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러 오신 메시야

< 본문 - 마태복음 20:25-28 >

  미국의 명문 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영향력 있는 교회에 청빙을 받아 성공적으로 목회를 하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임에도 박식한 신학적 지식과 열정으로 목회를 하면서 그는 엘리트 목사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자기의 사역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가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구세군의 창설자인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아래에 들어가서 구세군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간 그를 본 구세군의 사령관 윌리엄 부스는 그가 구세군 사관학교에 들어온다는 것이 별로 마음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은 있으나, 오랫동안 보스로 군림해 온 그의 이력과 인격적으로 아직 구비 되지 못한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윌리엄 부스는 마지못해 그의 입학을 허락해주었습니다.

   윌리엄 부스 사령관은 이제 막 구세군 사관학교에 입학한 그를 특별히 훈련시켜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한 임무를 맡겨주었습니다. 그것은 매일 다른 훈련병들의 군화를 닦게 하는 것입니다. 어둑컴컴한 지하실에서 다른 훈련생들의 군화를 닦으면서 그 젊은이는 투덜거렸습니다. ‘내가 군화나 닦으려고 대서양을 건너왔단 말인가?’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 불평 때문에 마음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던 어느 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장면이 번뜩 하고 그의 눈앞에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그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저는 그들의 구두를 닦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훈련생들의 군화를 닦으며 훈련에 임했고, 훈련생들의 군화를 닦으면서 그는 주님의 사람으로 다듬어져 갔다고 합니다. 그가 바로 구세군 최초로 미국에서 감독관이 된 사무엘 로건 브렝글(Samuel Rogan Brengle)입니다.

   그 블렝글이 매일 드린 기도문이 있습니다. “주님, 정신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둔감하고 어리석게 되지 않도록 저를 지켜주소서,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는 사람, 곧 경주자의 정신적, 영적, 신체적 자질을 지닐 수 있도록 저를 도우소서, 제가 하는 일이 형통하게 하시되 교만하지는 않게 하소서. 성공과 번영에 따르기 쉬운 안일함으로부터 저를 구하소서. 육체적인 무기력과 쇠약함이 밀려올 때에라도 나태와 자기 탐닉의 영에 빠지지 않도록 저를 도우소서.”

   그런 기도 덕분에 그는 교만함이나 나태함에 빠지지 않고 늘 겸손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고, ‘성결의 교사’라는 칭호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섬김을 받는 것보다 섬기는 일이 더 값지고 복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내면에 있는 욕망은 우리로 자꾸만 섬김의 자리에 서지 못하게 하고 섬김을 받는 자리에 서도록 유혹합니다. 섬김을 받는 자리가 행복한 자리요, 섬김을 받아야 내 자존심이 높아진다는 헛된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건 비단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그런 잘못된 생각과 헛된 욕망에 빠진 우리를 향해 아주 준엄하게 책망하시며 말씀하십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20:17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3년 동안의 공생애를 마치시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게 되었습니다. 그 3년의 공생애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일들을 하셨고, 많은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참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그 길에는 열두 명의 제자들만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열두 명의 제자들은 3년 동안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고, 예수님과 같이 생활하면서 예수님의 삶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전파하셨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3년 동안 예수님의 제자로 훈련을 받으면서 예수님의 생각을 공유하고, 예수님께서 꿈꾸셨던 것들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제자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면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당신이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죽으실 것’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지매 그들이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주어 그를 조롱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 박게 할 것이나 제 삼일에 살아나리라.”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이유를 아주 분명하게 말씀십니다. 십자가에 죽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가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자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 바로 앞인 20절에 의하면,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예수님을 찾아와서 간청을 합니다. ‘자신의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의 나라’가 하늘나라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 두 아들이 예수님의 뜻을 잘 받들어 하나님의 나라에서 귀하게 쓰임 받는 제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도로 말했다면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요청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야로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세상의 모든 질서를 다 뒤집어엎으시고 새로운 나라를 만드실 텐데 그 때 내 두 아들을 권력의 자리 - 가장 높은 권력의 자리에 앉혀 달라.’는 그런 청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면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예수님의 두 제자인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예수님께서 어떤 큰 권력의 자리에 앉으시러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태복음에는 ‘세베대의 아들의 어머니’ 즉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그런 청탁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마가복음에는 야고보와 요한 두 제자가 직접 예수님께 그런 부탁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 청탁을 한 사람이 다르게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은 같은 내용입니다. 아마도 추측하건대 마태복음의 기록이 훨씬 더 사실적인 표현일 것입니다. 실제로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그런 청탁을 했지만 마가복음에서 야고보와 요한이 직접 예수님께 그런 청탁을 한 것으로 기록한 것은 야고보와 요한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야고보와 요한 두 제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4절에서 ‘열 제자가 듣고 그 두 형제에 대하여 분히 여겼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머지 열 명의 제자들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앞에 두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데,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은 모두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예수님과 너무 다른 생각을 하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계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는 제자들은 십자가를 바라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명예의 자리를 바라보며 예루살렘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믿음이라는 것은 하나님을 바라보고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라보시는 곳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에 같은 걸음으로 함께 가고,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것을 함께 꿈꾸는 것이 신앙인입니다. 그런 믿음의 길을 가기 위해서 때로 우리는 우리의 꿈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믿음으로 살기 위해서 때로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꿈을 포기하고 예수님께서 꿈꾸시는 것을 우리도 꿈꿀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라 예루살렘에 올라가면서 예수님과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가는 제자들을 향해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아야 하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으로 살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높은 자리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은 자리에 설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으뜸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으뜸이 되려하기보다는 종의 자리에 설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까? 아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권세를 가진 사람이 되기보다는 섬기는 사람이 되고, 으뜸의 자리에 서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종의 자리에 서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 28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의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섬기기 위해서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당신의 목숨을 많은 사람을 위한 대속물로 주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당신이 이 땅에 오신 그 목적 - 섬기는 삶을 사시기 위해서 섬김 받으려 하시는 유혹을 다 물리치셨습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금식하실 때 마귀가 예수님을 시험했습니다. ‘돌로 떡을 만들어라.’ ‘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라.’ ‘내게 절을 하면 내가 천하만국의 영광을 다 네게 주마.’ 그런 시험을 당하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시험을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돌로 떡을 만드실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는 돌로 떡을 만드실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높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도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로 떡을 만드신다면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셨는데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예수님을 엄청 존경하고 우러러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과감하게 그런 유혹들을 거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 예수님께서 이 땅에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후에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억지로 붙들어다가 자기들의 임금을 삼으려 했습니다.(요한복음 6:15)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피해 혼자 조용히 산으로 몸을 숨겨버리셨습니다. 사람들의 인기에 편승해서 임금이 되는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그러면 섬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섬기는 삶을 사는 것입니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낮은 자리에 서는 것입니다. 높은 자리에 있기에 마땅히 섬김의 받아야 하지만 스스로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으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지만 스스로 으뜸이 되는 자리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종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모습이 바로 그런 섬기는 삶의 모범입니다. 예수님은 스승이십니다. 메시야이시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마땅히 제자들로부터 섬김을 받으셔야 하고 마땅히 사람들로부터 섬김을 받으셔야 할 분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친히 대야에 물을 떠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습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요한에게 ‘내가 너희들의 발을 씻어줄테니 가서 대야에 물 좀 받아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팔아먹을 가롯 유다에게 ‘너는 왜 그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책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곧 세 번씩이나 주님을 부인할 베드로에게 ‘너 같은 놈은 발 씻음받을 자격도 없어!’라고 열외시키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느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으시고 제자들의 발을 하나하나 다 씻겨 주셨습니다. 아무도 책망하지 않으시고 사랑스러운 손길로 받을 씻어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섬김의 모습입니다.

  여러분, 그런데 왜 우리는 그런 섬김이 잘 되지 않는 것일까요?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인데, 왜 우리들은 예수님처럼 섬기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입니까?

   ‘빈자들의 성자’라고 불리는 마더 테레사(Theresa) 수녀가 어느 날 한 어린이의 상처를 지극한 정성으로 치료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 때 인근에 살던 한 주민이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수녀님, 당신은 당신보다 더 잘 살거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편안하게 사는 것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안 드시나요? 당신은 평생 이렇게 사는 것에 만족하십니까?” 그러자 테레사 수녀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섬기는 사람에게는 위를 쳐다볼 시간이 없답니다.”

   우리는 이런 마더 테레사의 말을 통해서 왜 우리가 예수님을 수십 년 동안이나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도 예수님처럼 섬기는 삶을 살지 못하는 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눈이 자꾸만 높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바라보시는 곳을 보지 않고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에게 ‘높은 자리를 달라.’고 청탁을 했던 이유도 예수님께서 바라보시는 곳을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라는 죽음의 자리를 바라보고 가시는데, 제자들은 권력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바라보며 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대속물로 주시려는 희생의 자리를 바라보고 가시는데, 제자들은 영광을 얻을 궁리만 하고 명예의 자리를 바라보고 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주님을 닮아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주님이 바라보시는 곳을 우리도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님은 결코 높은 곳을 쳐다보지 않으셨습니다. 하늘 영광의 보좌가 당신의 자리임에도 그곳을 바라보며 살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낮고 천한 곳을 바라보며 사셨습니다. 당신이 다가가서 보살펴주고 돌보아주어야 할 곳을 바라보셨습니다. 그랬기에 주님은 영광과 명예와 부귀영화가 주어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그것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높은 곳을 바라봅니다. 자신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올라갈 자리를 바라보며 삽니다. 내가 내려가야 할 자리를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부귀영화가 주어진다고 유혹하는 유혹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남들이 칭찬해 주지 않으면 기분이 나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남들이 내가 수고하고 열심히 일한 것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드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내가 올라가고 싶은 자리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일장신대학교 설립자인 서서평(Elisabeth Johanna Shepping) 선교사의 좌우명은 ‘성공이 아니라 섬김’(NOT SUCCESS, BUT SERVICE)이었다고 합니다. 성공을 바라며 사는 사람은 높은 곳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섬김의 삶을 사는 사람은 낮은 곳을 바라보며 삽니다.

  여러분, 우리 주님은 섬기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메시야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주님을 믿는 신앙인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이라는 말은 우리는 주님을 닮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신앙인이 주님을 닮아가지 않는다면 그를 신앙인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신앙인은 끊임없이 주님을 닮아가야 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는 주님의 섬김을 닮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서는 무릎을 굽힐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무릎을 굽힐 수 있어야 하고, 자만과 자존심의 무릎을 굽힐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남들보다 더 낫다고 하는 오만의 무릎을 굽힐 줄 알아야 하고, 내 스스로 낮아지고 싶어 하지 않은 명예욕의 무릎을 굽힐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주님의 모습에서 주님이 진정으로 존귀한 분이심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기 때문에 주님께서 사람들에게 존귀함을 얻으신 것입니다. 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크고자 하는 마음 대신에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으뜸이 되고자 하는 욕망 대신에 누군가의 종으로 무릎을 꿇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결코 비굴한 것이 아닙니다. 내게 힘이 없어 무릎을 꿇는 것은 비굴함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힘 있는 사람이 무릎을 꿇는 것은 결코 비굴함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남을 높여주기 위해서 무릎을 꿇는 것은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28절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우리 주님은 섬기는 삶의 최종 종착지가 죽음임을 아셨습니다. 그럼에도 그 길을 가셨습니다. 한두 번 섬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우리에게 그런 보여주는 섬김을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그 섬김을 완성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의 생명 다할 때까지 섬김의 삶을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가 섬김의 완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님을 닮아 섬기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십자가가 우리의 가슴에 새겨져야 합니다. 십자가의 정신이 우리의 마음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섬김의 완성인 십자가를 잃어버린 사람은 결코 주님을 닮아갈 수 없습니다. 주님처럼 참된 섬김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진정한 섬김은 결코 내 힘이나 내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사랑이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킬 때 우리는 기쁨으로 섬김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은혜가 우리 안에 가득할 때 우리는 진정 섬기는 자로 우리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요한복음 13:14)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섬기러 이 땅에 와서 섬김의 삶을 살았으니, 너희도 섬기는 삶을 사는 것이 옳으니라.’

< 2016년 12월 18일 주일낮예배 - 대림절4 >