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 본문 - 레위기 19:9-10 >

지난 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던 32세의 베트남인 남성은 약 21개월간 일한 후에 퇴직했지만, 퇴직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380여만 원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고, 오후 4시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관계자와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자신이 일하던 회사 관계자와 조사를 받은 후에 그 동안 받지 못했던 퇴직금을 모두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경찰에 체포되어 수원출입국관리 사무소로 넘겨져 추방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가 그를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를 한 것입니다.

2012년 9월부터 그 회사에 입사해서 21개월간 일했는데, 그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그의 취업비자는 만료가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는 그가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자인 것을 알면서도 일을 시켰고, 회사를 그만 두자 퇴직금을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인노동자센터의 도움을 받아 퇴직금을 받아냈는데, 결국은 그 회사가 그를 불법체류자라고 신고해버린 것입니다. 퇴직금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그것을 중재하던 고용노동부의 감독관이 회사 관계자에게 ‘퇴직금을 주고 불법체류자라고 신고하라’고 부추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불법체류자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통보의무 면제제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법체류자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것은 분명 불법이긴 한데 그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기에,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이 제도에 따라서 외국인근로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했을 경우 그것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얻어진 정보를 이용해 불법체류자를 경찰에 신고하게 한 것은 그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외국인 노동자를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아내는 것입니다. 불법체류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를 찾아와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도움을 청한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60-70%가 불법체류자라고 합니다. 회사나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이 불법체류자를 노동자로 쓰고서는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악용해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주지 않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돈을 벌기 위해 불법체류자가 되어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체류하는 죄가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자기 회사나 공장을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부려먹고는 마땅히 지불해야 할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장들의 죄가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둘 다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신 말씀 가운데 정말 깊이 공감되는 말이 있었습니다.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는 말입니다. 방한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에 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 그 말이 맞습니다. 노동자를 부려먹고는 그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악용해서 마땅히 지불해야 할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일을 했는데도 불법체류자라는 이유 때문에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을 강제 추방해야 한다면, 불법체류자라는 것 - 외국인 노동자라는 점을 악용해서 임금을 체불한 악덕 사장들에게는 더욱 엄한 벌을 내려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성경은 하나님을 ‘고아의 아버지시며 과부의 재판장’(시편 68:5)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하나님은 모든 이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런데 굳이 ‘고아의 아버지’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아무도 돌볼 이 없는 고아를 품에 품으시고 고아를 먹이시며 고아를 붙드시는 하나님, 고아에게 더욱 마음을 쓰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과부의 재판장’이시라는 말은 남편이 없어 삶의 울타리를 잃어버린 여인에게 하나님께서 친히 울타리가 되어주시며, 과부라고 해서 그를 억울하게 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심판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약한 자를 돌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모든 이의 하나님이시지만 특별히 약한 사람에게 마음을 쓰시고 약한 사람에게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게 약한 자의 하나님이심을 잘 보여주는 말씀 가운데 하나가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입니다. 레위기 19장의 말씀은 레위기 전체 말씀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2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께서 거룩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왕이신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아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법을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법이 바로 율법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 나라 백성답게 살게 하기 위해서 율법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닮아가야 할 하나님의 모습을 한 마디로 한다면 ‘거룩함’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레위기 19:2절에서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나를 닮아 거룩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레위기 19장에서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아 거룩하게 되는 방법, 거룩하게 사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가장 먼저 3-4절에서는 안식일을 지키고, 헛된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일할지라도, 하나님의 백성 - 하나님의 자녀들은 안식일을 지켜야 합니다. 세상의 일상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도록 안식일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5-8절에서는 바른 제사를 드려야 한다고 가르쳐주십니다. 구약에서 제사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멀어진 틈을 메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죄를 지은 우리 인간이 하나님과 만나거나 하나님의 은혜를 덧입기 위해서는 제사를 통해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헐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나아가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것으로 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제사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 본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거류민을 위해서 자기의 것을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사람들은 농사를 지은 후에 곡식을 거둘 때에 자기 밭이라고 해서 모두 추수해 가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모퉁이는 남겨두어야 합니다. 모퉁이 얼마까지를 남겨놓아야 할까? 성경학자 매튜 헨리(Matthew Henry)에 의하면, 유대 랍비들이 밭 전체 면적의 1/60에 해당하는 면적을 모퉁이로 규정했다고 합니다. 60평당 한 평 정도의 모퉁이는 추수하지 말고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수하면서 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어가서도 안 됩니다. 모퉁이에 남겨진 곡식이나 밭에 떨어진 이삭은 비록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이라 하더라도 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 농사지을 땅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 사람들의 먹을거리로 남겨놓아야 합니다. ‘거류민’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지만 이스라엘 땅에 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 또는 이스라엘 땅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들도 이스라엘 땅에 머물고 있는 동안 먹을 양식이 없어 굶어 죽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밭 모퉁이와 떨어진 이삭을 남겨놓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포도원의 열매도 일정 부분 남겨 놓아야 하고, 떨어진 열매도 주어가서는 안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왜 밭의 모퉁이까지 추수해서는 안 되고, 떨어진 이삭도 주어가서는 안 되며, 포도나무의 열매도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그것이 바로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 가운데 어느 누구 하나 먹을 것을 얻지 못해 굶어죽거나 굶주림에 고통당하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가 우리 자식들이 굶는 것을 가슴 아파 하듯이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백성 가운데 어느 누군가가 굶주린다면 무척 가슴 아파하십니다. 택하심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고 있는 그 땅에 머무는 이방인들조차도 그 땅에서 굶어죽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래서 거류민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먹을 것을 남겨 놓아야 합니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고 남겨두라’는 말씀은 우리나라의 까치밥을 생각나게 만드는 말씀입니다. 우리나라 풍습에 감나무에서 감을 딸 때면 다 따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나무 꼭대기에 몇 개의 감을 남겨놓았습니다. 그것이 까치밥입니다. 추운 겨울 먹을 것을 얻기 힘든 까치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기 위해서 까치밥을 남겨놓는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가을 추수가 끝날 때가 되면 짐승들에게까지도 먹을 것을 나누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옛풍습 가운데 ‘고수레’라는 것도 있습니다.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 ‘고수레’하면서 음식을 들에 뿌립니다. 민속신앙에서는 그것을 귀신에게 바친다는 뜻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짐승이나 곤충들에게 먹을 것을 나눔으로써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실천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행위입니다.

그것과 같은 맥락의 말씀이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해서 곡식과 열매의 일부를 남겨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을 닮아가야 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왜 그렇게 하는 것이 하나님을 닮아가는 모습일까요?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것이 곧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가 가난하고 이방인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이기에 우리는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못된 생각 속에는 가난한 사람이나 이방인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적은 것이나마 남겨둠으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그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닮아 우리도 가난하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두 번째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살게 됩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은 죄가 마음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중심적으로 바꿔집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밭모퉁이와 떨어진 이삭, 그리고 열매의 일부를 남겨둠으로써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품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우리는 조금씩 하나님을 닮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밭모퉁이와 이삭을 남겨둠으로 해서 물질적인 욕심, 이기적인 욕심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물질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 욕심을 얼마만큼 절제하고 다스리느냐 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 욕심 자체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조금 더 편하게 살고 싶고, 누구나 좀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합니다. 누구나 갖는 욕심이지만, 우리가 그런 마음에 끌려 살면 하나님의 백성과 세상 사람들과 차이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심을 다 갖고 살지말고, 그 욕심을 조금이나마 덜어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욕심에 끌려 살아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도 누구나 그런 욕심을 갖고 삽니다. 다만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런 욕심에 무조건 끌려 살면 안 됩니다. 그런 욕심을 조금씩 억누르며 절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밭모퉁이와 이삭을 남겨놓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네 이웃을 위해 조금이나마 나누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것이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을 닮아가는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나눠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진 않으십니다. 유대의 랍비들이 모퉁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내가 쓰는 것 가운데 최소한 1/60 정도만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씩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을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ㅏ리고 그런 작은 나눔이 있을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아름다워집니다.

오늘 우리는 연탄헌금을 합니다. 우리보다 조금 더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을 위해 우리의 작은 것을 나누려고 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헌금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의 밭 모통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밭 모퉁이와 이삭을 남겨두는 것은 단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매년 농사를 지을 때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마다 그들은 좀 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되어갈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소득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이나마 우리의 이웃을 위해서 모퉁이 헌금으로 떼어놓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그만큼씩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닮아가게 됩니다.

모퉁이를 남겨두고 버려진 이삭을 줍지 않는다고 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굶어죽진 않습니다. 비록 내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조금은 적어지겠지만, 그것을 내가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 삶이 궁핍해지거나 굶어죽게 될 상황에 내몰리진 않습니다.

‘좋은 글’에 이런 이야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인은 구겨진 돈 만원을 들고 동네 모퉁이 구멍가게에 분유를 사러 갔습니다. 분유 한 통을 계산대로 가져가니 주인은 만 6천원이라고 합니다. 가지고 있는 돈 만원으로는 그 분유를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여인은 분유를 계산대에 그냥 놔두고 힘없이 돌아서야 했습니다. 아이 엄마 뒤로 가게주인은 분유통을 제자리에 올려놓습니다. 그러다가 슬며시 분유통을 떨어뜨립니다. 주인은 아이엄마를 불러 세우고서 찌그러진 분유는 반값이라고 말합니다. 만원을 받고 2천원을 거슬러줍니다. 아이 엄마는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분유를 얻었고, 가계주인은 8천원으로 천국을 얻었습니다. 아이 엄마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주인아저씨의 작은 배려와 사랑이 감동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가게 주인은 8천원을 더 벌지 못했지만, 아니 8천원을 손해 보았을지 모르지만 그는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린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 8천원이 가게 주인에게는 모퉁이요 떨어진 이삭입니다. 그 8천원을 더 벌지 못했다고 가게가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8천원을 포기함으로 가게 주인은 한 가정에 세상 살아갈 희망을 주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그 가게는 분명 잘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하나님을 닮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에게 ‘네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조금이나마 모퉁이로 남겨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남겨놓은 모퉁이의 곡식이 누군가에게는 굶주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있으나마나 할 정도로 작은 것이 누군가에는 자신의 생명과 바꿀 만큼 귀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서 말입니다.

오늘은 우리 교단 총회가 제정한 인권주일입니다. 우리 교단은 1989년 제79차 총회에서 인권의 날인 12월 10일 바로 전 주일을 인권주일로 지키기로 결의했습니다. 고통과 절망 가운데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들과 함께 함으로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정말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편하고 행복해 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는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그리고 제도에 의해서 억압받고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마땅히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채 고통의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우성을 쳐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눈물 삭이며 오늘도 메아리 없는 아우성으로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손을 그들에게 내밀어야 합니다. 그 작은 행동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주머니에 있는 것의 일부를 내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입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23살의 한 청년이 육군 소위로 임관되어 전방에 근무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하사병의 실수로 수류탄 사고를 당해 한 쪽 팔을 잃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데, 대학에 다닐 때 사귀던 여자 친구가 병원으로 병문안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여자 친구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망설이고 기회를 엿보다가, 떨리는 가슴을 억제하며 여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팔이 없는 나를 지금도 좋아하느냐?”고 말입니다. 반신반의 하면서 묻는 그 질문에 여자 친구는 “나는 너의 팔을 좋아한 것이 아니고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팔이 있고 없고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진 당신에게 내가 필요 없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지금부턴 당신 곁에 내가 있어야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세상을 모든 것을 얻는 것같이 기뻤습니다. 여자 친구는 그 때부터 병원 근처에 방을 얻어놓고 병원엘 드나들면서 그를 간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의 아버지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평생을 한 팔이 없는 사람의 팔이 되어야 하는 딸이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딸에게 그 남자를 포기하고 새 길을 찾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러자 딸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만약에 아버지가 한 팔을 잃으신다면 엄마가 아버지를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하세요?” 그 말에 아버지도 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서 그 남자와 사귀는 것을 허락을 하게 되었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아내는 모태신앙인이었습니다. 남편을 위해서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 기도했고, 그런 아내를 위해서 그는 링거를 꽂은 왼팔로 글씨를 연습했습니다. 힘들 때마다 아내는 남편에게 용기를 주었고, 그는 한 팔이 없는 것만큼 더 큰 노력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가서 린스와 샴푸를 합친 효과를 내는 ‘하나로’라는 상품을 개발했고, 20세부터 80세까지 사용할 수 있는 ‘2080’이라는 치약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한 앱(App)을 개발하는 등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냈고, 한 통신사의 부사장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KTF의 부사장을 지낸 조서환(1957-) 씨입니다. 지금은 세라젬 헬스앤뷰티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헌신한다면 그는 어떤 절망의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리하셨습니다. 우리가 잘못하여 죄에 빠지고, 때론 우리의 실수와 무지로 인해 깊은 절망에 빠져 있을 때에도 우리를 꾸짖지 않으시고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오셔서 ‘아직도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내가 너와 함께 하마. 힘을 내 다시 일어서거라!’ 그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그런 사랑과 위로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런 사랑과 위로가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함을 믿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용기 내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나눠주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누군가에게 작은 사랑의 손을 내밀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목숨을 버려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렇게 큰 사랑을 주진 못할지라도, 우리의 작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우리 주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담고, 그 주님의 마음으로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십시다. 그리고 내 손길이 필요한 곳에 조용히 다가가 우리의 손을 내밀어 그들의 손을 잡아주십시다. 이웃을 향해 내민 내 손을 주님이 붙들어 주시고, 내민 그 손을 주님의 손처럼 아름답게 사용하실 것입니다.

< 2014년 12월 7일 주일낮예배 - 인권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