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부대에 가득 찬 포도주

< 본문 - 예레미야 13:12-14 >

   미국의 신학자로 세 명의 미국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했던 라인홀드 니버(Neinhold Niebuhr, 1892~1971) 목사님의 유명한 기도문이 있습니다. “하나님, 내가 변화 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심을 주시고, 내 힘으로 고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 차이를 깨달아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참 멋진 기도문이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간절한 기도문입니다. 이 기도문 한 구절 한 구절이 참 의미 있지만, 이 기도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구절일 것입니다.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바꾸고 변화시키기 위해서 용기를 내어 힘을 쏟을 것인가 하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문제인데도 마치 내가 할 수 있는 것처럼 나섰다가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을뿐더러 내게 큰 상처나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만들어낼 뿐입니다. 반대로 내가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데도 스스로 ‘나는 안 돼! 나는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과 직면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버린다면 그 사람은 늘 실패자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 부딪히는 수많은 상황이나 그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대할 때, 우리는 먼저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내가 싸워볼만한 문제인가? 아니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만일 그런 구분을 하지 못하고 어떤 일에 무작정 달려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겪는 모든 상황은 각각 다를뿐더러, 설사 같은 상황에 놓인다 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재능이나 능력이나 힘에 따라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받아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문제 앞에 섰던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이길 힘이 있기에 그것을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이겨낼 힘이 없기에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내 앞에 놓인 상황을 보면서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 이것이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까? 아니면 그대로 받아 들어야 하는 문제입니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이나 어떤 문제를 보면서 우리는 ‘그것이 오늘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고 물어야 합니다. 때로 하나님께서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는 어떤 문제나 상황을 통해서 나에게 무언가 말씀하시고 계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로 우리에게 뭔가를 말씀하시고자 하실 때 상황을 통해서도 말씀하십니다. 물론 가장 명확한 하나님의 음성은 성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지만, 때로는 우리의 상황이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뭔가를 말씀하시고자 하십니다.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날 때에만 그 속에 하나님의 음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뭔가를 말씀하시고자 하십니다.

   오늘 본문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이렇게 말씀을 외치라고 하십니다. ‘모든 가죽부대가 포도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 하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뭘 그런 것을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외치고 있어!’라고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외치라고 말씀하신 그 말은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 속담처럼 여겨졌던 말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이고,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땅에는 6개월 동안 건기가 계속되면 그 때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건기 때에는 비가 많이 온 우기 때에 모아놓았던 물을 마십니다. 그러다가 저장해 놓았던 물이 거의 다 떨어질 때 쯤 되면 포도농사가 끝나고 포도즙을 얻게 됩니다. 우기가 끝난 후 오랜 기간 동안 건기가 계속되면서 햇빛이 좋아 포도농사가 대부분 풍년을 이룹니다. 올해 우리나라 과일들이 맛도 wg고 풍년이라고 하지요. 장마기간 동안 비가 별로 오지 않아서 일조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지역에는 건기가 되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이면서 일조량이 많기 때문에 포도농사가 잘 됩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올해에도 포도농사가 잘 되었기 때문에 포도즙을 많이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포도주를 담는 가죽부대에 포도주가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기에 오늘 본문에서 예레미야가 ‘모든 가죽부대에 포도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라고 외친 말씀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포도농사가 잘 되었으니 포도주를 담는 가죽부대에 포도주가 가득 차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그렇게 당연한 이야기,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를 아무 의도 없이 말씀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포도농사가 잘 되어 풍년이 되게 하신 이유는 그들로 하여금 포도주를 많이 먹고 취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포도주에 취해서 서로 싸우고 상하게 하여 스스로 멸망당하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남 유다 말기에 예언활동을 했던 선지자입니다. 예레미야 1:2-3절에 의하면 요시야 왕 13년부터 시드기야 왕 11년까지 활동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시야 왕 13년은 주전 627년경을 말하는 것이고, 시드기야 왕 11년은 남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하던 주전 586년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예레미야 선지자는 남 유다가 멸망당하기 전 40년 전부터 남 유다가 멸망당할 때까지 40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다는 것입니다. 그 시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등지고 우상을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요시야가 통치하던 시기에는 우상의 제단들을 헐고 종교개혁을 통해서 바른 신앙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이후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속 하나님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왕을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남 유다를 바벨론 손에 붙여 멸망시키시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예레미야서의 말씀은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빨리 하나님께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이라 하더라도 이방인의 손에 넘기실 것이기 때문입니다.(예레미야 12:7) 그래서 예레미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계속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께로 돌아와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으면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은 단순히 바벨론이라는 이방인의 손에 넘겨 유다를 멸망시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경고하실 것입니다. 나라가 멸망당하는 큰 심판을 내리시기 전에 작은 징벌들을 내리심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깨닫고 돌아오도록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가 외친 말씀 가운데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해 큰 가뭄으로 인한 흉년이 들 것이라는 말씀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이어 나오는 예레미야 14장이 그 중 하나입니다. 예레미야 14장에서는 이스라엘 땅에 임할 가뭄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독한 가뭄으로 인해서 물을 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왕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조차도 마실 물을 구할 수 없을뿐더러, 농사도 짓지 못하고, 심지어 들짐승이나 산짐승들조차도 물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가뭄이 오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징벌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심판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뭄으로 인해서 물을 구할 수 없어 온 나라에 큰 고통의 때가 오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판은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은 전혀 다른 심판을 말씀하십니다. 가뭄이 아닙니다. 가뭄으로 인한 큰 흉년도 아닙니다. 마실 물이 없거나 먹을 음식을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심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오히려 풍년을 말씀하십니다. 평년처럼 포도농사가 잘 되어 가죽부대에 포도주가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늘상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추수할 수 있습니다. 예년과 다름이 없이 풍요로운 추수를 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예년이 비해서 더 많은 포도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것을 전혀 심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년과 다를 바가 없이 농사를 지었고, 추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것을 축복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풍성하게 추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심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포도농사가 잘 되게 하신 이유는 그들이 포도주를 많이 만들어서 그것을 잔뜩 취하도록 먹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포도주를 많이 마시고 잔뜩 취해서 자기들끼리 싸우게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본문 14절에서 ‘부자 사이에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싸움질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랑으로 자식을 품어주어야 할 아버지가 취해서 아들과 싸웁니다. 아버지를 존중하고 높여주어야 할 자식이 포도주에 취해서 아버지에게 대듭니다. 그런 나라가 어찌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풍년으로 인해 잔뜩 취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어찌 그것뿐이겠습니까? 나라를 잘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이 잔뜩 취해서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됩니다. 왕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풍년이 들었다고 마음이 들떠서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는 서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싸움질만 할 뿐 나라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자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 상도를 어기면서 더 많은 부를 쌓으려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거나 배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의 창고에 가득 쌓아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포도주에 잔뜩 취한 나라의 지도자들은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로 싸우고 빼앗고 짓밟을 뿐입니다.

  여러분, 그런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역사상 존재하는 수많은 나라들 가운데 흔히 강대국이라고 말하는 나라들이 멸망당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자기들에게 찾아온 그런 풍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궁핍해지고 군사력이 약해져서 망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기 때문에 망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바벨론 제국입니다. 바벨론은 남 유다를 비롯해서 수많은 나라들을 점령하고 엄청난 영토를 가진 제국이었습니다. 당시에 그런 바벨론을 넘어뜨릴 수 있는 세력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벨론이 멸망당한 이야기가 다니엘 5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벨론 제국의 마지막 왕인 벨사살이 귀족 천 명을 모아놓고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다니엘 5:1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벨사살 왕이 그의 귀족 천 명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고 그 천 명 앞에서 술을 마시니라.” 그것만이 아닙니다. 잔뜩 취한 벨사살은 자기 아버지 느부갓네살 왕이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며 전쟁하면서 빼앗아온 각국 나라의 온갖 진귀한 보물 중에서 술 마시기에 좋은 그릇들을 가져오게 하여 그것에 술을 부어 마셨습니다. 자기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모인 귀족들과 왕후와 후궁들까지도 그 잔치에 불러놓고 술을 마시며 잔뜩 취해서 나라 돌보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메대와 바사의 연합군이 바벨론을 침공해 들어와서 순식간을 바벨론을 멸망시키고 말았습니다. 당시 메대와 바사(페르시아)는 바벨론을 멸망시킬 만큼 강한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바벨론 제국의 한 변방에 위치한 자그마한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그 메대와 바사 연합군이 그 거대한 바벨론을 멸망시키고 만 것입니다. 바벨론의 왕과 귀족 등 지도자들이 잔뜩 취해 있던 바로 그 때에 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들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기를 기뻐하십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풍족함을 누리며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이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자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복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복에는 물질적인 복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물질을 풍요롭고 넉넉하게 주셨을 때 그것이 모두 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때로는 넉넉하게 주신 그것이 우리를 심판하시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벨론이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 이스라엘을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게 하신 후에 반드시 당신의 백성을 그곳에서 이끌어내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비록 바벨론이 죄악 가운데 있던 유다 백성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바른 길에 서지 않으면 그들도 심판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의 죄악도 결코 좌시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바벨론이 누리고 있는 그 풍요는 어쩌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심판하시기 위해서 허락하신 풍요로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벨론은 자기들에게 주신 그 풍요로움을 사치하고 방탕하게만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페르시아에게 멸망당하고 만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풍요로움을 주시거나 우리의 길을 형통하게 하신 것이 모두 복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 풍요로움 때문에 결국 멸망의 길을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삶이 형통할 때에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다. 어떤 사람이 잠시 나쁜 마음이 들어 남의 물건이 탐이 나 그것을 훔쳤습니다. 그런데 도적질한 그것이 들키지 않았고, 그 사람은 훔친 그것을 자기 것인 양 잘 가지고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어떤 사람은 남의 것을 훔치다가 걸려서 주인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빈 후에 겨우 용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둑질하고서도 걸리지 않은 사람은 분명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도둑질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아주 쉽게 손에 넣었습니다. 내 돈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것을 사기 위해서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갖고 싶은 것 가졌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그 사람에게 다른 것이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을 때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 이번에도 훔치자. 들키지만 않으면 돼!’ 그리고는 더 큰 것을 훔칩니다. 그렇게 몇 번 남의 것을 훔치고 나면 그 때는 정말 큰 도둑놈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작은 것을 훔치려다가 걸려서 호되게 혼이 난 사람은 다시는 남의 것을 훔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훔치다가 걸리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뭔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훔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해서 돈을 벌어 그것을 사려고 합니다. 비록 힘들게 일을 해야 하지만 그는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점점 살림이 나아지고, 남의 것 훔쳤다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평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다시 질문해 보겠습니다. 남의 것을 훔치려다가 걸려서 혼쭐이 난 사람이 복된 사람입니까? 아니면 남의 것을 훔쳤는데도 걸리지 않은 사람이 복된 사람입니까? 우선 당장은 손쉽게 남의 것 훔쳐서 내 것 만든 사람이 더 잘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의 인생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삶이 형통할 때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고 정직하게 산 결과 형통하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복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을 행하지도 않았고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내 앞에 아무런 문제도 없고 형통하다면 그 길은 분명 잘못된 길이고, 멸망의 길입니다.

  우리 학생들도 잘 알아야 합니다.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결코 복이 아닙니다. 공부하지 않았는데 좋은 성적이 나오면 그 다음에 그 학생은 공부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오는데, 뭐 하러 공부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도 성적이 잘 나오기를 기대하는 요행을 바라다가 결국 인생을 망치고 맙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야 그것이 축복입니다. 그래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게 되고,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 좋은 성적이 나오고,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은 분명 있습니다. 때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넉넉한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도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풍요로움을 주시기도 하시고, 우리의 삶에 길을 형통하게 하실 때도 있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주신 풍요로움이나 형통함이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라면 우리는 그 복을 잘 간수해야 합니다. 그 복을 계속 누릴 수 있도록 잘 간수해야 합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든 교우님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풍요로움과 형통함을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이나 형통함이 정말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복인지, 아니면 나를 더욱 죄악의 깊은 수렁으로 몰아가는 방편인지 말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우리 눈에 분명하게 보인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나님의 음성이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명확하게 우리의 귀에 들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때로 하나님의 뜻은 쉽게 분별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이 우리의 귀에 명확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형통이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복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가죽부대에 가득 찬 포도주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내리신 복이 아니라 그들을 멸망시키시기 위해서 주신 풍요였습니다. 잔뜩 취하게 한 후에 그들로 결국 멸망의 길을 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포도주에 취한 것처럼 우상과 죄악에 취해 있다가 결국 바벨론에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주신 복이 그런 멸망의 도구가 되지 않게 하십시다. 선을 행함으로 주어지는 풍요를 누리는 삶을 사십시다. 정직하게 살기 때문에 주어진 형통을 누리는 삶을 사십시다. 그리고 내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형통이 나에게 멸망으로 인도하는 것인지, 하나님께서 주신 복인지를 깨닫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십시다. 그래서 우리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누리며 사십시다. 그것이 진정한 풍요의 복이고 형통의 복입니다.

< 2015년 8월 30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