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

< 본문 - 출애굽기 19:1-6 >

  대영제국(the British Empire)이라고 불리는 영국은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섬나라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힘없는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19세기에는 대영제국이라는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21년의 통계에 의하면 영국은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두면서 당시 세계 인구의 약 1/4에 해당하는 4억 5천 8백만 명 이상의 인구를 통치하였고,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세계 최강의 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바다 건너에 눈을 돌리면서 수많은 나라들을 점령할 수 있었던 군사력과 18세기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성장, 그리고 의회민주주의가 성공하고 도덕성과 예절을 강조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큰 나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측면에서 대영제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대영제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라고 평가되는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 1819-1901)의 평가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인도의 한 왕자가 빅토리아 여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지난날에 식량문제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작은 나라 영국이 오늘에 이르러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빅토리아 여왕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성경을 집어 들고는 ‘이것이 그 비결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영국 국민들이 성경을 사랑하고 성경대로 살려고 애쓰기 시작하면서 영국은 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1:3절에서 우리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듣고 그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주님의 약속입니다. 그 외에도 성경 여러 곳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자들이 복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신 대로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들에게 복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비단 신앙인 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나라 영국이 대영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빅토리아 여왕이 고백한 것처럼 영국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그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사람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면 하나님께서는 그 민족, 그 나라에 복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경 속에는 지도자들의 지도력을 올바로 세워주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원리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는 사람들에게 꼭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나지 말고 그 말씀을 따라 행하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려 할 때, 모세의 후계자로 세워진 여호수아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여호수아 1:7-8)

  하나님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 가운데 하나인 다윗 왕은 임종을 맞아 왕위를 아들 솔로몬에게 물려주면서 이렇게 유언을 합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하여 그 법률과 계명과 율례와 증거를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지라.”(열왕기하 2:3)

   그렇게 다윗이 솔로몬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지켜 행하라고 유언을 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미 율법에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17장에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이 율법서의 등사본을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 그의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그리하면 그의 마음이 그의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명령에서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지지 아니하리니 이스라엘 중에서 그와 그의 자손이 왕위에 있는 날이 장구하리라.”(신명기 17:18-20) 왕이 된 사람은 제사장이 가지고 있는 율법책을 등사해서 복사본을 늘 곁에 두고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왕이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책을 가까이 하여 늘 읽고 그 말씀대로 살면 자자손손 왕위가 계속해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런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을 잘 알고 있기에 다윗은 자기 아들 솔로몬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바른 통치자가 되기를 바랬기 때문에 그렇게 유언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윗이 아들 솔로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다윗이 그 말씀을 따라 살 때 하나님께서 그의 모든 삶을 지켜주셨다는 것을 늘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율법책 속에 기록된 말씀에 그치지 않고 그 말씀이 자신의 삶에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삶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아들 솔로몬에게 그렇게 유언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당신의 말씀인 율법을 읽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입니까? 그 말씀을 읽고 지키면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시면서까지 그 말씀을 지키길 원하셨습니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복을 받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거나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말씀을 지키면 하나님께서 당신이 약속하신대로 우리에게 복을 주십니다. 우리의 삶을 형통함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율법을 주시고 말씀을 주신 근본적인 이유는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말씀을 지킴으로 복을 받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복을 받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면, 아니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고 싶어 하시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0년 동안 종살이하던 애굽에서 탈출해 나온 지 3개월이 되던 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내광야에 머물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 광야에 머물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시내산 위로 불러올리십니다. 그리고는 ‘내가 이 백성과 언약을 맺고 싶다. 이스라엘이 나와 언약을 맺고 언약을 맺은 대로 내 말을 잘 들으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될 것이다. 내 소유가 된다는 것은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고 거룩한 백성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이후의 말씀에 보면 모세는 시내산 아래에 내려가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맺고 싶어 하시는 하나님의 의중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알려줍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민족과 언약을 맺고 싶어 하신다는 하나님의 뜻을 전해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겠다.’고 허락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출애굽기 24장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 사이에 언약을 맺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고 싶어 하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미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갈대아 우르에서 부르시고, 하란에 머물고 있을 때 다시 부르시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어려 가지를 약속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라함과 확실하게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신 그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 자손들과 다시금 언약을 맺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가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약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언약이 무엇이기에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으려 하시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언약이라는 것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언약을 맺으실 때 하나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약을 맺는 순간 이제부터는 내가 너희 하나님이다.’라는 것입니다.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실 때에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세기 15:1) 이 말씀은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지켜주마. 내가 너의 보호자일 뿐만 아니라, 내가 네게 약속한 모든 것을 반드시 이루어주는 하나님이야.’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언약을 맺는다는 것은 하나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신약의 표현을 빌린다면 언약백성이 되기 이전에는 우리가 하나님께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리스도 밖에 있던 사람들이고, 약속의 언약에 관계가 없는 외인이었습니다.(에베소서 2:11-12) 하나님과 아무런 관계도 없던 자들이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언약을 맺음으로 인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관계가 맺어졌습니다. 이제는 하나님과 멀리 있던 우리가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이 허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언약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언약을 맺자고 하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돌보시고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것이 마치 손님처럼 대하는 것이었다고 하면, 이제 언약을 맺음으로 해서 하나님과 이스라엘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처럼 되는 것입니다. 결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사랑으로 엮어진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언약을 맺고 언약백성이 되면 이스라엘은 이제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5-6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내 소유가 된다.’는 말씀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 백성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이사야 43:1) 그렇습니다. 언약백성이 되면 우리는 영원히 하나님의 소유가 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그런 관계입니다. 가끔 말썽을 피우는 자식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면 부모가 ‘너를 이제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자식을 호적에서 파버리는 부모는 없습니다. 설혹 너무 속상해서 자식을 부모의 호적에서 삭제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단절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럴지지라도 부모와 자식이 아닌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법적으로 호적을 정리해도 부모는 부모이고 자식은 자식입니다. 그것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언약백성이 된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하나님과 언약을 맺으면 우리는 영원히 하나님의 소유가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언약백성이 된 우리를 가장 아름답고 좋은 길로 인도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언약백성이 된 우리에게 율법을 주시고 말씀을 주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언약백성이 되어 영원한 하나님의 소유가 되었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소유로 하나님께 가까이 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누리며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언약백성에게 율법을 주셨습니다. ‘이 말씀을 따라 살면 너와 나 사이가 언제나 행복한 관계가 될 거야. 이 말씀을 지켜 행하면 내가 기쁜 마음으로 네 삶에 복을 덧입혀 줄 거야.’ 그런 마음으로 우리에게 율법과 말씀을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언약백성이 된 우리에게 율법과 말씀을 주신 이유는 하나님과 우리가 더 가까운 관계가 되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죄를 멀리하고 하나님과 우리가 더 사랑 가득한 관계가 되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죄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 막는 장벽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죄라는 놈에 침범해 들어와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언제든지 담대하게 하나님께 나아오기를 원하십니다. 마치 사랑스런 딸이 ‘아빠!’ 그러면서 아빠의 품에 안기는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과 그런 관계이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죄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그렇게 나아가지 못하게 만듭니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따 먹지 말라 하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서 찾아오셨을 때 두려워하여 나무 사이에 숨어버린 것처럼, 죄를 지은 인간은 하나님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자꾸만 하나님의 낯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죄를 짓지 말고 하나님께서 복 주시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으로 살라고 우리에게 율법을 주시고 말씀을 주신 것입니다.

  여러분, 언약은 약속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하나님이 되셔서 우리의 모든 삶을 지켜주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복 주실 수 있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약속입니다. 이제는 하나님과 우리가 서로 언약을 맺었고, 그 언약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님의 소유인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기에 우리는 늘 하나님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맺은 언약의 증표가 율법이고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그 말씀을 지키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말씀을 즐거워하며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압니다. 말씀을 지키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말씀을 지켰기 때문에 복을 받았다기 보다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모하여 말씀을 지키게 되었고 그런 마음에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독일의 역사학자였던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가 연구에 몰두하다가 피곤한 눈을 식히기 위해서 산책을 하러 나섰습니다. 그는 산책하던 중 동네 골목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유배달을 하는 소년이었는데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우유병을 통째로 깨뜨린 것이었습니다. 소년은 깨진 우유를 배상해야 한다는 걱정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랑케는 울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얘야, 걱정하지 말아라. 지금은 내가 돈을 가져오지 않아서 줄 수 없다만 내일 이 시간에 여기 나오면 내가 대신 배상해주마.” 그렇게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온 랑케는 한 자선사업가가 보낸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 내용은 역사학 연구비로 거액을 후원하고 싶으니 내일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랑케는 너무 기뻤지만, 순간 소년과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그 자선사업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먼 길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소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훌륭한 믿음의 사람이었던 랑케는 망설임 없이 자선사업가에게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있어 만날 수 없다며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랑케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년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랑케의 편지를 받은 자선사업가는 순간 상당히 불쾌했지만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후에는 더욱 랑케를 신뢰하게 되었고, 그에게 처음 제안했던 후원금 액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랑케에게는 역사학 연구보다 한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바로 이런 마음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한 약속인 말씀을 따르고 말씀을 지켜 행하면 하나님께서는 그 말씀에 약속된 복을 우리에게 덧입혀 주십니다. 우리가 지켜 행하는 것보다 더욱 풍성한 것들로 우리의 삶에 채워주십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다. 하나님께서는 무조건 우리에게 율법과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를 사랑하여서 당신의 언약백성으로 삼아 주셨기에 우리를 사랑하신 그 하나님을 우리도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그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알고 살기를 원하십니다.

  나영자 시인이 쓴 ‘염색’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어드립니다.

  그냥 / 주님으로 / 푹 물이 들면 좋겠습니다.

  물감이 천에 물을 들이듯 / 주님으로 제가 / 물이 들면 좋겠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 사는 것 따로 있고 / 아는 것과 / 행하는 것 따로 있으며

  깨달음과 / 실천이 따로가 아니라

  주님의 삶이 / 내 몸에 배어버려서 / 그냥 사 는 것이

  예수님을 닮을 수 있다면 / 정말 좋겠습니다.

  주님의 말씀 / 줄줄 외우지 못해도 / 조리있게 / 진리를 변증하지 못해도

  그냥 사는 것이 / 말씀일 수 있다면 / 좋겠습니다.

  주님으로 / 푹 물이 들어 버리면 / 참 좋겠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삶이 주님으로 푹 물 들어버리는 삶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마음 가득이에 주님으로 채워지기를 원하십니다. 그런 삶을 살라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소유로 삼으셨고, 그런 삶을 살라고 우리에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우리의 마음이 물들어지고, 기쁨으로 그 말씀을 따라 살기에 우리의 삶에도 주님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기를 원하셔서 우리에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하나님의 소유가 된 우리가 하나님을 더 가까이 하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으로 물들어 사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 2016년 12월 11일 주일낮예배-성서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