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주인을 찾아서

< 본문 - 누가복음 19:1-10 >

지난 해 6월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미러(Daily Mirror)에 100년 된 인형의 주인을 찾는다는 기사가 실려 세간에 관심을 끌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공항 당국이 출국장에 버려진 100년 된 테디베어 인형<사진1>의 주인을 찾는다고 사진을 공개했던 것입니다. 공항에서 발견된 이 인형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3월에 찍힌 흑백사진과 함께(사진 중앙에 있는 작은 사진) 가방에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 뒷면에는 ‘가장 소중한 사랑을 담아 아빠에게, 사랑하는 딸 소니 도라와 글린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브리스톨 공항 직원은 이 인형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서 14개월 동안이나 당시의 비행기록을 뒤지며 승객 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찾았지만 결국 찾진 못했습니다. 그러자 공항 당국에서는 이 테디베어 인형과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고 주인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기도 하고, 잃어버린 물건을 습득한 후에 그 주인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기도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혹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후 그것을 찾기 위해서 애타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마음이 더욱 아프고, 그것을 찾기 위해서 무척 애를 씁니다. 어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에도 그렇게 가슴 아프고 애타게 찾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애타게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살아갈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을 잃어버렸음에도 가슴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데, 때로는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는데도 가슴 아파하지 않습니다. 그것의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음에도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 우리는 지금 대림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대림절은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절기입니다. 그러기에 대림절 신앙의 중심은 아기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것처럼, 주인공이신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절기가 대림절입니다. 그런데 대림절을 지내고 있는 우리가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진 않는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의 탄생에 관심이 없습니다. 성탄절(크리스마스)이 다가오면 세상은 떠들썩해집니다.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성탄절과 연말이라는 대목을 맞아 장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더 많은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들뜬 마음으로 성탄절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신앙인이라고 하는 우리들조차도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이유로 들뜬 마음이 되어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지난 1998년 성탄절 즈음에 영국 버밍험 시(市) 위원회가 크리스마스의 명칭을 ‘윈터벌’로 바꾸자는 의견서를 시 정부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윈터벌’이라는 말은 ‘겨울(winter)’이라는 말과 ‘축제(festival)’이라는 말을 합친 단어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의미하는 날이 아니라 단순히 ‘겨울 축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윈터벌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연말과 연시의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무슬림이나 힌두교인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속주의로 흐르고 있는 오늘 우리시대의 자화상입니다.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 드리는 미사를 뜻합니다.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 경배를 받으시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시대의 성탄절 문화는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요즘은 거의 사라졌지만 성탄카드에서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이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산타클로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는 그리스마스 캐럴도 그 배경화면에 아기 예수님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루돌프 사슴이나 산타클로스가 주인공처럼 등장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시대, 성탄절의 주인이신 아기 예수님을 잃어버린 세상 문화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세상의 문화만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우리의 신앙에서도, 신앙으로 살아간다고 하는 오늘 우리의 생각과 삶 속에서도 아기 예수님이 사라지고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습니까? 아니 성탄절의 주인이 누구인지조차 관심 가지지 않고 살고 계시진 않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삭개오를 찾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중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올라가시는 그 길이 평상시와 같은 길이 아님을 아셨습니다. 이미 변화산에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별세하실 것’(누가복음 9:31)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그리고 ‘굳게 결심하시고’(누가복음 9:51)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계시는 중입니다. 지금 가시는 그 길은 십자가를 향하여 가시는 길입니다. 다시금 그 길을 되돌려 갈릴리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이방인들에게 넘겨져 희롱을 당하고 능욕을 당하고 채찍에 맞으며 결국에는 죽임을 당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누가복음 18:31절 이하에서 예수님께서 이미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이 가까이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여리고로 들어가셨습니다.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목에 우연히 들리신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본문 1절에 ‘예수께서 여리고로 들어가 지나가시더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들어가 지나가시다’는 말씀은 의도를 가지고 꼭 가셔야 했다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의도적으로 여리고로 가시고 싶어 하셨습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여리고에 들어가고 싶어 하셨을까요? 여리고에 가셔서 꼭 하셔야 할 일이 무엇이었기에, 예루살렘으로 바로 가시지 않고 여리고로 먼저 가셔야 했을까요? 누가복음 19장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여리고에 들어가셔서 삭개오를 만나십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므나에 대한 비유를 말씀하시고는 곧바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여리고에 오셔서 하신 일은 삭개오를 만나신 일과 므나 비유를 말씀하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일부러 여리고에 들어가신 이유는 삭개오를 만나고 싶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삭개오를 만나고 싶어 하셨던 이유를 오늘 본문 10절에서 분명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이 말씀은 예루살렘으로 가던 길에 굳이 여리고로 가신 이유를 설명하신 말씀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에게 삭개오는 ‘잃어버린 자’였습니다. ‘잃어버린 자’라는 말은 반드시 찾아야 할 영혼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누가복음 9:25) 그리고 그 한 영혼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시는지를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세 가지 비유를 통해서 보여주십니다. 백 마리의 양 가운데 한 마리를 잃었을 때 목자는 그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기 위해서 온 산과 들을 헤매며 그 양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찾아낸 그 양을 어깨에 메고 와서는 ‘잃어버린 양을 찾았노라’고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을 불러놓고 잔치를 엽니다. 어떤 여자가 열 개의 드라크마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잃어버렸습니다. 여인은 잃어버린 그 하나의 드라크마를 찾기 위해서 등불을 켜들고서 온 집을 쓸어가며 찾아낼 때까지 계속해서 애를 씁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 드라크마를 찾았을 때에 그 여인 역시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을 불러놓고 잔치를 엽니다. 두 아들을 가진 아버지가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달라 하여 먼 곳으로 가버린 탕자를 기다립니다. 거지의 몰골이 되어 돌아온 불효자식과 같은 그 아들을 아버지는 꾸중 한 마디 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측은히 여기며 달려가서 아들을 끌어안고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는 깨끗하게 목욕을 시킨 다음 새 옷을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새 신을 신긴 후에 살진 송아지를 잡고서 큰 잔치를 엽니다.

누가복음 15장에 기록된 이 세 가지 비유의 말씀은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 얼나마 애쓰시는지, 그리고 다시 찾았을 때 얼마나 기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백 마리 중에 한 마리이든, 열 개 중에 하나이든, 두 아들 가운데 한 아들이든 잃어버린 것을 찾았을 때에는 잔치를 열어 그 기쁨을 나누고 싶을 만큼 기쁨이 큽니다. 그 기쁨은 세상의 가치로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양 한 마리를 찾았다고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열었다면 어쩌면 양 한 마리를 팔아 얻을 수 있는 돈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드라크마는 데나리온과 같이 노동자의 하루 품삯에 해당되는 가치를 가진 동전입니다. 오늘날의 가치로 환산한다 하더라도 10만원 내외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인은 그것을 찾았다고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열었습니다. 어쩌면 잔치 비용이 더 많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돌아온 탕자, 그놈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다 탕진해버린 아들입니다. 당장이라도 호통을 쳐 내 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양 한 마리, 드라크마라는 동전 하나, 그리고 불효막심한 아들, 이 모두 세상의 가치로 생각한다면 잃어버린 그것을 찾았다고 그렇게 기뻐하거나 잔치를 열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주인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남들에게는 몰라도 목자에게 양 한 마리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남들에게는 몰라도 그 여인에게 잃어버린 그 드라크마 하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서라고 반드시 찾아야 할 소중한 것입니다. 남들은 불효막심한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아버지에게는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아들입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는 하나님의 마음, 잃어버린 자를 찾으러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그런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잃어버린 자를 찾으신 예수님께서 진짜로 잃어버린 한 사람을 찾아내신 장면이 바로 오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잃어버린 한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시는지를 직접 삶으로 보여주신 말씀입니다.

오늘 본문 2절에 삭개오를 소개하면서 ‘삭개오는 세리장이고 부자였다’고 말씀합니다. 세리장이라는 말은 요즘으로 말하면 지역 세무서장 정도입니다. 상당한 고위직입니다. 서무서장의 직책을 감당하려면 세금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서는 명석한 머리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높은 사람들과 인맥도 닿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부자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찾아 가셨다는 것은 삭개오의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많은 지식을 소유한 사람, 인맥이 좋고 돈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기 때문에 삭개오를 찾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외적인 조건에서 삭개오는 남들에게 부러움을 받을 만큼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의 마음속에는 그가 가진 것들로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무서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갖고 있었지만,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는 부자였지만 그의 마음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궁핍했습니다. 윗사람과는 좋은 인맥을 갖추었는지는 몰라도,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왕따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거리로 나가 예수님을 만나고자 했을 때, 당시 여리고에서는 최고의 권력을 가진 그였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키가 작은 그가 예수님을 보고 싶어 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가 예수님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삭개오를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 있는 삭개오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아무도 삭개오에게 관심 갖지 않을 때 예수님께서는 삭개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아무도 삭개오를 의식하지 않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삭개오를 주목하여 보셨습니다. 아무도 삭개오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을 때 예수님께서는 삭개오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그래서 삭개오는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을 자기의 집으로 영접했습니다. 본문 6절에서 쓰인 ‘영접하다’는 말은 잔치에 주빈으로 모신다는 뜻입니다. 삭개오는 예수님을 위해서 자신의 집에서 잔치를 준비했고, 예수님을 그 잔치의 주빈으로 모셨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자신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봐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삭개오가 사람이 바뀌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세금을 거둬들임에 있어서 다른 세리들이 그런 것처럼 자신의 주머니를 위해서 착복을 하거나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삭개오를 칭찬하며 주목했을 것입니다. 세금을 거둬 들임에 있어서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또 동족 이스라엘 백성들의 형편을 고려하여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세금을 거두었다면 사람들은 삭개오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주목하여 보시며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고 말씀하실 때까지도 삭개오의 삶에서 변화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전히 삭개오는 세리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세리입니다. 그것도 세리장입니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지만 예수님은 삭개오를 부르셨고, 그의 집에 들어가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은총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변화되어 새사람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죄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을 등진 채 세상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를 하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런 우리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런 우리를 위해서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도 그러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알지도 못할 때에 그런 우리를 위해서 친히 고난 받으시고 죽으셨습니다. 여전히 하나님과 원수로 살아가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기꺼이 당신의 생명을 내어놓으셨습니다.

그것을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는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로마서 5:6)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로마서 5:8) “우리가 원수 되었을 때에 그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었으니.”(로마서 5:10)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 그래서 하나님을 향하여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우리의 고집과 죄악의 길에 서 있을 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죄인의 자리에 있을 때, 그래서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게 하심으로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친히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원수로 있을 때, 그래서 하나님을 대적하고 하나님을 등지고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게 하심으로 우리와 화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사랑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자였던 우리를 살리시는 길은 오직 하나,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잃어버린 우리를 친히 찾아오셔서 우리를 찾기까지 찾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셨는데,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를 찾기까지 찾으셨는데, 그래서 우리를 자녀가 되게 하셨는데, 우리는 지금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진 않습니까?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처럼, 우리도 적당하게 세상적인 쾌락을 즐기면서 예수님 없이도 충분히 기쁜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습니까? 아이들은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관심 밖입니다. 자신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크리스마스 캐럴만 우렁차게 울려퍼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가게 장사만 잘 되면 그만이고, 내 월급봉투에 연말 보너스만 두둑해지면 됩니다.

여러분, 혹 우리도 그런 세상의 사람들처럼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성탄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요즘 세상은 우리에게 우리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라고 하고, 내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라고 합니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사는 것은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속삭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인생의 주인이 정말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또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가 되고 마는지 모릅니다. 성경은 우리의 주인이 하나님이라고 가르쳐줍니다. 주인이신 하나님을 잃어버린 인생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되는지도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인이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고 말씀합니다. 주인이신 하나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일본 도쿄의 중심가인 시부야, 그 시부야 중에서도 가장 중심지인 시부야 역 앞에 시부야를 상징하는 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사진2> 이 동상은 실제로 있었던 ‘하치코’라는 개를 기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1923년 11월에 태어난 하치코는 그 다음해인 1924년 1월 그의 평생 주인인 우에노 교수에게로 가게 됩니다.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우에노 교수는 하치코를 극진히 아꼈고, 하치코는 주인인 우에노 교수가 출근을 할 때 시부야 역까지 늘 배웅을 했고, 주인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역 앞에 가서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더라도, 하치코는 늘 시부야 역에서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1년 후 학교에 출근했던 우에노 교수는 다른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하치코는 그날도 밤이 늦도록 주인을 기다렸지만 사망한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주인의 죽음을 알지 못한 하치코는 매일 시부역 앞에 가서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우에노 교수의 죽음으로 집안이 어렵게 되자 우에노 교수의 부인은 하치코를 친척집으로 보냈으나, 친척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하치코는 그 집에서 나와 매일 시부야 역으로 가서 우에노 교수를 기다렸습니다. 무려 9년 동안이나 주인이 퇴근할 시간이 되면 하치코는 시부야 역 앞에 가서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휘라리’라는 개에게는 치명적인 병에 걸려 결국 죽음을 맞게 됩니다. 치명적인 병에 걸렸을 때에는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음에도, 하치코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그것을 기리기 위해서 시부야 역 앞에 하치코라는 개의 동상이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개도 자기 주인을 기다립니다. 9년 동안이나 한결같이 역 앞에서 주인이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병이 들어 고통스러운데도 그 고통을 참아내며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성탄절의 주인은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우리 시대는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잃어버린 우리를 찾기 위해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셨고, 잃어버린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음에도 전혀 아쉬움도 없고,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없이 살고 있진 않습니까?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거니와 주인을 잃어버린 존재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잃어버린 채 성탄절을 맞는다면, 그 성탄절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찾으십시다. 예수님을 우리 인생의 주인으로 모시고 성탄절을 맞이하십시다. 예수님은 성탄절의 주인이시며 동시에 우리 인생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 2014년 12월 21일 주일낮예배 - 대림절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