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갈에 세워진 기념비

< 본문 - 여호수아 4:1-9 >

  지난해 12월 1일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Facebook)의 창업자요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32세)가 그의 아내인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Priscilla Chan, 31세)과의 사이에서 딸 맥스(Max)를 낳았다고 밝혔습니다. 저커버그와 챈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사진> 출산 소식을 알리고, 딸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썼습니다. A4용지 6-7쪽에 달하는 긴 편지인데, 그 편지에는 아이를 갖게 된 기쁨에서부터 시작해서 자기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는 그런 소망입니다. 질병으로부터 해방되는 세상,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너나없이 모두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세상, 평화와 번영의 기운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쓰면서, 그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도덕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자신이 가진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주식은 모두 약 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2조원에 달합니다.(우리나라 전체 1년 예산의 1/8이 넘는 액수입니다.)

   저커버그가 기부하겠다고 하는 돈도 어마어마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멋지다는 것입니다. 그는 ‘나와 내 가족만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이 인종과 성별과 국적에 상관없이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내 가족만큼이나 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말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그의 나이는 올해 불과 서른두 살입니다. 그 젊은 나이에 어려운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자신의 것인 양 끌어안은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아직 젊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앞으로 살아갈 그의 삶에서 그 자신에게 어떤 어려운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미래도 불안한데 그는 자신 개인의 미래보다도 사회적 미래가 더 걱정이 되었고, 그런 걱정되는 마음이 그 많은 돈을 기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이라는 사회가 그렇게 많은 돈을 기꺼이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운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와 많이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 한 대학교수가 자신이 평생 모은 돈 217억을 기부하여 장학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학재단을 통해서 많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60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분에게 225억을 세금으로 내라는 통보가 해왔다고 합니다. 가난한 빈민촌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란 자신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생활이 어려워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기부하여 장학재단을 만들었는데, 국세청제서는 그에게 2008년 140억의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고, 재산 전부를 기부했기에 세금을 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부인데 왜 그 많은 세금을 내라고 하느냐’고 소송을 벌이면서 시간이 흘러 이제 세금에 이자가 붙어 220억을 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나라의 기부문화와 비교하면 저커버그의 기부와 기부환경은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생각해 봅니다.

   저커버그 부부에게 딸이 태어났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들 부부는 그것이 너무나도 소중한 일이고 자신들의 일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이 가진 주식의 전부라 할 수 있는 99%(52조 원)라는 어마어마한 것을 기부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 부부는 사랑하는 딸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멋진 기념비를 세운 것입니다.

  사람들은 큰일을 경험하거나 목적하는 큰일을 이루고 나면 기념비를 세우려고 합니다. 그 일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또는 누군가의 업적을 기리거나 치하하기 위해서 기념비를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기념비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광개토대왕 기념비입니다. 현재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 현(輯安縣)에 있는 이 기념비는 고구려의 영토가 중국대륙 멀리까지 이르렀음을 기념하기 위해서 세워진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고을들마다에도 여러 가지 명목의 기념비들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잘 봉양한 딸을 기념하기 위한 효녀비도 있고, 일찍 죽은 남편에 대한 정절을 끝까지 잘 지킨 아내를 기리기 위해서 세운 열녀비도 있습니다. 또 고을을 잘 다스려준 원님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공덕비도 있습니다.

   여기 이스라엘 백성들이 평생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본문에 나오는 ‘길갈에 세운 기념비’입니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은 큰 역사적인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 때부터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선 것입니다. 그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400여 년 동안 애굽에서 종살이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그들을 그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건져 주셨지만, 그것으로 그들의 고생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방랑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그들의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공급해 주시긴 했지만 광야에서 그들이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었고, 광야에서 그들의 삶은 풍요로운 삶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매일 아침 만나를 내려주셨습니다. 그런데 민수기 11장의 기록처럼, 광야생활한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서 그 만나가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나를 먹을 때에는 그것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것을 1년 가까이 먹자 그것이 지겨워져서 하나님께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어찌 먹는 것만 그러겠습니까? 40년 동안 그들은 같은 옷을 입고 살아야 했고, 40년 동안 신발도 한 켤레도 버텨야 했습니다. 그 40년 동안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가로질러 가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새로운 것이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세월을 40년 동안 살았으니, 그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고생이 끝났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왔습니다. 요단강을 건넜습니다. 그 때가 곡식을 거두는 시기라, 요단강물이 최고의 수위에 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요단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요단강을 건너 길갈에 도착하자 하나님께서 여호수아를 통해서 기념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명령이 내려지자 여호수아는 곧바로 각 지파에 한 사람씩 12명을 뽑아 요단강에 가서 돌 하나씩을 메어오게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져온 그 돌들로 길갈에다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하나님께서 길갈에 기념비를 세우게 하신 이유를 오늘 본문 6-7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중에 요단강을 건넌 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후손들이 이 기념비를 보면서 ‘왜 여기에다가 이런 기념비를 세웠느냐?’고 묻는다면 하나님께서 자기들의 조상들을 이 약속의 땅에 들어오게 하실 때에 어떻게 이 요단강을 건너게 하셨는지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광야생활 40년을 마치고 요단강을 건널 때에 요단강의 수위는 최고조였습니다. 요단강의 물은 강둑을 넘어설 것 같은 기세로 넘실거리며 사해를 향해 흘러가고 있고, 그런 요단강을 바라보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려운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언약궤를 멘 제사장에게 그 요단강으로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홍해를 건너게 하실 때에는 홍해의 물을 갈라 육지처럼 만들어놓으신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건너게 하셨는데, 요단강을 건너게 하실 때에는 달랐습니다. 요단강물을 멈추게 하신 후에 들어가라고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요단강물은 무섭게 흐르고 있습니다. 둑에 넘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언약궤를 멘 제사장ef에게 그리로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거세게 흐르는 요단강에 들어서서 발이 물에 잠기자 그 때서야 거세게 흐르던 요단강 물이 멈췄습니다. 갈릴리 호수 쪽에서 아래로 흐르던 물이 멈춰 거대한 벽을 만들고, 아래 사해로 흐르던 물이 모두 빠져나가자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요단강은 그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그 때 비로소 이스라엘 백성들은 요단강을 마른 땅과 같이 건널 수 있었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기적적인 도우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이전에도 이미 수없이 많은 기적들을 경험했습니다. 애굽에서 탈출하기 전에 애굽 전역에 내린 열 가지 재앙도 하나님의 능력이었고, 특별히 마지막 열 번째 재앙 때에는 어린 양을 잡아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백성의 집에만 죽음의 사자가 건너가 장자가 죽임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또 홍해를 건넌 것도 그렇거니와 광야에서 40년 동안 만나를 먹었던 것, 반석이 갈라져 물이 흘러나오고 반역을 일으킨 자들에게는 땅이 갈라져 반역자들을 집어삼킨 것 등등 그들이 경험한 기적 같은 일들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수많은 기적들을 그들 앞에 베푸셨지만 단 한 번도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기념비를 세우라고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그런 일들을 기억하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요단강을 건넌 후에는 달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두 요단을 건너게 하신 후에는 기념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왜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는 홍해를 가르신 것과 같은 엄청난 기적을 베푸셨음에도 기념비를 세우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요단강을 건너 후에는 기념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우리가 상상하는 바에 따르면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을 건너게 하신 그 일에 비하면 요단강을 건넌다는 것은 아주 간단해 보입니다. 그 넓은 바다를 갈라 건너게 하신 것에 비하면 강을 갈라 건너게 하신 것은 작은 일처럼 보입니다. 더군다나 홍해를 가르실 때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뛰쫓아오던 애굽의 정예부대를 모두 그 홍해에 몰사(沒死)시키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홍해를 가르시고 애굽의 군대를 몰사시키신 엄청난 기적을 행하신 후에는 기념비를 세우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비하면 작은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요단강을 건넌 후에는 기념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십니다. 왜일까요?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요단강을 건너가 그들이 머문 그 땅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주신 땅입니다. 홍해를 건넌 후에 그들이 닿은 곳은 그들의 땅이 아니었습니다. 만나를 처음 먹었던 장소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땅이 아닙니다. 반석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그 곳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 땅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히 머물러 살 땅은 바로 요단강을 건넌 이후에 주어진 바로 이곳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길갈에 기념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영구히 머물러 살 곳이고, 그래서 너희 후손들이 자주 이곳에 와서 이 기념비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입니다.

  그러기에 길갈에 세운 기념비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나안 땅 -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주시기로 약속하시고 그 약속을 이루신 것이 요단강을 건너게 하신 것이기에 이 땅을 그들에게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바꿔 말하면 지난날 그들의 조상을 지켜주시고 약속하신대로 이루어주신 그 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후일에 후손들이 ‘이 기념비가 왜 여기에 세워져 있습니까? 무엇 때문에 이 기념비를 세운 것입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들은 자기들의 자녀들에게 요단강을 건넌 이야기뿐만 아니라 애굽 땅 종살이하던 때부터 홍해를 가르시고 광야에서 40년 동안 그들을 지켜주시고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합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었음을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 주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그들을 도우시고 지켜주신다는 사실을 후손들이 깨닫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조상들을 지켜주신 그 하나님께서 오늘은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말씀에 보면, 하나님의 말씀대로 그들이 요단강에서 돌을 골라 기념비를 세웁니다. 요단강에다 12개의 돌로 기념비를 하나 세우고, 요단강에서 메고 온 돌들로 길갈에다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웁니다. 그러면서 4장 마지막절인 24절에서는 그렇게 기념비를 세운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땅의 모든 백성에게 여호와의 손이 강하신 것을 알게 하며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항상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라.” 이런 기적을 베풀어 조상들을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기적을 베푸신 하나님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분입니다. 유일하신 하나님, 그 하나님을 영원히 경외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홍해를 가르시고 또 요단강을 멈춰 건너게 하신 하나님은 능력의 하나님이신데, 그 하나님은 영원히 경배를 받으셔야 할 분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겨서는 안 됩니다. 그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하나님만을 진심으로 섬길 때에 조상들을 기적같은 역사로 도우셨던 그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 신앙은 끊임없이 기억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길갈에 기념비를 세워 지난날 도우셨던 하나님을 늘 기억하도록 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지난날 우리를 도우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어리석은 우리는 우리가 받은 은혜를 너무 자주 잊어버립니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받은 상처나 아픔은 빨리 잊어야 하고 우리가 받은 귀한 은혜는 돌에 새겨 오랫동안 잊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일 때가 참 많습니다. 기억해야 할 은혜를 너무 빨리 잊어버립니다. 때로는 하나님께로부터 엄청난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런 이기적인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지난 날 내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자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자주 기억할수록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 힘들 때 나를 도우셨던 그 하나님께서 오늘도 나를 돕고 계시고, 때로는 내 삶의 여정에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나도 그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함으로 이겨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길갈에 세워진 기념비가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 곳에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하나는 길갈에 세웠고, 또 하나는 요단강에 세웠습니다.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은 길갈에다 기념비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왜 요단강에도 기념비를 세운지 아십니까? 오늘 본문 9절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전히 요단강의 물이 끊겨져 요단강이 마른 땅과 같이 되었을 때에 그 요단강 제사장들의 발이 멈춰선 곳에도 돌 열두 개를 가져다가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18절 말씀에 의하면 제사장들이 요단강에서 나오자 요단강물이 예전과 같이 흘렀습니다. 그렇다면 요단강 안에 세운 기념비는 요단강물이 흐른 후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길갈에 세운 기념비는 늘 눈에 보이지만 요단강 안에 세운 기념비는 요단강물이 많이 흐를 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기에도 길갈에 세운 것과 똑같은 기념비를 또 하나 세워놓았습니다. 왜 그 요단강 안에도 기념비를 세웠을까요? 눈이 보이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기념비는 언제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품고 그 기념비를 없애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단강 안에 세워진 기념비는 없앨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결코 없앨 수 없습니다. 본문 9절에서도 길갈에 세워진 기념비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요단강에 세워진 기념비는 “오늘까지 거기에 있더라.”라고 말씀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시각적인 눈을 가지고 경험되고 보여지는 하나님의 은혜도 있겠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은혜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을 가지고 본 경험들은 어쩌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빨리 사라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영의 눈을 떠서 영의 눈으로 바라보고 경험한 은혜는 영원히 잊어버릴 수 없습니다. 아니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마치 요단강 안에 세워진 기념비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올해는 우리의 삶에 기념비를 세우는 한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페이스북의 창업자요 CEO인 저커버그처럼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우리의 삶에 기념비를 세우는 것이 우리에게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기념비는 결코 돈으로만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면 우리의 삶에 기념비가 분명 세워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내 삶의 영역에서 우리는 기념비를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그네처럼 흘러 지나쳐버리는 그런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주어질 하나님의 크신 복을 누리며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영원한 기업의 땅에 산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의 영역에 기념비를 세울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다른 어느 때보다도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 하나님께로부터도 또 나 자신으로부터도 만족할 만큼 충성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도 우리의 인생에 하나의 기념비가 될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향하여 거룩한 마음을 가지고 결단한 일을 어떤 어려움이나 힘든 장애물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그 목표한 것을 이루어나간다면 그것 역시 내 인생에 큰 기념비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승진했다고, 취직했다고,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에서 기념비를 세울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는 아름다운 일을 통해서 기념비를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념비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올해 여러분이 세우고 싶은 기념비가 있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는 멋진 기념비를 세우는 한 해 되게 사십시다. 그래서 오랜 훗날 우리 스스로가, 또는 우리 후손들이 ‘2016년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해 줄 수 있는 그런 기념비를 세우십시다. 내 생애 최고의 해가 2016년이 되도록 말입니다.

< 2016년 1월 1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