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되었습니다.

< 본문 – 사도행전 19:28-32 >

다른 종교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오늘날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얼마 전에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11월 29일에 경기도 안성에 있는 칠장사라는 절에서 한국 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장을 두 번이나 지낸 자승 스님이 화재로 인해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언론에서는 자승 스님의 죽음을 입적(入寂)이라고 표현하고, 불교계에서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고 치켜세우고, 정부에서는 국민훈장 중에서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습니다.

  과연 이 일을 그렇게까지 치켜세울 일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는 과연 자승의 죽음이 소신공양인지를 생각해 보십시다. ‘소신공양’이란 자신의 몸을 불태워 부처에게 바친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위해서 몸을 바친다는 것일까요? 그건 진리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입니다. 지난 1963년 베트남에서 틱꽝득((Thich Quang Duc)이라는 스님이 분신자살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대통령이 불교를 탄압하자, 이에 항의하던 불교를 대표해서 틱꽝득 스님이 월남의 수도 사이공의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자신의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분신한 것입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은 그 해 퓰리처상을 받을 정도로 전 세계에 주목을 이끌었습니다. 탄압에 맞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종교를 지키려는 그의 죽음은 소신공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승의 죽음은 그 어떤 명목도 없었습니다. 유서를 통해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개인적인 고뇌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소신공양이라고 미화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조계종이 자승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고 미화하자 불교계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습니다. 한 인터넷 신문의 발표에 의하면 종단자정센터의 설문조사 결과 ‘자승의 죽음을 소신공양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님들의 93.1%가 ‘소신공양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고, 93.8%의 스님들이 ‘자승은 끊없는 정치적 욕망과 명예를 추구하던 사람이다.’고 대답했습니다. 불교 내에서도 소신공양이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그의 죽음에 대해 결국 조계종에서는 소신공양이라고 미화하며 그의 장례를 마쳤습니다.

  또 하나 자승의 죽음을 미화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사찰에 불을 내고 죽었다는 것입니다. 칠장사는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慈藏律師, 590-658)가 창건한 곳이고, 궁예가 유년을 보낸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런 이유 등으로 칠장사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2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자승은 문화재를 불사르고 죽은 방화범인 셈입니다. 뚜렷한 대의명분도 없이 문화재를 불태웠다면 방화범인 범죄인인데, 그를 소신공양이라고 치켜세우는 불교계도 그렇거니와 그런 사람에게 최고 등급의 국민훈장을 추서한 정부도 결코 정상적일 수 없습니다. 스님은 문화재를 불태워도 괜찮다는, 아니 그럴지라도 추앙받고 훈장을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것뿐만 아니라 그의 유서에는 불교계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도 언론들은 이를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습니다. 자승의 죽음을 대하는 오늘의 모습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명확한 실례입니다. 아마도 칠장사 화재사건과 자승의 죽음에 대해서 불교계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언론이나 정부에서도 더 이상 침묵할 것입니다. 들춰봐야 비리만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분명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요? 왜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 분명 잘못된 일인데 선한 일인 것처럼 포장을 하고, 치켜세우는 것일까요? 가장 진실해야 할 언론이, 그리고 세상에 바름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할 종교가 말입니다.

  그런 모습이 비단 오늘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하는 이스라엘이, 가장 종교적인 민족이라고 하는 유대인들이 말입니다. 그 두 가지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첫 번째가 가장 신앙적이어야 할 대제사장의 모습입니다. 원래 대제사장은 한 명이어야 합니다. 아론의 후손이 대제사장직을 종신토록 감당합니다. 그러다가 대제사장이 죽으면 그의 아들이 그의 직무를 이어받아 대제사장이 됩니다. 그렇게 어느 시대고 대제사장은 한 명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에는 대제사장이 두 명이었습니다. 안나스와 가야바입니다. 왜 대제사장이 두 명이 된 것일까요? 그 역사는 주전 2세기로 올라갑니다. 사독 가문의 마지막 합법적인 제사장은 오니아스 3세(Onias Ⅲ)인데, 그의 동생 야손이 안티오쿠스 4세에게 거액을 주고 형의 대제사장 직을 빼앗아버립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왕에 의해서 대제사장직이 거액의 뒷돈이 오가며 거래되는 비극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때부터 대제사장직은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의 힘으로 거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정치와 종교가 결탁하여 대제사장직을 사고파는 일들이 발생한 것입니다. 권력자들은 더 많은 돈을 주거나 자신에게 잘 보이는 사람을 대제사장에 임명하며서 종교와 거룩한 성직이 정치에 복종하고 돈에 의해 매매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런 모습은 헤롯 대왕이 로마 황제의 지원으로 유대인의 왕이 된 뒤부터 예루살렘이 멸망당하고 성전이 파괴된 주후 70년까지 약 107년 동안 무려 28명의 대제사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대제사장이었던 가야바도 그런 시대적 맥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의 장인 안나스는 시리아 총독 구레뇨에 의해서 대제사장으로 세워졌는데, 얼마 후 유대 총독으로 부임한 발레리우스 그라투스(Valerius Gratus)에 의해 파면됩니다. 그럼에도 안나스는 여전히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안나스가 물러나고 세 명의 대제사장이 등장했지만, 그들은 모두 1년짜리 대제사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안나스의 사위인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임명됩니다. 이런 복잡한 역사의 굴곡 속에서 가야바가 대제사장에 올랐지만, 여전히 안나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가야바를 가리켜 “그 해의 대제사장”(요한복음 11:49)이라고 말합니다. 가야바를 ‘그 해의 대제사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가야바가 대제사장이지만 그의 장인 안나스가 여전히 막후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서 붙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안나스에게로 끌고갔습니다. 대제사장은 가야바인데 실세는 안나스였기 때문입니다. 가야바를 ‘그 해의 대제사장’이라고 표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가야바가 왕의 입맛에 따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왜곡된 사회를 고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종교가 정치에 빌붙어서 뇌물을 가져다주고 대제사장직을 매매하던 세상이 예수님 시대였습니다. 그러니 종교가 종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어떻게 하면 돈을 주고 높은 자리를 꿰찰 것인가에 혈안되어 있을 뿐입니다.

또 하나 종교의 타락을 보여주는 것이 성전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신앙공동체인 이스라엘에게는 가장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님 시대에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제사장직을 매매하는 일과 연관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전은 ‘기도하는 집’(누가복음 19:46)입니다. 그런데 장사하는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성전에서 바칠 구별된 제물을 판다는 명목 아래 비싼 값으로 짐승들이 매매되었습니다. 그 배후에는 대제사장이 있었습니다. 매매하는 자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거기에서 나온 이익금을 대제사장에게 뇌물로 바쳤습니다. 대제사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왕이나 로마 황제에게 바칠 뇌물이 필요했던 대제사장은 합법이라는 이름을 가장하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것을 허락했던 것입니다. 정말로 제사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받으실만한 제물을 준비해놓았다가 정당한 가격에 팔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의 검증을 마친 짐승이라는 것 때문에 엄청난 폭리를 취해 힘없는 백성들의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을 향하여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누가복음 19:46)라고 책망하십니다. 대제사장과 매매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마치 강도짓이나 다름이 없다고 책망하신 것입니다.

  가장 거룩한 곳이어야 할 성전이, 가장 성스럽고 깨끗해야 할 성전이 강도들이 들끓는 강도의 소굴처럼 변질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도자들이 그렇게 타락하고, 종교가 그렇게 타락했을 때 그러면 백성들은 어땠을까요? 오늘 본문은 초대교회 당시 일반 백성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에베소 시민들의 모습에서 당시와 오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세3차 선교여행 중에 가장 오랫동안 머물며 복음을 전했던 곳이 에베소였습니다. 지금의 튀르키예가 위치한 아나톨리아 반도 서쪽 해안가에 있는 에베소는 헬레니즘 문화에서 번영을 누리던 항구도시였습니다. 로마 시대에도 소아시아의 수도일 정도로 큰 도시였고, ‘아시아의 로마’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이 에베소의 가장 큰 특징은 아르테미스(Artemis) 신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아르테미스 신전은 고대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뽑힐 만큼 거대했습니다. 주전 550년 경에 세워진 이 신전은 주전 356년 한 미치광이가 불을 질러 불타게 되었고, 때마침 방문한 알렉산더 대왕이 이 신전을 복구시켜주겠다고 제안했음에도 그 제안을 거절하고 자기들의 힘으로 재건했습니다. 길이가 130m, 폭이 70m, 높이가 20m나 되는 이 거대한 신전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거의 4배가 더 큰 것이었습니다. 에베소 사람들은 이 신전을 가지고 있고, 자기들이 아르테미스 여신을 섬기는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신전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아르테미스 여신의 신상을 만들어 팔아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그곳에서 복음을 전하면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다.’고 가르쳤고, 그 말로 인해 에베소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아르테미스 여신상의 판매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신상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벌던 사람들이 지역 상인들을 선동하여 ‘이건 가만둘 수 없는 문제’라며 소동을 일으키고 나섰습니다. 그게 오늘 본문입니다. 그들의 마음에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돈벌이 수입이 줄어들자 참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온 시내를 요란하게 만들더니, 바울의 동역자인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붙들어 원형극장으로 끌고 갔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의 수입이 줄고 생계에 위협을 받으니 가만있지 못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동하는 무리들의 틈바구니에 끼인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오늘 본문 32절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태반이나 어찌하여 모였는지 알지 못하더라.” 원형극장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거의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왜 소동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 채 거기에 모였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안타깝게 들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헬라문화에서는 아고라(agora)라고 하는 광장을 중심으로 토론문화가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고라에 모여서 그 도시의 중요한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문과 예술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재판도 아고라에서 행해졌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아고라라고 하는 넓은 광장에 모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성숙한 시민의 자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보여진 모습은 그런 것과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들은 원형극장에 모이기 전에 사도 바울이 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자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솔직하게 토론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에게 ‘당신이 한 말에 대한 의도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사도 바울의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자기들의 의견도 충분하게 이야기하고, 사도 바울에게도 자기 말에 대해서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했습니다. 그게 당시 문화에서도 성숙한 시민정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소요을 일으켰습니다. 마음에 일어난 분노로 인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고, 정상적인 절차도 밟지 않았습니다. 원형극장에 모여 분노를 폭발했습니다.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서로 고함치며 외쳐댔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말을 하고, 어떤 사람은 저 말을 하면서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헬라철학에서 강조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이성입니다. 논리입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논리적인 언변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을 자랑스러운 문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자랑스러운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울 뿐입니다. 무엇 때문에요? 자기들 장사에 손해가 된다는 것 때문에요.

여러분, 이게 우리 인간의 실상입니다. 가장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된다 싶으면 막무가내로 변해버립니다. 남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한 것을 정당한 근거에 의해서 비판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렇게 해서 시민문화도 성숙해지고, 자기 자신도 성숙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엔가 이성을 잃어버립니다. 자기 할 할만 합니다.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기 고집만 내세울 뿐입니다. 그게 우리 인간의 실존입니다.

  여러분,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면 우리도 이성을 잃어버리고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지도 모른 채 불같이 화를 내곤 합니다. 왜 이 말을 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막 쏟아냅니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말입니다.

여러분, 종교만 타락한 것이 아닙니다. 아니 종교가 타락한 이유는 종교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종교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인간이 죄악에 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이기 때문에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도 죄를 안고 사는 인간이기 때문에 거짓에 치우치는 것입니다.

  죄악된 인간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에나 그런 불합리가 존재합니다. 죄악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불법이 판을 치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 제도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죄인입니다. 죄인임을 인정하지 않고 마치 자신이 전능한 신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죄인 때문에 우리 사회에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어둠이 짙은 이 곳에 빛이 필요하기에 주님이 이 땅에 오셨습니다. 대제사장이 권력을 탐하고 돈을 탐하며 백성들을 바른 신앙으로 이끌지 못하기에,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위한 대제사장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권력과 결탁하여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는 강도의 소굴처럼 변해버린 성전을 바라보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마태복음 24:2)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곤 주님을 마음에 영접한 우리에게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고린도전서 6:19)고 말씀하십니다. 성전이라는 건물이 무너지고, 대신 성령을 모신 우리 마음이 비로소 참된 성전이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주변은 온통 뭔가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그렇고,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렇습니다. 온통 잘못된 것들 투성이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터질 정도로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울분하는 우리 자신에게도 잘못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좋은 제도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대오각성하면 바로잡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는 우리 시대 우리 인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주님이 오시는 것입니다. 주님이 오셔서 우리를 변화시켜 주셔야 합니다. 주님으로 인해 새롭게 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에게 희망입니다.

  여러분, 그래서 우리는 주님을 더욱 간절히 기다려야 합니다. 어지러운 세상, 뭔가 단단히 잘못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님이 오셔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세상을 새롭게 하시기 위해서 주님이 오셔야 합니다.

  이 거룩한 대림절 기간에 주님을 더욱 갈망하며 사십시다. 분노가 일어나는 마음에 평강의 주님이 오셔야 합니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상에도 주님이 빛이요 진리로 오셔야 합니다. 그 주님을 기다리고, 그 주님을 모시고 주님이 이끌어주심을 따라 사십시다. 그것만이 우리에게 희망입니다.

< 2023년 12월 10일 주일낮예배-대림절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