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람의 이력서

< 본문 - 고린도후서 11:30-33 >

우리가 잘 아는 한 사람의 이력서를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립니다.

1809년 미국 켄터키 주의 가난한 농촌에서 출생.

9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11살 때 아버지가 재혼.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 열등감이 심했음.

19세 오하이오 강 나룻배의 사공으로 일함.

22세 사업에 실패.

23세 하원의원 선거에 입후보했으나 낙선.

25세 다시 창업했으나 사업에 실패.

26세 사랑하는 애인의 사망.

27세 신경쇠약으로 정신과 치료.

34세 국회의원 선거 낙선.

37세 국회의원 선거 낙선.

39세 국회의원 선거 낙선.

46세 상원의원 선거 입후보했으나 낙선.

47세 미국 부통령 후보에 입후보 좌절.

49세 상원의원 입후보 경선에서 패배.

이 사람이 바로 51세에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 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입니다. 물론 그에게 이런 이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5세에 일리노이주의 주의원에 당선되어 8년간 주의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주의회에 4선 의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27세에는 독학으로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이력보다 링컨을 링컨 되게 만든 것은 수없이 많은 실패의 이력 때문입니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꿈을 갖고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실패의 고통을 겪은 그이기에 노예해방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기억에 남는 위대한 사람들은 한결 같이 고통과 실패의 이력서들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큰일을 하게 만든 것은 성공과 출세의 이력서가 아니라 고통과 실패의 이력서들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자신의 이력서를 쓰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하고 부끄러운 자신의 이력은 감추고, 남들에게 내세우기에 부끄럽지 않는 것들로만 이력서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력서를 쓸 때에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는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게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이력서를 쓸 때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력서를 쓰라고 말씀하지 않으시겠지만,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내놓는 이력서는 분명 있습니다. 그 때 우리가 어떤 이력서를 쓰느냐에 따라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누가복음 18장에 보면, 두 사람의 간단한 이력서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바리새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입니다. 바리새인은 이런 이력서를 써서 하나님께 제출합니다.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그런데 세리는 이렇게 이력서를 씁니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여러분, 여러분이 이런 두 사람의 이력서를 받아보셨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뽑으시겠습니까? 한 사람의 이력서를 화려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나쁜 일 한 적이 없습니다. 율법을 잘 지켰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합니다. 십일조 드리는 것 빼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의 이력서는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앞 사람의 이력서를 선호합니다. 그런 사람을 뽑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화려한 이력서를 제출한 첫 번째 사람보다 부끄러운 이력서를 쓴 두 번째 사람을 더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이력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사도 바울의 이력서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원하시는 이력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력서를 폐기처분하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새로운 이력서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이 쓰는 방식으로 이력서를 쓰려 한다면 그도 쓸만한 경력이 참으로 많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16절부터 사도 바울이 쓸 수 있었던 그의 이력서 내용이 나옵니다. 세상 방식대로 한다면 얼마든지 자랑스럽게 쓸 수 있는 이력들입니다. ‘나는 정통 히브리인입니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아브라함의 후손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일꾼입니다. 그리스도를 위해서 참으로 수고를 많이 한 사람입니다. 복음을 위해서 당한 고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많습니다. 교회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으로 치자면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이 사도 바울의 이력서입니다. 물론 그 전에 것까지 한다면 더 많은 경력을 써넣을 수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로마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인 가말리엘의 제자입니다.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율법을 지킨 사람입니다. 바리새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부끄러움 없이 살았습니다.’ 그런 것 모두 그에게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이력서의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런 이력서를 과감하게 폐기처분하고 맙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력서를 씁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입니다. 그가 새롭게 쓴 이력서의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나는 참으로 약한 사람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왜 사도 바울은 그렇게 이력서를 새롭게 써야 했습니까? 사도 바울은 자랑할 것도 참 많았고, 이력서를 채울만한 경력도 화려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그 모든 경력과 이력을 다 포기하고, 오직 한 줄 ‘나는 참으로 약한 사람입니다.’라는 한 구절만을 자신의 이력서에 쓰고 있는 것입니까?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이력서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 이력서를 쓰라고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자기 회사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경력과 배움의 과정이 자기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온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어떤 회사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 회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이력서에 그것을 써넣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어떤 사람을 원하실까요? 어떤 이력서를 가진 사람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여기실까요? 하나님의 사람으로 하나님께서 기뻐 쓰시는 사람은 세상적으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적으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이력서를 쓸 때에 쓸 것이 많은 사람을 일꾼으로 쓰시는 것이 아닙니다.

구약성경에 모세는 참으로 좋은 이력서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40년 동안 애굽의 왕궁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최강대국인 애굽에서 왕자로 살았습니다. 왕자는 왕궁에서 왕궁의 법도를 배웁니다. 왕이 되기 위한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배웁니다. 백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말을 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웅변술도 배우고, 언어를 화려하게 구사하기 위해서 수사학도 배웁니다. 말을 논리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논리학도 배우고, 백성들 앞에서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무술도 배웁니다. 최고의 선생님으로부터 최고의 학문과 무술을 배웁니다.

그런 화려한 이력서를 가지고 모세는 자기 동족 이스라엘을 구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의 나이 40세 때에, 그는 애굽 사람이 이스라엘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동족 이스라엘 사람을 돕기 위해서 애굽 사람을 때려 죽이고 맙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모세는 동족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자신이 뭔가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기대는 하루 만에 사라지고 맙니다. 이튿날 동족 이스라엘 백성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고 중재하러 나섰다가, 애굽 사람을 죽인 어제의 일이 들통 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결국 살인자가 되어 미디안 광야로 도망가야만 했습니다. 40세 때의 모세는 정말 화려한 이력서를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이력서를 쓴다면 앞뒤 한 장을 빽빽하게 쓴다 하더라도 종이가 모자랄 정도로 쓸 수 있는 이력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런 화려한 이력서를 가진 모세를 쓰시지 않았습니다.

40년이 지났습니다. 그 40년 동안 모세는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이력들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애굽의 왕자라는 이력서도 없습니다. 말을 잘하는 웅변술이나 수사학의 기술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젊음이라는 것도 없고, 몇 사람쯤은 거뜬하게 때려 눕힐 수 있는 무술실력도 없습니다. 나이 80세가 되어 하나님께서 모세를 쓰시고자 부르실 때 모세의 이력서에는 오직 한 줄 밖에 쓸 것이 없었습니다.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 그게 모세의 이력서 전부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애굽으로 가서 고통당하고 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을 이끌어 내라.’는 사명을 주십니다. 그러자 모세는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내가 누구이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낼 수 있단 말입니까? 하나님, 저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는 모세를 기어이 애굽으로 보내십니다. 그리고는 결국 바로 왕의 항복을 받아내고 장정만 60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건져내게 하십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이라는 이력서를 가진 모세보다는 ‘애굽의 왕자, 말하는 것과 무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학문이 탁월한 사람’이라는 이력서를 가진 40세의 젊은 모세가 훨씬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젊고 재주가 많음, 배경이 좋음. 시키면 뭐든지 할 수 있음.’이라는 이력서를 가진 모세를 쓰시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모든 경력을 다 지우도록 40년을 기다리신 후에 ‘늙어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음.’이라는 초라한 이력서를 가진 모세를 부르시고, 그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내십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사람을 선택하시는 방법입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이력서의 내용은 화려한 경력이 아닙니다.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이라는 이력서를 가진 사람을 쓰십니다.

여러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왜 하나님께서는 화려한 경력보다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음’이라는 이력서를 가진 사람을 쓰십니까?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이력서에 ‘나는 참으로 약한 사람입니다.’라고 썼습니다. 22-29절에 나와 있는 기록들은 그가 그의 이력서에서 지워버린 것들입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자신의 이력서에 쓰고 싶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화려한 경력들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오직 한 마디 ‘나는 참으로 약한 사람입니다.’라고 씁니다. 그가 그의 이력서를 그렇게 쓴 이유를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랑할 것이 참으로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자랑거리로 인해서 사도 바울이 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그에게 육체의 가시를 주셨습니다. 그 육체의 가시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사도 바울이 평생 가지고 있었던 육체적인 질병을 뜻하는 것임은 분명한데, 그 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말씀하고 있는 ‘육체의 가시’는 육체적인 질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 질병을 고침받기 위해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복음을 전하러 다니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병을 고쳐주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이라.”라는 말씀하십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말씀은 지금의 그 모습 그대로가 가장 좋다는 뜻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복음을 전하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병을 가진 모습 그대로가 훨씬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능력은 우리의 약함 속에서 온전해 지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이 건강했다면 그는 자신을 더 많이 의지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지혜와 지식, 자신의 건강,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려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은 인간의 힘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의 역사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야 그 열매가 맺혀집니다. 우리가 아무리 복음을 전하고 전도를 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지 않으시면 그 어떤 생명도 구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능력의 역사로 가능합니다.

사도 바울은 그 복음의 능력을 아는 사람입니다. 인간의 힘이나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의 역사가 복음전도에 절대적인 힘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12:9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내가 약할 때 그리스도의 능력을 의지합니다. 내가 강할 때에는, 내가 건강할 때에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내 건강, 내 능력, 내 지혜를 의지하여 복음을 전하려 합니다. 그런데 내가 약하기에 주님을 의지합니다. 내가 부족하기에 주님의 능력을 붙잡습니다. 주님의 능력은 나의 능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내가 아무리 지혜롭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지혜에 비하면 나의 지혜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의 능력,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여 일해야 합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사도 바울은 결론을 맺습니다.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내가 약할 때 주님을 붙잡게 되고, 주님을 붙잡고 살아갈 때 나는 가장 강한 자로, 가장 능력 있는 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나는 참으로 약한 사람입니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의 약함 속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임하고, 그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약함을 알고, 자신의 약함을 고백하는 사람을 일꾼으로 사용하십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하나님의 손을 붙잡는 사람을 귀하게 사용하십니다. 모세도 그랬고, 사도 바울도 그랬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내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화려한 경력이 하나님께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어도, 아무리 많은 권력의 자리에 앉아 있다 하더라도 그 어떤 것으로도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력서는 간단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우리의 이력서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력서를 화려하게 쓰는 이유는 자신을 더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력서를 써야 자신을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유능하고 더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력서를 통해 보여주어야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이력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화려한 경력을 가졌느냐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얼마나 유능하냐 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핍박하던 사도 바울을 선택하시고 그를 사도로 삼으신 것은 그의 경력이 화려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의 이력서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멋있기 때문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도 바울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약함을 고백할 줄 아는 사람임을 아셨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여 일하는 사람임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을 선택하시고 귀하게 사용하신 것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에 재임했던 진대제(陳大濟)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간담회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가 ‘친한 외국인에게 들었다’며 100점짜리 인생을 사는 비결을 소개했습니다. 그가 소개한 방법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영어 알파벳 하나하나에 순서대로 숫자를 붙입니다. A는 1, B는 2, C는 3, 이런 식으로 숫자를 붙입니다. 그런 다음 영어 단어 스펠링에 해당하는 숫자를 모두 더해 100이 되는 단어를 찾는 것입니다. 방법을 소개한 뒤 진 장관의 문답이 이어졌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100점짜리 인생이 될까요? ‘hard work’은 98점입니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100점짜리 인생이 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이 많아지면 어떨까요? 지식, 학식을 뜻하는 ‘knowledge’는 96점입니다. 나이와 국경도 초월한다는 사랑이라는 단어 ‘love’는 54점입니다. 머니 머니해도 최고라는 돈을 뜻하는 ‘money’도 72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100점짜리라며 한 단어를 소개했습니다. 그것은 ‘attitude’라는 단어입니다. 자세, 마음가짐을 뜻하는 ‘attitude’라는 단어의 숫자 합이 100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진 장관의 말에 공감을 했고, 깨달음이 있는 귀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 강연 이후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도 많은 누리꾼들이 칭찬 섞인 댓글로 진 장관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재미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장관님, 스트레스(stress)도 100점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늘 하나님 앞에 이력서를 써야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하나님께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우리는 어떤 이력서를 들고 하나님 앞에 서야 하겠습니까? 누가복음 18장에 나오는 바리새인처럼, 자기 자랑으로 가득 찬 이력서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간다면 우리는 결코 하나님께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의 이력서가 화려하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그런 사람을 칭찬해 주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에 나오는 사도 바울의 이력서는 신앙인으로서 정말 부러운 이력서입니다. 그리스도의 일꾼으로서 정말 열심히 수고하고 봉사했다는 이력서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삶을 살아왔다는 사도 바울의 이력서입니다. 복음을 위해서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복음을 전하다가 매를 맞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죽음의 위기를 수도 없이 넘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하나님 앞에 들고나갈 이력서는 아니었습니다. 400년 동안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이끌어냈던 위대한 지도자 모세의 이력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애굽 왕궁에서 왕자로 자란 그의 이력서는 절대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력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이력서를 가진 모세를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써야 하는 이력서는 우리의 화려한 경력이 기록된 이력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가짐, 하나님 앞에 선 우리의 태도(attitude)를 보여주는 이력서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이력서는 세리가 제출한 이력서입니다.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그런 이력서를 내밀었던 세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의롭다 하심을 받게 됩니다. 복음을 위해 엄청난 박해를 받고 그런 박해 속에서도 수많은 교회를 세웠던 사도 바울 역시 ‘저는 너무너무 약한 사람입니다.’라는 이력서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런 사도 바울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엄청난 당신의 사역을 이루어가셨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이라는 이력서를 가진 모세를 하나님께서는 능력의 손으로 붙잡아 주셔서 60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해방시키는 데에 귀하게 사용하셨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하나님 앞에 어떤 이력서를 쓰고 계십니까? 나의 자랑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멋진 이력서를 들고 하나님 앞에 서는 우리가 되십시다. 그런 이력서를 들고 하나님 앞에 설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고, 그런 우리를 통해 기적을 만들어 가실 것입니다.

< 2014년 11월 1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