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같은 왕이 오신다.

< 본문 – 에스겔 34:20-24 >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모순’(矛盾)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순’이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어떤 사실이나 논리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모순이란 본래 창과 방패를 뜻하는 말인데, 이 말이 유래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 초(楚)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잣거리에서 자신이 파는 방패를 자랑하면서 ‘이 방패는 굳고 단단해서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하고, 창을 자랑하면서는 ‘이 창은 아주 날카로워 어떤 방패라 하더라도 다 뚫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어습니다. ‘그러면 그대의 창으로 그대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느냐?’고 말입니다. 뚫지 못할 것이 없는 창으로 무엇이든 막아낼 수 있는 방패를 찌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둘은 동시에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모순처럼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이 존재합니다. 결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어울려 있기도 하고, 서로 상극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같은 테두리 안에서 사이좋게 공존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 본문의 기록자인 에스겔 선지자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최대의 고통의 시기를 겪어냈던 사람입니다. 앗수르 제국을 멸망시킨 바벨론은 고대근동의 작은 나라 남유다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애굽에 의해서 유다의 왕으로 여호야김이 임명되자, 유다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 유다를 침공했습니다. 그게 주전 605년입니다. 이 첫 번째 침공 때 여호야김은 무조건 바벨론에 항복함으로 큰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수많은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야 했습니다. 그 때 끌려갔던 사람 가운데 다니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을 잘 섬기겠다고 약속한 여호야김이 충성맹세를 어기고 반역하자 두 번째 유다를 침공합니다. 그게 주전 597년입니다. 애굽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바벨론 왕 느브갓네살은 애굽 편에 서 있던 여호야김을 죽이고, 18살에 불과한 그의 아들 여호야긴을 유다의 왕으로 세웁니다. 그런데 느브갓네살에 의해 왕으로 세워진 여호야긴이 바벨론을 배신하자, 느브갓네살은 다시 유다를 침공하여 왕으로 세운 지 불과 석달 밖에 되지 않은 여호야긴을 폐위시키고 바벨론으로 끌고갑니다. 그 때 유다의 많은 지도층 인물들이 함께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오늘 본문의 저자인 에스겔입니다.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그발강가에 살고 있던 에스겔은 사로잡혀온 지 5년째 되던 해인 주전 592년에 하나님의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금까지 일어난 이런 비극들은 모두 우리가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선포했습니다. 비록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급박한 격동기를 겪고 있지만, 하나님을 잘 섬기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면 어려움 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에 아무리 강대국들이 설친다 하더라도 그들도 모두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기에, 강대국들의 눈치 보지 말고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하나님을 잘 섬기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외친 사람은 에스겔만이 아니었습니다. 에스겔 선지자와 같은 시기에 예루살렘에서는 예레미야 선지자가 같은 내용의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이 격변기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애굽을 따를 것이냐 바벨론을 따를 것이냐가 아니라 하나님 편에 서서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선지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애타하며 호소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외면했습니다. 그 결과 유다는 바벨론의 세 번째 침공을 받아 멸망당하고 맙니다. 그게 주전 586년입니다. 주전 588년 12월 경에 유다를 침공하여 예루살렘을 포위한 바벨론 군대는 주전 586년 5월 경에 예루살렘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예루살렘이 무려 18개월 동안이나 바벨론 군대에 저항하며 버틴 것입니다. 바벨론에 저항한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저항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던 성전은 파괴되고, 성전에서 쓰던 모든 기구들은 바벨론으로 옮겨졌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왕궁의 보물이나 고관들이 집에 보관하고 있던 보물들도 모두 빼앗겼습니다. 예루살렘 성벽은 헐렸고, 왕궁도 불살라졌습니다. 나라가 멸망하던 과정에서 도망치던 시드시야 왕은 붙잡혀 두 눈이 뽑힌 채 쇠사슬에 묶에 바벨론으로 끌려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야 했습니다. 그 땅에 남은 사람은 ‘비천한 자’(왕하 25:12)뿐이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국 유다가 멸망당하고 성전이 파괴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들은 에스겔에게 하나님께서 희망의 말씀을 주십니다. 그게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의 말씀입니다. 이미 두 차례의 바벨론 침공으로 인해 남유다는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에스겔 자신도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와 있습니다. 그 비극의 결과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정신차리지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더니, 더 큰 비극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소식을 바벨론에서 들은 유다 백성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그래도 나라가 멸망당하지 않을 때에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돌아갈 고향이 있고 돌아갈 내 나라가 있다는 것이 포로로 잡혀와 있는 포로민들에게는 희망이었습니다. 물론 이 바벨론 포로지에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기들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돌아갈 내 고향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고,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라는 멸망당하고, 고향 땅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기던 성전도 파괴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사랑하신다는 일말의 끈은 붙들고 있었는데, 하나님마저 자신들을 포기해버리신 것같습니다.

그렇게 바발론 포로지에서 조국의 멸망 소식을 듣고 절망 가운데 있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으로부터 희망의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그게 오늘 본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하나님을 떠남으로 나라가 멸망당하는 큰 벌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한 나라가 멸망당하는데 그 이유가 어디 한두 가지이겠습니까만, 그래도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아마도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바로 앞인 34:1절 이하에서는 이스라엘의 목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책망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목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신이 맡은 양떼에게 먹을 것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산림이 우거지고 들판에 푸른 풀들이 가득한 기후에서는 양떼에게 먹을 것을 찾아먹인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지형에서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자기 양떼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찾아주기 위해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야 합니다. 요셉이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양떼를 치고 있는 형들을 찾아갔을 때, 요셉은 아버지 집인 헤브론에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가 도단까지 가야 했습니다. 헤브론에서 도단까지는 그 거리가 약 100km나 됩니다. 그냥 걸어서 간다 하더라도 산악지역임을 고려하면 최소한 4일 이상은 가야 합니다. 그런데 양떼를 이끌고 그 먼길을 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요셉의 형들이 그 멀리까지 양떼를 이끌고 가야 했던 이유는 건기가 되면 대부분의 땅에서 풀이 말라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풀을 찾아서,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물 웅덩이를 찾아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계속해서 옮겨가야 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이스라엘 지형에서 양떼에게 먹을 것을 찾아 먹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내가 힘들다고 양떼를 버릴 수 없고, 먼길 가는 것이 힘들다고 양떼에게 먹이를 찾아주는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의 목자들은 어땠을까요? 34:2절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책망하십니다.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자기만 먹는 이스라엘 목자들은 화 있을진저. 목자들이 양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 목자들이 양떼는 먹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임무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기만 먹는 목자’였습니다. 양떼는 굶든 말든, 양떼가 목이 말라 고통을 당하든 말든 목자들은 자기만 챙겼습니다. 이어 4절에 이하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양떼를 하나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양떼가 흩어지고 들짐승의 밥이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자질이 없는 목자, 오히려 양떼를 통해서 이익을 얻으려고만 할 뿐 양떼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쓸모없는 목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책망하시는 목자는 두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하나는 영적 목자라고 자처하는 종교지도자들과 거짓 선지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백성들을 다스리는 왕입니다. 종교지도자들과 선지자들이 백성들을 바르게 깨우쳤다면 양떼인 이스라엘 백성들은 나라가 멸망 당하면서 겪었던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또 왕이 백성들을 바르게 다스려 하나님을 신뢰하는 나라를 만들었다면 이스라엘이 멸망당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목자인 종교지도자들과 왕이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자기들의 안일만을 추구하다가 나라는 멸망당하고, 양떼처럼 힘없고 죄없는 백성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나라는 멸망당했습니다. 그럼 이제 이스라엘에 희망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목자를 보내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본문 23절입니다. “내가 한 목자를 그들 위에 세워 먹이게 하리니 그는 내 종 다윗이라. 그가 그들을 먹이고 그들의 목자가 될지라.” 하나님께서 다윗을 이스라엘의 목자로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다윗은 이미 40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다윗을 소환하여 이스라엘의 목자로 세워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다윗을 진정한 이스라엘의 목자로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다윗이라는 인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다윗의 후손으로 이 땅에 태어나실 메시아를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 온 세상의 참된 목자이신 메시아를 이 땅에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그럼 그 목자가 누구일까요? 당연히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선한 목자’(요한복음 10:1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에스겔 선지자 시대의 목자들처럼 양떼를 내팽개치고 자기만 살찌우고 자기만 배불리는 그런 목자가 아니셨습니다.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양들을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버리시면서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목자의 역할은 그렇습니다. 양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양떼의 형편을 살펴서 그에 맞게 양떼를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리나 늑대와 같은 맹수가 양떼를 공격해 올 때에는 목숨을 걸고 양떼를 지켜야 합니다. 그게 선한 목자입니다. 양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어디가 아프진 않는지, 뭔가 이상은 없는지, 뼈에 골절은 생기지 않았는지 등을 일일이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목자는 마치 어머니 같은 마음이어야 합니다. 어떻게든 자기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불편함이 없이 자라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이고 마음입니다. 아이가 울면 배가 고파서 우는지, 아니면 뭔가 불편해서 우는지, 어디가 아파서 우는지 엄마는 잘 살핍니다. 아니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무엇 때문에 우는지를 알고, 거기에 맞게 조치를 합니다. 아이가 밤새도록 울면 엄마는 잠도 자지 못하고 아이를 안고 업고 달래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프면 아픈 아이보다 더 마음 아파하며 아이를 돌봅니다. 그게 엄마의 마음입니다. 목자의 심정도 그와 같습니다.

  우리의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도 그러십니다. 우리가 눈물 흘릴 때 조용히 다가와 안아주십니다. 우리가 외로워서 깊은 어둠 속에 홀로 있을 때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품어 주십니다. 우리가 큰 문제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방황할 때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고 갈 길을 열어 주십니다. 우리가 연약해서 무얼 할지 몰라 할 때에도 우리의 형편을 가장 잘 아시는 주님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주십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우리에게 보내주실 다윗을 목자라고만 설명하지 않으십니다. 24절에 “내 종 다윗은 그들 중에 왕이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왕’ 그러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왕은 최고의 권력자입니다. 왕의 명령 앞에 모든 백성은 머리를 조아리며 왕의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극을 통해서 보는 것처럼 왕이 행차하기만 해도 백성들은 왕 앞에 엎드려야 합니다. 감히 왕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불경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왕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왕은 그들의 신이 그들에게 보내주신 엄격한 통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왕은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넘사벽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를 엄마와 같은 일을 하시는 목자라고 표현하면서도 그와 너무나도 대조적인 왕으로도 표현합니다. 이것은 마치 모순과도 같습니다. 목자의 이미지와 왕의 이미지는 한 사람에게 동시에 보여질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보내주실 메시아를 목자이면서 동시에 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왜 메시아를 ‘왕’이라고 표현할 것일까요? 앞서 말씀하신 목자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이미지인데 말입니다. 단순히 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었기 때문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장차 오실 메시아로서의 왕을 표현할 때 쓰인 단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왕을 표현할 때는 히브리어로 ‘멜레크’(מלר)라는 단어를 씁니다. 이 ‘멜레크’라는 단어의 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왕의 이미지입니다. 통치자입니다. 백성 위에 군림하고, 군사의 힘을 의지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君主)라는 의미지입니다. 그 앞에서 백성들은 벌벌 떨어야 합니다. 두려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고 있는 ‘왕’은 단어가 다릅니다. 오늘 본문에서 왕을 표현할 쓰는 단어는 ‘나시’(נשׂיא)입니다. 이 ‘나시’라는 단어는 통치자라는 의미보다는 ‘지도자’라는 의미가 더 어울리는 말입니다. 즉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하나님의 뜻하신 바를 이루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세우신 지도자입니다. 그걸 잘 드러내는 표현이 오늘 본문에도 나옵니다. “내 종 다윗은 그들 중에 왕이 되리라.”고 말씀합니다. ‘그들 위에 왕으로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그들 가운데 왕이 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통치자로서의 왕은 백성 위에 군림하여 백성들에게 명령하고 백성을 복종하게 하는 존재라고 한다면, 지도자로서의 왕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 가운데 살면서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할 때 그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인도자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땅에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은 만왕의 왕이십니다. 그런데 메시아이신 주님은 우리 위에 군림하거나 우리에게 명령하여 복종시키는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오신 보혜사이셨습니다. 우리를 돌보시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할 때 앞장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목자같은 왕이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사랑하라!’고 명령하시지 않고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후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34)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령만 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이 친히 십자가 위에서 ‘저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누가복음 23:34)고 기도하시며 용서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라 되라!’고 말씀만 하신 분이 아니라 당신이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섬김의 본을 보여주시면서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요한복음 13:13)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세상의 통치자들은 우리를 바르게 인도하지 못합니다. 세상의 목자들은 우리를 만족시켜주지 못합니다. 이스라엘의 목자들이 그런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참된 목자는 주님 뿐입니다. 이 땅에 오신 메시아 우리 주님은 우리의 선한 목자이십니다. 우리의 형편을 가장 잘 아시고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선한 목자이십니다. 선한 목자이신 주님의 품에 안겨 있으면 우리는 세상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주님이 당신의 생명을 걸고 우리를 지켜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오신 메시아 우리 주님은 군림하시는 왕이 아니라 우리를 섬겨주시는 왕이십니다. 우리에게 삶의 본을 보여주시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인도해 주십니다. 그 주님이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우리는 힘들고 험한 인생길에서 결코 길을 잃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주님이 아기 예수님으로 이 땅에 오십니다. 선한 목자로, 또 지도자인 왕으로 이 땅에 오십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십니다. 왕으로 오신 주님, 선한 목자로 오신 주님을 우리의 마음에 맞아들이십시다. 그리고 주님의 품에 안기어 주님이 주신 평안과 은혜를 누리며 사십시다. 주님은 목자 같은 왕이십니다. 목자 같은 왕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 2023년 12월 17일 주일낮예배-대림절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