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용기입니다.

< 본문 – 이사야 30:18-19 >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이탈리아와 겨루었던 16강전입니다. 그 경기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그 경기를 이기고 우리나라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환 선수가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성공시킨 역전승의 짜릿함 때문입니다.

  경기가 시작된 지 불과 3분 만에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페널티라인 안쪽에서 이탈리아 선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습니다. 킥커는 안정환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안정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함으로써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 페널티킥의 실패로 경기의 흐름을 빼앗긴 우리나라는 전반 18분에 이탈리아에게 한 골을 허용하면서 1:0으로 끌려갑니다. 경기는 그렇게 끝나는 것 같았는데, 경기를 2분 남겨둔 상황에서 설기현 선수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면서 1:1이 되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장 전후반 30분이 거의 다 흘러가는 시간, 3분 남겨두고 이영표 선수가 크로스로 올려준 볼을 안정환 선수가 헤딩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켜 우리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게 됩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르게 되고, 온 국민을 열광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 경기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히딩크 감독의 뚝심과 전술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안정환 선수가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실패했을 때 안전환 선수를 교체할 수도 있었습니다. 페널티킥 실축에 대한 책임도 그렇거니와 그렇게 큰 경기에서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안정환 선수가 심리적으로 받았을 압박을 생각하면 그 경기에서 빼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안정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 관중석에서 실망한 소리와 아우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 선수를 117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뛰게 했고, 그에 대한 보답인 것처럼 안정환 선수는 승리의 마침표를 찍는 골든골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군중들의 아우성에 휩쓸려 안정환 선수를 교체했다면 우리나라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안정환 선수를 교체할 것이냐, 아니면 경기 끝까지 뛰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히딩크 감독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안정환 선수를 교제하지 않고 그 경기에서 졌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감독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선택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이후가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때로 용기가 없는 사람은 그 상황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놔둬 보자’라는 마음도 있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이 따라오는데, 그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 책임이 무겁다 하더라도 우리는 선택해야 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선택에서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선택되지 않는 것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든 많은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든 선택한 이후에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선택하지 않는 것이 때론 아쉽고 아까울지라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대학수험생이 한 대학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그 대학에 갈 것인가 아니면 한 해 더 공부해서 다른 대학에 갈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여러 대학에 합격했다면 그 중에서 한 대학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아깝더라도 포기해야 합니다. 둘 다를 선택할 순 없습니다. 직장도 마찬가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나 나머지 여러 개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걸 포기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우리에게 용기있는 선택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앗수르 제국이 남유다를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들려진 말씀입니다. 거대한 제국 앗수르가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남유다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남유다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북이스라엘처럼 남유다도 멸망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유다에는 앗수르제국과 맞서 싸울만큼의 군사력이나 국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든지 앗수르가 군대를 정비하여 남유다를 침공해 온다면 남유다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선지자들은 남유다 사람들에게 선택을 촉구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자기들의 욕망과 죄악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유다 백성들은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기들의 살길을 찾는다는 명목 아래 애굽에 손을 벌렸습니다. 전통적인 강호 애굽의 도움을 받아 앗수르 제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것입니다. 그게 그 당시의 분위기였습니다. 당시의 세계는 앗수르의 서진 정책으로 인해 약소국가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강대국과 동맹을 체결했습니다. 유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히스기야 왕의 아버지 아하스는 거세게 몰아치는 앗수르 제국의 공격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앗수르와 가까이 지내는 것이라는 ‘친 앗수르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아람이 유다를 침공했을 때 아하스 왕은 앗수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앗수르로부터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성경은 그 때의 상황을 이렇게 말씀합니다. “앗수르 왕 디글랏벨레셀이 그(아하스)에게 이르렀으나 돕지 아니하고 도리어 그를 공격하였더라.”(역대하 28:20) 친 앗수르 정책을 펴며 앗수르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였지만, 도움은커녕 오히려 공격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아들 히스기야는 아버지 아하스와 전혀 다른 길을 갑니다. 그건 바로 ‘반 앗수르’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유다의 지도자들은 아예 반 앗수르 정책의 일환으로 애굽과 동맹을 추진하게 됩니다. 애굽은 유다의 우방으로서 오랫 동안 근동의 패권자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유다의 지도자들은 그런 애굽과 동맹을 맺으면 앗수르의 공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사야 선지자는 그런 인간적인 계산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질타합니다. 그런 인간적인 생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어리석은 계교(計巧)에 지나지 않는다고 책망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붙들어야 하는데,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 강대국을 붙잡으려 하더라도 그게 유다가 살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그들은 역사를 통해서 그것을 경험했습니다. 오래 전의 일이 아니라 불과 한 세대 전 아하스 왕 때 강대국 앗수르 편을 들고, 앗수르에게 잘 보여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앗수르가 유다를 공격하고, 유다는 앗수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 성전과 왕궁과 고관들의 집에 있는 금은보화를 다 가져다가 앗수르 왕에게 주어야만 했습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사람을 의지하거나,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힘있는 강대국을 의지하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경험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힘써야 할 것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누구에게 붙어야 살아남을까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더욱 신뢰해야만 합니다. 그게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지금 유다는 선택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앗수르 제국이냐 아니면 전통 강호인 애굽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하나님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계속해서 사람을 의지하지 말라고, 아무리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너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씀을 선포합니다. 오히려 애굽은 그들에게 수치가 되고, 애굽의 도움은 헛되고 무익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게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0:1절 이하의 말씀입니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애굽을 의지하겠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떠나면 하나님께서 결국 유다를 ‘토기장이가 그릇을 깨뜨림 같이’ 유다를 아끼지 않고 부수어버리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떠난 하나님의 백성 유다를 멸망으로 징벌하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유다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대한 두 강대국 앗수르와 애굽 사이에 낀 유다가 멸망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5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돌이켜 조용히 있어야 구원을 얻을 것이요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이거늘”(이사야 30:15) 강대국을 의지하려는 인간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대국을 의지하지 않으면 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버리고 조용히 하나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것이 힘을 얻는 길입니다. 강대국의 힘을 빌어야 힘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잠잠하고 하나님을 신뢰해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힘은 세상에서 얻어지는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힘입니다.

  하나님이 힘주시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힘주시면 약한 자라도 강한 자가 됩니다. 하나님께서 힘주시면 어느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고, 그를 넘어뜨릴 수 없습니다.

  두 강대국 사이에 낀 유다가 살아남을 두 번째 방법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말씀하십니다. “대저 여호와는 정의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본문 18절) 지금은 위급한 것 같습니다. 곧 앗수르가 쳐들어와 나라를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세계 정세가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하나님께서 분노하심으로 하나님의 심판이 곧 임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도록 하나님의 백성들이 해야 할 일은 잠잠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정의의 하나님이십니다. 의를 행하고 바른 길에 서 있는 사람은 반드시 구원하십니다. 지금은 불공평한 시대처럼 보입니다. 악한 자가 득세하고, 편법을 행하는 자가 형통한 것같아 보입니다. 정의롭고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은 늘 손해 보고, 억울하게 당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심판의 날이 올 것입니다. 불법과 불의한 방법을 사용하는 자들이 통곡하며 후회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조금 지체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기다려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는 반드시 옵니다. 조금 늦어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반드시 그 때는 오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성취되는 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그 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참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강대국의 손을 빌어 난국을 헤쳐나가야만 한다는 현실과 싸우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합니다. 악을 행하는 자들, 인간적인 지혜를 가지고 사람들을 교묘하게 속이는 자들의 꾀에 빠지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 자신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과 싸우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참고 기다리기 위해서는 조급하고 초조해하는 마음과도 싸워야 합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용히 하나님을 바라보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 합니다.

  그 용기가 어디에서 나올까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초조함, 주변 환경의 압력으로부터 나의 신앙을 지켜나갈 용기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오늘 본문 19절에서 말씀합니다. “그가 네 부르짖는 소리로 말미암아 네게 은혜를 베푸시되 그가 들으실 때에 네게 응답하시리라.”(본문 19절) 기다린다는 것은 그저 무력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때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기다림의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베푸십니다. 애굽이나 앗수르 제국과 같은 눈에 보이는 어떤 힘으로 도우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에 우리를 도우십니다. 그게 응답입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다림의 가장 큰 용기는 기도하는 용기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대림절을 맞습니다. 교회력으로 대림절은 한 해의 시작입니다. 하나님께서 죄악으로 인해 타락한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메시아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그 약속하신 메시아가 오시기를 기다리는 절기가 대림절입니다. 대림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이고, 주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재림의 주님으로 다시 오실 때 완성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는 기다려야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교만을 물리칠 용기를 가지고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왜 빨리 이루어지지 않느냐는 불평을 거부할 용기를 가지고 잠잠히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려야 합니다. 내 마음에 일어난 조급함과 초조함 대신에 하나님의 때가 반드시 온다는 느긋함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거기에도 나의 조급함과 초조함을 내려놓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다린다’는 말은 구약성경 언어인 히브리어로 카바(קוה)입니다. 이 ‘카바’라는 동사에서 ‘소망’을 뜻하는 ‘티크바’(תקוה)라는 말이 파생되었습니다. 이 티크바라는 말의 뜻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호수아 2장입니다. 이스라엘의 두 정탐꾼을 여리고의 기생 라합이 숨겨줍니다. 기생 라합은 하나님께서 이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다는 사실을 알고, 동족을 버리고 이스라엘 편에 선 것입니다. 그 라합은 정탐꾼을 도와준 대가로 여리고 성이 점령당할 때 그와 그의 가족을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정표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 성을 무너뜨릴 때 라합은 자신의 가족들을 다 집 안에 불러모아놓고 자신의 창문에 붉은 줄을 매달아 놓아야 합니다. 그 붉은 줄을 보고 그와 그의 가족들을 살려주기로 정탐꾼이 그녀와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 성을 점령할 때 그녀는 가족과 함께 살림을 받았고, 그녀는 유대인과 결혼하여 예수님의 조상이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라합이 창문에 매단 붉은 줄을 가리키는 말이 ‘티크바’입니다. 라합이 자신의 창문에 매단 붉은 줄은 그녀에게 소망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의 인도로 가나안 땅에 들어올 날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 때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붉은 줄을 창문에 매달았습니다. 그것이 자신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았습니다. 그 줄이 있어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줄은 가나안의 신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섬기는 살아 계신 하나님 여호와를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용기의 상징입니다. 가나안 백성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기로 결단하는 용기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기다림을 통해서 온전해졌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기다림은 용기입니다. 그리고 기다림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얻기까지 25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신에게 있는 젊음, 힘이나 능력이 모두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기다림은 용기였습니다. 그 용기가 꺾일 때 이스마엘이 태어나게 되었고,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이삭을 낳게 했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으로 불평할 때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출애굽기 14:14) 하나님께서 행동하실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하심을 분명하게 보여주실 것입니다. 그런 모세의 선포대로 하나님께서는 홍해를 가르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건너게 하셨습니다. 잠잠히 기다렸더니 하나님께서 일하셨습니다.

  지금은 기다림의 절기입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이 세상에 평화의 왕으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때입니다.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는 시대 속에서 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방법과 하나님의 임재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신앙의 계절입니다.

  바쁠 때일수록 기다림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이루어가고 내가 만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실 하나님을 기다릴 때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주는 쾌락과 만족과 즐거움 대신에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인생은 기다림입니다. 신앙은 더더욱 기다림입니다. 그 기다림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릴 줄 아는 용기,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며 기도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십니다. 그리스도는 기다림 후에 우리에게 임하십니다. 기다릴 용기를 가지십시다. 바쁠 때일수록 기다리십시다. 불안하고 두려울수록 더욱 기다릴 용기를 가지십시다. 기다림의 용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 2023년 12월 3일 주일낮예배-대림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