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셨습니까?

< 본문 - 마태복음 25:1-13 >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의 저서인 ‘춘추’(春秋)를 해석한 책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말로, 평안할 때 앞으로 닥칠 위험이나 위태로움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중국 춘추시대에 조그마한 나라인 정(鄭)나라는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서 항상 이웃의 대국인 진(晉)나라와 초(楚)나라의 눈치를 보아야 했습니다. 이 정(鄭)나라가 초(楚)나라의 도움을 받아 송(宋)나라를 공격하자, 송(宋)나라는 진(晉)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송(宋)나라의 동맹국인 진(晉)나라는 12개국의 제후들과 연합하여 정(鄭)나라에 반격을 해 옵니다. 그렇게 되자 다급해진 정(鄭)나라는 진(晉)나라의 도공(悼公)에게 화의를 청하면서 진도공에게 미인 16명과 전차 100대를 뇌물로 바치게 됩니다. 뇌물을 받은 진도공은 그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위강(魏絳)이라는 장군에게 그 뇌물의 절반을 하사하면서 그 공을 치하했습니다. 그 때 위강은 하사품을 받지 않고, ‘나라를 위해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안락할 때 장차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하고, 위험을 생각하면 그 위험을 대비할 수 있고, 위험을 대비하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거안사위’라는 말이고, 또 우리가 잘 아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입니다. 위강은 이렇게 일시적인 성과에 마음이 풀어진 왕을 일깨워주었고, 위강의 말을 들은 진도공은 정나라에서 보내온 선물들과 미녀들을 모두 되돌려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위험이 닥치기 전에 위험을 대비한다면 어떤 위험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지만, 위험이 이미 닥친 후에는 그 위험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그것은 누구나가 다 압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준비를 잘 하지 않습니다. 준비를 해야만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준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준비하는 것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준비하는 데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합니다. 많은 돈과 많은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때로는 그렇게 많은 것을 들여 준비해놓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가면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란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비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양병십년 용병일일’(養兵十年 用兵一日)이란 말이 있습니다. 병사를 키우는 데는 10년이 걸리지만 병사를 사용하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루를 쓰기 위하여 10년을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하루를 쓰기 위한 10년을 준비하는 것이 헛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10년이고 20년이고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주십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결혼 풍속을 알아야 좀 더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결혼식은 아주 단출해졌습니다. 바쁜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면 50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합니다. 제가 가끔 결혼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에 주례를 맡아 가면, 결혼식장 도우미들이 언제나 동일하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 예식이 있으니 결혼식을 빨리 끝내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결혼식장 입장에서야 50분 간격으로 결혼식 스케줄을 잡아 놓았기 때문에, 결혼식은 20분에서 25분 사이에 끝내야 신랑신부와 가족들 사진 찍고 결혼식장 정돈해서 그 다음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는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일생에 단 한 번하는 결혼식인데, 마치 30-4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하는 것처럼 결혼식을 해서야 그게 과연 결혼식다운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쩌면 예수님 시대에 유대인들의 결혼 풍습이 훨씬 더 의미 있는 결혼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유대인의 결혼식은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남자는 여자의 집에 찾아가서 여자의 아버지를 만납니다. 그리고 당신의 딸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는 일정 금액을 여자의 아버지에게 드립니다. 쉽게 생각하면 신부를 사는 돈이라고 볼 수 있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예쁜 딸을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에 대해서 여자의 아버지에게 그 비용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자의 아버지는 남자가 준 돈을 받고서 그것이 흡족하다고 생각되면 가족들을 불러 모아 식탁에 앉히고는 간단하게 연회를 엽니다. 그 연회에서 남자는 신부가 될 여인 앞에 놓인 잔에 포도주를 가득 부어 여인 앞에 살며시 밀어놓습니다. 그것이 정식으로 여자에게 청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여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만일 남자가 맘에 들지 않으면 그 포도주를 마시지 않으면 되고, 남자가 맘에 들면 따라준 그 포도주 마시면 됩니다. 남자가 따라준 포도주를 여자가 마시면 청혼이 허락되는 것이고, 함께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두 함께 박수를 치면서 기뻐합니다. 그것으로 두 남녀는 정혼을 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정혼이 끝나면 남자의 신분은 신랑이 되고, 여자는 신부가 됩니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어도 정혼을 하면 결혼식을 한 것과 같이 신랑과 신부라고 불리게 됩니다. 신부의 집에서 정혼식이 끝나면 신랑은 ‘신부와 같이 살 집을 마련하면 곧 와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 신부를 데리고 가겠다’는 약속과 함께 신부에게 선물을 줍니다. 청혼을 받아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며 동시에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뜻에서 선물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신혼집을 마련합니다. 신랑이 신혼집을 마련하는 동안 신부는 신부의 집에서 결혼식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합니다. 결혼식에 입을 하얀 세마포 드레스를 준비해서 침대 머리맡에 주고, 어제든지 신랑이 오면 바로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신랑과 신부가 그렇게 각자의 집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남자의 결혼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면 신랑의 아버지는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결혼식 잔치를 준비합니다. 그러면 그 날에 맞춰 신랑은 들러리들과 함께 신부의 집으로 갑니다. 신부의 집에 가까워지면 신랑의 들러리들은 ‘쇼파르’라는 뿔나팔을 붑니다. 신랑이 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나팔 소리가 들리면 신부는 준비해 놓았던 드레스를 입고 신랑을 따라갑니다. 이스라엘 지역은 낮엔 무척 덥기 때문에 대부분 결혼식은 밤에 열립니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도착하는 것도 많은 경우 밤입니다. 신랑이 와서 신부를 데리고 들러리들과 함께 결혼식 잔치 준비가 되어 있는 신랑의 집으로 갑니다. 밤이기 때문에 신랑신부의 들러리들과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옛날 유대인들은 결혼식을 야외에서 올렸다고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라’고 하시면서 하늘의 별만큼 많은 자손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결혼예식은 ‘후파’(chupa)라는 천막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신랑과 신부는 들러리들에 둘러싸여 이 후파가 있는 곳으로 등장하게 되고, 이 후파에 들어가기 전에 신랑은 신부의 얼굴에 베일을 덮어줍니다. 그리고 나서 신랑은 신부 주위를 일곱 바퀴 돕니다. 후파에 들어간 신랑과 신부는 두 사람의 증인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결혼식을 거행합니다. 이 때 신랑은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주는데, 이 반지에는 보석을 박거나 무늬를 새겨 넣지 않습니다. 보석을 박거나 무늬를 새겨 넣으려면 반지에 흠집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흠이 없는 이 반지를 ‘슐라못 반지’(온전한 반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신랑은 ‘케투바’(Ketubah)라고 하는 결혼증서에 서명을 하고 그것을 낭독합니다. 그 케투바는 신부에 대한 신랑의 의무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부는 신랑에게서 건네받은 이 케투바를 평생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신랑과 신부는 신방에 들어가서 첫날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 다음 결혼식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유대사회에서 결혼식 잔치는 보통 일주일 정도 계속됩니다. 결혼식 잔치가 계속되는 그 일주일 동안 신부는 신부방에서 나오지 않고, 결혼식 잔치가 끝나는 7일 후에 신부는 신부방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신부가 방에서 나오면 그때 신랑이 신부의 얼굴에 씌워져 있는 베일을 벗겨줍니다. 이렇게 해서 결혼식은 마쳐집니다.

  이런 유대인의 결혼풍습을 배경으로 예수님께서 오늘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흔히 ‘열 처녀 비유’라고 말하는 오늘 본문의 말씀은 사실 열 처녀에 대한 비유의 말씀이 아니라 천국에 대한 비유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시의 결혼식 풍습을 비유로 해서 천국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오늘 말씀은 결혼식 과정 중에서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신부의 집으로 오는 모습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신랑이 결혼식 준비를 다 마치고 결혼식과 결혼식 잔치를 하기 위해 신부를 데리러 신부의 집으로 갑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갈 때에는 신랑의 들러리들이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쇼파르라는 뿔나팔을 붑니다. 그러면 신부가 세마포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에 신부의 들러리들이 등불을 손에 들고서 신랑을 맞으러 나갑니다. 그런데 분명 나팔소리가 들렸는데 신랑이 더디 오는 것입니다. 신랑을 맞으러 나갔던 신부의 들러리들은 신랑이 늦게 옴으로 해서 기다리다가 하나둘씩 졸기 시작합니다. 열 명의 들러리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신랑이 나타났습니다. 신부의 들러리들은 잠에서 깨어 신랑을 맞으려 했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는 바람에 등불이 점점 꺼져가고 있었습니다. 여분의 기름을 다른 그릇에 담아갔던 5명의 여인들은 등불에 기름을 채워 넣음으로 해서 신랑을 맞이할 수 있었고, 신부와 함께 신랑이 마련한 잔칫집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던 나머지 5명의 여인들은 꺼져가는 등불을 살리기 위해서는 빨리 기름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기름을 구하러 갔는데, 그 사이에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랑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뒤늦게서야 기름을 구해 급하게 신랑의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보지만, 신랑의 잔칫집 문은 이미 닫힌 후였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그 다섯 명의 여인들은 문을 열어달라고 두드리며 읍소를 해 보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철했습니다.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천국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 본문의 말씀은 천국에 대한 비유입니다. 천국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누구나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준비된 자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치 슬기로운 다섯 명의 여인들이 신랑이 늦게 올 수도 있다는 것에 대비하여 여분의 기름을 준비한 것처럼 준비한 자에게 천국의 문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문이 닫힌 후에는 아무리 열어 달라고 호소를 해도 닫힌 그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오늘 말씀은 준비를 하되 준비할 시기가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미련한 다섯 명의 여인들은 뒤늦게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기름을 준비해 보지만 이미 기회는 지나간 후였습니다. 문이 닫힌 후에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천국에 대한 준비는 내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준비는 오늘부터, 지금부터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부터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준비할 기회를 잃게 만듭니다. 준비해야 된다는 절박성을 깨닫고 난 후에는 늦을 수도 있습니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처럼, 평안할 때가 준비할 때입니다.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준비할 때입니다. 위기를 느끼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준비의 기회는 이미 지나버릴 수 있습니다. 전쟁이 터지고 난 후에 전쟁을 준비한다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맙니다.

  여러분, 오늘 평안하십니까? 그럼 오늘이 준비할 때입니다. 지금 내 삶이 형통하십니까? 그럼 지금이 위기를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 건강하십니까? 그럼 지금 당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건강을 잃고 난 후에 준비하면 이미 늦습니다. 지금 여유 있는 삶을 살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어려운 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요즘 우리 시대를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정말 우리가 100살까지 산다면 우리는 더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60세에 직장에서 정년 은퇴하시는 분이라면 은퇴하시고 40년을 더 사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은퇴 이후에 살게 될 그 40년은 고통의 나날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퇴준비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 또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고 건강할 때 자신의 은퇴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은퇴준비라고 해야 자식들 잘 키워놓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식들에게만 투자를 하지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준비하지 않습니다. ‘자식들 잘 키워놓으면 그 자식들이 내 노후는 책임져 주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자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접 말은 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당신 노후는 당신이 해야지 왜 우리에게 의지하려고 하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못된 것들’이라고만 책망할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노후를 대비해서 돈도 준비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부부가 자녀들 의지하지 않고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취미활동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통계적으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오래살기 때문에 여자분들은 남편이 죽고 난 이후에 홀로 살게 될 것까지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 준비를 언제부터 해야 합니까?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연세가 많다고 ‘내가 이제사 무엇을 준비해? 그럭저럭 살다 가는 거지 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준비해야 합니다. 그럭저럭 살다가 가시려면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그럭저럭 살다가 가시면 됩니다. 그러나 좀 더 건강하게, 좀 더 행복하게, 좀 더 보람되게 남은 생애를 보내고 싶으시다면 준비하셔야 합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연세가 많으시다면 죽음도 준비하셔야 하고, 죽음 이후도 준비하셔야 합니다. 살아왔던 모든 생애 못지않게 중요한 순간이 죽음의 순간입니다. 죽음의 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죽음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원한 천국을 소망하며 죽음 이후도 준비해야 합니다.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노후 준비는 나중에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중은 우리에게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오늘’뿐입니다. ‘내일 준비하지 뭐’라는 말처럼 무책임하고 공허한 말이 없습니다.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준비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여유가 있을 때 준비해야 합니다. 영국의 극작가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의 묘비에 새겨져 있다는 말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이 말이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부터 대림절 절기가 시작됩니다. 대림절이란 아기 예수로 이 땅에 오신 메시야를 기다리는 기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다시 오마’ 약속하신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준비하는 신앙을 회복하는 절기입니다.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성탄절에 주인공이신 아기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아기 예수님 없는 성탄절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아기 예수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주님께 영접을 받아 영광스러운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처럼, 준비한 사람은 잔치에 초대받아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지만, 준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잔칫집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가 말한 이야기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파선이 되어서 선원 한 사람이 파도에 떠밀려 어느 섬에 닫게 되었습니다. 그 섬의 원주민들이 그를 발견하고는 추장 앞으로 데려 갔습니다. 이 선원은 ‘내가 이제 저들의 손에 죽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자기를 그 섬의 임금으로 삼아 섬겨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왕의 자리에 앉아 권세를 누리며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마음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왜 그들이 낯선 자기를 왕으로 삼아 섬겨주는가?’ 하는 것입니다. 도무지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던 어느 날 그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표류하다가 이 섬에 떠밀려온 자신을 왕으로 삼아주었느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들이 하는 말이 ‘이 섬에서는 1년에 한 사람씩 왕으로 세웠다가 1년이 지나면 그 왕을 다시 무인도로 보내서 그곳에서 굶어죽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왕으로 섬겨주니까 좋지만 1년 후에는 무인도로 보내져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은 방안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그 섬사람들에게 ‘배를 한 척 지어서 그 배에 곡식과 과일 나무를 싣고 무인도로 가 심으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임금의 명령이기에 그들은 모두 순종 했습니다. 드디어 1년이 지나자 그들은 임금을 무인도로 보내버렸습니다. 여러분, 1년 동안 왕노릇하고 무인도로 보내진 그 선원이 무인도에서 죽었겠습니까? 살아 남아겠습니까? 당연히 살아남았지요. 자기가 임금으로 있을 때 그 무인도에 과일나무를 심고, 또 많은 식량을 가져다 놓았기 때문에 여생을 안전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지금이 준비할 때입니다. 무인도로 보내지기 전에 무인도에 과일나무와 곡식을 보낸 것처럼, 지금 우리가 천국을 준비할 때입니다. 언젠가 ‘신랑이 오신다!’ 하는 나팔소리가 들려질 것입니다. 그 때가 분명히 우리에게도 찾아올 것입니다. 그 때 준비한 사람들은 모두 천국 잔치에 참여하게 될 것이지만,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잔칫집의 문이 굳게 닫혀질 것입니다.

  준비하는 이 거룩한 계절에 준비하십시다. 내일을 준비하고, 천국을 준비하십시다. 준비한 자에게는 영광이 주어집니다.

< 2015년 11월 29일 주일낮예배-대림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