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는 네 마디의 말씀①

< 본문 - 요한복음 21:1-14 >

  여러분, 이 노래 기억하십니까?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예비군. 나오라 붉은 무리 침략자들아. 예비군 가는 길에 승리뿐이다.’ 예, ‘예비군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같은 동네 학생들이 모두 마을 회관 앞에 모여서 함께 학교에 등교를 하는데, 두 줄로 맞춰서 노래를 부르며 학교에 가야 했습니다. 그 때 줄을 맞춰 등교를 하면서 부른 노래 가운데 하나가 이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하는 노래였습니다. 아마 저와 비슷한 시기에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다니셨던 분들은 기억이 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예비군 노래를 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부르도록 했는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등교할 때 부르도록 지정해준 노래가 몇 개 있었고 그 노래들을 열심히 부르면서 학교에 가곤 했습니다. 실상 군대를 갖다오고 예비군이 되었을 때에는 그 노래를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군대 갔다 온 예비군들이 불러야 하는 노래를 예비군이 되었을 때는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때 참 지겹도록 많이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예비군 노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에는 조국의 부름을 받아 군인으로서 충성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일터에서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에는 직장의 일을 잠시 접고 나라를 위해 싸우고자 예비군으로 모였다는 것입니다. 그게 어제의 용사들입니다. 그 어제의 용사들이 이전에 가졌던 군인으로서의 용맹스러운 모습으로 나라를 위해 싸운다면 아무리 강한 적군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의 말씀을 읽노라면 가끔 그 노래가 생각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에 갈릴리 호수에 전에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여러 명의 제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본문 2절에 의하면, 베드로, 도마, 나다나엘, 세베대의 두 아들인 야고보, 요한, 그리고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제자 두 명까지, 이렇게 7명의 제자들이 갈릴리 호수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예수님을 따르기 전에 이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잡이를 했던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함께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살아왔던 그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인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 모두가 마음이 서로 딱 맞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요한을 제외하고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버렸던 사람들입니다. 베드로가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막14:31)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때에, 모두가 그에 뒤질세라 ‘나도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호언장담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예수님께서 잡히시게 되자 다 주님을 버려두고 도망쳐버렸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양심에 가책을 받았던 베드로는 멀찍이 서서 예수를 뒤따라갔다가, 결국에는 여종 앞에서 주님을 부인하고 말았습니다. 나머지 제자들은 예수님이 잡히시고 고난당하시고, 죽으실 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부활하신 주님을 친히 보았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요한복음 20장의 기록에 의하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 보이셨습니다. 부활하시던 날 저녁 도마를 제외한 10명의 제자들이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당신이 부활하셨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8일 후에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제자들의 말을 듣고도 믿지 못하던 도마도 함께 모였을 때에 또 다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도마에게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21:27)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들은 분명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습니다. 오늘 본문 14절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께서 갈릴리 호수에 찾아오신 것은 부활하신 이후에 벌써 세 번째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런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분명 제자들은 오늘 본문의 사건 전에 두 번이나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왜 제자들은 갈릴리 호수로 내려간 것입니까? 엠마오로 내려가던 두 제자처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뵙지 못했기 때문에 낙심된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친히 보았습니다. 두 번씩이나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갈릴리 호수로 간 것입니까? 부활하신 주님께서 막달라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마태복음 28:10) 갈릴리로 가면 거기서 부활하신 주님을 뵈올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곱 명의 제자들은 막달라 마리아가 전해준 것처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갈릴리로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본문 3절에서 말씀한 것처럼,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고 말하자 나머지 제자들도 ‘그럼 나도 같이 가자.’ 그러면서 우르르 따라나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갈릴리로 간 것이 아니라, 3년 전 주님 만나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 옛날처럼 물고기나 잡으며 남은 생애 살겠다는 마음으로 갈릴리로 간 것입니다.

   여러분, 분명 부활하신 주님을 두 번이나 만나는데도, 왜 그들은 그렇게 옛날처럼 물고기나 잡으며 살겠다고 갈릴리로 가버린 것입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주님께서 붙잡히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버리리라.’고 말씀하시자, 베드로를 비롯해서 모두가 ‘절대로 주님을 부인하지 않겠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심지어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부인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호언장담했던 그들이 실제로 주님께서 붙잡히실 때에는 모두 주님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다음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물론 한편으로는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에 기뻤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주님 앞에서 ‘주님과 함께 죽을지언정 주님을 부인하거나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던 자신들의 지난 모습이 너무나도 창피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은 후에 삼 일만에 살아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살아나셨다.’고, ‘살아나신 주님을 우리가 보았노라.’고 말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도 그것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들의 모습에 스스로 한 없이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미련하고 주님을 믿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제자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겠어?’라고 말입니다.

  그러던 차에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고 방문을 열고 나서자 전에 갈릴리 호수에서 함께 고기잡이를 하던 제자들이 ‘그럼 우리도 함께 가겠다.’ 그러면서 모두 베드로를 따라 일어섰습니다. 그래서 뜻이 맞은 그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갈릴리 호수를 찾아갔고, 다시 고기잡이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갈릴리 호수에 와서 고기잡이를 하긴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찹찹할 것입니다. 3년 전에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주님을 따라나섰는데,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다시 고기잡이나 하면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지난 3년의 세월은 허송세월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꿈도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아라는 기대감으로 그들은 새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것이 다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갈릴리 호수를 찾아온 7명의 제자들은 낙심해 있었고, 지난 3년 동안 가졌던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찹찹한 심정으로 고기를 잡고 있는데,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해도 고기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3년 동안 주님을 따라다닌다고 고기잡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기잡이를 하던 기술을 다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해도 고기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 한 번 낙심해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았다가 3년 만에 낙심해서 고향 땅에 돌아와 옛 직업이었던 고기잡이의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 고기잡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또 한 번 낙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낙심했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본문 3-4절 말씀입니다. “그 날 밤에 아무 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이신 줄 알지 못하는지라.” 그렇습니다. 제자들은 너무 피곤하고 낙심하여 주님이 바닷가에 서 계셨음에도 그분이 주님이신 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거기에는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제자가 7명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7명의 제자들 중에 어느 누구도 3년 동안이나 줄곧 따라다녔고 같이 생활했던 선생님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절망에 빠져 있던 제자들을 찾아오신 것입니다. 좌절과 허탈감에 빠져서 옛 생활로 돌아가 버린 제자들에게, 그리고 거기서조차도 실패한 제자들에게 새롭게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 위해서 그들 앞에 나타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2000년 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고도 여전히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있는 제자들을 찾아오셔서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오늘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부활절을 지낸 후에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여러분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부활의 감격을 안고 살아오셨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주님의 부활과는 상관없이 평소나 다름이 없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아오셨습니까? 혹 부활절 이전보다도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지는 않으셨습니까?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이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제자라고 할 수 있어?’라며 죄책감으로 인해 심각한 절망에 빠져 있는 제자들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죽음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는데, 그것이 지금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여전히 죄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데, 우리는 마치 주님께서 지금도 무덤 속에 계신 것처럼 용기와 희망을 잃어버린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우리가 혹 그렇게 살았다 하더라도 또 다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갈릴리 호수를 찾아오셔서 좌절하고 절망 가운데 있던 제자들에게 새롭게 용기를 주시는 우리 주님께서,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오셔서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갈릴리 호수로 돌아와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던 제자들을 찾아오신 우리 주님께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애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제자들에게 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몰라서 던진 질문이 아닙니다. 이미 주님은 제자들이 그 날 밤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다 아시면서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그렇게 물어보신 이유는 자기들이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지 못했다는 실패를 인정하도록 하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주님을 떠나서 무언가 해보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국 손에 얻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 주님이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시려는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따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 나서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어 있을 때,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찾아오셔서 첫 번째 하신 말씀이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신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은 지금 아담이 어디 숨어 있는지 몰라서 - 숨바꼭질을 하자고 아담을 부르신 말씀이 아닙니다. 범죄한 아담으로 하여금 범죄한 자신의 비참한 꼴을 깨닫도록 하시기 위한 말씀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주님을 떠나 있을 때에는 우리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주님 없이 내 맘대로 하면서 일이 잘 풀려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그건 마귀가 뿌려놓은 미끼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주님을 떠난 인생에는 참된 승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님의 자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주님을 떠나 내 마음대로 살면 그 삶은 항상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애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고 주님께서 물어보시자, 실패해서 피곤에 지쳐있던 제자들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떠나 내 자신의 영광과 내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내 맘대로 살면 언제나 우리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나이다. 죽도록 수고하고, 죽도록 고생했지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주님을 떠난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얼마 전에 한 광고에 이런 문구가 히트를 쳤습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 여러분, 우리가 그렇습니다.우리가 주님을 떠나면 마치 집을 떠나 개고생하며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인생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삶에서 나오는 말은 결국 ‘죽도록 고생했지만 남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는 탄식의 소릴 뿐입니다.

  절망적인 목소리로 ‘밤새도록 수고하였지만 잡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고백하는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두 번째 하신 말씀은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하신 말씀입니다. 3년 동안 고기잡이하던 것을 잠시 쉬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거기에 모인 '어제의 용사들' 7명은 모두 전에는 고기잡이에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또 지난밤에는 밤새도록 갈릴리 호수 여러 곳에 그물을 던져보았습니다. 아마 갈릴리 호수 전부를 다 훑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낯선 사람이 나타나서는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합니다. 배 오른편이라고 해서 제자들이 그물을 던져보지 않았겠습니까? 거기에도 밤새도록 수없이 그물을 던져보았습니다. 수없이 던져보았지만 고기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던 곳입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밤새도록 수고했음에도 고기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물을 다시 던졌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배 오른편에다’ 그물을 던졌습니다.

  여러분, 제자들이 주님인지도 알지 못한 그 상황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물을 던졌다고 하는 것은 지난밤에 그토록 수고한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동입니다. 갈릴리 호수에 모였던 ‘어제의 용사들’ 7명은 자기들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패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인생을 살면서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 나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실패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보다도 더욱 무서운 것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열려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잘 되지 않습니다. 계속 적자만 납니다. 날마다 빚이 쌓여만 갑니다. 아무리 보아도 흑자를 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빨리 ‘이 사업은 실패했구나. 이 사업은 더 이상 내게 희망이 없구나!’ 그걸 인정하고 사업을 처분해야 합니다. 아무리 애착이 가더라도 처분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언젠가는 풀리겠지’ 그러면서 계속 그 사업을 고집한다면, 결국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사업은 더욱 크게 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힘들 때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고통스러울 때는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해야 합니다. 아파도 안 아픈 것처럼, 힘들어 죽겠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는 것처럼, 고통이 뼛속까지 사무치는데도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태연하게 - 마치 양반이 체면을 차리는 것처럼 있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설 때에는 그런 체면을 다 버려야 합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실패했으면 실패했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럽다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기에서 놀라운 기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주님 말씀대로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고기가 많이 잡혔습니다.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가 잡혔습니다. 여러분, 실패를 인정하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이런 놀라운 기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내 방식을 고집하면 그런 기적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그물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되자, 3년 전에 바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누가복음 5장에 보면 3년 전에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부르실 때에도, 베드로는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주님으로부터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지라!” 하는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하여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졌더니 배가 잠길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시몬 베드로의 동업자였던 야고보와 요한도 그 때 거기 기적의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게 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3년 전의 그 일을 가장 먼저 생각해냈던 사람이 요한이었습니다. 요한은 그 일이 문득 떠올라 자기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씀하신 분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분이 바로 주님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닷가에 서서 자기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고 말씀하신 그분이 부활하신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실패를 경험하셨습니까? 아니 지금도 실패로 인한 깊은 구렁텅이에서 헤어나기 힘든 삶의 자리에 계시진 않습니까? 빨리 우리의 실패를 인정하십시다. 그리고 영의 눈을 떠서 우리의 실패의 자리에 찾아오신 주님을 바라보십시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실패한 자리에 낙심해 있을 때에 결코 우리를 버려두지 않고 찾아오십니다. 찾아오셔서 우리에게 ‘내가 부활의 주님이시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기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주님의 말씀을 따를 때 소망이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십니다.

   갈릴리 호수에서 ‘어제의 용사들’인 7명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부활의 주님께서 오늘도 우리의 삶에 찾아오십니다. 그 주님으로부터 들려오는 음성을 들으십시다. 그리고 그 음성에 순종하십시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실패에서 승리로 바꿔질 것입니다.

< 2016년 4월 3일 주일낮예배-부활절 후 첫 번째 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