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를 외치는 사람들

< 본문 - 요한복음 12:12-19 >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어린 학생이 학교에 지각을 했습니다. 평소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던 학생이었기에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지각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은 ‘학교에 오는 도중 어떤 아저씨가 동전을 떨어뜨려서 그걸 같이 찾느라고 늦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물론 동전을 같이 찾아드리는 일도 좋지만 학교에 오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하고 지각하지 않게 와야 한다.’고 타일러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머뭇거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입니다. 학생이 표정이 이상해서 선생님이 ‘왜 그러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학생이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아저씨가 떨어뜨린 그 동전을 제가 밟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학생은 아저씨가 떨어뜨린 동전을 같이 찾기 위해서 학교에 늦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동전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아저씨가 동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그래야 그 동전을 주워올 수 있으니까요.

   우스운 이야기입니다만, 우리가 종종 그런 모습으로 살곤 합니다. 믿음의 길을 가야 하는 우리들이 여전히 세상의 쾌락이라는 동전을 발로 밟고서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세상 주변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야하는 사람들인 우리들이 어깨에는 십자가를 지는 듯하지만 우리의 발로는 여전히 세상의 것을 밟고서 그것을 놓지 못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뒤를 따르기 위해서 주님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힘차게 앞을 향해 걸어가야 하지만, 아직도 우리 발 아래 놓여 있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포기하지 못해 발걸음을 떼지 못한 모습도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는 제자들도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면서 여러 번에 걸쳐서 ‘당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붙잡혀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도,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면서 누가 높은 자리 차지할 것인가 하고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는 제자들의 마음속에는 십자가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세상적인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아직도 세상의 욕망이나 세상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비단 예수님의 제자들만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호산나를 외친 사람들’ 역시 그들의 발은 여전히 세상적인 것을 밟고 서 있었습니다. 그들의 입술에서 외쳐지는 ‘호산나!’라는 외침과 상관없이 그들은 여전히 세상의 것을 놓치 않기 위해서 세상을 굳게 밟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수많은 사람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을 맞이하였습니다. ‘호산나’는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입니다. 그들은 분명 자기들에게 메시야가 나타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맞아들이며 ‘우리를 구원하소서!’라고 ‘호산나!’를 외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그들이 왜 예수님을 메시아로 맞아들였는지에 대해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본문 17-18절입니다. “나사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어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실 때에 함께 있던 무리가 증언한지라. 이에 무리가 예수를 맞음은 이 표적 행하심을 들었음이러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시기 전에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일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기 불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죽은 지 사흘이나 지나 무덤에 묻혀 있던 나사로를 예수님께서 살려내셨습니다. 요한복음 11:45절 이하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살려내시자 그 광경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현장에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일을 본 사람 가운데 일부는 바리새인들에게 가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과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그러자 바리새인들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급하게 모여 회의를 합니다. 비상대책회의를 한 것입니다. 그들의 회의는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이대로 두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따를 것이다. 그러면 예수가 그 군중들을 데리고 민중 봉기를 일으길 수 있고, 만일 그렇게 되면 로마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분명 로마가 민중봉기를 진압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어마어마한 군대를 이끌고 와서 우리 땅을 점령하고 말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결국에서는 ‘우리 민족을 그런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수라는 그 자를 잡아 죽여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민족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그 때부터 예수님을 죽일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의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죽이지 않으면 민란이 일어나 민족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위기감을 가질 만큼 당시 예수님의 인기를 하늘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얼마 동안 사람들을 피해 지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인기가 치솟아 올라갈 때 사람들의 시선에서 피해 계셨다는 것은 그런 인기를 등에 업고 종교지도자들이 염려하는 그런 일을 행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원래부터 갖고 계신 마음이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만일 사람들의 인기에 편승해서 민중봉기를 일으키거나 권력을 잡기 위해서 반란을 꾀하려 하셨다면 이미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40일 금식하셨을 때 마귀가 와서 예수님을 시험했습니다. 돌로 떡을 만들라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그리고 자신에게 절을 하면 천하만국의 영광을 주겠노라고 말입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그런 마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돌로 떡을 만드셨다든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셨는데도 몸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여세를 몰아서 민중봉기를 일으켜 성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좋은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이후였습니다. 요한복음 6:15절의 기록에 의하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체험한 이후에 사람들은 예수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예수님을 자기들의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실 정도로 능력을 가진 분이라면 자기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 때 예수님께서 조용히 피신하지 않으셨다면, 어쩌면 정말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봉기를 일으켰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 때 예수님께서 정치적인 야욕이 있으셨다면, 못 이기는 척 하고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시면 예수님은 수많은 사람들의 뜻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왕이 되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권력에 대한 요구를 모두 거절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서 봉기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게 예수님께서 가셔야 할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으셨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민중봉기를 통해서 세상을 뒤엎으실 생각도 전혀 없으셨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나귀새끼를 타고 가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당시 예수님은 서른이 넘은 어른이셨습니다. 서른이 넘는 어른이 나귀새끼를 타고 가신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까? 세른이 넘는 나이라고 한다면 말을 타고 가는 것이 어울립니다. 만일 말을 타지 않고 나귀를 타신다면 나귀새끼를 타시는 것이 아니라 어미나귀를 타셔야 합니다. 그래야 모양새가 조금 낫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을 타신 것도 아니고, 나귀를 타신 것도 아닙니다. 나귀새끼를 타셨습니다.

   오늘 본문 15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께서 폼도 나지 않게 나귀새끼를 타신 이유는 구약의 말씀을 이루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너의 왕이 나귀새끼를 타고 오신다.’는 스가랴 선지자의 말씀을 이루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16절에서 설명해 주는 것처럼, 당시 예수님의 제자들조차도 왜 예수님께서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야 모든 예언이 성취되고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셨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야 왜 예수님께서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제자들만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당시 수많은 무리들이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오시자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을 맞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에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왜 사람들은 예수님을 그렇게 열렬히 환영했었나?’ 하는 것입니다. 물론 당시 호산나를 외치던 사람들도 제자들처럼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고난의 종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당신이 친히 예언하신 것처럼 종교지도자들에게 붙잡혀 고난 받으시고 죽임 당하심으로 온 인류를 구원하실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가신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며 말입니다.

   그에 대한 대답을 본문 18절에서 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무리가 예수를 맞음은 이 표적 행하심을 들었음이러라.” ‘이 표적’이라는 말은 17절에서 언급하고 있는 나사로를 살리신 기적을 말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리신 기적을 행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을 향하여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을 맞아들인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는 나사로를 살리신 그 기적을 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보진 못했지만 소문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리신 기적을 행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사로를 살리셨다는 이야기는 당시 예루살렘을 비롯한 온 동네에 가장 큰 뉴스거리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은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는 슈퍼스타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외국에 나가면 그렇게 열렬히 환영을 받습니다. 한류스타이기 때문입니다.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서 공항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그들이 환영했던 예수님은 한류스타 이상입니다.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자도 살리실 정도로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산나!’를 외치며 열렬히 예수님을 환영했던 것입니다.

  호산나를 외친 사람들에게 메시야는 기적을 베푸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환영하며 맞아들인 메시야는 그런 기적을 행하는 메시야입니다. 겸손히 나귀를 타시고 힘없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메시야가 아니라, 죽은 자를 살리시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그런 능력의 메시야를 환영한 것입니다. 미러클 메이커(기적을 만드시는 분)이신 슈퍼스타 예수님을 환영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신 분이 아니라면 그들은 분명 ‘호산나!’를 외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리신 것과 같은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 혹 오늘 우리도 예수님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에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힘없이 돌아가신 예수님이 아니라, 나사로를 살리신 것과 같은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예수님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기적을 행하시는 메시아를 기대하며 사는 신앙은 참된 신앙이 아닙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십니다. 나사로를 살리신 것도 분명 사실이고,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것도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충분히 기적을 행하실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이시고, 실제로도 그렇게 기적을 많이 행하셨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예수님께서 행하신 그 기적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리셨기 때문에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슈퍼스타 예수님을 기대한다면 우리의 신앙에 분명 엄청난 왜곡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내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보다도, 내 병을 치료해 주시고 내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기적의 예수님을 믿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슈퍼스타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런 예수님을 믿고 산다면 우리의 삶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때 우리는 믿음을 잃고 맙니다.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을 믿었는데 아픈 내 몸을 치료해 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믿을 이유를 상실하고 맙니다. 내게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기적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기적을 행하시는 슈퍼스타 예수님만을 메시아로 믿는다면 성경에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허탈하게 들릴 것입니다. 하나님을 온전하게 섬겼던 욥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열 명의 자식들과 그 많던 재산을 한 순간에 다 잃었습니다. 만약 욥이 기적을 행하시는 슈펴스타와 같은 하나님만을 믿었다면 자신의 재산과 가족들을 지켜주지 못한 하나님은 원망과 불평의 대상이요, 저주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애굽에 노예로 팔려갔던 요셉은 보디발의 총애를 받고 가정 총무가 되어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되고 평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받게 되고, 믿음을 지키겠다는 신실한 마음으로 그 유혹을 물리쳤는데 그에게 찾아온 것은 감옥에 갇히는 것입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말입니다. 만일 요셉이 기적을 행하시는 슈퍼스타 하나님만을 믿었다면 그렇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버려두신 하나님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분이 되고 맙니다. 평생 안고 살아온 질병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의 병을 고쳐주지 않습니다. 바울이 능력을 행하시는 하나님만을 믿었다면, 바울이 자신을 위해서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만을 믿었다면 그는 더 이상 예수님을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병도 고쳐주지 않으신 예수님은 자신에게 더 이상 매력이 없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나를 위해 기적을 베풀어주시는 예수님을 기대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슈퍼스타처럼 사람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예수님이기 때문에 우리도 호산나를 외치고 있진 않습니까?

   슈퍼스타이신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며 호산나를 외쳤던 그 사람들이 며칠 후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미러클 메이커(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를 열렬히 환영했던 바로 그 무리들이 ‘강도인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외쳤습니다. 예루살렘에 오신 예수님의 모습은 더 이상 슈퍼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며칠을 지내시는 동안 예수님은 더 이상 미러클 메이커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내 병을 고쳐주시는 미러클 메이커 예수님을 기대하고 그런 예수님이기 때문에 호산나를 외친다면, 우리도 얼마 지나지 않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무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내 문제를 풀어주실 슈퍼스타 예수님을 믿고 있다면, 우리도 언젠가 ‘예수님을 죽이라!’고 외치는 무리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이유는 기적을 행하시기 위함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나귀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가신 이유는 슈퍼스타가 되시기 위함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겸손하셔서 나귀를 타셨고, 인류를 구원하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묵묵히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우리의 생명을 건져주셨고, 우리에게 영원한 나라를 기업으로 얻게 하셨습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네덜란드를 대표했던 최고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는 성화를 많이 그리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그의 생전에 유화 160점, 에팅 80점, 드로잉 600점 등 850점의 성화를 그렸습니다. 그 모든 그림들이 미술사에서 보석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의 판화 작품 가운데 ‘가장 장엄하고 가장 강력한 표현력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십자가’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사진 1) 이 그림 중앙에는 예수님께서 달려 돌아가신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좌우편에 두 강도가 달린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밑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향하여 야유를 퍼붓는 군중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 우측 아래 모퉁이에는 그림자에 가려 겨우 알아 볼 수 있는 얼굴이 하나 그려져 있습니다. 미술가들은 이 사람을 렘브란트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간접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 사람이 혹 우리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에는 호산나를 소리쳐 외쳤지만 불과 며칠 후에는 호산나가 아니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도 어느 순간엔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우리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계신 주님을 조롱하는 무리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슈퍼스타 예수님만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우리에게 기적을 베푸셔야만 하는 미러클 메이커 예수님을 기대하며 신앙생활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 2016년 3월 20일 주일낮예배-종려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