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세우러 오신 메시야

< 본문 - 이사야 42:1-4 >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성품을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공의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시편 23편에서 다윗은 ‘여호와가 나의 목자가 되신다’고 노래하면서, 그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을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해 주신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렇게 인도해 주실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자신은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 시는 이렇게 결말을 짓습니다. “내 평생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다윗은 자신의 목자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을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해 주시는데, 거기에 가는 동안 - 아니 자신이 살아가는 모든 삶의 여정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늘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윗이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자신의 평생에 늘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노래했는데, 그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선하심과 인자하심이라는 말을 우리가 다른 말로 바꾼다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입니다. 먼저 인자하심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인자하심이라는 말은 구약성경 언어인 히브리어로 ‘헤세드’입니다. 이 헤세드는 하나님의 언약적인 사랑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당신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선택하시고 그들을 사랑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명기 7장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에 그들을 택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작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셨고 그들을 택하셔서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하나님께 사랑받을 만한 어떤 자격을 갖추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녀로 선택하시고 우리에게 사랑을 베푸신 것이 아닙니다. 아무런 자격도 없는 우리를 그저 사랑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 ‘헤세드’입니다.

   그리고 다윗은 자신의 평생에 늘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 하나님의 선하심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선하심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토브’라는 단어인데, 이 말의 뜻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토브’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창세기 1장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빛을 만드시고는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창조하시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만드신 것을 보실 때마다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시고, 모든 창조를 마치시고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이 바로 ‘토브’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그 창조의 과정이 하나님께서 계획하신대로 잘 이루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계획하신대로 모든 것이 아름답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바로 하나님의 선하심입니다. 그 선하심이 오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은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루어가실 하나님의 계획이 하나하나 이루어져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오늘 나를 통해서, 또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이루어가실 계획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서 무엇을 이루어가시려고 우리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셨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의(正義)입니다. 정의라는 말은 성경에서 ‘공의, 공평, 공도, 공법’ 등 여러 단어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해서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계획대로 이 세상이 움직여져 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율법을 주셨습니다. 무엇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삶인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율법을 통해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간이 사는 세상은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세상,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을 만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저버리고 인간의 욕망과 욕구를 추구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죄가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따 먹지 말라’고 말씀하신 선악과를 따 먹은 것도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인간의 거짓되고 헛된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우리 인간은 계속해서 하나님을 반역하듯이 그런 헛된 인간의 욕망을 따라 살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정의를 원하신다고 가장 강력하게 소리쳐 외쳤던 선지자가 아모스입니다. 아모스는 북이스라엘 여로보암 2세 때 활동했던 선지자입니다. 당시 북 이스라엘은 여로보암의 정치적인 역량으로 인해서 역사상 가장 번영을 누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부강한 나라요 번영을 누리던 시기였지만,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엉망이었습니다. 아모스 선지자는 당시 북 이스라엘의 부패한 모습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은을 받고 의인을 팔며 신 한 켤레를 받고 가난한 자를 팔며 힘없는 자의 머리를 티끌 속에 발로 밟고 연약한 자의 길을 굽게 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한 젊은 여자에게 다녀서 나의 거룩함을 더럽히며 모든 제단 옆에서 전당 잡은 옷 위에 누우며 그들의 신전에서 벌금으로 얻은 포도주를 마시고 있다.’(아모스 2:6-8) 북 이스라엘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했는지, 그리고 그 사회가 얼마나 악으로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당시 사회에서 바르게 살려하는 사람은 결코 부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정의를 세워야 할 재판정에서 뇌물이 오가면서 의롭게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지 못했습니다. 죄 없는 사람들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부자들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의 머리에 묻은 티끌조차 빼앗아갈 정도로 착취가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마치 땅의 티끌을 밟듯이 짓밟아버립니다. 그러면서 돈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물을 방탕하게 사는 데 사용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와 동침하는 비인륜적인 행위를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습니다. 율법에서는 분명하게 ‘겉옷을 전당잡았을 때에는 저녁이 되기 전에 반드시 돌려주어야 한다’(출애굽기 22:26-27)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겉옷은 밤에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겉옷을 전당잡혀서 겉옷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밤 사이에 찾아온 추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그 옷을 돌려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아모스 당시 북 이스라엘의 부자들은 그 옷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제단 옆에서 자신이 전당잡은 그 옷을 펴고 그 위에 누워있습니다. 겉으로는 제단을 가까이 하는 사람인 것처럼, 신앙인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할뿐더러 다른 사람이 추위에 얼어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무자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힘없는 자들에게 ‘세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강제로 착취한 것으로 포도주를 구입해서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취해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런 사회가 어찌 공정한 사회,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권력이 최고의 힘입니다. 거기에다가 돈까지 따라붙으니 그들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바르게 살려 하는 사람들이 무시당하고, 가난하고 힘없어 굶주려 죽고, 추위에 얼어 죽고, 노예로 팔려가서 매를 맞고 죽도록 일하다가 결국 죽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불쌍히 여겨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회를 향하여 아모스는 이렇게 외칩니다. ‘너희가 살려면 선을 구하라... 너희는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며 성문에서 정의를 세울지어다.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혹시 요셉의 남은 자를 불쌍히 여기시리라.’(아모스 5:14-15) ‘지금은 너희가 풍요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지금이라도 돌이켜 선을 행하고 공의를 따르면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셔서 너희를 멸망에서 건져주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 아모스 선지자가 정의를 외쳤던 그 시대, 북이스라엘 여로보암 왕의 시대와 같은 시대가 어디 그 때뿐입니까? 그 때가 조금 더 악이 횡행했을지는 몰라도 우리 인간이 살아온 모든 시대에 그런 모습들이 늘 있어 왔습니다. 오늘 우리처럼 잘 사는 나라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서 일하기보다는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했고,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찍어내고 그 앞길을 막아섰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같이 민주화되었다고 말하는 사회에서도, 오늘 우리 사회같이 정보화가 발달된 사회에서도 교묘한 방법으로 불의를 자행하고도 그 자리를 유지하면서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권력에 아부하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는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횡포가 여전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말입니다. ‘보수세력은 일명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는 뜻입니다. 한쪽으로 세력이 기울어져 있어서 힘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우리 사회를 비꼬는 말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갑을관계입니다. 아무리 동반성장이라는 말로 미화시킨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고려대학교 장하성 교수의 진단에 의하면, 고용율 4%밖에 되지 않는 100대 대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이익은 60%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구조여서 대기업이 자기들 마음대로 가져가는 사회입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이 합병인수라는 명목으로 가져가버립니다. 그런 사회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이라는 약자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하청을 주었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청회사를 바꿔버리면 빚을 얻어 제품을 생산한 중소기업을 그대로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에서는 5,900억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기업인 삼성에 유리하도록 기업합병인수를 허락해주었습니다. 물론 일부의 모습이겠지만, 오늘 우리 사회도 결코 공의롭지 못한 사회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멸망당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말씀입니다. 주전 586년 바벨론에 의해서 멸망당한 후에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위로의 말씀으로 주신 것이 오늘 본문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장차 오신 메시야를 예언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메시야로 오실 분은 정의를 베푸실 분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문 1절입니다.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 이 땅에 오실 메시야 -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당신의 택하신 백성들을 위로하실 메시야는 정의를 베푸실 메시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단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메시야가 누구에게 정의를 베풀 것이라고 말씀하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 이 땅에 오실 메시야는 이방에 정의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이방이라는 말은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말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사고 속에 이방은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이 아닌 자들을 의미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긍휼을 베풀지 않으시는 민족입니다. 그들에게는 율법의 은혜가 주어지지 않았고, 하나님의 사랑에서 제외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멸망당한 후에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주실 메시야는 이스라엘 백성들만의 메시야가 아닙니다. 이방에 공의를 베푸실 메시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방은 단순히 민족의 개념으로서 유대인 밖의 이방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사람들,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나 있는 사람들, 부와 풍요의 사회에서 제외된 사람들, 지금까지 하나님의 공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 그들을 모두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연약한 자들입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꺼져버릴 것같이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조금만 눌러도 압사당할 것만 같이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조금만 큰 소리가 들려도 가슴이 벌렁거려 기죽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땅에 오실 메시야가 그런 사람들에게 공의를 베푸실 때에는 그들의 그런 연약함을 충분히 고려하여 공의를 베푸십니다. 조금만 큰 소리가 들려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메시야는 큰 소리로 외치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이방의 연약한 사람들은 권력과 가진 자들에 의해서 압제를 당하면서 그 마음이 찢겨지고 상처 나 있는 상한 갈대와 같기 때문에 그런 상한 갈대를 꺾지 않습니다. 그들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꺼져버리는 연약한 심지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의를 베푸실 메시야는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정의를 세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혁명을 통해서 사회를 전복시키는 방법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약한 자들을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정의를 세우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고 자신이 희생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많이 노력을 해도 변화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의를 베풀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실 메시야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고 낙당하지 않습니다.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정의를 베푸는 일을 그만두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본문 4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

  이 땅에 정의를 세우러 오신 우리 주님께서 그렇게 이 땅에 정의를 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은 어떤 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길 원치 않으셨습니다. 수많은 군중들이 따라다닐 때 그들을 선동하여 체제를 전복시키는 방법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드실 수도 있었지만, 예수님은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셨습니다. 오히려 낮고 천한 자리에 내려오신 우리 주님께서는 병들고 마음에 상처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시고 치료해 주셨습니다. 죄인이라고 낙인 찍혀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을 찾아가셔서 그들에게 자유를 선언하시고 하늘나라의 희망을 안겨 주셨습니다.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셨습니다. 로마 황제를 대항하는 거대한 목소리로 저항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연약한 사람, 깨어지기 쉬운 사람을 긍휼히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생명을 그런 연약한 자들을 살리시기 위한 화목제물로 내어주셨습니다. 자신이 친히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이 땅에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길 원하셨습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대림절을 맞았습니다. 대림절은 이 땅에 오실 메시야를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구약성경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끊임없이 이 땅에 메시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세상에 빛을 비추실 메시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불법이 판을 치면서 힘없고 약한 자들이 압제당하는 불의한 세상에 정의를 세우실 메시야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대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 우리 주님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정의를 세우러 오신 분입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필요한 이 세상에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시기 위해서 오신 분이 우리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신앙인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땅에 정의를 세우시는 예수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이 땅에 정의를 세우시신 예수님의 방법으로 이 땅에 예수님께서 꿈꾸시던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먼저는 우리가 억압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는 결코 남을 억압하거나 남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내게 힘이 있다면 그 힘으로 다른 사람을 압제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내게 건강이 있다면 그 건강으로 병들고 약한 사람들에게 윽박지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내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재물이 있다면 그것이 있다고 가지지 못한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거느리는 위치에 있다면 내 사사로운 감정이나 작은 이득을 위해서 그들을 억울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먼저 공의를 세우러 이 땅에 오신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이 땅에 공의가 살아 있음을 경험하지 못한 채 억눌리고 억압을 당하면서도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 구석구석엔 아직도 공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탄절까지 계속되는 대림절 기간 동안 우리는 주님의 공의를 갈망하는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주변에 어렵게 사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라면 한 봉지를 들고 가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품어주고 기도해 줄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의 차가운 공기를 마셔보고 싶지만 신체적인 장애 때문에 외출 한 번 하지 못하는 사람을 찾아가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추운 겨울 차가운 방에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제공해 줄 수도 있습니다.

   2년 반 전에 차가운 바다에서 아이들을 잃어야 했던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도 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왜 구조받지 못한 채 싸늘하게 죽어가야 했는지 유가족들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그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생명을 가슴을 품고 아직도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쓸 수도 있습니다. 병들고 나이 들어 시설에 입원해 외롭고 쓸쓸하게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인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가 잠시나마 그들의 얼굴에서 근심이 사라지도록 같이 있어 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 대림절은 이 땅에 정의를 세우러 오신 주님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 그 주님을 닮아가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주님은 이 땅에 정의를 세우시기 위해서 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주님을 믿는 하나님의 백성들입니다.

< 2016년 11월 27일 주일낮예배 - 대림절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