 제3차 전도여행 때에는 에베소에 3년간이나 머물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로마에까지 가서 복음을 전해야 하고, 당시 땅 끝이라고 생각되던 스페인까지 가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을 갖고 있던 사도 바울은 한 곳에 결코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복음을 전해야 할 곳이 아직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베소에서는 3년이나 머물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에베소에 3년이나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에베소교회 교인들과 사도 바울 사이에 얼마나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졌을지 짐작케 만들어 줍니다. 사도 바울은 제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가면서 밀레도라는 곳에서 배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에 에베소교회 장로들을 밀레도로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작별인사를 합니다. 그 때 사도 바울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 20:24) 자신은 생명 다하는 순간까지 복음 전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제 내가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이 내가 여러분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합니다. 그러자 사도 바울을 떠나보내면서 에베소교회 장로들은 사도 바울의 목을 끌어안고 크게 울었습니다. 그만큼 에베소교회와 사도 바울은 굉장히 친밀한 관계였습니다.

   그런 사도 바울이 지금은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감옥에 갇혀서 에베소 교회 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에베소 교회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15절에서 사도 바울이 말씀한 것처럼 그들은 ‘주 예수 안에서 믿음과 모든 성도를 향한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그 믿음과 사랑으로 행하는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생각할 때 사도 바울은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실 때 가장 아름다운 신앙의 모습이 어쩌면 이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헌금을 많이 하는 것을 기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어떤 큰일을 맡아 큰 업적을 남기는 일을 하는 것을 기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하나님을 바르게 믿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바르게 사는 것을 원하십니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교인들의 신앙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믿음과 사랑의 모습에 감사한다고 말한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바른 믿음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기뻐하십니다. 왜냐하면 그 두 가지가 우리 신앙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11;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모든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그 믿음이 분명해야 우리가 바른 신앙으로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그것을 원하십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한경직 목사님은 성자와 같은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서울 영락교회를 은퇴하시고 남한산성 아래의 작은 집에 머물고 계실 때 영락교회를 섬기는 목사님들이 매년 연초가 되면 한경직 목사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고 합니다. 한 번은 한경직 목사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 목사님들이 한경직 목사님께 이렇게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목사님, 목회를 하는 후배 목사들에게 해 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한경직 목사님께서 그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고 합니다.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십시오.” ‘예수 잘 믿으십시오.’ 여러분, 이 말은 잘 새겨보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이 아닙니다. 목사님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평생을 주님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고 목회의 길에 들어선 목사님들입니다. 교인들에게 예수 잘 믿으라고 설교하는 목사님들입니다. 그 목사님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예수 잘 믿으십시오.’라는 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떤 직분을 가졌든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바른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 다음 말씀을 통해서도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본문 17-19절의 말씀은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위해서 기도한 내용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생각하면서 늘 드렸던 기도일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너희 마음의 눈을 밝히사 그의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이며 성도 안에서 그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이 무엇이며, 그의 힘의 위력으로 역사하심을 따라 믿는 우리에게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어떠한 것을 너희로 알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여러분, 이 말씀을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위해 기도할 때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출세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 아닙니다. 에베소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에베소교회 교인이라고 해서 어찌 병들고 아픈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사도 바울은 그들의 병이 고침받기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사도 바울은 그들이 악한 세력을 대적하여 싸울 때에 당당하게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에베소교회 교인들이 큰 은사를 가진 교인들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이 그런 은사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도행전 19장에 보면, 사도 바울이 에베소 지역에서 복음을 전할 때 큰 능력이 나타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에게서 능력이 나타나자 어떤 사람들은 사도 바울이 쓰던 손수건이나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든 사람에게 얹었더니, 병든 사람이 고침받는 역사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사도 바울은 병을 고치기도 했고, 능력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에 편지를 쓰면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능력을 나타낸 것처럼 그들도 그런 능력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되라고 말하지도 않았고, 그런 사람들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도 않았습니다.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믿음에 바로 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잘 쓰는 말로 한다면 ‘잘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17-19절에서 사도 바울이 기도한 기도의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하나님, 에베소교회 교인들에게 계시와 지혜의 영을 주셔서 그들로 하나님을 알게 해 주세요. 그들의 눈을 밝혀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이고 성도들에게 주신 하늘나라의 기업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것인지를 알게 해 주세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면 못하실 것이 없는 분이심을 잊지 않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되게 해 주세요.’ 그렇게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기도하는 그런 기도의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믿음으로 드리는 기도라고 말하는 것들조차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를 위해서 기도한 기도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더욱 굳센 믿음을 소유한 사람들이 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더욱 깊은 믿음을 깨닫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았기에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교인들을 생각하며 감사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에베소교회 교인들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처럼 은사가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고린도교회 교인들은 방언의 은사, 예언의 은사, 병 고침의 은사 등 수많은 은사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그렇게 은사가 많은 고린도교회였지만 고린도교회는 문제 또한 많은 교회였습니다. 그런 고린도교회에 비하면 에베소교회는 은사가 나타나지 않는 교회였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할 때에는 병 고치는 능력도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사도 바울이 직접 안수하지 않아도 사도 바울이 쓰던 손수건이나 앞치마만 가져다 덮어도 벙 고침을 받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에베소교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 은사는 없더라도 그들에게는 진실한 믿음이 있었고, 사도 바울은 그런 그들을 위해서 더 깊은 믿음의 사람들이 되게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그런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본문 17-19절에서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를 위해서 기도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깊은 믿음을 소유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하늘의 기쁨을 소유한 사람들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셔서 지금보다 더욱 깊이 하나님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세상을 넉넉히 이기며 살 수 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그 하나님이 어떤 분입니까? 능력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시는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그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안다면 우리는 우리의 환경이 어떠하든지 두려울 것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2015년도 10월까지 10개월을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한해의 농사를 끝내고 추수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추수감사주일로 지킵니다. 여러분, 지난 10개월 동안 어떻게 살아오셨습니까? 때론 힘들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론 어려운 문제 때문에 마음 아플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론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닌 전혀 다른 길로 가야하기에 가기 싫은 길을 가야 할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깊은 믿음의 눈으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면, 우리가 살아온 모든 삶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돼지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돼지의 목이 땅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고개를 높이 든다 하더라도 45도 밖에 들 수 없기 때문에 돼지는 자기 힘으로는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습니다. 그런 돼지가 하늘을 볼 때가 있습니다. 넘어졌을 때입니다. 넘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돼지는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도 때로는 넘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넘어지는 순간 우리는 한숨을 쉬고 고통으로 인해 울부짖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아파 봐야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압니다. 실수하고 부끄러운 상황이 되어봐야 겸손을 배웁니다. 내 힘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생겨야 남의 말에 귀도 기울이고, 그러면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때로 넘어졌다 하더라도, 때로 실패했다 하더라도 두려워하거나 겁내 하지 마십시다. 우리가 때로 넘어지는 것은 우리의 모습이 돼지를 닮아 세상 것에 마음 빼앗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넘어졌을 때 비로소 땅만을 쳐다보며 살던 삶을 반성하고, 그 때서야 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넘어지는 것이 우리로 하늘을 보는 기회를 갖게 해 줍니다. 그러기에 때로는 넘어지는 것도 은혜이고 감사입니다. 실패하는 것도 은총이고 축복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삶이 힘들다 하더라도 그 모습 안에서 감사로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지십시다. 지금보다 더 깊은 믿음을 소유하여 모든 것을 믿음으로 이겨나가며 믿음으로 생각함으로 내 삶에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체험하며 사십시다. 감사로 드리는 기도의 자리가 축복의 자리입니다.

< 2015년 11월 1일 주일낮예배-추수감사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