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 꺼져가는 심지

< 본문 - 마태복음 12:9-21 >

  1672년 독일의 살레지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설교를 하곤 했습니다. 어린 학생이 설교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그는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전쟁과 기근, 그리고 질병과 가난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살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당시 유럽은 종교개혁 이후 구교와 신교 사이에 30년간 종교전쟁(1618-1648)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재산을 잃어야 했습니다. 그런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베스트팔랜 평화조약(Peace of Westfalen)이 맺어졌지만, 신교와 구교의 대립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대에 개신교의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30년 전쟁의 싸움터가 되었던 독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독일 지역은 인구 1600만 명 가운데 천만 명이 전쟁과 기근과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쟁 이후에도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던 로마천주교의 영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천주교로 돌아갔고, 천주교에서는 개신교의 교회당 건물조차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목회하던 교회 역시 통나무로 만든 움막에 흙벽으로 지어진 건물뿐이었고, 그 안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가톨릭교회 신부의 승낙이 없이는 환자를 방문하는 일도 할 수 없었고, 장례식조차 치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36개 마을에 퍼져있는 양들을 돌보는 일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마을들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성도들을 심방하다 보면 며칠씩 집을 비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704년 어느 날, 심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집이 화재로 모두 불타버리고, 자욱한 연기만 내뿜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다급해진 그는 집에 남겨놓고 간 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을 찾아보았지만 아이들의 대답은 없었습니다. 두 아들은 이미 잿더미 속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불에 타 죽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에 접한 그는 두 아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나님께 울부짖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눈물로 울부짖다가 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기도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도를 시로 옮겨 놓은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불렀던 찬송가 549장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입니다.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온 몸과 영혼을 다 주께 드리니 이 세상 고락 간 주 인도하시고 날 주관하셔서 뜻대로 하소서.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큰 근심 중에도 낙심케 마소서. 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네. 날 주관하셔서 뜻대로 하소서.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내 모든 일들을 다 주께 맡기고 저 천성 향하여 고요히 가리니 살든지 죽든지 뜻대로 하소서.’

   그런 극심한 절망 가운데 이 시를 지은 사람이 바로 벤자민 슈몰크(Benjamin Schmolck, 1672~1737) 목사입니다. 그는 그 이후에도 혼신을 다해 교구를 돌보며 목회에 전념하였고, 60세가 채 되기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뇌졸중에서 조금 회복되었지만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목회를 계속하게 되었고, 약 천여 편의 찬송시를 지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벤자민 슈몰크 목사님이 경험한 그런 일들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물론 그분과 똑같은 경험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없는 어떤 상황을 맞기도 하고, 너무나도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믿음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벤자민 슈몰크 목사님이 하나님을 버리고 세상의 것을 즐겼기 때문에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목회했고,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서 온 몸을 바쳤습니다. 그럼에도 32세라는 젊은 시절에 두 아들을 화재로 잃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목회했는데 60세가 되기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고통을 또다시 겪어야 했습니다. 만약 그가 죄를 지었다면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셨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은 거야.’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는 하나님 앞에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고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그렇게 하나님 앞에 충성하며 살았던 그에게 왜 그런 일이 닥친 것입니까? 왜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목회를 하던 그에게 그런 어려움을 주신 것입니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 이유를 다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많은 이유와 설명을 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대해서 우리가 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연약한 존재입니다. 우리의 삶에 주어지는 여러 가지 고통을 그대로 끌어안고 살아야 할 때도 많고, 아무 이유도 모른 채 힘든 삶의 여정을 걸어가야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가 가는 이 힘든 길의 이유와 과정을 안다면 좋으련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론 내가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저 그 길을 가야 합니다. 때로는 가기 싫은 길일지라도 묵묵히 가야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늘 연약할 뿐입니다. 오늘 본문의 표현으로 한다면 우리는 늘 상한 갈대와 같은 존재이고, 때로는 꺼져가는 심지와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상한 갈대’라는 말은 나약하기 때문에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 갈대인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강한 비바람에 의해 상처 나고 쓰러지고 꺾인 갈대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다가 그 삶에 부딪힌 수많은 어려움으로 인해 좌절과 고통의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것입니다. ‘꺼져가는 심지’라는 말은 그런 인생의 고통으로 인해 한 가닥 희망조차도 가질 수 없는 절망에 처해 있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씀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자주 쓰는 말로 표현한다면 인생의 밑바닥에서 힘든 삶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렇게 연약한 존재요 상한 갈대처럼 우리네 인생이 좌절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우리의 삶에 그 어떤 희망이나 꿈조차 꿀 수 없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을 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시금 일으켜 세워주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안식일에 예수님께서 한쪽 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신 이야기에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본문 바로 앞인 12:1절 이하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잘라먹는 일로 인해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항의하는 모습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는데, 왜 당신은 제자들을 혼 내키지 않고 가만 놔 두냐?’는 것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철저하게 안식일을 지킨다고 지켰습니다. 그래서 안식일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 안식일법에 따르면 안식일에는 추수를 하거나 타작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이 밀밭 사이로 지나가면서 밀 이삭을 잘라먹었습니다. 그것은 안식일법을 범한 것입니다. 밀 이삭을 자른 것은 추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을 어긴 것이고, 그것을 먹기 위해서 밀 이삭을 손에 놓고 비볐다는 것은 탈곡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그것 역시 안식일법을 어긴 것입니다.

   그런 비난의 소리를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안식일법을 어긴 제자들을 책망하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안식일법을 어겼다고 항의하는 바리새인들에게 ‘당신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나무라셨습니다. 그들이 안식일법을 만들어 제자들을 비난하고 공격한 것은 안식일을 지키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본래 의도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안식일법을 철저하게 지키고 그렇게 안식일법을 잘 지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이 오히려 예수님께 책망을 듣자, 예수님을 비난한 건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늘 본문 10절에서는 그들이 예수님을 고발할 건수를 만들혀 했다고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마가복음 3장과 누가복음 6장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셔서 말씀을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거기에 한쪽 손 마른 사람이 그 회당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지키는 안식일법에 의하면 안식일에는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의료행위를 노동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평소 병든 사람을 보면 불쌍히 여기시어 병자를 고쳐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서 저 병자를 고쳐주시는가 보자 하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밀밭에서 밀이삭을 잘라먹었던 제자들을 책망한 일로 인해서 오히려 자기들의 체면이 구겨져 있었던 터라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놓고 안식일법을 어길 뿐만 아니라 안식일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예수님을 가만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그렇게 자신을 고발하려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그 사람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이런 비유를 들어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신 일이 안식일법을 어긴 것이 아님을 설명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양이 구덩이에 빠지면 안식일이라는 것 때문에 그 양을 내버려두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양보다 훨씬 더 귀한 생명인 사람이 병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안식일이라는 것 때문 그냥 내버려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병인 ‘손이 말랐다.’는 것은 손에 피가 순환되지 않아 근육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한쪽 손이 마비가 되어 전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가복음 6장에서는 그렇게 근육이 마비되어 일을 할 수 없게 된 그 손은 오른손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4세기에 성경 번역에 일생을 바쳤던 제롬(Jerome, 347-420)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한쪽 손 마른 사람은 석공(石工)이었다고 합니다. 무거운 돌을 다듬고 그 돌을 옮기는 일을 하는 석공입니다. 이런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한쪽 손 마른 사람은 석공이었는데, 어느 순간엔가부터 오른손에 피가 통하지 않고 점점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오른손이 완전히 마비가 되어 이제는 전혀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거운 돌을 다듬고 돌을 옮겨야 하는 석공이 오른손을 전혀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그는 이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은 그의 삶이 궁핍해졌다는 뜻이고, 그는 삶에 희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불쌍한 사람입니다. 분명 그에게는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부터 손에 힘이 빠지면서 전혀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가족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가장으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우리는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은 그 사람의 그런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고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불쌍하고 위로를 받아야 할 그 사람을 오히려 예수님을 고발하려는 악의적인 도구로 사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불쌍한 사람을 보면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병으로 인해 고생하는 사람을 보면 기도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고, 삶이 힘들어 지쳐있는 사람을 보면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게 정상적인 사람의 마음입니다. 힘든 사람을 봐도 아무 감각이 없다면, 아픈 사람을 보아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삶을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사람을 보아도 내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는 고장 난 사람입니다. 마음이 고장 난 사람이고, 양심이 고장 난 사람이고, 신앙이 고장 난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은 고장 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그 불쌍한 사람을 이용해서 자기들이 목적하는 바를 이루려 했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기는커녕 그 사람을 이용해서 예수님을 고발할 기회를 얻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고쳐주심으로 인해서 고발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고쳐주셨습니다. 오늘 본문 14절에서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안식일법을 범하면서까지 병자를 고쳐주시자, 그리고 안식일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자신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할 말이 없게 되자, 그들은 예수님을 죽이려고 모의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어려움이 당할 것을 아시면서도 병자를 고쳐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문 15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병자를 고쳐주신 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심지어 바리새인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불쌍한 병자를 고쳐주시는 그 일을 그만 두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습니다. 고쳐주셨습니다. 그게 주님의 마음이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을 고쳐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고쳐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을 모습을 오늘 본문에서는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주신 말씀을 이루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메시야가 오시면 하실 것이라고 예언하신 그 말씀 그대로 예수님께서 행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메시야가 하실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상한 갈대를 꺾지 않는 것입니다.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한쪽 손 마른 사람이 어쩌면 상한 갈대와 같은 사람입니다. 한 때는 아무 걱정 없이 살았습니다. 몸이 정상적일 때에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에 전혀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른손에 마비가 오기 시작하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오른손에 마비가 와서 일을 하기 힘들어졌는데도,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사를 찾아가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좋다는 약을 구해 먹어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병을 고쳐보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오른손이 완전히 마비가 되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는 병으로 인한 고통을 참아내야 했습니다. 자기의 몸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뿐더러, 순간순간 찾아오는 고통을 겪어내야만 했습니다. 그런 육체적인 고통에다가 가족들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마음의 고통까지 더해졌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상한 갈대 - 꺾여진 갈대가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것처럼, 지금 자신의 처지가 꼭 그와 같습니다.

   그는 또한 꺼져가는 심지와 같았습니다. 그에게는 삶에 희망에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 병이 나은 후에 다시금 일을 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 병이 그렇게 쉽지 낫는 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의 마음속에 있는 희망들이 하나둘씩 꺼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상한 갈대요 꺼져가는 심지와 같은 그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를 고쳐주심으로 인해 당신에게 죽음이 점점 더 다가올지라도, 예수님께서는 상한 갈대와 같은 그를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습니다. 꺼져가는 심지와 같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그를 방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회복시켜주셨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도 주님이 계십니다. 아무리 우리의 삶이 힘들지라도, 그래서 그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고통이 겹겹이 쌓여 있을지라도 우리 주님께서 오늘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주님은 상한 갈대를 꺾으시는 분이 아니라, 상한 갈대를 회복시켜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상황이 우리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고, 내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절망의 터널에 갇혀 있더라도 주님께서는 그런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주십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안고 찾아오셔서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역사 속에서 그런 주님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일제의 압박 속에서 35년을 지내면서 우리 국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쌀을 수탈해 갔습니다. 전쟁물자로 사용한다고 철붙이들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렸습니다. 심지어는 우리의 이름까지 바꾸고, 자기들의 요구인 신사참배에 반대한다고 수많은 신앙인들을 감옥에 가두고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런 일제시대에 우리 국민들이 당하는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때 우리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상한 갈대였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일제의 압제로부터 독립되고 해방된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습니다. 1919년에는 3.1운동을 통해서 독립을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립을 갈망하는 희망들이 점점 사그라들었습니다. 꺼져가는 심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 스스로 고통을 이겨낼 수도 없고,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 수도 없다고 생각하던 그 때에 우리에게 독립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주셨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독립이 불가능함을 아시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게 하심으로 우리에게 독립을 주신 것입니다.

   북한에 의해서 6.25전쟁이 발발하게 되었고, 온 국토가 공산화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UN이 개입함으로써 우리는 다시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6.25전쟁에서 우리가 UN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당시 UN안보리에 소련이 참석해서 안보리 결정을 반대했다면 UN군이 우리를 돕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련이 안보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만장일치로 UN군의 개입이 결정되어 UN이 우리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소련이 안보리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로 인해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는 말로 희망이 사라진 오늘 우리 시대에서 절망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기 좋은 시대에 왜 그렇게 절망만 하고 있느냐?’고 책망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고통당하고 희망을 잃어가는 우리 시대에 우리 교회와 신앙인들이 오늘도 살아계시는 하나님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고, 상한 갈대와 같은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하셔서 우리를 회복시켜주실 분이 하나님이심을 분명하게 선포해야 합니다. 희망을 잃어가는 꺼져가는 심지와 같은 오늘 우리의 역사를 바꾸어 가실 분도 하나님이심을 선포해야 합니다. 우리의 믿음으로 말입니다.

  여러분, 혹 ‘연약한 자리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리를 하나님께서 버리지 않으실까?’ 염려가 되신 분 있습니까? ‘상한 갈대처럼 꺾여져 있는 우리의 삶이 완전히 꺾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분 계십니까? ‘내게 남은 마지막 남은 불씨마저 꺼져버리지 않을까?’ 걱정되신 분 계십니까? 우리 주님은 결코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 주님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우리와 함께 하셔서 우리를 회복시켜 주시고,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주십니다.

< 2016년 8월 14일 주일낮예배-해방기념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