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 본문 - 말라기 2:4-6 >

  오늘 우리 시대에 가장 뜨거운 사회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가 갑을관계입니다. 힘을 가진 갑이 힘이 없는 을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갑의 횡포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갑의 횡포에 대해서 힘이 없는 을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당하기만 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아직도 그런 갑을관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갑을관계의 부조리를 바꿔보자는 운동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말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개별난방 전환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갑’과 ‘을’로 되어 있는 표기를 ‘동’과 ‘행’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동행’이라는 말은 같이 길을 간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갑, 을’을 ‘동, 행’으로 단어만 바꾸었을 뿐인데,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관계도 달라지고, 서로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습니다. 얼굴 표정도 달라지고 심지어 삶의 질까지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북구청에서는 앞으로 체결하는 모든 계약에 갑과 을이 아니라 동과 행으로 표기하기로 했습니다.

   또 어떤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과 계약서를 쓰면서 갑을이라는 표현 대신에 동행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들의 갑질이 많은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이 집 도배비용 문제로 도배업자와 다툰 후에 화가 나자 경비원에게 ‘도배업자 방문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위서와 시말서를 요구했고, 경비원이 사과문을 써주자 ‘뭐 이 따위냐?’며 다시 사과문을 써오라고 강요했습니다. 결국 그 경비원은 그 아파트 경비직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의 출근 시간에 경비원들이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항의를 하자, 경비원들이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학교에 등교하는 고등학생들 앞에서도 인사를 하는 사진이 알려지면서, ‘아버지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인사를 받고 싶냐’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한 을이었던 아파트 경비원들도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요 할아버지일텐데, 단지 주민들이 돈을 주어 경비의 일을 맡겼다는 것 때문에 인격을 무시하고 말을 함부로 하며 막 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갑질 논란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주민들을 대신해서 궂은일을 해 주는 경비원에게 주민들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상황에서 주민들과 경비원의 사이가 갑을관계가 아니라 동행관계라는 인식을 하고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데,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이 우리 사회 모든 분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왜냐하면 비단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들 사이에만 갑을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그런 모습들이 만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요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지 와인버그(George Weinberg)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례하거나 퉁명스럽고, 자기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공경한다면 당신은 평생 자신을 이등 시민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일등 시민은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라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에서 기꺼이 동행할 줄 아는 삶을 살게 됩니다.

  ‘동행’이라는 말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을 만드시고는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아담과 함께 살아갈 하와를 만드셨습니다. 그렇게 더불어 살아갈 존재로 지으심을 받은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코끝에서 호흡이 멈추고 이 땅을 떠나갈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인간은 인간의 거짓된 욕망과 잘못된 생각 때문에 누군가 위에 군림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동행하야 할 사람과 동행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짓밟으려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담에게 하와라고 하는 아름다운 동행자를 보내주신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가 살아갈 삶의 현장 속에서 누군가와 아름다운 동행을 하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그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 아름다운 동행을 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십니다. 말라기 선지자는 구약성경에서 가장 마지막에 활동했던 선지자입니다. 그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언제까지 활동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외쳤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경학자들은 주전 400년 경에 말라기 선지자가 활동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말라기 선지자가 기록한 말씀을 근거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라기 선지자보다 약 100여 년 전에 말씀을 외쳤던 학개와 스가랴 선지자의 영향을 받아서 믿음으로 바르게 살며 민족의 희망을 꿈꾸던 모습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며 하나님을 섬기는 데 앞장서야 할 제사장들마저도 신앙의 열심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그 말씀대로 살도록 권면해야 할 제사장들이 그들의 직무를 태만히 했습니다. 제사장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지 않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지 못했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무질서가 난무했고, 백성들은 성전을 등한시 하면서 신앙에는 별로 관심조차 갖지 않았습니다. 행복해야 할 가정에서는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가정들이 깨어지고,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서 그렇게도 간곡하게 만류했던 이방여인과의 결혼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신앙적인 면에서나 사회적인 면에서 무주공산처럼 모든 것이 공허가 되어버린 사회를 향해서 말라기 선지자가 바른 신앙으로 돌아올 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것이 말라기서입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말씀은 레위인들의 책무에 대해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레위지파를 택하셔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케 하셨습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 4절에서는 ‘레위와 세운 나의 언약’이라고 표현하고 있고, 5절에서는 그 언약이 ‘생명과 평강의 언약’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레위인과 하나님께서 언약을 맺으신 이유는 온전히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을 6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의 입에는 진리의 법이 있고, 그의 입술에는 불의함이 없으며, 화평함과 정직함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며 많은 사람을 돌이켜 죄악에서 떠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서 오늘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레위인들과 언약을 맺으신 것처럼 오늘 우리와도 언약을 맺으십니다. 우리는 이미 그 언약을 맺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신앙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언약 아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신 것처럼, 오늘 우리를 부르실 때에도 우리와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그 언약은 ‘하나님은 우리의 하나님이 되시고,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언약입니다. 그 언약으로 인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또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맡으면서 또다시 하나님과 언약을 맺었습니다. 우리가 세례 교인으로서 ‘이렇게 살겠노라’고 약속한 것도 언약을 맺은 것이고, 우리가 직분을 받아 세움을 입을 때에도 ‘이런 마음으로 직분을 감당하겠노라.’고 하나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그것 역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언약백성이 되었다면 우리는 언약백성답게 살아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언약 백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창세기 5장에 나오는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이었습니다. 성경은 에녹이 30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며 사는 것입니까? 우리는 흔히 하나님과 동행한다고 말하면 내 모든 삶을 포기하고 오직 하나님을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나를 이끌어 가시는 대로 끌려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은 조금도 없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신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 자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내 모든 삶을 포기해야 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끌려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동행하라는 말씀이 들려질 때에 뭔지 모르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하나님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요.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며,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데요.’라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에녹의 이야기를 잘 읽어보면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나 두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에녹의 이야기를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에녹은 육십 오세에 므두셀라를 낳았고 므두셀라를 낳은 후에 삼백 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자녀들을 낳았으며.”(창세기 5:21-22) 에녹이 300년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한 일은 자녀들을 낳는 것이었습니다. 자녀들을 낳았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삶과 다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가족을 버리고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오직 기도만 하며 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아내를 멀리하고 수도자처럼 산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모두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아들딸 낳고 그들을 양육하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에녹은 하나님과 동행했습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며 산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에녹과 같이 평범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평범한 삶 속에서 주님의 손을 붙잡고 사는 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의 전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해서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하마.’라고 말입니다. 형 에서를 피해 하란으로 도망가던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주마.’(창세기 28:15) 하란에서 20년을 지낸 후에 그 하란을 떠나올 때에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창세기 31:3)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던 목동 모세를 불러 바로에게 보내실 때에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출애굽기 3:12) 모세의 후계자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여야 할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평생에 너를 능히 대적할 자가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니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강하고 담대하라.”(여호수아 1:5-6)

   몇 명의 예를 들었습니다만, 그것만이 아니라 성경에 수많은 곳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내가 너와 함께 하마.’라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우리의 손을 휘저어 어디에 계신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손을 붙잡기 위해서 애써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손을 붙잡기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셔서 우리의 손을 붙잡아 주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을 붙잡고 앞서 가시는 하나님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그 손에 이끌려 살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의 손을 붙잡고 우리를 이끌어 가신다면, 그 길이 고통의 길이겠습니까? 형통의 길이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깊은 수렁이나 기가 막힐 웅덩이에 빠뜨리기 위해서 우리의 손을 붙잡고 앞서 가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는 자녀인 우리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은혜 안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하늘의 복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하나님께서 나를 이끌어 수렁에 빠뜨리실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가는 것을 주저합니다. 하나님께 이끌려 살다가 내 삶이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경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은 사람치고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우리 주변에서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것을 확신하며 사는 사람에게 그 종말이 비극인 경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물론 때로 우리의 삶에 어려움을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요셉이지만 보디발의 집에 노예로 팔려가는 경우도 있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요셉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바로 왕에게 인정을 받고 애굽의 국무총리가 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사람에게 주어진 결말이 바로 그런 것이란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러기에 여러분, 하나님께서 내 손을 붙잡으실 때에 그 손을 뿌리치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고 말씀하실 때, 그 음성에 귀를 막지 마십시다.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질 때에 그 손을 더욱 꼭 붙잡으십시다. 그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손을 붙잡아 주심을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손을 붙잡아 주시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며 살게 됩니다. 그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믿는다 하면서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하려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은 내가 힘들 때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서 나와 도와주셔서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께 도우심을 간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무척이나 기뻐하십니다.

   한 때 베스트셀러였던 『하나님이 하셨어요.』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정경주 사모님이 쓰신 책인데, 목사 사모로, 찬양 사역자로, 방송인으로, 교수로, 두 아들의 엄마로 살면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그녀가 체험했던 생생한 간증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녀가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비행기가 일본 상공 위를 지날 즈음 갑자기 조종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승객 여러분, 여객기 우편 날개 엔진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승무원과 승객 전원은 비상착륙 준비를 마치고 착석해 안전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방송이 나오자 평소 그녀의 신앙을 못마땅해 하며 ‘신은 없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대던 남자 승무원이 그녀에게 달려와서는 털썩 그녀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합니다. “미스 정! 기도해줘요. 미스 정! 부탁이에요. 날 위해 기도해줘요.” 그녀는 그와 함께 기도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그녀의 입에서 ‘아멘’이라는 소리가 나오자마자 다시금 기내 안내방송이 다시 들려왔습니다. “승객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여객기 우편 날개 엔진의 원인 모를 불이 저절로 꺼졌습니다. 곧 김포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하겠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승객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 승무원은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녀는 하나님의 도우심에 감사하며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때에 언제든지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하나님을 인식하지 못하며 살 때에도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함께 가는 인생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모래 위의 발자국’(Footprints in The Sand)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네.

주와 함께 바닷가 거니는 꿈을 꾸었네.

하늘을 가로질러 빛이 임한 그 바닷가

모래위에 두 짝의 발자국을 보았네.

한 짝은 내 것, 또 한 짝은 주님의 것

거기서 내 인생의 장면들을 보았네.

마지막 내 발자국이 멈춘 곳에서

내 삶의 길을 돌이켜 보았을 때

자주 내 삶의 길에

오직 한 짝의 발자국만 보았네.

그때는 내 인생이 비참하고 슬픈 계절이었네.

나는 의아해서 주님께 물었네.

‘주님 제가 당신을 따르기로 했을 때

당신은 저와 항상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지요.

그러나 보십시오.

제가 주님을 가장 필요로 했을 때

그때 거기에는 한 짝의 발자국 밖에는 없었습니다.

주님은 저를 떠나 계셨지요?‘

주님께서 대답하시었네.

‘나의 귀하고 소중한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너를 결코 떠나 있지 않았단다.

네 시련의 때, 고통의 때에도...

네가 본 오직 한 짝의 발자국

그것은 내 발자국이니라

그때 내가 너를 등에 업고 걸었노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셨음을 알게 됩니다. 때로는 나 홀로 외롭게 있던 것처럼 보여지는 순간이 있었을지라도 그 때에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힘들어 할 때 주님께서는 나를 안고, 나를 업고 그 힘든 고난의 여정을 나 대신 걸어와 주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도우심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말입니다.

   여러분, 동행은 ‘같은 길은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같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의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주님의 손을 붙잡고 주님을 의지하며 주님과 동행할 때 우리의 삶은 진리를 따르는 삶이 됩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삶에는 불의함이 없습니다. 죄악이 우리를 주관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삶에 생명과 평화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여러분, 우리네 인생은 여행길입니다. 그 여행길에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세상의 부귀영화와 동행하는 삶은 그 결말이 비극이 되고 말 것입니다. 돈을 따라 가거나 돈과 함께 가는 삶은 언젠가 그 돈으로 인해서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그것으로 말미암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다.’(디모데전서 6:10)는 말씀처럼, 돈이 결국 우리를 찔러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우리가 손잡고 동행하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 2016년 3월 6일 주일낮예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