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유익한가?

< 본문 - 빌립보서 1:20-30 >

  여러분, ‘수포자’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요즘 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쓰는 말인데 ‘수학을 포기한 자(학생)’라는 말을 줄인 것입니다. 며칠 전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박홍근 의원이 전국 초·중·고등학교 260곳의 학생과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서 ‘학교 수학교육 학생·교사 인식 조사’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그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 36.5%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이고, 중학교 학생은 46.2%, 고등학생은 59.7%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부해야 할 학생이 수학을 포기한 이유는 수학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내용이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초등학생은 27.2%, 중학생은 50.5%, 고등학생은 무려 73.5%나 되었습니다. 중학생은 열 명 가운데 다섯 명이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했고, 고등학생은 4명 가운데 3명이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이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더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우고 있고, 우리나라 중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다른 나라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과목에 수학이 들어있긴 하지만 수학을 배우려는 생각을 일찍부터 포기해버린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교회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처치리스’(Churchless)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은 2008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18차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쓰여졌습니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예수는 믿지만 교회는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무려 43%나 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예수는 믿지만 교회는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교회 밖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수학을 포기한 학생’에 빗대어 표현한다면 ‘교포자’(교회 다니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교포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30%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교회 밖 사람들(교포자)들이 신앙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가운데는 많은 사람들이 ‘나는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영적인 사람이다.’ ‘나는 지금 영적 진리를 찾는 중이다.’ 그런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신앙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교회 다니는 것은 포기했을까? 그 이유는 교회가 매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교회가 인기와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교회에 갈 마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건 비단 미국에서만의 일은 아닙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이 무려 백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예수는 믿지만 교회 나가기 싫어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만 백만 명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순히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그들만 비난할 순 없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만든 원인이 분명 교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를 떠난 신앙인들이 잘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모든 교회가 나름대로 다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교회는 큰 문제를 안고 있고, 어떤 교회는 작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어떤 교회는 여러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어떤 교회는 몇 개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절대 완벽한 교회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이루어감에 있어 전혀 불필요한 교회 또한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유익한가 하고 말입니다. 불완전한 교회 - 그래서 교회 안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교회라 하더라도 그 교회 안에서 교회에 속해 신앙 생활하는 것이 더 유익한가? 아니면 교회에 문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교회를 떠나 신앙 생활하는 것이 더 유익한가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물음을 두 가지로 구분해서 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어떤 것이 나에게 유익한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것이 하나님께 유익한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어떤 결정을 할 때 나를 중심에 놓고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하고, 내가 좋아하고 내 마음에 들면 그쪽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과연 신앙생활도 내가 중심이 되어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은 신앙의 본질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앙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아니 신앙 생활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의 궁극적인 목적 역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린도전서 10:31) 그렇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하든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해야 합니다. 심지어 먹고 마시는 우리의 삶에 가장 근본적인 것까지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하나님 중심으로 선택하고, 하나님 중심으로 결정하며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교회가 맘에 들지 않아서 교회 밖으로 나간 사람들(교포자들)은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교회 다니기를 포기한 교회 밖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할 때 하나님을 먼저 생각한 것이겠습니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겠습니까? 신앙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코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일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그 둘 사이에 끼었으니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 내가 육신으로 있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리라.”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사도 바울의 마음속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강한 열망이 있습니다. 하나는 살아남아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의 사역을 계속 감당하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죽어서 사랑하는 그리스도와 함께 거하는 것입니다. 사실 사도 바울의 강한 소망은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세상에서의 고생 이제 그만 하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죽으면 천국에 가게 될 것이고, 우리 주님께서 계신 천국에서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의 마지막 결론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살아 있는 것이 어쩌면 더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고린도후서 11장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이 복음을 전하면서 겪었던 고생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 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 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에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고 애쓰고 여러 번 자기 못하고 주리고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린도후서 11:23-27) 사도 바울은 복음을 전하면서 수없이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매를 맞은 적도 참 많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어디를 가든지 그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대적했습니다.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겪었다.’는 말은 어디를 가든지 그가 가는 곳은 위험한 장소였다는 뜻입니다. 그가 간 길은 결코 쉽고 평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게 위험한 일이었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인 빌립보서를 쓸 당시에도 사도 바울은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언제 풀려날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사도 바울은 몸이 몹시도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종합병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몸이 몹시도 약했고, 병으로 인해 고생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몸도 좋지 않는 사람이 열악한 감옥 생활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살아 있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죽으면 그렇게도 사모하는 주님을 뵈올 수 있으니 그에게 죽음은 결코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내게는 훨씬 더 좋은 일이다.’라고 말씀합니다.

  사도 바울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그것만을 간절하게 바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힘든 삶이라 할지라도 살아남아서 그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과 자신이 복음을 전하면서 세운 교회들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문 24절에서는 ‘내가 육신으로 있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다.’고 말씀합니다.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지만, 빌립보 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한다면 살아 있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행하고, 내가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람’이라는 말은 그리스도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에게 소속된 사람이라는 말은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주인이시라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수 없습니다. ‘우리의 주인이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어떻게 살기를 원하실까?’를 물으며,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의 표현으로 바꾼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 유익이 되는 것일까를 물으며 하나님께 유익이 되는 쪽으로 선택하며 사는 것입니다. 내게 유익되고 내게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 유익되는 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가길 싫다 하더라도 하나님께 유익이 된다면 힘든 십자가의 길도 묵묵히 따라 가야 합니다. 그게 그리스도인의 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자신에게는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럼에도 육신으로 있어야 할 이유 - 살아 있어야 할 이유는 살아 있는 것이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다.’고 말씀합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빌립보 교회 교인들에게 더 유익하기 때문에 살아 있기를 원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살아 있음으로 해서 빌립보 교인들에게 무엇이 유익한지는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아마도 빌립보 교회를 위해서 사도 바울 자신이 뭔가 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사도라는 직분을 주셔서 그것을 감당하게 하신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누구의 유익을 위해서 살고 계십니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유익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자신에게 유익이 되는 일만을 위해서 살려 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고사하고, 자신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 일에는 아예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적인 풍조가 교회 안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자기의 유익만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에게 유익이 없다고 생각되면 너무나도 쉽게 교회를 옮겨버립니다. 자신에게 유익이 없다고 생각하면 교회를 떠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여러분, 기억해야 합니다. 어느 교회이든지 문제는 다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교회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너무 많아 교회를 없애야 한다면 우리 주님께서 친히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합리화하기 위해서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에 교회를 세우신 것은 부족한 것이 많을지라도 그런 교회를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켜나가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있지만 그런 교회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교회를 통해서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길 원하십니다.

   만약 문제가 많은 교회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성경에 나오는 고린도교회는 사라져야 합니다. 고린도 교회는 참으로 문제가 많은 교회였습니다. 교인들 사이에 분파가 있었습니다. 바울파, 아볼로파, 게바파, 그리스도파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는 교회였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예수 믿기 전에 가졌던 습관들을 그대로 가지고 교회생활을 하던 사람들도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 우상을 숭배할 때 행하던 음행의 문제가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교인이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이방 우상의 신전에 있던 여인들과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난 문제를 세상 법정으로 끌고 가서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 믿고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고 결혼을 기피하기도 하고, 결혼한 사람들은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상에게 제물로 바친 고기를 먹어도 되느냐 하는 문제로 심각한 다툼이 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예언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 예배 시간에 예언한다고 예배를 혼란케 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 시대에 교회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종합해서 가지고 있던 교회가 고린도교회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런 고린도 교회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써보냈습니다. 그것이 고린도전서와 후서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교회이기에 ‘교회를 없애야 한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렇게 문제가 많은 교회이기 때문에 그런 교회에 다니면 유익될 것이 없으니 교회에 다니지 말라’고 말씀하지도 않았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문제를 바로 잡아 좋은 교회가 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인들이 해야할 숙제입니다.

  여러분, 우리 교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가지고 교회를 개혁시켜 나가야 합니다. 문제를 바로 잡아 바른 교회가 되게 해야 합니다. 교회를 떠나는 것은 교인으로서 사명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29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너희에게 은혜를 주신 것은 다만 그를 믿을 뿐 아니라 또한 그를 위하여 고난도 받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 것은 그리스도를 바르게 믿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위해서 고난을 받을 때 그 고난을 이겨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받는 고난을 이겨내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우리가 신앙인이라 하면서도 문제가 많은 교회가 싫어 교회를 떠나려한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고난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은혜로 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싫어 교회를 떠났을 때 더 큰 위험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신앙을 점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며,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교회를 떠나 교회 밖에 있게 되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자신을 점검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성경을 잃을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큐티를 통해서 내게 들려주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히 믿음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도 잘 알지 못하는 말씀들이 너무 많습니다. 또한 묵상을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자신이 좋아하는 말씀을 읽게 됩니다. 묵상을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 할 때 그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자신의 욕망의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확신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성경을 연구한 목사도 매일 성경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른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배를 드리면서 목사의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점검하고, 그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읽은 말씀이 바른 것인지를 점검받습니다. 그런데 그런 훈련이 되지 않는 사람이 점검을 받지 않고 성경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 교회는 울타리입니다. 나의 신앙을 지켜주는 울타리입니다. 양이 목자가 싫다고 목자의 품에서 떠나면 그 양은 생명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 양의 생명을 노리는 수많은 이리와 늑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를 떠난 신앙인을 노리는 세상의 맹수가 많이 있습니다. 그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교회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비록 불완전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을지라도 교회를 통해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십니다. 우리가 교회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목적지를 잃어버린 채 표류하는 배와 다를 바가 없는 신앙이 되고 맙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똑같은 배라 할지라도 표류하고 있는 배가 있고 항해 중에 있는 배가 있습니다. 표류하는 배는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바람과 물결에 따라 흘러갑니다. 그러나 항해하는 배는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친다 하더라도 목적지를 향하여 꾸준히 전진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표류하는 신앙이 아닌 항해하는 신앙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때론 항해하던 배가 길을 잘못 들어 표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선원이나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배에서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표류하는 배일지라도 배 안에 남아 있어야 그래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인생은 끊임없이 항해하는 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항해하는 우리의 인생이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돕기 위해서 교회를 주셨습니다. 교회를 통해서 베풀어주시는 은혜를 받고, 그 은혜 안에 거할 때 가장 안전하고 멋진 항해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작은 목선과 같은 배일지라도, 항해하는 우리네 인생길에서 그 배는 결포 포기할 수 없는 안전선입니다.

< 2015년 7월 2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