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 본문 – 누가복음 2:15-20 >

지난 4월 14일 토요일 저녁, 미국 뉴욕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케일린 길리스(Kaylin Gillis)라는 스무 살의 젊은 여성이 3명의 친구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교외 전원마을인 헤브론에서 열린 고교동창 파티에 가던 중, 인터넷 신호가 불안정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어 길을 잘못 들고 말았습니다. ‘사유지’라는 간판이 있었지만 밤인지라 잘 보이지 않았고,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을 안 그들은 차를 돌려 나가려는 순간 집 주인 케빈 모나한이 이들을 향해 총을 두 발 발사했습니다. 그중 한 발이 길리스에게 맞아 사망하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집을 잘못 찾아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집앞에서 차를 돌려 나오는 것이 집주인에게 위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집주인 모나한은 자신의 집에 들어온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 착각하고 엽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 사건 전날인 4월 13일, 미주리주에서는 16살의 흑인 소년 랄프 얄(Ralph Yarl)이 다른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총에 맞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얄은 부모님의 부탁으로 쌍둥이 동생을 데리러 갔는데, 부모님이 알려준 주소를 착각하는 바람에 다른 집에 초인종을 누르게 되었고, 머리와 팔에 두 발의 총을 맞고 말았습니다. 4월 18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아버지가 여섯 살의 딸과 함께 놀다가 공이 이웃집으로 들어가자, 그 공을 주으러 이웃집 마당에 들어갔다가 총에 맞기도 했습니다. 5월 7일에는 마을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열네 살의 소녀가 이웃집에 숨었다가, 집 주인이 쏜 총에 뒤통수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집주인은 집 밖에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보고 집안으로 들어가 총을 들고 나왔는데, 도망치는 아이를 보고 총을 쏜 것입니다. 자기 집에 강도가 든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여러분, 이 모든 이야기가 오인으로 인해 벌어진 총격사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다른 집에서 일어난 사고였다는 것입니다. 실수이든 아니면 숨박꼭질을 하기 위해서 그랬던, 다른 집에 들어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만 것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총기 소지가 가능하고 ‘자신이 위험에 빠졌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Stand Your Ground’라는 법률이 정당방위를 허용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안타까운 사고뿐만 아니라, 우리가 찾아가야 할 곳을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선 이야기에서는 집을 잘못 찾아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제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집을 잘못 찾아갔다가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킨 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전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별을 연구하는 점성술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일어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하늘에 적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을 관찰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을 관찰하던 도중 신기한 별을 하나 보게 됩니다. 분명 뭔가 큰 징조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그 별의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곤 그 별을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별이 의미하는 바는 왕과 같은 위대한 이가 탄생할 것을 예고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을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왔습니다. 그렇게 온 곳이 유대라고 하는 작은 나라였습니다. 그 별은 동방박사들을 제대로 인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으로 가지 않고 유대에서 가장 큰 도시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그리곤 헤롯 왕을 만나 ‘왕으로 태어나신 이가 어디 계시느냐?’고 묻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실수였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으로 간 결과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들은 헤롯 왕으로부터 ‘새로운 왕이 태어나신다면 베들레헴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베들레헴에 와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고, 자기들이 가지고 온 예물을 드립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만났던 헤롯은 누군가가 자신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왕좌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제거해야 직정이 풀렸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마저도 자신의 권좌를 노릴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죽어버립니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말입니다. 그렇게 자기 아들까지도 가차없이 죽일 정도로 헤롯은 자신의 왕권을 지키기 위해서 무던히도 몸부림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동방방사의 방문을 통해서 자신의 가문도 아닌 새로운 왕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더욱 분노했고, 메시아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그 베들레헴에 있던 두 살 아래의 모든 아이들을 죽이고 맙니다. 끔찍한 집단살인이 벌어진 것입니다.

  여러분, 물론 베들레헴의 비극적인 영아살해가 헤롯의 지시로 이루어졌습니다만, 만일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을 찾아가지 않고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으로 곧장 가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베들레헴에서 아이들이 헤롯 왕이 보낸 군인들의 손에 무참히 죽어가는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베들레헴의 아이들을 죽이는데 그 단초를 제공한 셈입니다.

그럼 문제는 왜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으로 곧장 가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갔던 것일까요? 별이 그들은 베들레헴으로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사들이 왕의 말을 듣고 갈새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서 있는지라.”(마태복음 2:9)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으로 가던 그 길에 별이 동방박사들을 인도하여, 아기 예수님 계신 그곳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는 말씀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은 불과 8km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천km를 올 때 자기들을 인도하던 별이 베들레헴에 가까이 왔을 때에는 동방박사들을 베들레헴으로 인도하지 않았을까요? 베들레헴 근처에 와서는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가!’라는 듯이 별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새로운 왕이 태어나신 곳이 베들레헴이라고 분명하게 들었음에도 별이 나타나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인도했습니다. 불과 8km밖에 되지 않는 그 짧은 거리인데도 말입니다. 그 말은 동방박사들을 인도하던 별은 언제나 그들을 인도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박사들이 예루살렘 가까이 왔을 때 별을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루살렘 가까이 오자 박사들은 ‘당연히 왕이 태어나신다면 예루살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을 보지 않고 자기들의 생각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갔던 것입니다. 그 결과, 다시 베들레헴으로 가서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고 가져온 예물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그들이 떠난 후에 그곳에 엄청난 피바람이 불고 말았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자기들이 먼 길을 온 목적을 이루었습니다. 새로운 왕 메시아에게 경배하고 예물을 드렸습니다. 자기들에게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습니다. 새로운 왕이 태어나셨다는 사실은 예민한 헤롯을 자극한 것이 되었고, 두 살 아래의 모든 아이들이 끔찍하게 죽는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집을 잘못 찾아간 것 때문에 말입니다. 그들이 예루살렘 왕궁으로 찾아가지 않고 베들레헴으로 곧장 갔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여기 동방박사들과 전혀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찾아왔을 때보다도 한참 전,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던 바로 그날 밤에 베들레헴 근처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천사들이 나타나서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누가복음 2:11)고 알려줍니다. ‘다윗의 동네’는 베들레헴을 말합니다. 즉 베들레헴에 그들이 오랫동안 기다리던 메시아가 태어나셨다고 알려준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어서 ‘너희가 가면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천사들의 말을 들은 목자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오늘 본문 15-16절입니다. “천사들이 떠나 하늘로 올라가니 목자가 서로 말하되 이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께서 우리에게 알리신 바 이루어진 일을 보자 하고 빨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인 아기를 찾아서.” 천사의 말을 들은 목자들은 곧장 베들레헴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았습니다.

  여러분, 목자들이 예수님께서 태어나 구유에 뉘인 그 곳을 찾아간 과정을 생각해 보십시다. 비록 베들레헴이 큰 동네는 아니지만, 그래도 베들레헴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예수님 계신 곳을 찾진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동네 여기저기 찾아다녔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아기가 태어났다고 큰 등불을 켜서 ‘이 집에 경사가 났다.’고 알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아기가 났다고 불이 켜져 있었다면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작은 호롱불 하나 정도 켜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실내에 켜져 있는 그 불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목자들은 온 동네를 다니며 작은 불빛이라도 새어나오는 곳이 있으면 ‘혹 이곳이 구주가 태어나신 곳일까?’하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찾고 찾다가 아기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을 찾아내게 되었고, 그곳에 들어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자기들이 어떻게 이곳에 찾아오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천사들이 전해 준 말을 듣고 왔다.’고 말입니다.

여러분, 동방박사들과 목자들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두 이야기에는 다른 점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동방박사들의 고향이 정확하게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수천km는 족히 넘는 거리를 걸어왔습니다. 아마 몇 달은 걸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들레헴 근처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은 불과 한두 시간 안에 아기 예수님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의 신분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영어 성경에서는 그들을 ‘왕(kings)’이라고 번역할 정도로 그들은 최고위층 인사들이었습니다. 헤롯이 그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신뢰할만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면 목자는 천한 사람으로 여겨졌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목자들을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아기 예수님께 드렸습니다. 그런데 목자들은 드릴 선물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아기 예수님을 찾아간 목자들이 탄생하신 메시아께 뭔가를 드렸다는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목자들은 아기 예수님께 드릴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말씀드린 것처럼 동방박사들이 경배하고 간 이후에 베들레헴에는 피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두 살 아래의 모든 아이들이 살해당했고, 사랑스런 아이를 잃은 가족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온 고을에 가득했습니다. 반면 목자들이 다녀간 후에는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찬송하는 것처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그대로였습니다.

여러분, 왜 그런 차이를 만들어내 것일까요?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동방박사들이 집을 잘못 찾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바로의 왕궁을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목자들은 집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천사의 말을 듣고는 곧장 말씀하신 베들레헴으로 가서 아기 예수님을 만나 뵙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똑똑한 박사들이, 그렇게 멀리서 힘들게 찾아온 박사들은 집을 잘못 찾아간 것일까요?

  여기에 우리 인간의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현생하는 우리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부릅니다. 호모 사피엔스란 ‘생각하는 인간,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생각할 줄 알기 때문에 경쟁상대였던 네안데르탈(Neanderthal)인을 이기고 생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어려운 순간을 만나더라도 지혜롭게 판단하여 그것들을 극복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잘못하면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지혜롭다고 자랑하지만 그 지혜라는 것을 잘못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인간이 지혜롭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 스스로에게 좋은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동방박사들은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의 대표주자와 같은 부류입니다. 그들은 당시 사회에서는 최고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지식 덕분에 유대라고 하는 조그마한 땅에서 메시아가 태어나셨다는 사실을 별을 보고 알았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하늘에 이상한 별이 나타나도 그게 무엇을 의미한지 모릅니다. 평소와 다른 별이 떠 있는지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동방박사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 별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알았고, 그래서 고국을 떠나 그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최고의 지식인인 동방박사가 집을 잘못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영아살해의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호모 사피엔스인 인간은 자신이 가진 지혜를 자랑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지혜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잘 모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방박사가 동방에서부터 유대 땅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인도한 별 때문입니다. 별이 그들을 메시아가 탄생한 곳까지 인도했습니다. 그런데 베들레헴 가까이에 왔을 때 그들은 더 이상 별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자기들 스스로 왕이 태어난 곳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분명 그들을 인도한 별은 베들레헴을 향하고 있는데, 그들은 베들레헴이 아니라 왕궁이 있는 예루살렘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별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왕이 태어나신다면 왕궁일 게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기들의 섣부른 판단으로 그렇게 생각해 버린 것입니다.

  바로 거기에서 비극은 시작되었습니다. 내 생각이 별을 앞서버린 것입니다. 그 별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계시요, 하나님의 인도입니다. 그런데 지혜롭고 똑똑하다는 이유로 하나님의 계시를 무시합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이기에 하나님께서 인도하지 않으셔도 나 홀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가 말입니다.

  여러분, 우리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나의 똑똑함이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의 삶을 인도하는 계시의 말씀인 성경을 과거의 유물로 생각하고, 내가 성경의 가르침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설교 말씀을 들어도 내가 듣고 싶은 말씀만 듣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판단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나 어려움이 없다고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렇게 나의 지혜와 내 능력을 의지하다간 우리도 가지 말아야 할 곳을 향해 가곤 합니다. 잘못된 길로 가고, 엉뚱한 집을 찾아갑니다. 우리의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으로 엉뚱한 곳을 찾아가더라도 때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생각하고 결정하면서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때론 동방박사들처럼 잘못 생각하고 엉뚱한 곳을 찾아간 결과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목자들은 우리 신앙인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뭔가를 판단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뭔가를 생각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천사들이 지시하는 대로 행하기만 했습니다.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한 구주가 나셨다’고 하니까 곧장 베들레헴으로 갔습니다. 천사들의 말이 사실일까 아닐까 토론하지도 않았습니다. 본문 16절에서 언급된 “빨리”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곧장 천사의 말대로 찾아가서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신 것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그러나 그 지혜를 잘못 사용하면 동방박사들이 만들어낸 그런 비극을 우리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지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지혜여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한 노력이어야 합니다. 내 생각이 하나님의 뜻에 앞서서는 안 됩니다. 내 지혜가 하나님의 말씀에 앞서서도 안 됩니다. 우리의 생각이나 우리의 지혜가 하나님을 앞서면 베들레헴의 비극이 오늘 우리에게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베들레헴의 목자들처럼,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것이 없을지라도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살아가면 나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우리는 찾아가야 할 곳을 제대로 찾아가게 되고, 그게 바로 우리의 삶에 참된 지혜가 될 것입니다.

< 2023년 12월 24일 주일낮예배-대림절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