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

< 본문 - 히브리서 11:1-3 >

요즘 인터넷에 참 좋은 글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두 천사가 여행 도중 어느 부잣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부자는 천사들에게 수많은 방들 중에서 가장 차가운 지하실의 비좁은 방을 내 주었습니다. 두 천사가 잠자리에 들 무렵, 늙은 천사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 구멍을 메워주었다. 젊은 천사가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아니, 우리에게 이렇게 대우하는 사람에게 그런 선의를 베풀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자 늙은 천사가 대답합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그 다음날 밤 두 천사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가난한 농부인 집주인 부부는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한 음식을 두 손님에게 나누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침대까지도 내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농부 내외는 소중하게 여기는 암소가 죽은 것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죽은 그 암소는 그들이 우유를 짜서 생계를 유지하던 유일한 소득원이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젊은 천사가 화가 나서 늙은 천사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부잣집은 모든 걸 가졌으면서도 불친절 했음에도 도와주었으면서 왜 궁핍한 살림에도 자신들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나누어준 가난한 농부의 귀중한 암소를 어떻게 죽게 놔둘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늙은 천사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부잣집의 차가운 지하실에서 잘 때 난 그 지하실 벽 속에 금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네. 그래서 그 금을 찾지 못하게 구멍을 막은 걸세. 그런데 어제밤 우리가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잘 때 죽음의 천사가 그의 아내를 데려가려고 왔었다네. 그래서 내가 농부의 부인 대신 암소를 데려가라고 했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여러분,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에 보여지는 일들 가운데 그것의 참된 의미를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땅히 보아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어떤 현상을 보면서도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이 그 현상을 바르게 볼 수 있게 하는 진실임에도 우리는 그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가곤 합니다.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일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훨씬 더 많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자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빙산에 일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빙산 중에서 실제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바다의 수면 위에 떠 있는 빙산의 모습은 빙산의 1/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90%는 바다 아래 감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바다 위에 떠 있어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그 빙산을 이해하려 한다면 그것은 큰 착오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건 비단 빙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대부분의 일들도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부분이 있음을 알고,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산다면 우리는 수많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서 바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제3의 눈’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얼굴에는 두 개의 눈이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 두 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물을 바라보고, 어떤 현상을 바라보며 삽니다. 그런데 그 두 개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이 바로 ‘제3의 눈’입니다. 시인들은 시인만이 보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하게 보이는 것들 속에서 시적 영감을 얻어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멋진 지를 만들어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제3의 눈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앙의 눈입니다. 신앙으로 바라보는 눈입니다.

제3의 눈인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현실을 현실 그대로만 보지 않고, 본질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열왕기하 6장에 나옵니다. 엘리사 선지자 시대에 아람 군대가 이스라엘을 쳐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아람 군대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은 그 전쟁의 전략을 미리 다 아는 것처럼 대책을 세우고 전쟁을 하는 바람에 아람군대는 전쟁을 할 때마다 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람군대에서는 자기들 내부에 첩자가 있어서 자기들이 작전을 세우면 적군 이스라엘에게 빼돌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에는 엘리사라는 선지자가 있는데 그 선지자는 우리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다 알고서 이스라엘 왕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아람 왕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엘리사 선지자를 제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엘리사를 잡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합니다. 당시 엘리사는 도단이라는 성에 머물고 있었는데, 아람군대가 밤중에 몰래 쳐들어와서는 이 도단 성을 포위해버렸습니다. 아침에 엘리사의 사환이 밖에 나갔다가 아람군대가 도단 성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엘리사에게 뛰어가서 그 사실을 알립니다. 그런데 엘리사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걱정 하나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와 함께 한 자가 그들과 함께 한 자보다 많으니라.”(열왕기하 6:16) 엘리사의 사환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도단 성에는 그렇게 많은 군사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성을 둘러싸고 있는 아람군대보다 우리 군대가 더 많다니, 엘리사의 사환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엘리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여호와여, 원컨대 그의 눈을 열어 보게 하옵소서.”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사환의 눈이 열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는 엘리사를 둘러싸고 있는 하늘의 군대인 불말과 불병거를 보게 됩니다.

엘리사 선지자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그의 사환 게하시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믿음으로 보는 제3의 눈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게하시의 눈을 열어주셨을 때에는 게하시도 ‘제3의 눈’을 가지고 엘리사가 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게하시가 제3의 눈을 가졌을 때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제3의 눈을 가지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보았을 때 그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느냐가 중요합니다. 게하시가 제3의 눈을 떠서 엘리사를 둘려싸고 있는 불말과 불병거를 본 이후에 게하시의 마음에서 두려움이 사려졌습니다. 제3의 눈을 갖지 못했을 때에는 아람 군대가 도단 성을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서 게하시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제 곧 그 아람 군대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하든지 아니면 아람에 포로로 잡혀가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게하시의 마음에 엄습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3의 눈을 떠서 엘리사를 둘러싸고 있는 하늘의 군대를 보았을 때 게하시의 마음에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엘리사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엘리사는 게하시로부터 아람군대가 도단 성을 포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제3의 눈을 가지고 하늘의 군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 역시 제3의 눈을 떠서 엘리사를 보호하고 있는 하늘의 군대를 본 이후로는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여러분, 그것이 제3의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입니다. 도단 성을 둘러싸고 있는 아람군대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아람 군대는 여전히 도단 성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3의 눈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니까, 상황이 전혀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이젠 전혀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게 바로 믿음입니다. 제3의 눈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제3의 눈인 믿음의 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현실적인 상황만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며, 자신들에게 무엇이 주어지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이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믿음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믿음의 사람들은 이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바라는 것들 - 아직 우리의 삶에 일어나지 않았고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을 마치 지금 내 앞에 일어난 것처럼 본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우리 인간이 창조되기도 전에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우리 인간 가운데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 그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그것을 증언해 주기에 우리는 그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셨다는 사실을 우리는 믿습니다. 그것이 바로 믿음의 눈입니다. 믿음의 눈으로 볼 때에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의 앞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의 눈인 제3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현실에 매여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히브리서 11장을 ‘믿음장’이라고 부릅니다. 믿음이라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제3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제3의 눈을 가졌기에 믿음으로 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믿음이라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그 첫 번째 사람이 노아입니다. 노아는 하나님으로부터 방주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세상이 너무 부패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세상을 멸망시키신다는 것입니다. 노아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방주를 만듭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당시 모든 사람들은 노아를 ‘정신 나간 노인네’라고 놀렸을 것입니다. ‘세상이 어디 멸망할 겉 같으냐’고 말입니다. 더군다나 노아는 커다란 배를 강가나 바닷가에 짓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어디에다가 배를 지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비가 많이 온 후에 물이 많아졌을 때 방주가 땅에서 떠올랐다’(창세기 7:17)는 말씀에 비추어볼 때, 노아는 방주는 제법 높은 곳에 지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산 중턱쯤에서 방주를 짓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노아는 사람들에게 더더욱 놀림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노아는 믿음으로 방주를 지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때를 제3의 눈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방주를 지은 것입니다.

또 한 사람은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 있을 때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갈대아 우르는 가장 문명이 발단된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떠나 척박한 땅 가나안으로 가라는 부르심이었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은 가나안으로 가다가 하란에 머물게 됩니다. 하란 역시 갈대아 우르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문명이 발달되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아브라함이 가족들과 함께 거기에 머물러 있을 때, 또 다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그 부르심을 받은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으로 갑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사를 할 경우에는 살기 좋은 곳을 찾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아브라함에게 살기가 더 힘든 곳으로 가라고 하신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그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에서는 아브라함이 그렇게 순종할 수 있었던 것이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씀합니다.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그 땅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아브라함은 믿음이라는 제3의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살기 좋은 도시, 편안한 고향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제물로 바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100세에 얻은 아들 이삭입니다. 정말로 소중한 아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 그 사랑하는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들 이삭을 죽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이삭을 통해서 큰 민족을 이루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그 이삭이 아직 장가도 가지 않은 상태에서 번제로 드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명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을 데리고 3일을 걸어가서 모리아산에서 이삭을 번제로 드리려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삭을 죽이려 하는 아브라함의 손을 멈추게 하셔서 이삭이 죽지 않게 되었지만, 아브라함은 믿음이라는 제3의 눈을 가지고 하나님의 명령에 절대 순종했습니다.

노아의 이야기나 아브라함의 이야기나 그들의 그런 이야기에서 ‘믿음’이라는 단어를 제거해 버리면 그들만큼 어리석게 산 사람들도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믿음이라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나님의 명령 속에서 더 큰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제3의 눈으로 더 큰 세상 - 더 큰 축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믿음이라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주어짐을 바라보며 오늘의 힘든 삶 속에서도 믿음의 길을 따라 살아갑니다. 그렇게 믿음의 길을 선택하며 믿음을 따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약속하신 축복을 반드시 주십니다.

히브리서 11장에서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신앙의 위인들만 그렇게 제3의 눈을 가지고 믿음의 길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니었음을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히브리서가 쓰여질 당시 초대교회 성도들은 엄청난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 박해가 너무 심해 어떤 사람들은 믿음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3의 눈으로 내일을 바라보고 살던 사람들은 지금의 박해와 고난보다 더 영광스러운 내일에 소망을 두면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원형경기장에서 사자의 밥이 되어 순교를 당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믿음을 포기 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칼날에 목을 베이는 순교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감옥에 갇히고 매를 맞고 조롱을 당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양이나 염소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로 내몰려 거기에서 뜨거운 열기와 배고픔과 목마름 때문에 쓰러져 죽어가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난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차하게 풀려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그런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이유, 아니 박해를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박해 속으로 들어갔던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그것을 히브리서 11:16절에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고, 11:35절에서는 ‘더 좋은 부활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이 땅에서 우리가 누리며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더 나은 본향, 더 좋은 부활 - 그것은 세상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것은 오직 제3의 눈인 믿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지 못한 로마의 황제들과 로마의 군인들은 믿음의 사람들을 박해하고 죽였습니다. 그것이 믿음의 사람들을 이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3의 눈을 가진 믿음의 사람들은 박해받고 순교 당하는 그것이 패배가 아니라 오히려 승리임을 알았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더 나은 본향에 들어갈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더 좋은 부활을 얻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인은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믿음을 주셨고, 그 믿음으로 제3의 눈을 갖게 하셨습니다. 그 눈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며 살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천국이 어디에 있느냐?’고, ‘천국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믿음의 눈으로 천국을 바라보며 천국을 소망하며 살아야 합니다.

제3의 눈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삶의 주변이 온통 고난과 박해뿐인 것 같은 상황에서도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보며 삽니다. 믿음이 우리에게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든 문제로 인해서 고달프다 하더라도 우리는 고달픈 오늘의 현실이 결코 끝이 아님을 압니다. 우리의 믿음의 눈이 지금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 너머에 기쁨의 때가 있음을 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너무너무 힘든 인생의 짐으로 인해 쓰러질 듯 가야 하는 인생길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압니다. 우리의 믿음의 눈이 나를 붙잡고 나를 이끌고 가시는 보혜사 성령 하나님을 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은 오늘의 현실로 인해서 탄식하며 살지라도 우리는 고난의 때에도 기쁨의 찬송을 부르며 살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내는 줄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야고보서 1:2-4) 그렇습니다. 믿음은 우리에게 시험과 환난 중에서도 기뻐하게 해 줍니다. 시험당하는 현실은 힘들지라도 그 시험을 참고 이겨냄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마음이 아프고 슬픔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언젠가 하나님께서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고 베옷을 벗기시고 기쁨으로 띠 띠우실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의 때에도 기쁨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 갤러리에 프레드릭 왓츠(George Frederic Watts, 1817-1904)라는 화가가 1886년에 그린 ‘희망’(Hope)이라는 그림이 있다고 합니다.(그림) 이 그림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 그림’이라고 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그림은 둥그런 지구 위에 약하게 보이는 한 여인이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인의 눈이 수건으로 감싸여 있습니다. 이 여인은 앞을 보지 못한 여인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발에 아무 것도 신고 있지 않습니다. 앞을 보지 못한 이 여인의 손에는 조그마한 비파가 들려져 있습니다. 비파는 원래 줄이 일곱 가닥인데, 여인이 들고 있는 이 비파는 여섯 개의 줄이 다 끊어지고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한 여인은 비파의 줄 여섯 개가 끊어졌지만, 남아 있는 줄 하나를 가지고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남은 한 줄이 바로 ‘희망’이라는 줄입니다.

화가 왓츠가 이 그림에서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앞을 보지도 못하고, 신발조차 신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인 이 여인은 인간을 상징합니다. 비파의 줄도 다 끊어져 있습니다.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런 최악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인간은 그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아 있는 줄 하나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희망이라는 줄 하나만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사람은 기쁨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에 모든 줄이 다 끊어져 모든 상황이 절망적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줄 하나, 그것으로 우리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고 기쁨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제3의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앞에 준비해 놓으신 아름다운 미래를 희망 가운데 바라보며 사십시다. 내 삶이 힘들 때일수록 더욱 믿음의 눈을 크게 뜨고, 하나님께서 가져다주실 축복된 미래를 바라보십시다.

현실만을 보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우리의 두 눈으로 보여지는 것만을 의지한 채 사는 것은 믿음이 아닙니다. 믿음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입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실 그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 그것이 이루어진 것처럼 사는 것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 2014년 9월 14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