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를 뿌리는 사람들

< 본문 - 마태복음 13:24-30 >

  프랑스 자연주의 화가인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의 그림 가운데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있습니다.<그림>

   새벽인지 황혼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신비로운 하늘 아래에서 투박한 모자를 눌러 쓴 한 농부가 어깨와 허리에 둘러멘 커다란 자루에 씨앗을 가득 담고서, 그 씨앗을 한 움큼씩 집어 넓은 대지에 거침없이 뿌립니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한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부리며 밭을 일구고 있는데, 주인공인 이 농부가 씨를 뿌리는 곳은 비탈진 땅입니다. 아마도 버려진 땅인 모양입니다. 이 그림은 마태복음 13장 3절 이하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말씀을 근거로 그린 것입니다. 길가나 돌밭이나 가시 떨기나 좋은 땅을 가리지 않고 씨를 뿌렸다는 말씀처럼, 쟁기질을 하여 개간 된 밭은 아닐지라도 씨를 뿌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씨를 뿌리는 농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은 ‘내가 뿌린 이 씨가 싹이 날까? 싹이 나면 제대로 자라기는 할까?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몇 배나 거둘 수 있을까?’ 그런 조건을 따지지 않습니다. 한 알이라도 더 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있을 뿐입니다.

   밀레는 이 작품을 1850년경에 그렸는데, 이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 그는 주로 농촌의 평화로운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보듯 씨를 뿌리는 농부는 결코 평화로운 농촌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아닙니다. 당시에 신이나 영웅을 그릴 때 표현하는 것처럼 웅장하게 투박한 농부만을 특별히 부각시켰습니다. 이것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유럽에서는 거대한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됩니다. 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그 때 일어난 혁명의 핵심쟁점은 절대왕정의 정치지배를 타도하고 자유와 평등과 박애를 기초로 한 시민계급의 정치권력을 수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혁명을 주도한 사람들은 신흥시민계급이었고, 거기에 농민과 도시근로자들이 합세하면서 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혁명으로 인해 영주제와 신분제 등 봉건적인 제도들은 폐기되었고, 법과 하나님 앞에서의 평등과 자유를 얻어내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시민혁명이 성공할 때까지 엄청난 희생이 따라야 했습니다.

   그런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이 밀레의 이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그림입니다. 농부가 입고 있는 옷에서 바지의 파란 색은 평등을 상징하는 색이고, 윗옷의 붉은 색은 박애를 상징하는 색입니다. 그런 평등과 박애를 상징하는 옷을 입은 농부가 희망의 씨를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자신과 같은 사람이 프랑스의 주인이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 말입니다. 그러나 씨를 뿌리는 농부의 얼굴엔 어둠이 드리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농부의 비장함과 굳은 의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등 뒤엔 까마귀 떼가 날고 있는데, 이것은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희망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비장한 마음과 굳은 의지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긴 한데, 여전히 농부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가득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부는 씨 뿌리는 일을 멈출 수 없습니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 하더라도 씨를 뿌려야 합니다. 씨를 뿌려야 결실의 때가 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농부는 씨를 뿌리면서 지금 당장 그것을 거두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씨를 뿌리면서 당장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며 씨를 뿌리는 농부는 없습니다. 그리고 씨를 뿌리면서 ‘가을이 되어 거두기 전에 태풍이 와서 모두 쓸어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으로 씨를 뿌리지 않습니다. 가을 추수하기 전에 태풍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걱정되어 씨 뿌리기를 포기하는 농부는 없습니다. 농부의 마음에는 언제나 희망만 있을 뿐입니다. 언젠가 거둘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 말입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천국을 비유로 설명해 주신 말씀입니다. 이런 비유의 말씀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주인 몰래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습니다. 얼마 지난 후에 싹이 날 때 보니까 주인이 뿌린 씨만 자란 것이 아니라 가라지도 함께 자랍니다. 처음에는 가라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농부들은 ‘그깟 가라지 쯤이야’ 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추수 때가 가까울수록 가라지가 점점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 때서야 농부들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러다가 곡식보다 가라지가 더 많아지거나, 가라지 때문에 곡식까지도 추수를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찾아가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밭에 좋은 씨앗만 심었는데 그 밭에 가라지가 함께 자랍니다. 그 가라지 뽑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주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놔 두어라. 가라지를 뽑으려다가 곡식까지 뽑힐 수 있단다. 나중에 추수할 때에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면 된다. 그러면 곡식만 남게 되고, 그것을 모아다가 내 곳간에 채우면 된단다.’

   이 말씀은 우리가 아주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입니다. 농사를 한번쯤 지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직접 농사를 지어보진 않았다 하더라도 농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농사를 지을 때 반드시 가라지도 함께 자란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것은 비단 벼농사를 짓는 일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과수밭에 과수나무를 심어 놓아도 거기에 잡초들이 자라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운동장이나 들판에 잔디를 심어놓아도 잔디 사이로 잡초들이 자랍니다. 그래서 농부들이나 일꾼들은 잡초를 제거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벼농사를 짓는데 벼들 사이에 가라지(우리가 흔히 ‘피’라고 말하는)가 자란다고 해서 농사를 포기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가라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가라지가 자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농사를 짓는 일에 결코 방해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분명 천국에 대한 비유입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 가운데 무엇이 천국의 모습인가 하는 것입니다. 주인이 밭에 뿌린 좋은 씨가 천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가라지와 대비되는 곡식도 천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그 곡식이 자라도록 토양을 제공하는 밭이 천국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무엇이 천국을 의미하는 것이냐 하는 것을 바로 알아야 오늘 본문의 비유를 말씀하신 예수님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24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천국은 좋은 씨를 제 밭에 뿌린 사람과 같으니.” 여기에서 천국은 좋은 씨를 자기 밭에 뿌린 ‘사람’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27절에서는 그를 ‘집 주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에게는 제법 넓은 밭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종들을 거느리고 농사를 짓는 것을 보면 소작농은 아닙니다. 아마도 넓은 밭을 소유한 사람인듯 합니다.

   그 주인이 자기 밭에다 씨를 뿌렸습니다. 좋은 씨를 뿌렸습니다. 좋은 씨를 뿌린 그 밭에 원수들이 와서 가라지를 뿌림으로 해서 그 밭에 가라지가 함께 자라는데도 그 주인은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말합니다. 가라지를 뽑으려다가 소중한 곡식까지 뽑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신의 밭에 곡식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는데 주인은 추수 때에는 곡식과 가라지가 구별될 것을 알기에 지금 당장 가라지를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 주인이 천국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심판의 때가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곡식과 가라지가 지금은 함께 자라지만 추수 때에는 곡식과 가라지가 반드시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내 밭에 씨를 뿌려야 한다면 그 밭에 가라지가 날지라도 좋은 씨를 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씨는 뿌릴 시기가 있습니다. 때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 때를 놓쳐버리면 추수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언제나 그 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오늘 뿌려야 할 씨를 내일로 미루는 농부는 영원히 추수할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추수의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은 언제나 희망이 있습니다. 뿌린 씨앗이 싹이 나고 자라서 언젠가 탐스러운 곡식과 열매를 안겨줄 것이라는 희망입니다. 그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씨를 뿌립니다.

   오늘 본문에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천국입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천국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씨를 뿌리는 사람이 천국을 사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열심히 씨를 뿌릴 때 우리는 천국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바로 그런 삶이 천국의 삶입니다. 가정에서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어머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면 바로 그곳에 천국이 만들어집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사업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자기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씨를 뿌리는 것이고, 그런 씨를 뿌리는 사람을 통해서 바로 거기에 천국이 만들어집니다. 학생은 공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많은 유혹 가운데 하나는 씨 뿌리는 일을 미루려고 하는 것입니다. 꼭 오늘만 씨를 뿌려야 하느냐고 유혹합니다. ‘오늘은 좀 편히 쉬고 내일부터 하면 되지 않으냐’고 속삭입니다. 선하게 살려하는 우리에게 ‘오늘은 적당하게 타협하며 살고 내일부터 열심히 살아도 돼. 선한 일은 내일 해도 돼. 오늘은 너를 위해 즐겨봐.’ 그런 유혹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것 아십니까? 순수한 우리말에 내일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합니다. ‘어제 그제’라는 과거를 가리키는 말도 있고, ‘오늘’이라는 현재를 가리키는 말도 있고, ‘모레 글피’라는 미래를 가리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일(來日)이라는 말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어입니다. 미래를 가리키는 말은 ‘모레’와 ‘글피’가 있을 뿐입니다. 이 모레와 글피라는 말은 먼 미래입니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인 내일이라는 말이 우리말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어쩌면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오늘만 있을 뿐이라는 것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우리는 때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내일이라는 시간이 또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그것은 어리석은 삶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고보 사도를 통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선을 행할 줄 알고도 행하지 아니하면 죄니라.”(야고보서 4:17) ‘선을 행할 줄 알고도’라는 말은 ‘선을 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라는 뜻입니다. 오늘-지금이라는 때에 선을 행할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내일 해도 되잖아’라고 생각하고 내일로 미뤄놓는 것은 죄라는 말입니다. 물론 내일로 미뤄야 할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일로 미룰 수 없는,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되는 일도 분명 있습니다. 선을 행하는 것이 바로 그 중에 하나입니다.

   선의 씨를 뿌리는 것은 내일로 미룰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해야 합니다. 내일은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경남 진주에 사는 평범한 부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숨만 쉬어도 행복할 그 순간에 아내가 희귀 척추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들의 모든 삶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병에 갇혀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보내게 되었고, 희망도 목적도 없이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는 그들의 평생소원이었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무모하지만 살기 위한 치료 대신에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거나 호화롭게 여행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돈을 벌어가며 여행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고 낮은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아냈습니다. 그런 그들 부부의 여행은 7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여행 시작한 지 6개월 째에 부인의 병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여행을 계속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7개월 동안 아픈 몸을 이끌고 세계 여행을 하면서 그들 부부는 ‘내일이 아닌 오늘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깨닫게 됩니다. 아직도 부인의 병은 치료되지 않고 그들 부부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담담한 수필로 써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정도선 박진희 씨 부부가 쓴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거야』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그 책에서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 더 사랑할거야 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늘 찾아오기에 가장 쉽고 만만하게 생각되는 ‘내일’, 그러나 모두에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일이 아닌 ‘오늘’을 더 사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라봐야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주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일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때로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이 있기 때문에 오늘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이 있기 때문에 내일로 미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게을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대충 하려는 유혹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언제나 우리에게 내일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일이 반드시 오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내일이 온다 하더라도 그 내일이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내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천국 백성입니다. 우리는 천국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천국백성답게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천국의 모습은 씨를 뿌리는 사람과 같습니다.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뿌려야 할 씨는 무엇입니까? 지금 하나님께서 내기 기회를 주셔서 씨를 뿌리도록 하신다면 여러분은 어떤 씨를 뿌리시겠습니까?

   씨는 뿌린 대로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옥수수 씨를 심었으면 옥수수를 거둘 수 있고, 수박씨를 심었으면 수박을 거둘 수 있습니다. 농부는 잘 압니다. 씨와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씨와 땅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이씨를 뿌려놓고 참외가 자라기를 기대하는 농부는 없습니다. 농부는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그것의 씨를 뿌립니다. 그러면 그 씨에 그 열매가 맺힙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어떤 씨를 뿌려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잘 선택하야 합니다. 오늘 선행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 우리의 삶에 선한 열매가 가득하게 맺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의롭고 정직한 삶의 씨앗을 뿌린다면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의와 정직함의 열매가 맺히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삶의 열매 가운데 때로 가라지가 함께 자라기도 합니다. 정직이라는 씨를 뿌렸는데 우리의 원수가 심어놓은 가라지 때문에 우리의 삶에 다른 것들이 함께 자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정직의 씨앗이 열매 맺혀가는 모습이 반드시 동반합니다.

   때로 우리는 씨앗을 뿌려놓고 곧바로 열매를 얻으려 하기 때문에 낙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법칙은 반드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없이는 결코 열매가 맺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6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9)

   오늘 본문에서 씨를 뿌린 집 주인도 좋은 씨를 뿌린 밭에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지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추수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기다려야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가 뿌려야 할 씨앗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 중에는 오늘 긍휼의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야 할 상황이 그에게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온유하고 겸손함의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꾸만 내 안에서 내 자아가 높아지려 하고, 누군가를 업신여기려는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충성의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열심의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꾸만 내 안에서 게으름의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직의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마음에 거짓을 따르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성결의 씨를 뿌려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에 헛된 것과 세상적인 더러움에 끌려가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내가 오늘 그 씨를 뿌리면 정말 뿌린 대로 열매가 맺힐까’ 하는 염려를 내려놓으십시다. 설혹 오늘 내가 뿌린 씨앗대로 열매가 맺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씨를 뿌리십시다. 우리는 뿌리는 사람입니다.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씨를 뿌리면서 내가 뿌린 대로 열매가 맺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심으로 오늘 내가 뿌려야 할 씨, 하나님께서 내 허리춤에 있는 자루에 어떤 씨를 담아 주셨든지 그 씨를 뿌리는데 게으르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열매를 맺게 하신다는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뿌리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십시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우리에게 그 열매를 먹게 하실 것입니다.

   시인 정용철 씨가 쓴 ‘씨 뿌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순수한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농부가 밭에서 씨를 뿌리는 장면입니다.

   농부는 이랑을 따라 아무 걱정 없이 씨를 뿌립니다.

   씨앗이 움틀지, 어떻게 자랄지, 열매가 맺힐지, 조금도 개의치 않습니다.

   오직 기쁨과 정성으로 씨를 뿌립니다.

   그 모습이 숭고하여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우리가 미래를 염려하는 것은 욕심이 많거나 의심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욕심이 많으면 결과를 두려워하고

   의심이 많으면 시작을 두려워하니까요.

   우리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날마다 씨를 뿌립니다.

   욕심과 의심이 없다면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행복이란,

   봄에 씨를 뿌리면서 이미 가을을 누리는 것입니다.

   씨앗 안에 있는 열매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씨를 뿌리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정말 전에 내가 뿌려놓은 씨앗이 열매가 되어 내 품에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씨를 뿌리면서 의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마십시다. 게으르지도 말고, 욕심을 부리지도 마십시다. 그저 오늘 주어진 삶에 내가 뿌려야 할 씨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그 씨를 열심히 뿌리는 삶을 사십시다. 씨 뿌리기를 멈추게 하는 어떤 유혹 앞에서도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오늘 내 삶에 씨를 뿌리며 사십시다. 그렇게 사는 삶이 천국을 사는 삶입니다.

< 2015년 9월 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