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것 한 가지

< 본문 - 누가복음 18:18-23 >

우리나라 고려시대에 이규보(李奎報, 1168~1241)라는 유명한 문인이 있었습니다. 여러 번에 걸친 과거 낙방으로 인해 초야에 묻혀 살 때 그의 집 대문 앞에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이라는 글을 써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이라는 말은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라는 뜻입니다. 이 글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홀로 야행을 나가셨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민가를 발견한 임금님은 그 집에서 하룻밤 머물기를 청했지만, 집 주인은 임금인 줄 알지 못하고 ‘조금만 더 가면 주막이 있다’고 이야기하고는 ‘거기에 가 보라’고 합니다. 그 집 주인이 바로 이규보였습니다. 임금님은 주막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그 집 대문 앞에 써져 있던 ‘유아무와 인생지한’이란 말이 궁금했습니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개구리가 도대체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고 있었으나 그 글 속에서 개구리가 뜻하는 바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주막에서 국밥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그 외딴집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임금님은 주모로부터 ‘과거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을 하고 마을에도 잘 안 나오고 집안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게 됩니다. 궁금증이 발동한 임금님이 다시금 이규보의 집으로 찾아가서는 사정을 합니다. 사정사정한 끝에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게 허락을 받은 임금님은 잠자리에 누웠지만, 집주인의 글 읽는 소리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을 건네면서 두 사람 사이에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문 앞에 써져 있는 글귀에 대해서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듣기 거북한 목소리를 가진 까마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내기를 하자고 제안을 해 왔습니다. 그 제안인 즉 “3일 후에 두루미를 심판관으로 삼고 노래 시합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노래를 잘하기로 하면 자신을 따라갈 새가 없는데, 누구나 듣기 거북한 목소리를 가진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 대결을 제안했으니, 어이없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대결을 제안했으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어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기로 했습니다. 꾀꼬리는 3일 동안 열심히 노래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도 좋지 않은 까마귀는 노래연습을 하지 않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는 논두렁에 나가서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는 개구리를 자루에 가득 잡아서 두루미에게 갖다 주고는 좋은 점수를 달라고 청탁을 했습니다. 약속한 3일 후에 꾀꼬리와 까마귀가 심판관인 두루미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를 잘 불렀기 때문에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심판관인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뇌물을 받아먹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 말은 온갖 비리로 가득한 나라를 비유한 말이었습니다. 이규보는 자신이 생각할 때 ‘자신의 실력이나 지식은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데 과거를 보면 늘 떨어지는 것이 자신에게는 돈도 없고 또 정승의 자식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노래를 잘 하는 꾀꼬리 같은데, 까마귀가 두루미에게 상납한 개구리 같은 뒷거래가 없기 때문에 번번이 과거에서 낙방해서 이렇게 초야에 묻혀 살고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은 이규보에게 이렇게 말해 줍니다. ‘자신도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떠돌이인데 며칠 후에 임시 과거가 있다 해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리고는 궁궐로 돌아와서는 임시과거를 열 것이라고 명을 내립니다. 과거시험을 보는 날, 이규보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험관이 내 건 시제가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이란 여덟 자였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그게 무엇을 뜻 하는지 알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규보는 임금님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한번 올리고는 금방 답을 적어 냄으로서 장원급제를 했다고 합니다.

이규보 선생은 요즘으로 말하면 빽도 없고 돈도 없기 때문에 과거시험을 봐도 계속해서 낙방을 했다고 스스로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임금님을 만남으로 자신이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과 상관없이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시대에 많은 사람들도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자신의 인생에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합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외모가 부족하기 때문에 취업도 안 되고 결혼도 어렵다고 생각하고 성형수술을 통해서 외모를 뜯어 고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공부한 것만 가지고는 취직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어떤 사람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건강에 좋다는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가 하면, 한 때는 웰빙식품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웰빙, 웰빙’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차를 타야만 사람들이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분수에 넘치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에게 진짜 부족한 것은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가졌다는 것에 있고, 너무 많이 가졌기 때문에 참된 행복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여기 그런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관리’라고 그의 신분을 알려준 한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관리’하는 말은 여러 가지 직책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로마 정부로부터 임명된 정부의 관리를 뜻하기도 하고, 회당을 맡아보는 회당 책임자를 말하기도 하고, 산헤드린 공회의 공회원을 말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든 간에 그는 오늘날로 말하면 출세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19장에서는 그를 ‘청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19:20,22) 그는 젊은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는 큰 부자였습니다. 오늘 본문 23절에서 그를 ‘큰 부자’라고 가르쳐줍니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큰 부를 이루어 자수성가한 사람인지, 아니면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부자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큰 부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려서부터 율법을 잘 지킨 신앙이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그 청년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계명을 아나니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하지 말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였느니라.” 그러자 그 청년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다 지키었나이다.” 마가복음 10장에 보면, 그 말씀을 들으신 예수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셨다.’(마가복음 10:21)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계명인 말씀을 잘 지킨 그가 대견스럽다는 뜻입니다.

젊은 부자 관리인 이 사람에게는 부족한 것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요즘 우리가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젊습니다. 젊은 나이에 관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자였고, 신앙생활도 참 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뭔가 부족한 것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찾아와서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생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고, 마음이 늘 공허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에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예수님께 묻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가 배워야 할 인생의 중요한 진리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오게 되고, 예수님의 도우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실제로는 자신의 부족함을 압니다. 모자란 것을 압니다. 어떤 것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반드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족한 것을 채워주실 분 앞에 나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람도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으로 그저 만족해버렸다면 그는 예수님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예수님을 찾아오지 않았다면 진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금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족함을 알고 느낄 때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더 성장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Socrates)는 대화를 통해서 사람들의 무지를 깨닫게 해 준 것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당시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었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가지고, 자기 스스로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해 준 것입니다. 그에게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똑똑하다는 사람을 만나 무지를 깨닫게 해 주던 중, 정말로 똑똑하고 지혜로운 한 사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소크라테스는 그의 지혜로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는 그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정말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나보다 지혜롭지 못하다. 지식이나 지혜에 있어서는 그가 나보다 나을지 몰라도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것은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많이 알고 있어도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 사람이 교만에 빠지게 되고, 많이 알면서 교만에 빠진 사람이 세상에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주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채워할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채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버리면 발전이 없습니다.

신앙에서도 그렇습니다. 지금 내 신앙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더 열심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그 부분에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내 신앙생활에서 기도가 부족하지 않는지, 말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는지, 아니면 주님을 사랑하는 열심이 부족하지 않는지, 찬양이 부족하지 않는지, 성도의 교제가 부족하지 않는지 우리 자신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게 없는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때론 너무 많은 것이 부족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놓치곤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젊은 부자 관리를 보십시다. 그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에게서 부족한 것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네가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젊은 부자 관리에게 부족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많은 재산으로 인한 것입니다. 그 사람은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재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많이 가지고 있는 것만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 말씀을 들을 때 그 부자 청년은 심히 근심했습니다. 근심한 이유는 ‘그 사람이 큰 부자였기 때문’입니다. 큰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입니다. 자기의 전 재산이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인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재산을 다 내놓는다는 것도 쉽진 않는 일입니다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많이 가진 사람이 자신의 것을 다 내놓는 일입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당신 큰 부자이니까 당신 재산 절반만이라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놓으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게 그 부자 청년에게는 쉽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이 부자 청년에게 부족한 것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뭔가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놓는 것입니다. 자기의 것을 포기하고 내놓는 것이 그에게는 부족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때로 우리도 우리의 부족한 것을 잘 찾아내지 못합니다. 없는 것, 모자란 것에서 부족한 것을 찾으라 그러면 잘 찾는데, 가지고 있는 것이 부족한 것인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게 우리의 부족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돈이 없어 헌금을 못하거나 선한 일을 위해서 사용하지 못한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님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내놓는 것이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더 많은 물질을 달라고 기도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사용할 줄 아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해야 하고, 주님께서 기꺼이 내놓으라고 말씀하실 때 내놓을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도하지 않는 것이 부족함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기도한다는 것이 오히려 부족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많은 시간 기도하지만 하나님을 위해서 자아를 비우지 못하면 기도 많이 한다는 것이 신앙적인 자기 의가 되어서 기도하지 않는 사람을 정죄하거나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기도는 기도하지 않아서 부족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 많이 한다는 것 때문에 겸손하지 못한 것이 부족함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경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이 부족함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성경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부족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경을 많이 읽고 성경에 대한 지식이 많기 때문에 설교 말씀을 들어도 은혜가 되지 않고 설교를 판단하고 정죄하려 합니다. 그럴 경우 성경에 대한 많은 지식이 그에게는 부족함이 됩니다. 말씀을 들을 때에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 하나님께서 새로운 말씀을 주시는 것처럼 들어야 그 말씀에 은혜가 되고, 그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성경지식으로 설교를 판단하려 한다면 그것이 곧 부족함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이 모자라 그것이 부족함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지나친 열정이 오히려 부족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열심을 품고 주를 섬겨야 마땅하지만,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힌 열정과 열심은 오히려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고 때론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배움의 지식이 모자란 것이 부족함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배운 그것이 그에게 부족함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많이 배워 많이 알고 있는 그것이 자신을 교만하게 만든다면 많이 배운 그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부족한 것이 됩니다. 많이 배울수록 겸손해져야 하고, 많이 알고 있을수록 말을 아껴야 합니다. 마치 내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한다면 그의 많은 지식과 배움이 분명 그에게는 부족함이 되고 맙니다.

요한계시록 3장에 라오디게아 교회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모든 것에서 풍부했습니다. 그들은 부자였습니다. 성경의 표현대로 한다면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부자였습니다. ‘부요하다’는 말은 단순히 물질적인 풍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에서 넘치도록 풍성했다는 뜻입니다. 부자였기 때문에 교회에 헌금도 많이 했겠지요. 좋은 옷을 입고 다녔고, 금은보석으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몸에 차고 다녔습니다. 삶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요한계시록 3:17)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라오디게아에게 주신 복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부유함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부유함에 취해서 신앙이 나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결국에는 부유함은 그대로 있는데, 그들의 마음속에 신앙의 열정과 뜨거움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결국 그들에게는 부족함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서 그 재물의 부유함을 빼앗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전히 부유합니다. 모자람이 없이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더욱 자신들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는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이렇게 권면해 주십니다.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 ‘불로 연단한 금을 사라’는 말씀은 가진 재물로 부유함을 삼지 말고 믿음에 부요한 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많은 재물로 인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에 부족함이 있는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진정 부족하지를 깨닫고, 그 부족함을 채워 믿음에 부요한 자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흰옷을 사서 입음으로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라’는 말씀은 믿음의 정절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약을 사서 보게 하라’는 말씀은 정작 자신들이 무엇에 부유해야 하는지, 또는 지금 자신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물질의 복을 주시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의 복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지식과 지혜의 복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주신 그 복이 오히려 우리를 부족하게 만드는 것이 되진 않았는지 우리 자신을 잘 살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서 물질을 빼앗아가지 않으셨다고 그게 우리에게 영원히 축복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건강을 잃지 않았다고 해서 건강이 우리에게 언제나 축복일수만은 없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바로 보는데 방해가 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바른 신앙으로 사는데 방해가 된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부족함이 되고 맙니다. 많은 것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한 것이 되고 맙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젊은 부자 관리는 예수님께로부터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재물이 많다는 것 때문에 ‘심히 근심’했습니다. 자신의 재물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왔는데, 정작 자신의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가르쳐주심에도 그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순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오늘도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십니다.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십니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바른 신앙으로 살 수 있는지도 가르쳐주십니다. 그런데 우리도 오늘 본문에 나오는 부자 관리처럼 ‘하나님, 그것만을 안 됩니다.’하고 근심하며 돌아가곤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우리의 부족함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의 것을 내려놓을 때, 우리에게 주신 축복을 포기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귀한 것들로 채워주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니라.’ 이 땅에서의 부유함이 아니라 하늘에서의 부유함으로 갚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우리의 부유함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부족함이 된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늘의 부유함이 우리에게 가득 임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부족함은 무언가로 채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게 있는 무언가를 포기함으로 채워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나의 부족함에 하나님의 은혜로, 축복으로 채워지도록 나의 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 2014년 8월 3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