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감격으로 사는 한 해

< 본문 - 로마서 1:8-12 >

삼국지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유비가 큰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노인이 나타나서 ‘자신을 좀 엎고 건너 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합니다. 유비는 순순히 노인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그런데 개울 건너편 기슭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노인은 ‘개울 저쪽 편에 보따리를 두고 왔노라’면서 다시 돌아가 줄 것을 요구합니다. 유비는 아무 말 없이 노인을 업은 채로 다시 돌아왔던 개울 가로 돌아갑니다. 거친 물살을 가르며 겨우겨우 돌아왔지만 거기엔 보따리가 없었습니다. 노인이 그제야 ‘자신이 착각했다’면서 다시 개울을 건너가달라고 부탁합니다. 결국 유비는 세 번이나 노인을 업고 개울 이편과 저편을 오가게 됩니다. 개울을 다 건너고 나서 노인이 유비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불평 한 마디도 없이 해 달란 대로 다 해 주었느냐’고 말입니다. 그 물음에 유비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그전에 했던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되니까요, 어르신’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 조언을 해 줍니다. ‘앞선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정진할 때는 결코 남들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네.’ 그 말에 현명한 유비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 그래서 저 자신도 항상 노력한 것을 잊고자 또 노력합니다.”

여러분, 유비의 그 마지막 말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노력한 것들이 헛수고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노력한 것을 잊고자 노력한다.’ 삶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는 인생의 지혜를 설파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우리의 신앙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늘 노력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믿음은 내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믿음과 구원이 내 노력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모든 신앙적인 수고들이 헛 것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신앙의 비밀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잊어서는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모든 섬김과 희생과 사랑의 수고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잊는 순간 우리는 열심히 신앙생활하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뭔가 얻어지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인 사고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우리가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며, 또 주님의 몸된 교회에서 헌신하며 섬김의 삶을 사는 이유는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은혜는 우리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고, 우리가 어떤 수고를 한다 하더라도 다 갚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그 귀한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를 감사하며 보답하는 심정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안에 늘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구원의 감격’입니다. 내가 어떤 노력이나 수고를 통해서 구원을 얻었다면 우리는 구원의 감격을 누릴 수가 없습니다. 내가 수고하고 노력한 대가로 당연히 얻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그 어떤 수고나 노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았다는 신앙고백을 할 때, 우리는 구원의 감격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 구원의 감격을 안고 살 때에만 우리는 진정으로 신앙인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구원의 감격으로 살 때 우리는 우리의 삶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찬송을 부르며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세기의 최고의 부흥운동가였던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주님의 십자가를 통하여 자신의 죄가 용서받았다는 감격 속에서 살아간다면 세계 정신병원 환자의 90%, 깨져가는 가정의 90%, 그리고 부정적인 사회문제의 90%는 당장 해결될 것이다.” 왜 우리가 걱정하며 사는지 아십니까?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가 세상의 물질적 탐욕에 노예가 된 채 살아가는지 아십니까? 우리 안에 구원의 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예수 믿는 가정, 신앙생활 잘 한다고 하는 성도들의 가정에서 행복이 사라지고 없는지 아십니까? 구원의 감격 없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의 직장생활이 힘들고 고달프기만 한 지 아십니까? 구원의 감격을 예배당에 놔두고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한계시록 2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에베소 교회에게 ‘처음 사랑을 버렸다.’고 책망하십니다. ‘처음 사랑’이 무엇입니까? 구원의 감격입니다. 구원받은 감격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에베소 교회는 그런 구원받은 감격을 잊어버렸습니다. 신앙생활을 참 열심히 잘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교회를 섬겼습니다. 교회 안에 악한 자들이 들어왔을 때 신앙적으로 잘 분별하여 악한 자들을 물리쳤습니다.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모든 수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처음 사랑’을 회복하지 않으면 촛대를 옮기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촛대를 옮기겠다.’는 말씀은 교회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처음 사랑’ ‘구원의 감격’없이 사는 모든 신앙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껍데기만 가지고 신앙생활하는 사람은 신앙인이 아닙니다. 구원의 감격이라는 알맹이를 잃어버린 교회는 교회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마음에는 구원의 감격이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사도 바울이 로마에 있는 교인들에게 쓴 편지글의 서론에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로마서 1:1-7절까지는 인사말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오늘 본문의 말씀은 로마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도 바울의 계획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이 편지를 쓸 때까지 사도 바울은 로마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로마에 꼭 가고 싶었습니다. 아니 반드시 가야만 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로마서 15:28절에서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로마를 거쳐 서바나로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바나는 지금의 스페인을 말합니다. 사도 바울 당시 스페인은 땅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도 바울이 땅 끝인 스페인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명령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1:8절에서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라미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선교에 대한 예수님의 명령입니다. 그 명령대로 사도 바울은 땅 끝인 스페인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가던 길에 반드시 로마에 들르고 싶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에 꼭 가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오늘 본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문 11절입니다. “내가 너희 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어떤 신령한 은사를 너희에게 나누어주어 너희를 견고하게 하려 함이니.” 사도 바울이 로마에 가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신령한 은사’를 나누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씀하고 있는 ‘신령한 은사’를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우리가 알기 쉽게 ‘영적인 축복’이라고 번역해 놓았습니다. “내가 애타게 여러분을 만나 보려는 것은 여러분과 함께 영적인 축복을 나눔으로써 여러분에게 힘을 북돋아주려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렇다면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서 사도 바울이 나누고 싶었던 영적인 축복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구원의 기쁨이요 구원의 감격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믿음을 굳게 세워주고, 힘들 때 우리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것은 다름 아닌 구원의 기쁨과 감격입니다. 당시 로마 교회가 얼마나 힘든 상태였는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로마는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막강한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의 중심에는 황제가 있습니다. 황제의 힘은 곧 신적인 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로마제국은 황제를 신처럼 추앙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로마 제국의 중심지가 바로 로마라는 도시입니다. 그 로마에 살고 있는 신앙인들은 황제가 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신이라고 고백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때에 신앙인들이 로마황제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자신의 신적 존엄을 인전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때로는 지하 동굴인 카타콤에 숨어서 신앙을 지켜내야 했습니다. 때로는 예수가 그리스도라고, 예수가 만왕의 왕이라고 고백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그런 로마교회 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사도 바울이 로마를 방문하려 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적인 축복’인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나눔으로써 그들이 당한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로마교회 교인들도 구원의 감격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 신앙인들의 가슴 속에 항상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요한계시록 2장에 나와 있는 에베소교회 교인들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책망하신 것처럼 그들의 마음에 처음 사랑인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님께서 강력하게 촉구하신 것입니다.

로마교회 교인들도 마찬가지이고,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신앙인입니다.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이 나의 구주라고 고백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고백하며 사는 우리의 삶에 늘 구원의 감격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고 이웃을 섬기는 일에 누구보다도 열정을 가지고 섬김의 삶을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마음속에 구원의 감격이 없이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구원의 감격과 기쁨은 한번 충전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유로 말하자면 구원의 기쁨과 감격은 자동차의 연료와 같은 것입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연료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차라 하더라도 연료가 떨어지면 그 자동차는 멈추고 맙니다. 자동차가 계속해서 달리려면 연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연료를 보충해야 합니다.

구원의 감격과 기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을 살면서 우리는 세상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 힘든 몸부림을 하며 삽니다. 고난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영적인 전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죄의 습성을 벗겨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힘든 삶의 모습들이 내 안에 신앙의 연료인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소모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열심히 봉사하고 섬기는 삶이 연료를 소모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신앙생활하면서도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곤 합니다. 여러분, 구원의 감격을 안고 기쁘게 신앙생활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신앙의 연료를 보충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 12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는 곧 내가 너희 가운데서 너희와 나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피차 안위함을 얻으려 함이라.” 사도 바울이 로마에 가서 로마교회 교인들과의 믿음의 교제를 통해서 서로 격려를 받길 원한다는 말씀입니다. 바꿔 이야기하면 신앙인의 연료와도 같은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잃어버릴 수 있는 삶의 형편에서 서로 믿음의 교제를 통해서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나눔으로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 더욱 풍성해지길 원한다는 뜻입니다.

처음 예수를 믿고 구원받는 기쁨과 감격을 누리는 것은 개인적인 신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그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기쁨과 감격 속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서로 믿음의 교제를 통해서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북돋아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행복하게 구원의 감격을 가지고 신앙생활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구원의 기쁨이 무엇인지, 구원의 감격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도 구원의 확신이 없는 사람들, 구원의 확신은 있지만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고 고달파서 내 안에 있는 연료를 너무 쉽게 소비해버리는 사람들은 구원의 감격을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구원의 감격을 북돋아주어 함께 구원의 기쁨 속에 살아가도록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한 교회 공동체의 지체들로 모이게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만나게 하신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도의 교제를 통해서 구원의 감격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를 방문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힘들게 신앙생활하는 로마교회 성도들과 믿음의 교제를 통해서 서로 격려하여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회복하도록 힘을 북돋아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새해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사람들이 되십시다. 우리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구원의 확신이 있고 믿음으로 열심히 사는데도 구원의 감격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배를 드리면서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우리 주님의 십자가 은혜를 깨닫고 구원의 감격을 늘 회복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배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배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예배드림이 우리에게 있어서 최고의 정성이어야 합니다. 그러면 단언컨대 우리의 마음속에 구원의 감격이 회복될 것입니다.

그리고 회복된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서로 나누십시다. 그러면 먼저 우리 안에서 구원의 감격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구원의 감격과 기쁨이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서로 먼저 인사하고, 서로 먼저 손 내밀면서 성도의 교제를 나눈다면 우리 교회는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 가득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기억하십시다. 우리에게서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빼앗아 가는 것이 있습니다. ‘욕망’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이라는 놈은 우리의 마음에서 기쁨도 잡아먹고, 평안도 잡아먹고, 심지어 신앙까지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구원의 감격을 누리지 못한 채 빈궁하게 살게 만듭니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망이 우리의 마음에서 기쁨을 앗아갑니다.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우리의 마음에서 기쁨을 잃게 만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마더 테레사(Theresa)가 지은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라는 제목의 시는 그래서 우리의 마음에 큰 감동을 줍니다.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

존경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칭찬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명예로워지려는 욕망으로부터

찬양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선택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조언 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인기를 끌려는 욕망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

모멸 받는 두려움으로부터

경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질책당하는 고통의 두려움으로부터

비방당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잊혀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오류를 범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우스꽝스러워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의심받는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

여러분, 존경받으려는 욕망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사랑받으려 하고 칭찬받으려 하는 욕망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내 이름이 명예로워지고, 내 이름이 찬양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인정을 받고 싶고, 인기를 끌고 싶은 욕망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구원의 감격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오늘 본문의 사도 바울은 자신이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로마를 방문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구원의 감격을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로마에 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서 로마교회 교인들에게 신령한 축복을 나눔으로서 로마교회 교인들의 마음속에 구원의 감격이 되살아나면 자신의 마음속에서도 구원의 감격이 더욱 풍성해질 것임을 말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로마에 가고 싶어 한 것입니다.

2015년도에는 우리 교회 교우들 가운데 사도 바울 같은 분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은혜받기 위해서 교회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은혜와 구원의 감격을 나누기 위해서 교회에 오고, 나눔으로써 내 안에 더욱 구원의 감격과 기쁨이 풍성해짐을 경험하는 성도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사랑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칭찬받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먼저 칭찬하고 인정해 줌으로서 내 안에 하늘의 기쁨이 가득함을 체험하는 성도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먼저 축복하고, 내가 먼저 용서하는 성숙한 신앙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면 분명 우리 교회는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 가득한 교회, 구원의 기쁨으로 인해 하늘의 춤을 추며 사는 성도들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왜 우리의 삶에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고난은 있습니다. 힘든 삶의 여정길을 가야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신앙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핍박을 받거나 미움을 당하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다.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동행하시고, 우리가 힘들고 지쳐 있을 때 하나님께서 우리를 품에 안으시고 우리에게 용기 내어 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예루살렘에 ‘야드 바셈’(Yad Vashem)이라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6백만 명의 유대인이 독일의 나치에 의해서 학살을 당했는데, 그것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뜻에서 1945년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유대인 학살기념박물관입니다. 그 박물관의 동산 한 켠에 어른 한 명이 어린아이 10여명을 끌어안고 있는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사진> 동상의 이름은 ‘코르작과 게토의 어린이들’(Korzak und die Kinder des Getto)입니다.

코르작(Janusz Korczak)은 폴란드의 아동 작가이며 선생님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 있는 유대인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나치가 폴란드에 사는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위해서 유대인 학교에 급습하였습니다.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이들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잡히는 대로 학살한다는 것을 어린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코르작 선생님은 아이들을 양팔로 감싸 안으며 내놓지 않았습니다. 독일군 장교가 엄포를 놓습니다. “당신은 유대인이 아니니 선생은 물러나고 유대 아이들만 내 놓으시오.” 그러나 코르작 선생님은 필사적으로 독일군에게 저항했습니다. 그리고는 끝내 아이들과 함께 체포되어 가스실로 향하는 차에 올라탔습니다. 스승으로서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그냥 보낼 수 없었습니다. 가스실로 향하는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자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끝까지 함께 해 주시니 마음이 편안하고,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니 이제는 무서워 떨지 않을 거예요.” 결국 코르작 선생님은 가스실에서 아이들을 끌어안은 채 죽어갔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두려운 마음으로 고난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우리를 끌어안아 주십니다. 우리가 십자가의 길을 갈 때에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그 길을 가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두려움 없이 믿음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그 하나님의 품에 안겨 산다면 고난도, 삶의 어려운 문제도, 인생의 무거운 짐도 우리에게서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빼앗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 2015년 1월 4일 주일낮예배 - 신년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