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입은 한 사람

< 본문 - 창세기 6:1-8 >

  우리는 지난 주 또 한 번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접해야 했습니다. 윤일병 사건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대한민국 청년이 군대에서 같은 청년에게 구타를 당해 숨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은 그 과정입니다. 말이 조금 어눌하고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폭행을 당해왔었습니다. 그런 일이 4개월 동안이나 지속되어 왔는데도 부대에서는 그런 일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간부까지도 윤일병을 폭행하는 일에 가담했습니다. 의무반을 관리감독해야 할 간부 하사는 오히려 윤일병을 폭행하는데 주도적이었던 이병장을 자기보다 아래 계급인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형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병장은 의무반의 제왕이었고,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윤일병을 괴롭혀 왔습니다. 윤일병이 당한 괴롭힘과 폭행은 가히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도록 기마자세로 서 있도록 했고, 물고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치약을 한 통 다 먹이기도 하고, 심지어 바닥에 가래침을 뱉은 후에 기어가서 핥아먹게 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많이 맞아서 다리를 절뚝거리니까 ‘다리를 절뚝거린다.’고 또 폭행을 가했습니다. 어느 때에는 맞다가 쓰러지니까 수액을 놓아 정신을 차리게 한 후에 또 때리기도 했습니다. 폭행을 당하는 윤일병이 폭행당한 사실을 밖에 알릴까봐, ‘자신의 아버지가 조폭인데, 폭행당한 사실을 말하면 네 아버지 사업을 망하게 만들고 어머니를 섬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협박이 두려워서 윤일병은 자신이 그토록 잔혹한 괴롭힘을 당하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가 없었습니다. 윤일병이 사망하던 당일에도 윤일병은 계속해서 폭행을 당했고, 결국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폭행을 당하면서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쓰러지고 맙니다. 그렇게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져 있는데도 꾀병이라며 계속해서 폭행을 가했고, 그러다가 윤일병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폭행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거짓말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냉동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죽은 것’이라고 서로 말을 맞췄고, 심지어 윤일병의 심장이 멈춘 후 후송되어 가자, 자신들의 폭행이 드러날까 봐 ‘윤일병이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윤일병이 가지고 있던 수첩의 일부를 찢어버림으로 자신들의 폭행사실을 감추려 했습니다. ‘사람으로서 어찌 저렇게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혹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이병장도 한 때는 군대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도 이등병 때에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선임병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기들에게는 왕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계급이 높아지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어진 것입니다. 윤일병을 잔혹하게 괴롭히고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이병장을 비롯한 몇몇의 군인들, 사실 그들도 똑같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고 군인들입니다. 이병장이라는 사람도 처음에는 피해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당한 그 폭력을 다른 사람에게 되갚아 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군대 내에 그런 폭행 사건은 단순히 이병장과 윤일병 사이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대를 이어 계속되어 왔다는 뜻입니다. 단지 이병장의 문제는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욱 심하게 다른 사람을 괴롭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병장도 피해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물론 그가 저지른 일을 합리화할 순 없지만, 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렇게까지 악하진 않았을 텐데, 그가 처한 상황과 그가 당한 일들이 그를 그렇게 악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아들들이 군에 갔다가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제대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의 아들들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리고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여러분, 악은 쉽게 전염됩니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처음 저지른 범죄가 살인이었습니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습니다. 가인은 자신이 농사를 짓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땅의 소산으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고, 아벨은 양을 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양의 첫 새끼로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사는 받으셨지만, 가인과 그의 제사는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가인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얼굴색이 달라질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네가 왜 분을 내느냐? 왜 안색이 그러느냐?’ 그러면서 ‘죄가 너를 원하고 있는데, 네가 그 죄를 이겨야 한다.’ 그렇게 일러 주십니다. 그럼에도 가인은 결국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맙니다. 동생을 들러 데리고 가서는 죽입니다. 성경은 가인이 아벨을 죽이는 모습을 “쳐 죽였다.”(하라그)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전쟁할 때에 적군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모습을 그릴 때 쓰는 단어입니다. 죽일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때려죽이는 것을 말합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일 때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몇 대 때리니까 아벨이 죽은 것이 아닙니다. 가인은 아벨을 죽일 의도를 가지고 무차별하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래서 끔찍하게 아벨을 죽인 것입니다.

성경은 그것이 인간의 모습이라고 가르쳐줍니다.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은 끊임없이 죄의 유혹을 받으며 살고 있고, 그 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우리는 죄의 종노릇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의 종노릇하는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폭력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그 폭력적인 모습에 가장 극치를 보여준 시대가 바로 노아 시대입니다. 오늘 본문은 ‘사람들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간이 번성하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하나님께서 첫사람 아담과 하와를 만드시고는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세기 1:28)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세상에 번성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인간이 땅에 번성하여 온 땅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아 시대의 인간은 번성하면서 하나님께서 ‘번성하라’고 말씀하신 말씀의 의도와 너무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번성하면서 폭력도 함께 번성한 것이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 4절에서는 ‘네피림’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네피림’이란 말의 정확한 뜻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대장부’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성경학자들은 이 ‘네피림’이란 말의 뜻이 무엇일까 연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네피림’이라는 말이 ‘떨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나팔’이라는 동사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고, 이 ‘네피림’이 하늘에서 떨어진 타락한 천사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어떤 학자는 그 해석을 근거로 해서 ‘네피림은 타락한 천사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족’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물론 그런 해석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반면 많은 학자들은 이 ‘네피림’이라는 말이 ‘거인이나 용사’라는 뜻이라고 해석합니다. 큰 체구에 폭력성까지 가진 무서운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런 해석을 근거로 판단해 본다면 ‘네피림’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사탄이 되어버린 타락한 천사와 같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힘이 센 거구의 존재입니다. 그들의 특성은 폭력적이고, 무법적입니다. 그들의 폭력적이고 무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2절 마지막에 기록된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 말이 주는 느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았다!’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아내로 만들었습니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자기들의 정욕적인 눈에 맞는 사람, 자신들의 정욕을 채워줄 여자는 그 여자가 남의 아내이든 아가씨이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완력을 가지고 강제로 빼앗아서라도 자기 아내로 만들었습니다. 여자가 싫어해도, 그 집에서 반대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빼앗아 갖고 싶은 여자라고 생각하면 강제로 빼앗아버립니다. 그게 당시 네피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4절 마지막에 기록되어 있는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는 말씀입니다. 네피림을 ‘용사’라고 표현합니다. ‘용사’라는 말은 강한 자, 힘센 자, 우두머리라는 뜻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신체적인 힘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의 말로 바꿔 이야기한다면 조폭 두목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명성이 있다’는 말은 유명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했다는 뜻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폭력과 완력을 사용하는 조직폭력배와 같은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부러워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영웅처럼 여겼습니다. 그러니 그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는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언제 그 폭력의 피해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폭력을 일삼고, 폭력을 좋아하는 폭력배를 영웅처럼 여긴다는 것은 그 사회가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5절의 말씀처럼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게 되고, 사람들이 마음속에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 악한 것들뿐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모든 일을 폭력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폭력이 곧 법입니다. 폭력을 잘 쓰는 사람이 영웅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니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법이나 정의는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힘 있는 사람이 폭력적인 방법을 쓰면 그것이 곧 법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폭력에 빌붙어서 살아갑니다.

그런 모습을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가만 두고 보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그 사회를 심판하시기로 마음을 먹으십니다. 모든 것이 폭력으로 얼룩져가는, 아니 폭력이 만연되고 폭력이 정당화되는 그런 모습 속에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공의가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심판하시기로 작정하십니다.

그런 폭력이 난무하고 하나님의 뜻이나 정의는 온데간데 없어져버린 그런 사회에서도 희망은 있습니다. 바르게 살려한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바로 노아입니다. 그 희망이 되는 노아를 가리켜서 오늘 본문에서는 ‘은혜를 입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은혜라는 말을 나타내는 단어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헤세드’이고, 다른 하나는 ‘헨’입니다. 이 두 단어 모두 우리말 성경에서는 은혜나 은총으로 동일하게 번역되었습니다만, 두 단어가 뜻하는 바는 약간 다릅니다. 넓게 보면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라는 동일한 뜻을 갖고 있지만, ‘헤세드’는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베풀어주시는 은혜를 뜻하는 반면, ‘헨’이라는 단어는 하나님께서 살펴보신 후에 은혜를 베풀만한 어떤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베푸신 은혜를 말합니다.

‘노아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다’는 오늘 본문의 말씀에서 은혜는 ‘헤세드’가 아니라 ‘헨’입니다. 노아가 하나님께 은혜를 받을만한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은혜를 베푸셨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노아가 그랬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뒤이어 나오는 9절에 보면 노아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노아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 의인이라는 말은 공정한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폭력과 주먹이 법인 시대에 폭력 앞에 굴복하지 않고 무엇이 옳은지를 분별하여 옳은 것을 따라 산 사람이었다는 뜻입니다. 정직하게 살려 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완전한 사람’이라는 말은 죄나 허물이 하나도 없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허물을 갖고 삽니다. 때로는 죄를 짓지도 하고 죄의 길에 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죄인 줄을 알면서도 죄를 따라가는 사람은 진짜 죄인입니다. 반면 죄인 줄 모른 채 죄를 지었고, 죄를 지었을 때 자신의 죄됨을 빨리 깨닫고 죄에서 돌이키는 사람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십니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경험한 사람들은 죄를 따르지 않기 위해서 늘 노력합니다. 바르게 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하나님께서 보실 때 부끄럽지 않는 사람입니다. 노아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노아는 또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 그러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창세기 5장에 나오는 에녹입니다. 에녹은 30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행한다는 말은 같이 산책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늘 하나님과 함께 걷기를 즐거워한다는 뜻입니다.

노아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은 사람이 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노아는 폭력이 난무한 시대에 폭력에 굴복하거나 폭력을 따라 가지 않고 무엇이 옳은지를 생각하고 옳은 길, 정직한 길을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 노력했고,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산책하듯이 늘 하나님과 함께 있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은혜를 베푸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입은 사람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바꿔 말하면 은혜를 아는 사람이 하나님께 쓰임을 받습니다. 누가복음 2장에 보면 가브리엘 천사가 갈릴리 나사렛에 살고 있는 마리아에게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인사를 합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천사가 그렇게 인사를 하자 마리아는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 나에게 그런 인사를 하지?’ 마리아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습니다. ‘은혜를 받은 자여!’라는 말 속에는 ‘당신은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쓰임받기 위해서 선택되어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람입니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마리아는 처녀인 몸으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하는 귀한 일을 감당하게 됩니다.

은혜를 입은 사람이 하나님의 쓰임을 받게 됩니다. 노아도 그렇습니다. 노아도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물로 심판하실 바로 그 때 노아는 방주를 만들어 짐승들을 그 안에 끌어들임으로 세상을 새롭게 하는 귀한 일에 쓰임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은혜가 있습니다. 우리가 구원받은 것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시는 은혜 때문입니다. 우리가 구원받을 만한 어떤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님께서 그저 우리를 긍휼히 여기셔서 구원을 주셨습니다.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하여 구원을 이루어놓으시고는 우리에게 믿음을 주셔서 구원하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 헤세드입니다.

그 은혜를 입은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기 위해서 또 다른 은혜를 입어야 합니다. ‘헨’이라고 불리는 특별하신 은혜, 더하여 주시는 은혜를 입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헨의 은혜를 입기 위해서는 은혜 받을 만한 모습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정직하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손을 꼭 붙잡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깨닫고 그 말씀을 따라 살려 노력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를 받게 되고,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하나님의 사람으로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아니 세상에 어둠이 점점 더 깊어질수록 하나님께서는 그 어둠을 밝힐 하나님의 사람을 찾으십니다. 그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추십니다.

우리나라 조선 중종 때 문인이었던 반석평(潘碩枰, -1540)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는 원래 출신 성분이 종이였습니다. 남의 집 종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당시 사회에서 사람대우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는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멸시하고 짓밟는다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려서부터 글을 배워 학문을 익혀나갔습니다. 종이 글을 배우고 양반들 어깨 너머로 글공부를 동냥하여 배운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글공부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낮에는 고된 일을 해야 했고, 남들이 잠을 자는 틈을 이용해서 글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 그의 노력을 조용히 지켜보던 주인 이 참판이 그의 영특하고 범상치 않는 실력을 보고는 조건없이 종의 문서를 불태웠습니다. 그의 신분을 종에서 해방시켜 준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들이 없는 어느 양반 집에 수양아들이 되도록 주선을 해주었습니다. 양반집에 수양아들이 된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1507년 과거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으로 있을 때에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과거시험에서 반석평은 당당하게 급제를 해서 공직에 오르게 되고, 결국 형조판서(오늘날 법무부장관)의 자리까지 오르게 됩니다.

형조판서가 된 반석평은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이 대감을 수소문하여 찾아냈는데, 이미 대감은 죽고 그 집안은 몰락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인의 아들인 이오성은 가난하게 거지와 다름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거지와 같은 주인의 아들 이오성을 보자 형조판서인 반석평은 수레에서 내려 큰 절을 올립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그 집에 종이었던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밝힙니다. 당시의 관례에 따르면 자기의 옛 신분을 밝힌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특권을 박탈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형조판서인 그가 예전에 종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임금님을 속인 기군망상(欺君罔上)을 했다는 죄명으로 엄청난 고초를 당해야 합니다. 그걸 반석평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반석평은 자신이 예전에 입었던 은혜를 언젠가를 반드시 갚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주인의 아들을 모른 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옛 주인의 아들을 찾아낸 반석평은 중종 임금님께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는 임금님께 사표를 제출합니다. 그런데 반석평의 인품과 실력을 안 조정에서는 그 사표를 반려합니다. 그 후에 반석평은 임금님께 청원서를 올리게 됩니다. ‘자신의 벼슬을 깎아서라도 옛 주인의 아들인 이오성에게 벼슬을 내려달라’는 청이었습니다. 그러자 임금님은 반석평의 벼슬을 깎지 않고 이오성에게 벼슬을 내려줍니다.

그 반석평의 후손 가운데 한 사람이 반기문 UN사무총장입니다.

은혜를 아는 사람이 진짜 사람됨을 갖춘 사람입니다.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헤세드)를 아는 사람이 하나님의 더해주시는 특별한 은혜(헨)를 입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람을 사용하셔서 당신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결코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같은 죄인을 살리시기 위해서 우리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시며 죽으셨다는 것을 알진대, 어찌 그 은혜를 망각한 채 헛된 것을 추구하며 살 수 있겠습니까? 나를 위해 행하신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를 알진대, 어찌 하나님의 품을 떠나 죄와 손잡고 살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결코 거짓된 인생을 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달은 사람은 하나님의 이름에 욕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아는 사람을 찾으십니다. 그리고 그에게 더욱 크신 은혜 - 더해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덧입혀 주시고, 그를 귀하게 사용하십니다.

여러분, 요즘 우리에게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우리를 너무너무 가슴 아프게 만듭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온통 썩은 냄새만 가득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럴 때일수록 하나님의 사람들은 더욱 진리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의 빛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이 폭력으로 물들어갈수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평화를 선언하고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은혜를 입은 한 사람 노아를 통해서 죄악이 가득한 세상을 새롭게 만드신 것처럼,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더해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베풀어주실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은혜를 입혀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도록 하시기 위해서 말입니다. 노아처럼,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더해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입은 한 사람이 바로 ‘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14년 8월 1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