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십니까?

< 본문 - 에베소서 1:1-2 >

미국의 제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Jimmy Carter, 1924-)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절 ‘무능한 대통령’ ’최악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재선에 실패한 이후 그는 ‘가장 훌륭한 퇴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81년 재선에 실패하고 대통령에서 퇴임한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때 그에게 남은 것은 100만 달러의 빚뿐이었다고 합니다. ‘인권과 세계 평화’를 내걸고 소신껏 정치를 했지만, 정치는 그가 원하는 것만큼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톰 플레이트(Tom Plate)는 카터 대통령의 재임시절의 그를 이런 말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신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러나 커터 대통령은 대통령 직에서 퇴임한 후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고, 지구촌의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일했습니다. 중동, 북한, 베네수엘라 등 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서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2002년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후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미국 대통령에 당선시키신 건 대통령을 마친 다음에 시키고 싶은 일이 있어서입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재선에서 실패했고,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서 퇴임할 때 100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던 그가 세계 평화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 대한 분명한 사명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후 그가 했던 말처럼,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 하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내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 곧 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을 결정짓는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람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사는 사람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인식 없이 사는 사람과는 그 삶에서 엄청난 차이가 생겨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사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리스도인답게 살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가’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느냐’하는 질문보다 더 중요하고 먼저인 것이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게 보내는 편지의 머리말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인가?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하는 것을 우리에게 아주 분명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가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도 바울 자신 스스로가 ‘나 이제부터 사도가 되겠다.’고 선언함으로서 사도가 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사도가 될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으니 사도가 되시오’라고 추천하거나, 그들에 의해서 선출되어 사도가 된 것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는 하나님에 의해서 사도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갈라디아서 1:1절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람들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도된 바울은.”

사실 사도 바울이 되기 이전의 사울은 사도가 되기에 아무런 조건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사도가 될 수 있는 어떤 자격을 갖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예수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였고, 예수 믿는 사람을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교회를 이 땅에서 뿌리 뽑아버리려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다메섹으로 가던 도중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고, 거기서 그는 사도로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바울 사도는 다음과 같은 눈물어린 고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능하게 하신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께 내가 감사함은 나를 충성되이 여겨 내게 직분을 맡기심이니, 내가 전에는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였으나 도리어 긍휼을 입은 것은 내가 믿지 아니할 때에 알지 못하고 행하였음이라. 우리 주의 은혜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넘치도록 풍성하였도다.”(디모데전서 1:12-14)

사도 바울이 언제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습니까?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1:15절에서 ‘하나님의 교회를 그렇게도 핍박하고 잔해하려 했던 자기를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태로부터 택정하시고 은혜로 불러 주셨다’고 고백합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나를 택하셨다’는 고백입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울은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고린도전서 15:10)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알지도 못했고, 예수님을 믿으려 하지도 않던 자신을 하나님께서 영원 전에 이미 택하시고 부르셨기에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사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섭리가 함께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만 그렇게 부르셨습니까? 아닙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셨다는 것을 아는 것은 신앙생활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신앙은 나에게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부르심에 대한 확신입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제일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찾았던 것처럼, 신앙인인 우리의 존재도 하나님 부르심 안에서만 참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의 신앙이 흔들립니까? 바로 이러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좌절합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내가 예수를 믿는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먼저 부르셨기 때문이라는 이 분명한 사실을 확실히 믿으며 사십시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신앙이 확고했기 때문에 감옥에 있을 때에도, 돌에 맞아 죽을 뻔한 때에도, 강도의 위험과 도적의 위험 속에서도,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도, 심지어는 죄와 사망의 울타리에서 갈등하는 실존적인 고민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하나님께 충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오늘 본문에서 그리스도인을 성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질문 한번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성도입니까? 이 질문에는 주저 없이 ‘예’라고 대답하실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질문을 바꿔서 ‘여러분, 여러분은 성자입니까? 여러분은 예수 믿고 성자가 되었습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라고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예수를 믿기는 하지만 성자는 아닌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각에 성자라고 하면 일반인들과 다르게 고상하게 살아야 하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높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야 성자라고 불러줍니다. 그래서 ‘당신은 성자입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기가 두렵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도’라는 말을 너무 좁은 의미로만 사용해 왔습니다. 본문 1절에 나온 ‘성도들’라는 말은 신양성경 언어인 헬라어로 ‘하기오이스’라는 단어인데, 이 말은 ‘성자들’라는 말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성도라는 말과 성자라는 말이 같은 단어입니다. 그 ‘성도-성자’라는 것은 우리가 예수 믿고 나서 열심히 도를 닦고, 경건의 훈련을 많이 쌓아서 평범한 사람들이 도달하지 못할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에게만 붙여지는 이름이 아닙니다. ‘성자’는 구별된 사람들 모두를 가리킵니다. 잘 나서 구별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깨끗하기 때문에 구별된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무조건적으로 구별되고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에 의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구별되고 선택되었기 때문에 성자입니다.

여러분, 우리 분명히 아십시다. 성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미 우리 모두는 성자로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모자란 것이 많은 우리들이지만, 하나님에 의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선택되고 구별되었다면 우리는 모두 성자입니다. 교회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든, 오랫동안 신앙생활한 사람이든 선택되어 부르심을 받은 모두가 성자입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성자 같지 않다고 생각되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성자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성자이지만 성자답게 살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죄도 많고 실수도 많은 내가 어떻게 성자야!’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보니까 참 경건하게 살기도 하고, 기도도 많이 하고, 뭔가 다르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성자가 아니라고 생각해버립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선택하시고 부르셨습니다. 거룩한 백성이요 왕 같은 제사장의 나라를 삼으시려고 부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부르신 순간 그들은 거룩한 백성이요 왕 같은 제사장으로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레위기 20:26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소유로 삼으시려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별하시고 부르셨습니다. 애굽의 바로 왕의 소유가 아닙니다. 애굽에서 종살이할 때에는 바로 왕의 소유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애굽의 종살이에서 건져내셔서 하나님의 소유로 삼으셨습니다. 그들이 잘나서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강해서 부르신 것도 아닙니다. 모자란 것 투성이이고, 여전히 원망과 실수를 반복하는 그런 백성이지만, 그런 백성을 부르셔서 하나님의 소유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바로 그 순간에 그들은 거룩한 백성이요 왕 같은 제사장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는 부르시는 순간 우리는 죄인의 신분에서 성자의 신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성자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는 성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성자로서 성자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성자다운 삶은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말하면, 구별된 삶입니다. 거지가 왕자가 되었으면 거지의 습관이나 거지로 살던 생활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왕궁의 법도를 배우고 왕자다운 처세를 하고 왕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왕자가 되었는데도 왕자처럼 살지 못하고 거지처럼 산다면, 그 사람은 왕자는 왕자인데 거지같은 왕자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도 죄인에서 성자로 부르심을 받고 신분이 변화되었기에 이제 성자들입니다. 더 이상 죄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죄인의 행습을 버리지 못하고, 죄인으로 살 때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면 우리는 성자는 성자인데 죄인 같은 성자입니다. 성자는 성자인데 죄인의 옷을 입고 죄인의 허울을 벗지 못한 초라한 성자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고 구원받은 사람은 ‘내가 어떻게 하면 구원을 받을까?’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구원받은 사람답게 사는 것일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성자인 우리도 ‘어떻게 해야 성자가 될까?’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성자답게 사는 것일까?’를 고민하며 성자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의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또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가리켜 신실한 자들이라고 말씀합니다. 에베소에는 당시 고대 7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인 아르테미스(Artemis) 신전이 있었습니다. 성경에 ‘아데미’라고 기록된 신을 섬기는 신전입니다. 그 아르테미스 신전을 가지고 있는 에베소는 우상 숭배의 도시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상 숭배의 도시라고 하면 그것은 곧 종교적인 창녀가 득실거리는 성적 타락의 도시라는 말과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종교라는 이름의 너울을 쓰고 성적 타락이 판을 치는 사회였다는 것입니다. 우상 숭배와 성적 타락은 필연적으로 에배소를 사치와 쾌락의 도시로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온 사람들이 예수를 믿고 신앙생활하게 되었다고 해서 한 순간에 과거의 모습이나 생활습관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게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그들을 향해 ‘예수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신실한 자들’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초대교회 성도들이 어디에서 제일 먼저 ‘그리스도인’이라는 칭호를 들었는지 아시지요? 사도행전 11장에 보면, 예루살렘이 아니라 이방지역인 안디옥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함을 받았다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안디옥 교회 교인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었습니다. 그 안디옥 교회는 이방인들로 구성된 최초의 교회였습니다. 그들은 유대인들처럼 하나님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살았던 사람들이고, 율법에 따라 생활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생활이 몸에 익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안디옥 교회 교인들이 자기들 스스로를 가리켜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이야’라고 부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안디옥에 있던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이 안디옥 교회 교인들을 보고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러 준 것입니다. 왜 그렇게 불러주었습니까?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예수처럼 사는 사람들, 예수 닮은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안디옥 교회 교인들의 삶의 모습이 자기들과는 달리, 마치 예수님처럼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예수님처럼 살려고 하는 그들을 보고서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까? 주일이면 예배당에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개는 예수 믿는 사람이야, 아무개는 그리스도인이야’ 그렇게 붙여준 것이 아니라 - 우리 스스로 ‘나는 교회 다니는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고 다니기 때문에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예수처럼 산 사람이야. 저 사람은 진짜 예수쟁이야’ 그렇게 불러주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무에게나 그렇게 불러주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사고를 가지고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저이는 진짜 그리스도인이야’ 그렇게 불러주지 않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뭔가가 달라야 합니다. 삶이 달라야 합니다. 말하는 것이 달라야 하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성도들의 특징을 한 가지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신실하다’는 것입니다. ‘신실하다’는 말은 ‘믿을만하다’는 뜻입니다. 주변에 있는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다 할지라도 ‘예수 믿는 저 사람만은 믿을 수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입니다.

오늘날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신실한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 신실한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예수 믿는 사람’이라고 하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어떤 사람이 용산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데, 그 가게주인이 물건 사러 온 사람에게 어느 집을 가리키면서 ‘혹시 우리 집 저울이 맞나 안 맞나 의심스러우면 저 집에 가서 달아보고 오라.’고 하더랍니다. ‘저 집은 예수 믿는 사람의 집이니까 그 집에 가서 달아보면 우리 집 저울이 맞나 안 맞나 알거요.” 그러더라는 것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얼마나 정직하고 믿을만하기로 소문이 났으면 ‘자기 집 저울이 의심이 나면 그 집에 가서 달아보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7월 불교 조계종 고산문화재단이 ‘한국인의 종교의식과 불교의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그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3대 종교라고 하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중에서 우리 기독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천주교가 31.7%. 불교가 31.6%인데 비해 우리 기독교는 21.6%로 나타났습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회다니는 사람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교에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인 2013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우리나라 국민 19세 이상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의하면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불과 19.4%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신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적당하게 거짓말하고, 거짓으로 둘러대면서 사는 모습을 회개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고 성자로 구별되었다고 하면 - 구별된 사람이라고 하면 우리의 삶도 구별된 사람다워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뭔가 다르게, 신실한 사람들로 인정받도록 정직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거짓을 책망하시고 신실하게 사셨던 것처럼 예수 믿는 우리도 신실해야 합니다.

초대교회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극소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막강한 군사력 앞에서도 조금도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로마 제국을 흔들어 바꿔 놓은 것이 기독교였습니다. 극소수의 기독교인들이 우상숭배와 방탕과 사치의 대명사인 로마를 기독교 국가로 바꾸어놓고 말았습니다. 신실하게 살았던 신앙인들 때문입니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런 능력이 주어집니다.

왜 우리 사회가 변화되지 않습니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신실하게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실하게 살지 않기 때문에 세상을 바꿀 힘이 없습니다. 왜 내가 일하는 직장이 변화되지 않습니까? 내가 그곳에서 그리스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때론 손해를 볼지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아야 합니다. 때론 힘든 일을 겪는다 하더라도, 또 내 몸이 조금 더 힘들더라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지켜야할 품위를 지키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직장 생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일하는 그곳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저 월급이나 받아먹는 곳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적당하게 일하고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그곳에서 일하도록 하신 이유는 그곳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고, 그곳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한다면 내가 다니는 직장이 내 선교지입니다. 멀리 외국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만 선교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그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할 때 내가 그곳에 선교사입니다. 거리에 다니면서 전도지를 나눠주면서 예수 믿으라고 말해야만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으로 살고, 그리스도인다운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면 그것이 바로 전도입니다.

오늘 본문 2절에서는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고 성자요 신실한 자로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축복 두 가지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은혜와 평강’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임을 깨닫고 택하심을 받은 사람답게, 성자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답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수님을 닮아 신실하게 살아갈 때 하님께서는 우리의 삶에 은혜와 평강으로 채워주십니다.

여러분! 우리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사십시다. 하나님께서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를 구원받은 자녀로 택하시고 불러주셨다고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사십시다. 그 자부심을 가지고 성자와 같이 신실한 사람으로 사십시다. 예수 믿는 사람답게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사십시다. 그러면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우리의 삶에 넘쳐날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 2014년 10월 19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