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십자가를 지고 ③

< 본문 - 마가복음 8:27-38 >

  오늘 우리 시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생명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고, 너무 쉽게 자기의 생명을 버리기도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슬람 극단주의인 IS의 테러와 살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는 매년 총기 사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십니까?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숫자보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지난 2014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총기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2,56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에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3,836명이나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총기로 목숨을 잃은 사람보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300여명이나 더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총기 사용이 규제되어 총기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총기사고보다 훨씬 더 무서운 자살이라는 것이 사회적인 대량살상무기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자살한 사람이 13,836명이라는 말은 40분에 한 명씩 자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고 하는 불명예를 오랫동안 갖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13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남성연대’ 대표라는 사람이 ‘자신이 한강에 투신하겠다.’고 예고했고, 남성연대 관계자 여러 명과 방송국의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실제로 한강에 투신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표는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한강에 뛰어내려도 충분히 살 수 있고, 자신은 단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를 홍보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지만, 한강에 뛰어드는 그를 말리지 않고 촬영을 한 관계자와 기자들에게는 자살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목숨을 홍보마케팅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목숨이 이제는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안타까운 현실 이야기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만, 오토바이를 타고 과속으로 달리는 이른바 ‘폭주족’에게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이렇게 과속으로 달리다가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게 무섭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폭주를 즐기는 한 젊은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짜릿한 쾌감을 즐기다가 사고가 나서 죽는다 하더라도 괜찮아요. 즐기다가 가는 것이지요 뭐.’

  여러분, 그런 우리 시대의 풍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찌 되었건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아무 유익이 없습니다. 천하보다 소중한 것이 목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목숨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목숨까지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안타까운 풍조가 우리 사회에 점점 깊이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그런 소중한 우리의 생명을 결코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에게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그 생명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내가 내 마음대로 내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힘들고 삶이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의 생명을 헛되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런 유머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살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세상은 아직도 살만 해서도 아니요, 내 목숨이 소중해서도 아니고, 모두가 내가 겪는 것 정도의 힘듦을 다 겪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가 자살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내가 자살하면 경찰이 내 SNS를 뒤지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는 목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가운데는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폭 테러나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 역시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생명을 쉽게 놓아버리거나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이유를 오늘 본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빌립보 가이사랴 여러 마을을 다니시던 중에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 때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너무너무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메시야로 고백한 제자들에게 ‘비로소’ 메시야이신 당신이 가셔야 할 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리라.’고 말입니다. 메시야이신 주님이 가셔야 할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죽음의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것이 메시야가 가셔야 할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책망합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예수님께 ‘그렇게 약한 소리 하시지 말고, 고난을 받고 죽으셔야 한다는 그런 말씀 하지를 말라.’고 말입니다. 베드로가 그렇게 예수님을 책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베드로가 아직도 인간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생각으로 주님을 바라보았고,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생각으로 메시야의 길을 생각했습니다. 그랬기에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난의 길을 가실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그 길을 가로막고 나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으로 예수님의 길을 가로막는 베드로를 향하여 ‘사탄’이라고 부르면서, ‘내 뒤로 물러가라.’고 호통을 치십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그런 생각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런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으로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것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욕망이나 욕심이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그런 모습으로 결코 주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결단을 하지 않고는 우리가 주님의 제자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갈지라도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지 않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결단해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자기를 부인하지 않고 십자가를 지지 않고 내 자신의 욕망과 탐욕에 끌려 세상 방법을 따라 살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갈 순 없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서 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 - 주님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를 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여러분, 이 말씀을 굉장히 중요한 말씀입니다. 앞서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십자가의 길은 힘든 길입니다. 고난의 길입니다. 자기를 부인하며 따라가야 하는 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힘든 길을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너무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피해서 가고 싶어 합니다.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택하신 백성들이 힘든 십자가를 지고 늘 고달파 하며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다가 십자가까지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가야 한다면 우리의 삶이 힘들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렇게 십자가를 져야만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우리를 힘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이 세상 속에서 고달프게, 힘들게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자기 자식이 고통 속에 살기를 원치 않는 것처럼,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그런 고통 가운데 살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세상에서 우리의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당하거나 멸시를 당하며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오히려 당신의 자녀들이 세상에서 존귀히 여김을 받으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당신의 택하신 자녀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복을 주십니다. 그 복을 누리면서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도록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유익은 우리의 생명이 사는 방법이 그것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를 때에 우리는 생명을 얻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신 이후 바로 이어서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이 두 말씀을 잘 연결하여 읽어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신 후에,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과 목숨을 잃지 않고 구원한다는 말씀이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나의 목숨을 주님을 위해서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내 목숨을 내어놓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가면 우리는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자기를 부인하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는 사람은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목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목숨을 잃지 않는 방법은 우리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천하보다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는 방법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위해서 내 목숨을 내놓으면 주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십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해서 우리 스스로 그 생명을 지켜낼 수 없습니다. 생명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가 생명을 얻기 위해서,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지키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거기에서 내 생명을 내놓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미 말씀을 나눈 것처럼, 십자가는 로마제국이 자기들에게 반항하는 사람들을 처형하기 위해서 사용한 사형방법입니다. 십자가는 사람을 가혹하게 죽이는 사형형틀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사형형틀인 그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내 목숨을 내놓을 그 십자가를 우리 스스로 지고서 말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당신 스스로가 예언하신 것처럼 예루살렘에 가셔서 종교지도자들에게 붙잡혀 많은 고난을 받으셨고, 그리고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가셔서 거기에서 죽으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31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죽으신 후에는 반드시 살아나십니다. 부활하십니다.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셨지만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간다면 - 그래서 그 십자가에서 우리 자신이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그 십자가 위에서 죽을지라도 우리에게도 부활이 있습니다. 다시 살아나는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어야 다시 산다.’는 말씀은 역설(파라독스)입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같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진리입니다. 죽어야 사는 것이 기독교 진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그 진리의 길을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분명 바보 같은 짓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신이 죽어야 할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것이 어리석은 짓처럼 보입니다. 아무런 유익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가치나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그렇게 어리석고 바보 같은 길이지만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우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길 끝에 부활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역설 같은 길 끝에 생명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 가는 것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그 길 끝에 부활이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그 십자가의 길을 갈 때 이 세상에서 주어진 유익도 반드시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명을 소중하게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목숨을 끊습니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살기 좋은 나라에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입니까? 거기에 대해서 단 한 마디로 대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결코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모르고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 내 생명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세상 그 무엇도 내 생명보다 귀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생명을 포기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은 없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자신의 생명이 그렇게 귀하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난의 길을 걸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길을 걸어본 사람이어야 자신의 소중함을 압니다. 아픔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야 건강을 알듯이, 고난을 겪어본 사람이라야 생명의 소중함을 압니다.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사람은 십자가의 길이 결코 고난의 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십자가의 길은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거지는 자살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지 중에는 자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거지에게는 매일매일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거지는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빌어먹고 살아야 한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기를 쓰고 동냥을 해야 합니다. 그런 삶의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지가 자살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거지는 고생이 무엇인지를 압니다. 고생고생하며 지금까지 살아왔기에 지금 여기에서 내 생명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하루하루 밥을 빌어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합니다.

   고난을 아는 사람은 결코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습니다. 고난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압니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십자가를 지고 주님 뒤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그 십자가 고난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십자가 고난의 길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십자가의 고난의 길 끝에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 주어질 뿐만 아니라, 그 십자가를 지고 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압니다.

   여러분, 십자가는 결코 고통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 앞에는 수심이 그리 깊진 않지만 물살이 무척이나 거센 강이 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이 그 강을 건널 때에는 무거운 돌을 하나씩 지고 건넌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거센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어깨에 무거운 십자가가 지워져 있을 때 우리는 세상이라는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고 바른 신앙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거세게 몰아치는 죄의 유혹을 이기는 방법도 우리의 어깨에 십자가가 지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도구가 됩니다. 죄가 우리의 생명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고 그 생명을 지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그 십자가가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 2016년 2월 28일 주일낮예배 - 사순절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