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안에서 산다는 것

< 본문 - 갈라디아서 2:20 >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만주의 하얼빈(哈尔滨) 역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伊藤 博文)를 저격한 날입니다. 이날 이토 히로부미는 당시 러시아 제국의 재무 장관인 코코프체프와 회담을 하러 하얼빈에 오게 되었고,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하게 됩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그 자리에서 러시아 공안들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10년 2월 14일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는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을 결심하였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상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그대로 사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가톨릭 신앙을 가진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 재판부로부터 사형을 언도받은 그 날, 부인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예수를 찬미하오. 우리들은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천주의 안배로 배필이 되고 다시 주님의 명으로 이제 헤어지게 되었으나, 또 머지않아 주님의 은혜로 천당 영복의 땅에서 영원히 모이라 하오. 반드시 감정에 괴로워함이 없이 주님 안배만을 믿고 신앙을 열심히 하고 어머님에게 효도를 다하고 두 동생과 화목하여 자식의 교육에 힘쓰며 세상에 처하여 심신을 평안히 하고 후에 영원의 즐거움을 바랄 뿐이오... 많고 많은 사연은 천당에서 기쁘고 즐겁게 만나보고 상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을 믿고 또 바랄 뿐이오.”

   안중근 의사에게는 분명한 신앙이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천국에서 영원히 살 것에 대한 믿음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임으로써 자신이 사형당할 것을 알면서도 나라를 위해서 기꺼이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사형당하게 됩니다. 사형당하기 5분에 전에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사진> 수의를 입고 찍은 사진입니다. 이 수의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보내준 것이라고 합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32살의 젊은 나이에 사형을 선고받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네가 만일 늙은 이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선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여러분, 우리는 이런 안중근 의사와 그의 어머니의 편지를 통해서 아주 중요한 그들의 신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순교의 신앙’입니다. 선한 일을 위해서, 의를 위해서 싸우다 죽는다 하더라도 담담히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것이 순교신앙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 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여 자주주권을 갖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그 일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안중근 의사는 그래서 순국자이면서 동시에 순교자입니다.

   ‘기독교 역사는 순교의 역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독교 역사는 순교의 역사입니다. 순교를 통해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어떤 위협과 협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 복음과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았던 순교자들이 있었기에 오늘까지 복음이 전해져올 수 있었습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박해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사도행전을 읽으면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죽인 그 예수가 부활하셨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외치는 사도들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잡아다가 채찍질하고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말고 예수의 이름을 전하지도 못하도록 위협하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위협과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복음을 전했던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사도들만 그렇게 순교의 자리에 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로마 황제를 신으로 추앙하는 당시 문화에서 ‘세상에 유일한 신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밖에 없다’는 믿음으로 살았던 성도들, 그래서 로마 황제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신으로 인정하며 산 성도들은 로마로부터 박해를 받아야 했고 순교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초대교회에서 유대인들로부터, 그리고 로마로부터 박해를 받고 죽음의 위협을 당한 사람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죽음이 두려워서 신앙을 버렸습니다. 배교를 했습니다. 채찍에 맞고 감옥에 갇히고 박해를 받으면서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더구나 목숨을 빼앗아가는 세력 앞에서 당당히 ‘나는 내 믿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그런 위협과 죽음 앞에서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당당히 죽음으로써 믿음을 지켜냈습니다.

   여러분, 그런 순교의 믿음이 어디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게 했고, 심지어는 죽음 앞에서도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습니까?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믿음을 끝까지 지키고 싶으십니까?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실한 신앙을 간직하며 살고 싶으십니까? 그러면 우리도 사도 바울과 같은 고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굳은 의지로 우리의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그래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의지와 그 성격으로 믿음을 지켜내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렇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으면 우리는 믿음 안에서 살 수 없습니다. 믿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혀 내 자아가 죽어야 합니다. 내 굳은 의지가 십자가에서 죽어야 합니다. 내 성격과 내 성품, 그리고 내 욕망과 내 욕심까지 모든 것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만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살아계시는 신앙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 믿음을 지켜내는 순교신앙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의지가 강하기로 말한다면 사울이라는 청년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유대주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신앙하는 유대교를 지키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앞장섰습니다. 초대교회가 엄청난 속도로 부흥해가자 그는 그것을 막기 위해서 나섰습니다. 당시 최고 권위를 가지고 엄청난 힘을 가진 산헤드린 공회의 공회원들도 사울이라는 청년만큼 의지가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울은 어떻게든 예수 믿는 사람들을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대제사장에게 찾아가서 멀리 다메섹까지 가서 예수 믿는 사람들 체포해올 수 있는 체포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해서, 그것을 들고 다메섹까지 갑니다. 그만큼 유대교에 대해서 열정을 가졌고, 유대교를 지키기 위해서 몸부림치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울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고는 자신이 그렇게도 핍박하던 기독교로 개종을 하게 됩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되었고, 그가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그런 사도 바울이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나 자신의 힘으로 이 믿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믿음 안에 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아가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의지가 결코 우리의 신앙을 지켜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결심하고 또 결심해도 그 결심이 우리로 하여금 신앙의 승리자로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우리의 자아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신앙의 승리자가 되지 못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도 바울이 오늘 본문에서 고백한 것처럼,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혀야만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실 때 그 주님의 힘과 능력으로 우리는 믿음을 지키며 살 수 있습니다. 내 능력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 의지가 아니라 주님의 강권하시는 힘으로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유혹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우리 시대에는 예전과 같은 박해나 핍박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아직도 지구촌 구석구석에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기독교 인구를 가지고 있다는 중국에서는 최근 들어 교회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지하 가정교회들은 어느 정도 눈감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기독교학교를 폐쇄하고, 가정교회에서 예배드리는 성도들을 체포해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교회당의 십자가를 철거해버리기도 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기독교 인구가 1억 명이 넘는다는 중국에서 공산당이 기독교를 공산당의 가장 큰 적으로 여기며 탄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을 공개 처형하기도 하고, 기독교로 개종해서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불에 태워 죽이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 교인들이 많이 모인 그 시간에 예배당에 폭탄을 던져 사람을 죽이고 교회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박해를 받고 있고, 순교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박해가 없습니다. 교회에 나가는 것 때문에 살해의 위협을 당하지 않습니다. 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아야 할 일이 없습니다. 교회당을 폭파시키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 사회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외형적인 박해는 없지만, 숨겨진 박해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을 왕따시키는 일도 있습니다. 교회와 기독교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교회에 다니는 것이 부끄러운 것처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유대교나 로마와 같은 어떤 거대한 권력이나 집단에 의해서 교회가 박해를 받았다면 오늘 우리 시대에는 거대한 문화가 기독교를 박해하고 있습니다. 반기독교적인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신앙을 끝까지 잃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우리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경건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우리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고는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가끔 인터넷에 교회나 기독교인들과 관련된 기사가 뜨면 거기에 엄청난 악플들이 달립니다. 차마 읽을 수 없는 댓글들이 넘쳐납니다. 몇 개만 읽더라도 속에서 열불이 날 정도입니다. 그 가운데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악플을 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작은 것을 가지고 한국교회 전체가 부정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성토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이나 교회 다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런 글들을 읽는다면 교회 다닐 마음이 전혀 들지 않게 만드는 악플들이 많습니다. 믿음이 연약한 사람은 그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어쩌면 그런 시대적인 문화의 분위기가 오늘 우리 시대에는 신앙인과 교회에 대한 박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끝까지 믿음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글을 읽더라도 동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글들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입니다. 내 감정이나 내 이기적인 짧은 생각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또 하나 우리 시대에 우리의 믿음을 흔드는 것은 세상의 물질적 유혹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세력은 돈입니다. 돈의 위력 앞에는 그 어떤 것도 버텨내지 못합니다. 가끔 신문을 통해서 나타나는 통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신문에서 ‘현 정부와 20대 국회가 추진해야 할 중점 국정 과제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한 것을 발표했습니다. 그 설문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경제회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1위가 청년일자리 창출이었고, 2위가 경제 양극화 완화였고, 3위가 경제 성장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60% 이상이 경제가 좋아지기를 소망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로 돕고 서로 위해주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약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마음 아픈 일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의와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것에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이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공분을 나타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 사이에서는 그런 범죄나 부조리가 사라지고 공평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는 것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그건 우리의 생각이 돈에 노예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결지어 생각하다 보니 사회가 불공평해지고 부조리해지는 것입니다. 돈의 가치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돈이 지배합니다. 돈 때문에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도 돈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하게 미치는지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그런 잘못된 사회적인 구조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을 갖고 산다고 하는 우리들에게도 그 돈의 유혹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돈의 가치 앞에 신앙이 무릎을 꿇습니다. 그런 세상의 달콤한 유혹 앞에서 신앙이 힘을 쓰지 못합니다. 신앙인은 신앙적 가치로 사는 사람입니다. 신앙적 가치라는 것은 하나님의 시각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앙인들조차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이냐를 묻기보다는 내게 얼마나 유익이 되느냐에 관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내게 유익되는 쪽을 향해 갑니다.

  그런 오늘 우리의 신앙을 넘어뜨리고 있는 돈의 위력에 우리는 맞서야 합니다. 경제논리, 돈의 논리에 우리의 신앙을 팔아먹어서는 안 됩니다. 신앙이 승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정욕과 욕심이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합니다. 우리의 정욕과 욕심이 우리 안에서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믿음 안에서 사는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 세상이 다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라고 변명하지 마십시다. 신앙에는 변명이 필요 없습니다. 변명이 아닌 죽음으로라도 그것과 맞서야 합니다. 그것이 순교신앙으로 사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전남 진도에 있는 ‘이충무공 승전공원’이란 곳을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이순신 장군이 했던 말들 중에 명언들을 기록해 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이런 말씀들을 했다고 합니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머리가 나쁘다 말하지 마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의 늦은 나이에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장교로 돌았다.

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불의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마라. 나는 평생 동안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세 번 싸워 스물세 번 이겼다.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 갖지 말라. 나는 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12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말라. 나는 스무 살의 아들을 적의 칼날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들과 함께 전쟁터로 나섰다.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까지 최선을 다 했노라.’

   이 글을 읽으면서 그것을 신앙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손해 보려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세상과 적당히 타협을 합니다. 그러면서 ‘내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변명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신앙에는 변명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가 물질만능주의로 계속 흐른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거센 세속주의에 맞서야 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핑계대고 그 물결에 휩쓸려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순교신앙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순교신앙은 총칼 앞에 우리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거짓된 문화와 우리 안에 있는 돈에 대한 욕구를 단호히 거절하기 위한 결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합니다. 우리의 정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합니다. 그래서 나를 믿음 안에 굳게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 2016년 6월 12일 주일낮예배 - 순교자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